대세는 원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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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9:24
최근연재일 :
2021.08.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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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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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사악


빠르게 휘둘러진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허공에 한 줄기 선을 그은 횡베기는 공기 뿐만 아니라 괴상한 신음을 내며 다가오는 망자의 목까지 함께 베어버렸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검을 휘두른 샤샤였고, 그녀의 행동을 신호탄 삼아 니콜라이가 총구를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규칙적인 간격으로 연달아 터지는 굉음 그리고 비산하는 시체들


밀집된 적들을 향해서는 누구도 따라잡질 못할 시그니쳐가 될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의 초상능력이 여과없이 발휘되어 샤샤를 향한 길이 뚫린다.


“샤샤, 괜찮아?”


각오를 보이며 전투를 시작한 샤샤였지만, 여전히 걱정된다는 얼굴의 니콜라이였다.


“걱정 마. 이제 괜찮으니까. 그보다...강철. 저 노친네 내가 잡아야겠어.”


그러니까 길을 뚫어달라는 의미였다.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 방아쇠를 당기며 다가오는 시체들을 쓰러트리고 있었지만, 어두운 색을 뿜어내는 기이한 오라에 시체들은 금방 다시 일어서는 상황. 일반적으로는 당하는 쪽이 먼저 말라죽을 상황이었다.


“내가 이들을 공격해도 괜찮겠어?”


동업을 하는 관계로서 꽤 가까워졌다지만, 이들과 가까웠던 이들이었고, 그렇기에 내가 앞장서서 공격에 나설 수 없던 것이었다.


“괜찮아. 강철. 저 상태로 놔두는 게 저들에게는 더 큰 고통일 거야.”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 그 물음에 답한 것은 시체들을 뚫으며 우리에게 다가온 빅토르였다.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샤샤와 니콜라이를 바라보니 그들도 뜻을 정한 듯 했다.


“좋아. 저들이 다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보자고! 니콜라이와 빅토르 그리고 내가 뒤에서 엄호하며 길을 뚫는다. 샤샤 넌 앞만 보고 달리는 거야.”


서로의 눈을 맞추며 다시 의지를 다진 우리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일단 뚫어!”


어느새 다시 원형으로 포위된 상태였고, 이는 진형 상 좋지 않았기에 우리는 한쪽 방향을 쭉 밀며 포위를 빠져 나왔다.


“끄어어억”


포위를 가까스로 빠져 나와 샤샤를 앞에 두고 원거리 공격자 셋이 뒤를 받치는 형태로 진형을 잡는데, 그 와중에도 쓰러졌던 시체들이 다시 일어서며 금세 우리를 압박해왔다.


“쏴!”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시작된 사격.


탕탕탕


이 소리를 신호탄 삼아 달려나가는 샤샤.


망설임 없는 마음처럼 흔들림 없는 손속이 그녀의 검 끝을 통해 펼쳐진다.


목을 베고, 몸을 띄워 검기를 날리고, 땅을 다시 밟음과 동시에 진각을 통해 내공을 솟구쳐 시체들의 몸을 터트리는 등 연결 동작까지도 낭비가 없이 모두 공격에 쏟아붓는 놀라운 신위였지만, 수백이라는 숫자는 듣던 것보다 감당하기 쉬운 숫자가 아니었다.


17대1로 싸워 이겼다는 썰은 돌지만 실제로는 일반인 그 누구도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능력자에 대한 환상때문일까. 사람들은 곧잘 일 대 수백, 더 나아가 일 대 수만의 싸움에서 한 명이 승리한다는 스토리를 쉽게 믿는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만큼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 어마어마한 신위를 보여주며 수십을 베어 넘겼음에도 아직 우글우글한 적들이 그 믿음을 확고하게 한다.


하물며 지금 쓰러진 수십의 시체 또한 곧 다시 일어나 우리 혹은 저 앞에 있는 샤샤의 뒤를 노릴 것이다.

쉽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샤샤는 지치는 것 따위는 모른다는 듯 끊임없이 칼을 휘둘렀고, 니콜라이와 빅토르는 가늠쇠에서 눈 한번 떼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댔다.


불릿을 통해 개량된 설계로 제조 시에 발생하는 마나 손실을 대폭 줄인 빅토르제 탄환은 한 발에 하나씩 착실히 적을 쓰러트렸다.


하지만, 공간이 비워지는 것도 잠시 두 배, 세 배의 시체가 메꾸고 들어오며 다시 길을 좁힌다.


“하하하, 그렇게 용 써봐야 소용없다네.”


시끄럽게 떠드는 저 노인네의 주둥이에 먼저 총알을 쑤셔 박고 싶지만, 교묘하게 시체들을 방패 삼아 숨어있어서 각이 나오질 않았다.


거기다 시체의 방벽 뒤에 숨은 막시모프가 양손에 두른 검붉은 기운을 휘두를 때마다 쓰러진 시체들이 새 생명을 얻은 듯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이 끝나지 않는 무한의 루틴을 멈추려면 고고한 척 숨어있는 저 노인네를 먼저 처리해야 했다.


“불릿, 다 됐지? 그거 꺼내줘.”


[11분 23초 전 모든 작업이 완료됐습니다. 테스트 없이 사용하십니까?]


“테스트는 여기서 한다. 무장소환.”


[마스터 피스 No.1 ‘건 슬링어’ 오리지널 복구 완료.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형태 변형 완료. ]


[모델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


복구 과정을 마친 오리지널의 기능을 그대로 담은 새로운 ‘건 슬링어’가 내 손에 구현된다.


이 녀석의 데뷔 무대는 따로 생각해 둔 곳이 있었지만, 테스트가 필요하긴 했고 지금이 그 장소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갖가지 기능을 갖춰 원래의 리볼버 형태로도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무구였지만, 나는 그 기능들의 효율을 100%를 넘어 200% 발휘할 수 있게 할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했고, 불릿은 내 상상력을 적용시켜 그것을 완성시켰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러시아 친구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무기


이제는 사라진 구소련의 상징이자, 테러리스트들의 원픽.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총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 일명 AK-47


너무 유명해 대한민국의 초등학생들까지도 그 이름을 안다는 물건의 모든 것을 적용한 새로운 버전의 마스터 피스가 내 손에 쥐어졌다.


“샤샤 잠시 물러나!”


내 외침에 고개를 돌린 샤샤가 내 눈짓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뒤로 물러난다.


기대감에 가슴이 떨려온다. 어떤 손 맛일까...


군대에서 조정 간 단발만 쏘던 때에 시원하게 갈기면 어떨까 생각했던 궁금증을 이제 풀 수 있겠다는 기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


“크...”


생각했던 것보다 묵직한 총성이 짜릿하다. 한 발 한 발 마치 오함마로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무게감


“와...”


계속되는 연사로 시체들이 낭자가 되며 쓰러지고 있는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던 빅토르와 니콜라이가 자신들의 사격을 멈춘 채 멍한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칼라시니코프야...”


본토인의 감탄에 뿌듯함이 차오른다.


적들을 한 번 갈아버리는 무력시위는 끝났고, 이제 가늠쇠를 막시모프에게 가는 일직선을 행해 겨누었다.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


한 껏 올라온 내 기분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총성이 울리며 일점에 몰린 탄환의 세례가 순식간에 시체들을 쓸어버린다.


과녁처럼 쓰러지는 시체들


벽이 치워지며 드디어 막시모프의 모습이 드러났다.


“네 차례야 샤샤.”


당장이라도 저 노인의 이마에 구멍을 뚫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마지막 몫은 그녀의 몫이었기에


“...그래”


자신이 수 십번 검을 휘둘러도 뚫리지 않던 길이 너무도 쉽게 뚫리자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는 샤샤였지만, 그것도 그녀의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려지더니 곧 폭발하듯 튀어나간다.


“이게 무슨...”


지금 껏 고고한 척 태평한 표정을 짓던 막시모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샤샤가 총알처럼 날아와 코 앞까지 당도하자 검붉은 오라가 일렁이는 팔을 들어올려 봤지만, 그가 뭔가를 시도하는 것 보다 샤샤의 검이 휘둘러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촤악


들어올려진 팔을 타고 들어간 검이 어깨를 베었고, 일렁이던 오러가 흩어지며 주인과 분리된 팔이 땅에 떨어졌다.




“끄아아악!”


팔을 잃은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무릎을 꿇고 땅에 쓰러진 막시모프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이어진 샤샤의 검격


목을 노리고 휘둘러진 검이었지만, 막시모프가 남은 손을 들어올려 형성한 검은 막에 가로막혔다.


“네 이년!!!”


그와 동시에 막시모프가 분노에 차 일갈하며 한 발 물러섰다.


“감히 나를...내 팔을! 전부 노예로 삼아주마.”


그의 남 왼손에서 이전보다 흉폭하고 더욱 진한 색깔을 띄는 오러가 폭발했고, 그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진 기운들이 시체들에게 달라붙었다.


“끄어어억어억!”


한 껏 더 끔찍해진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일순간에 쓰러져있던 시체들이 빠르게 일어섰고, 전에는 없었던 검붉은 오러가 그들 주위에 일렁인다.


“찢어 죽여라!”


막시모프의 명령에 어딘가 더욱 움직임이 빨라진 것 같은 시체들이 후방에 있는 우리와 전방에 샤샤를 정말 찢어 죽일 기세로 공격해왔다.


지이익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 샤샤는 전과 같이 깔끔하게 목이 잘려나가는 그림을 생각했지만, 검붉은 오러의 탓인지 더욱 질겨진 시체들의 피부는 검이 그들을 가르고 지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두두두


푹푹푹


내가 쏘아낸 탄환들은 시원하게 뚫리기는 커녕 진흙에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검붉은 오러에 가로 막혔다.


“마탄이 잘 안 먹히네.”


여러 발을 한 마리에 쏟아 붓는다면 어찌어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 분명했다.


[분석 결과. 검붉은 오러는 최상급 마물의 가죽의 방호력에 비견되는 강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불릿의 분석까지 더해지자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강해진 시체들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샤샤가 다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샤샤!”




고민하던 때 중량을 최대한으로 늘린 탄환을 날리며, 샤샤를 지원하는 니콜라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니콜라이!”


“어?”


“받아!”


나는 들고 있던 건 슬리어를 니콜라이에게 던졌다.


“불릿 소유권을 임시 양도한다.”


[명령 이행. ‘건 슬링어’의 소유권을 양도합니다. 임시 사용자 승인 니콜라이]


총을 받아들고 어벙벙한 니콜라이였고, 나는 그의 넓은 등을 후려치며 오더를 내렸다.


“성능 죽이는 총이야. 네 능력을 보여줘. 그걸로 샤샤를 돕는거야.”


성능은 그의 눈으로 봤을테니 의문은 표하지 않았고, 잠시 머뭇거린 니콜라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총을 들어올려 전방을 향해 겨눴다.


역시 AK는 러시아인의 손에 들려야 되는건가.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는 니콜라이의 폼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 완전히 일치했다.


콰앙 콰앙 콰앙


천둥이 떨어지는 소리였지만, 그것은 순순히 니콜라이의 능력과 공방의 마탄이 만들어 낸 폭음이었다.


박격포가 떨어진 듯 지축이 울어댔고, 그 땅위에 발을 붙이고 있던 시체들은 어떤 단단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사지가 터지고 분리되며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말도 안되는...말도 안된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이성을 잃은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치며 기운을 폭주시킨다.


“모스크바에서도 이 나를 이렇게 할 자가 몇 없거늘! 말도 안된다!”


콰앙


그가 절규하듯 소리치는 사이에도 시체들은 하나 둘 터져나갔고, 마지막이 찾아오고 있었다.


“네 년...네 년이라도 죽인다면 약속은 지키는 거겠지.”


그오오오


이상한 울음과 함께 남겨진 그의 팔에 기운이 몰리며 또 하나의 거대한 무형의 손이 만들어진다.


무시무시한 기세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샤샤의 표정은 고요했고, 차분한 얼굴의 그녀가 든 검이 전보다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 때, 그녀에게 날아오는 무형의 팔


그것을 한 발자국의 움직임 만으로 흘려낸 그녀


사악


일격에 막시모프의 남은 팔이 떨어졌고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그의 머리를 떨어트리는 대신 그대로 찔러넣어 목을 꿰뚫었다.


“끄억”


그제서야 차분했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마을 사람들의 원혼을 농락한 원수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의 고통이 더 진해지도록 그녀는 더욱 깊숙히 좀 더 깊숙히 찔러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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