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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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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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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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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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5. 작은 새들

DUMMY

"대표님. 지하창고에서 비상식량과 불법 무기를 전부 꺼내 왔어요. 비상식량은 대충... 새장 속 사람들이 일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었고... 무기는 어설트라이플이 60정, 카빈소총이 150정, 피스톨이 80정 정도 있네요."



새장 속 불법 무기.


문명을 이룬 대부분 새장에선 이렇게 화력이 강한 무기들을 사용금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새장’에 혹시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물론, 새장은 미스터리 한 ‘자가회복 기능’을 갖추고 있어 70%까지 부서졌어도 하루 만에 회복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이와 반대로 멀쩡하던 새장이 갑작스레 폭발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새장 속 권위자들은 새장의 안전을 위해서, 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화력이 강한 무기들을 금지하고 있었다.



"좋아... 내가 이 종이에 민병들을 8명씩 한 조로 구성해 적어두었으니 게시판에 붙여 알리고... 또 각 조의 팀장도 뽑으라 하게나."



대표는 새장 속 하늘을 쌍안경으로 살피며, 옆에 있던 에드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알겠어요."



에드가는 대표에게서 종이를 받아 들고, 옥상에서 내려와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시민들의 징집과는 별개로, 미리 선출되어 있던 민병들로.


하늘을 떠도는 해적이나 작은 새장을 약탈하는 밴딧을 대비해, 아담 팀장이 한 달 전 비상 민병대로 선출해 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원래 총 2000명이 넘는 인원이었지만, 천사의 사태 이후 고작 308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대표님이 이곳에 계신 민병대분들의 조를 편성하였습니다. 그러니 게시판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조에 편성되었는지 확인 후, 각 조의 팀장을 뽑기 바랍니다."



에드가는 광장에 있던 게시판에 종이를 걸어 두고, 허리춤에 착용하고 있던 소형 스피커를 이용해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니 그들은 금세 우르르 게시판에 몰려들어, 각자의 조를 확인했다.



"조가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일단은 참으시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불만 사항을 한꺼번에 접수하겠습니다. 그러니 우선 이 조에 적힌 인원끼리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에드가의 목소리는 푹 쉬어있어, 가끔 공기 빠지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불만 사항이 어디 있겠어? 네가 이렇게까지 노~오력을 하는 데 우리도 힘내야지!"



민병 중 한 여자가 에드가의 등을 턱! 치며 말했다.



"흠...? 최서인! 다행이다. 너도 살아 있었구나."



최서인. 에드가의 친한 친구.


빨간 머리칼에 동양인처럼 생긴 그녀는 에드가처럼 ‘고아들의 새장’ 출신이었다.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았던 거야?"



에드가는 그녀가 몇 통이나 연락을 받지 않아 천사에게 먹힌 줄로 알고 있었다.



"폰을 잊어버렸거든... 하... 덕분에 존나 재미없게 집에 숨어 있다가 대표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집구석에서 뛰쳐나왔..."



최서인이 말하는 도중, 에드가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다행이다..."



에드가의 목소리는 떨리는 숨소리를 타고, 최서인의 뒤로 뻗어갔다.



"... 괜찮아?"



최서인은 그런 에드가가 걱정되었다.


평소에 항상 밝고 긍정적인 애였는데,


역시, 천사는 새장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고, 최서인은 생각했다.



"현수가 죽었어. 천사... 그 새끼들이 죽였다고..."



에드가는 목소리는 짙은 이 밤과 함께, 서늘해졌다.



"현수가 죽다니..."



현수, 에드가의 소꿉친구.


이 둘은 손이 참 많이 가는 연인이었지만,


그래도 이번에 약혼하여, 정말 잘 됐다고 축하까지 해줬는데...


최서인은 에드가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미안... 지금 이럴 때까지 아니지... 일단, 하던 일을 마무리 짓자..."



에드가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떨리던 숨소리를 꿀꺽 삼켰다.



----------



커다랗고 동그란 구체의 건축물 하나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가운데,


주변에는 여러 개의 거대한 원기둥이 우뚝 솟아 있는, 백은 새장의 ‘수분 재흡수 시설’.


얼핏 보면 사원 같기도 한 수분 재흡수 시설은, 대다수 새장이 이런 모습으로 지어져 있었다.



"... 여기서 이상한 냄새... 라프..."



라프는 ‘수분 재흡수 시설’과 조금 떨어진 배수로 근처에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코를 킁킁대었다.



'라프는 저택에서 암-바야드에게 냄새가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설마 그 괴물의 냄새를 맡기라도 한 건가?'



에샤드는 부유 바이크 속도를 낮춰, 천천히 라프의 뒤를 따라갔다.



'혹시나 라프가 암-바야드가 숨은 장소를 찾을 수도 있으니, 미리 대표님께 지원 요청을 해두는 것도...'

"두 분 다 감이 좋으시군요."



그윽한 어둠 속에서, 암-바야드의 검은 가면이 나타나 라프와 에샤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쿵!


뒤이어 암-바야드 양옆으로, 사람처럼 생긴 두 마리의 거대 괴물이 떨어졌다.


두 마리의 거대 괴물은 근육이 비정상적일 만큼 크게 부풀어 몸 여기저기에서 핏줄이 튀어나와 꿈틀대었고,


등에는 앙증맞은 천사의 날개가 달려 펄럭대고 있었다.



"역시, 아직 완전히 아이들을 통제하는 건 어렵군요. 그렇게 발자취를 남기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추후 수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



암-바야드는 보는 이마저도 기분 좋을 정도로 경쾌하게 웃어댔다.



"라...프... 냄, 냄새 없는 사람. 이... 이상. 라프"

"암-바야드!"



라프를 뒤따라오던 에샤드는, 암-바야드를 보자마자 품에서 대표님이 남몰래 자신에게 건네준 44구경 리볼버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이건 좀 아플 거다! 싸이코 새끼야."



에샤드가 외쳤다.



"오호... 44구경 리볼버이라. ‘저쪽 세상’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무기로군요."



암-바야드는 에샤드가 겨눈 리볼버를 보고도 그저 기분 좋게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 저쪽 세상?"



지금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면 암-바야드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에샤드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기회를 엿보아야 했다.


자신은 죽더라도, 라프를 어찌 시청으로 도망치게 할 ‘유일한 기회’를,


이 44구경짜리 리볼버로 어찌 만들어야 했다.



"맞아요. ‘저쪽 세상’. 그거 아십니까? 우리 새장 속의 인간들은 원래 ‘저쪽 세상’에서 살았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애초, 천사라는 존재는 우리와 저쪽 세상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존재."



암-바야드는 한층 들뜬 듯 양팔을 벌렸다.



"이런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우리는 힘을 합쳐 지저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광기 어린 것 같은 암-바야드의 검은 가면은, 새장의 밤과 어울리도록 음습하게 빛나,


탕!


에샤드는 리볼버를 암-바야드에게 한 발 쏘았다.



"흠... 그나저나..."



에샤드가 암-바야드에게 쏜 44구경짜리 탄알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버린 거구의 괴물.


암-바야드는 그저 무덤덤하게,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바라볼 뿐이었다.



"약 3시간 전, 제가 소속된 ‘세난 왕국’을 상대로 ‘아이들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 결과는 역시 대성공이었습니다. ‘세난 왕국’은 그래도 이 ‘백은 새장’과 다르게 군사라는 조직이 있을뿐더러, 유사시에는 총기류를 사용하는데... 벌써 ‘세난 왕국’의 시민 절반 정도가 천사에게 먹혔답니다."



암-바야드는 뿌듯한 듯이 말했고, 에샤드는 믿을 수 없었다.



"... 네가 소속된 세난 왕국을 공격했다고?"

"네~ 많은 사람이 죽긴 했지만, 미래로의 도약을 생각한다면 꽤 가치 있는 희생이었죠."



감정이 없는 괴물.


천사와도 같이, 하얗게 메마른 악마.


리볼버를 쥔 에샤드의 손이 떨렸다.



"자~ 그러면 이제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셨나요? 여러분들의 새장은 제가 봐주고 있는 거예요. 박사가 새장을 버리고 어디론가 도망가버리면 저도 난감해지니깐요. 하하하"



암-바야드가 웃자,


탕! 탕!


에샤드는 리볼버의 방아쇠를 또다시 당겼지만,


아까와도 같이 리볼버의 총탄은 거구의 괴물에 막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젠장...."



적어도 총알이 괴물의 몸에 흠집이라도 내면 좋았을 텐데, 피부마저도 뚫지 못하다니.


대표님께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그건, 힘들겠지?


에샤드는 앞에서 짐승처럼 몸을 엎드려 암-바야드를 경계하는 라프를 슬쩍 바라봤다.



"이 두 아이는 시청으로 보낸 것보다도 완성되어 있어 조금은 쓸만합니다. 그러니, 슬슬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죠."

"뭣?!"



에샤드가 뭔가 방법을 모색하기도 전, 방금 리볼버를 막은 거구의 괴물이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에샤드와 라프에게로 달려갔다.



'못, 못 피하겠어.'



한순간이다.


라프라면 모르겠지만, 저렇게 ‘어딘가에서 떨어지듯 돌진해 오는 저 거구의 몸’을 결코 평범한 사람은 피할 수 없으리.


에샤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피... 피해. 라프."



라프는 눈을 질끈 감은 에샤드를 번쩍 든 채로, 어디론가 몸을 날렸다.


쿵!


거구의 육중한 몸이 에샤드가 타고 온 부유 바이크에 부딪혔다.


부유 바이크는 형체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들이 뒤로 흩어졌다.



"인제 보니 라프 정도의 반사신경과 속도라면 저희를 피해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에샤드를 감싸다니 정말 애틋한 광경입니다. 아주 사랑스러워요."



암-바야드는 기쁜 듯이 손뼉을 쳤다.



"그러면 그 애틋함이 어디까지 통할지, 제가 조금 테스트를 진행하죠."



달빛이 유독 환하게, 암-바야드의 검은 가면을 물들였다.



----------



"...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군."



아담 앞에서 달리고 있던 박사는, 갑자기 자리에 멈추어 서서 달빛으로 밝혀진 어둠을 향해 말했다.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요...?"



아담은 컴컴한 어둠 속으로 귀를 기울였지만,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분 재흡수 시설 근처다."



박사는 허리를 굽혀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러니 박사의 몸이 점점 거대한 고양이과 짐승처럼 바뀌기 시작해.


머리를 뒤덮고 있던 하얀 가면도 육체와 동화되어, 그 정중앙에서 사람의 입처럼 생긴 무언가가 큼직이 생겨났다.



"이... 이게 에샤드가 말했던 천사를 잡아먹은 그것?"



박사는 몸이 짐승처럼 바뀌자, 4개의 다리를 이용해 방금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아담은 박사가 달려간 곳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았다.



'...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아담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긁적이다가, 다시 부유 바이크를 몰기 시작했다.



----------



탕! 탕!


백은 새장의 시청 광장에서 총소리가 요란히 울려댔다.



"천사에 이어서... 괴물 놈들이라니."



키가 족히 4m가 넘어가는 거대 괴물.


괴물들은 그 들쭉날쭉하게 부푼 근육을 하염없이 꿈틀 대면서,


주먹 한 방에, 사람 한 명씩, 날려 보냈다.



"대표님! 안전한 곳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에드가는 시청 광장 속, 벤치 뒤로 몸을 숨겨 권총을 쏘고 있던 대표에게 달려가 말했다.



"... 에드가. 저 괴물... 저 괴물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어..."



대표의 손이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다.


에드가는 그런 대표의 손을 꽉- 잡았다.



"정신 차리세요! 이곳은 우리가 어떻게 막아 볼테..."



대표는 에드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분노 때문인가?


두려움 때문인가?


대표는 멍-하니 에드가를 바라봤다.



"에드가... 아담에게 이걸 전해주면 좋겠네."



대표는 안주머니에서 편지한 한 통을 꺼내 에드가에게 내밀었...



"대... 대표가 이곳에 있었어."



괴물 한 마리가, 대표와 에드가가 몸을 숨기고 있던 벤치를 들어 올렸다.


그러니 그 둘은 깜짝 놀라,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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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5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4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3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3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39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8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3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39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4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4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5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7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3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7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3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0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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