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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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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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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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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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 박사의 저택

DUMMY

"그래... 그러니 난 그 시체를 대표님께 보여드리고 이곳으로 모셔올 생각이니까. 에샤드 넌 라프와 함께 이 저택을 감시하고 있어라."



아담은 에샤드가 들어간 방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아담에게 안겨 있던 라프는 에샤드가 들어간 방에 가까워지니, 코를 방문 쪽에 대고 킁킁댔다.



"오! 그러면 되겠군요."

"그러면 이제 슬슬 시체를 보자기로 감싸 나와 줄래? 대표님께 빨리 가봐야 할 것 같거든."

"앗. 네. 잠시만요."



에샤드는 주섬주섬 천사의 시체를 보자기로 감싼 뒤, 방에서 나와 아담에게 돌려주었다.



"천사? 먹, 먹고... 라프."

"라프. 안돼. 이건 내가 가져갈 거야."



라프는 천사의 시체가 든 보자기에 코를 킁킁대며 말하다가,


아담의 ‘안돼’라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귀가 축 처져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귀엽다."



에샤드는 시무룩한 라프의 표정을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담은 그런 에샤드의 행동에 잠깐 주춤했지만,


라프는 눈을 감고 에샤드가 쓰다듬는 머리를 마치 고양이가 손에 비비적대듯 움직이니, 아담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면 저는 라프와 함께 저택을 둘러보고 있을게요."

"그래. 하지만 훼손은 없게 해야 한다."

"네. 이해했어요~"



아담은 라프를 에샤드 곁에 내려둔 다음 박사의 저택에서 나가려고 하던 찰나, 그는 다시 에샤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잊을 뻔했네. 참고로 라프는 힘이 아주 세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해. 물론 우리에게는 힘 조절을 하던 것 같던데 혹시 모르니깐."

"그... 래요?"

"라프는 그 네 개의 팔로 천사의 몸통을 단번에 찢어버리더라."



아담의 말에, 에샤드는 라프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진한 다크서클이 조금 연해지며, 연약하게 웃어 보였다.



"오히려... 더 귀엽게 느껴지네요."

"..."



아담은 에샤드의 연약한 웃음에, 갈라진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 그럼... 부탁한다. 에샤드"



원래라면 미안하다고 아담은 에샤드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그 누구보다도 힘을 내야 할 본인이었기에, 아담은 그녀의 은발만을 보며 표정을 참아냈다.



"맡겨 주세요."



아담은 에샤드를 뒤로하고 커다랗게 부푼 보자기를 든 채, 부유보드를 타고 도시로 향했다.


박사의 저택은 도시에서 부유보드를 타고 30분, 뛰어서는 한 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시와 저택 사이의 거리이고,


도시 안에서도 대표님이 계신 시청까지 가는데 부유보드를 타고 20분 정도 소요되니, 총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됐다.



'도시에 갔다가 돌아오면 점심 즈음 될 것 같은데... 밥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현재 새장 속 도시는 천사의 침략을 받아 대부분에 기능이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자급자족할 식량 생산 및 공급도 이전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무역이 끊기건 당연지사, 새장 속에 있던 몇 개의 공장들도 인원수 부족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것보다도 ‘새장 출입구 담당의 보안 팀원’들이 천사들에 의해 많은 수가 희생되어,


새장이 밴딧이나 해적들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역시 ‘게이트’에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텅텅 비어있군.'



원래는 도시와 도시 외곽을 통하는 ‘게이트’에서 보안팀이 신분증 검사와 물품검사를 진행했지만, 현재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아마 대표님의 명령으로 새장의 출입구를 지키러 간 모양이었다.



'최대한 빨리 인원을 보충해야겠지만...'



아담은 부유보드를 타고 도시에 도착해 도로로 들어서 빠르게 질주했다.


윙---


부유보드에서 내뿜는 잔잔한 음이, 도시 중간중간 쓰러져 있는 가로등과, 깨진 유리창들 사이로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마치 폐허가 되어버린 것 같은 도시의 모습.


남아 있는 자들의 마음마저도 천사들한테 먹혀버린 게 아닐지...


아담은 그저 한숨을 쉬었다.



'후... 보충할 사람은 있으려나.'



그렇게 아담의 한숨은 길게 이어져, 어느 커다란 건물 앞에 멈추어 섰다.


그곳은 ‘백은 새장’이라 아치형 출입구 위에 표지판이 붙은 건물로,


표면에는 울퉁불퉁한 하얀색 대리석이 건물을 둘러싸 세련됨과 중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새장의 중심부이자 도시의 중심부이기도 한 ‘백은 새장의 시청’이었다.


아담은 ‘백은 새장의 시청’에 들어가 곧장 대표님이 계신 무역 부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담. 돌아왔군. 그래서 박사는 살아 있던가?"



백은 새장의 대표는 책상에 쌓여 있던 서류 사이로 얼굴을 내 빛이며 아담을 반겨주었다.



"그게... 제가 도착하니 박사의 양다리와 한쪽 팔이 천사에게 뜯어 먹혀 죽어가던 중이었어요."



대표의 자글자글한 주름이 살짝 위로 올라가며 깜짝 놀라 했다.



"그게 무슨..."

"하지만 역시 대표님의 말씀대로 박사는 천사에 대해 무엇을 연구하던 중인 것 같더군요."



아담은 손에 들고 있던 큼직하게 부푼 보자기를 대표에게 내밀었다.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직접 그 저택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담이 건네는 보자기를 받았다.



"... 이건 무엇인가?"

"천사의 시체조각입니다."

"...!"



대표는 아담의 말을 듣자마자 보자기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펼쳤다.


책상 위에 쌓여 있던 각종 서류가 큼직하게 부푼 보자기에 밀려나며 바닥에 떨어졌지만,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담은 떨어진 서류들을 주섬주섬 주워 책상 위에 다시 올려두었다.



"이것은... 천사의 날개!"



보자기에서 나온 건 천사의 상반신에 절반뿐 이었지만, 그것에 달린 새하얀 날개는 이 시체가 천사임을 확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대표는 천사의 날개와 몸통을 이어주는 뼈대를 잡아,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허. 허. 이거..."



천사의 시체조각을 살펴본 대표는 그저 허탈하게 웃었지만, 이후 노인의 꾹 닫은 입에서는 떨리는 공기 소리가 퍼져 나왔다.


공기 소리는 두려움 반, 분노 반으로 가득 채워져 대표의 꽉 깨문 이 사이로 날카롭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바로 저택으로 향하세."



----------



아담이 박사의 저택에서 나간 후,



"그러면... 라프. 언니와 손잡고 저택 안을 좀 돌아다닐까?"

"ㅅ... 손? 라프?"

"오! 진짜 말한다. 맞아. 손~ 이거 잡으면 돼."



에샤드는 라프와 시선을 맞추고 자신의 손을 펼쳐 라프에게 보여준 뒤, 라프의 4개의 손 중 하나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대어 살며시 쥐었다.



"손. 잡는 거야. 알겠지?"



에샤드는 라프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간결하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손... 손, 잡았다. 라프."

"맞아. 이렇게 하는 거야."



에샤드는 쥐고 있던 손을 떼어내 살며시 라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그러면 다시. 손. 잡자."



에샤드 그렇게 말하며 라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라프는 자신의 4개의 손을 바라보며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한 개의 손을 에샤드가 내밀고 있던 손 위에 올려 살며시 움켜잡았다.



"그래! 잘했어. 그러면 이렇게 손을 잡고."



에샤드는 라프의 손을 잡고 옆에 나란히 섰다.



"저택을 돌아다녀 보자."



에샤드는 라프를 데리고 박사의 저택을 천천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박사의 저택은 그 커다란 외형과 어울리게 방도 많았고, 방마다 알 수 없는 장치도 설치되어 있었다.


알 수 없는 장치는 대부분 크고 작은 실험관에 연결되어, 그 안에는 심하게 훼손된 ‘동물의 사체로 예상되는 것’들이 액체에 담겨 둥둥 떠 있었다.



'흠... 저택 방마다 실험관과 이상한 장치들로 가득 차 있어. 무슨 실험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실험관 속 내용물을 보아선 동물이나 사람으로 실험... 아니면 설마 천사로?'



에샤드는 저택 1층에 있던 방들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던 중,


저택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 앞을 지나가다 갑자기 짙어지는 역한 냄새에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라프는 에샤드가 멈추어 서니, 저택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보고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윽! 저택 안에 퍼져있던 이 고약한 냄새는 2층에서 내려오고 있던 거야?'



에샤드는 짙어지는 역한 냄새에 코를 막고 인상을 썼다.


무언가 썩는 냄새 같으면서도 비릿한 암모니아가 섞인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


에샤드는 이런 고약한 냄새를 따라 저택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발을 올리려고 할 때,



"박... 사 냄새? 라프."



그렇게 말한 라프는 쥐고 있던 에샤드의 손을 놓고, 저택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2개의 발과 4개의 손을 이용해 순식간에 올라갔다.



"라프! 이런..."



라프를 뒤따라 에샤드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여... 기에 박사 냄, 냄새. 라프"



에샤드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원목으로 만들어진 문 하나가 저택 2층 안쪽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여러 판자로 겹대 못질이 되어있었다.


라프는 그런 문에 코를 대어 킁킁 냄새 맡았다.



'난 고약한 냄새 밖엔 안 나는데. 라프는 후각이 좋은 것 같네. 뭐, 그건 그렇고 박사는 저택 지하에 죽어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이곳에 박사의 물건이라도 있는 건가? 흠... 어쨌든 이곳은 나중에 아담 팀장님과 함께 와야겠지?'



"라프. 여기는 나중에..."



퍽!


코를 킁킁대던 라프는 문에 못질이 된 판자를 4개의 손으로 단숨에 뜯어내, 뒤로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엇!"



에샤드는 라프가 던지는 판자를 피하려고 계단을 내려가 고개를 숙였다.


라프는 뜯어낸 판자를 어찌나 강하게 던지는지, 던져진 판자는 벽에 맞고 둘로 쪼개지거나 몇 개는 벽에 박히기까지 했다.



'팀장님의 말씀이 옳았어. 이거 정말 위험해... 저 판자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어. 아니 죽을 거야.'



라프는 문에 못질 되어있던 판자를 전부 뜯어내고 주먹을 쥐어 그대로 문에다가 날렸다.


쿵! 쿵!


단 몇 번의 일격으로 문을 완전히 박살 내버린 라프는 계단을 내려가 있던 에샤드에게 다가갔다.



"여, 여기 박사... 라프"

"어... 어."



에샤드는 라프의 부름에 슬그머니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 흠... 아직, 어린애라서 주의력이 많이 부족해... 앞으로 지도가 꼭 필요하겠어.'



어린아이처럼 그저 눈앞에 있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라프.


아직은 미숙한 라프의 힘 사용을 조심해야겠다고, 에샤드는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건 그렇고 이거... 아담 팀장님이 보면 한소리 하겠네... 후...'



에샤드는 2층으로 통하는 뻥 뚫린 구멍을 보며 은발의 긴 머리칼을 긁적였다.



"여... 여기. 라프"



라프는 에샤드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박살이 난 문 쪽으로 기다란 손톱을 치켜세운 뒤, 안으로 쏙 들어갔다.



'따라오라는 건가?'



에샤드는 이 문 너머가 불안했다.



단단히 막혀 있던 문과 이 고약한 냄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 안 보면 계속 신경 쓰일 것 같아. 게다가 라프도 이미 들어가 버렸고... '



하지만 에샤드는 이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에샤드는 이 불안감이 조금 해소될 것 같았기에, 그녀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문에 난 구멍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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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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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6 - 1. 심해족 23.05.06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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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5 - 14. 서막 23.02.26 33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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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8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3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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