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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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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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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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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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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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6. 작은 새들

DUMMY

"너... 죽어... 히히히"



괴물은 느릿한 동작으로 들고 있던 벤치를 대표와 에드가를 향해 휘둘렀고,


대표는 에드가를 뒤로 밀쳤다.



"편지를 부탁하네. 에드가."



대표의 눈앞으로, ‘고아들의 새장’에서 만났던 아담이 다가왔다.


마르고 작은 아이.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것들은 바람 이는 소리와 함께,


추억이 되어,


쿵!


대표의 몸과 부딪혀, 옆으로 날아갔다.


뒤로 넘어진 에드가는 대표가 날아간 곳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히히히... 대표 죽어라~"



그렇게 말한 괴물은 대표가 날아간 곳으로 높게 뛰어올라,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대, 대표님이 죽었어...'



에드가의 폐에서 숨이 가쁘게 올라왔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에드가의 머릿속은 생각들로 가득 차,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에드가! 도망쳐!"



최서인이 우두커니 서 있는 에드가의 손목을 잡고, 냅다 달렸다.



"저 덩치들은 총도 안 통해! 그러니까 지금은 어떻게든 도망치자!"



최서인의 외침에도, 에드가의 시선을 갈피를 못 잡고 방황했다.



"젠장... 망했군,"



최서인은 에드가의 손목을 잡고 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



"... 아! 박사님. 또 그 짐승의 모습인가요? 그런데... 저택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버전이군요?"



암-바야드의 검은 가면이, 고양이과 짐승처럼 변한 박사를 향해 말했다.



"오랜만이군. 암-바야드... 아! 아니지. 아직, ‘저쪽 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불쌍한 방랑자인가?"



짐승처럼 변한 박사의 얼굴 정중앙에 있던 커다란 입이 위아래로 닫히며 말했다.



"미련은 진작~에 버렸답니다. 지금의 전, 그저 탐구하는 걸 즐길 뿐이죠."

"... 그렇군."



박사는 거구의 괴물 손에 잡혀있던 라프와 에샤드를 바라봤다.


그 둘은 죽지 않은 것 같았지만, 몸이 툭 쳐진 거로 보았을 때 기절한 것 같았다.



"내가 라프를 완벽히 복제하기 위해, 특히 네 기억을 많이 참고했는데 말이지... 미련을 버렸다니, 아쉬울 따름이군."



박사의 말을 들은 암-바야드의 몸이, 오로지 ‘박사’만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떨렸다.



"... 참으로 애틋한 기억이야. ‘사랑’이란 걸 모르는 나도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박사의 짐승 같은 몸이, 점차 사람으로 변했다.



"하하하. 갑자기 그게 무슨 말..."

"데이터는 항상 그 흔적을 남긴다. 네가 ‘천사의 설계도’를 연구할 때, 내게 하던 말이지? 나는 라프의 환경적 기억, 유전자적 기억을 모두 수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네가 그 검은 가면으로 옮겨 가기 전, ‘라프와의 기억’을 바탕으로 수집된 기억들을 맞추었지. 그러니... 이상하게 라프의 기억이 점차 자연적으로 회복되더군. 그것도 ‘과거의 있었던 사실’ 그대로 말이야. "



박사의 얼굴 정중앙에 있던 커다란 입이, 머리를 뒤덮은 하얀 가면으로 변했다.



"이상하지... 난 그저 수집된 데이터로 라프를 복제했을 뿐인데 어떻게 과거의 있었던 ‘사실’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을까...? 설마 이런 게 바로 ‘사랑의 힘’이란 건가?"



박사의 목소리가 하얀 가면으로 둔탁해져, 암-바야드를 비꼬듯이 말했다.



"... 아무리 그래도... 내 기억 속의 라프는 죽었다."



항상 기쁜듯한 암-바야드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바뀌었다.



"복제품은 그저 복제품. 죽음이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렇기에... 사람들은 천사의 인도를 받아야겠죠."



암-바야드가 박사에게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거구의 괴물은 손에 쥐고 있던 라프와 에샤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집어 던지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빠르게 괴물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 바닥에 툭! 떨어져 암-바야드 앞으로 굴러갔다.



"이런... 설마 이걸 노리시고... 하하하. 역시, 박사님은 악마이시군요."



쩌-억.


박사의 하얀 가면 정중앙에서 커다란 입이 벌어지며, 암-바야드 앞으로 날아갔다.


한입에 집어삼킬 것처럼. 사나운 포식자처럼, 맹렬히 날아가고 있을 때.



"아아 박사님, 부디 무사하시길."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수로 쪽에서 거대한 살덩어리가 빠르게 퍼져 나와,


암-바야드와 머리가 날아간 두 거구의 괴물을 집어삼켰다.


박사는 다급히 방향을 틀어, 라프와 에샤드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



쾅!


도시 외곽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최서인과 에드가는 폭발이 일어난 방향으로 뛰어가며, 최대한 시청 쪽에서 멀어졌다.



"후... 후..."



최서인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다행히 괴물은 쫓아 오지 않았다.


최서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떨어졌다.



"... 백은 새장은 끝난 건가?"



새장 속 도심을 비춘 달빛의 서늘한 향이, 바람에 겨워 흔들렸다.



"에드가... 뭐라고 말 좀 해봐."



최서인은 그저 멍-하니 시청을 향해 고개 돌리고 있던 에드가에게 말했다.



"... 우리... 박사의 저택이란 곳에 가자..."



에드가는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꽉, 움켜쥐었다.



----------



뒤늦게, 아담은 박사가 말했던 수분 재흡수 시설 근처 배수로에 도착했다.



"에샤드! 괜찮아?!"



아담은 박사가 한쪽 팔에 끼고 있던 에샤드를 향해 외쳤다.



"그녀는 기절한 것뿐이니 목숨에 지장은 없어. 그보다..."



새장 속에 솟아오른 살덩어리.


살덩어리는 마치 거대한 식물의 줄기처럼 새장의 정중앙까지 솟아오르며,


하나의 꽃봉오리를 잉태하니.


밤하늘 속에 서늘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저... 저건... 뭐야?"



아담은, 타고 있던 오토바이에서 내려와 그 기괴한 ‘꽃봉오리’를 바라봤다.



"저건... 미안하군, 아담. 나는 라프와 너희들 밖에 구해주지 못하겠..."



하늘로 솟아오른 꽃봉오리가 하얀빛을 만개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새장의 밤하늘 속으로 밝디밝은 꽃잎을 흩날리면서,


에드가와 서지은 너머, 새장의 도심을 뒤덮으면서,


새장 밖 저기 멀리, ‘왕가의 손가락’과 ‘어느 모험가’가 타고 있던 부유선까지 환한 잔상을 남기면서,


쿵!


이윽고 강한 충격파가, 백은 새장을 뒤흔들었다.



----------



라프의 꿈속에, 소년이 달려왔다.



"라프... 박사님이 불러서 잠시 다녀왔어."



소년은 커다란 나무 위로 소리쳤다.



"미안... 박사님이 중요한 일이래서."



소년은 두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말했다.



"내가 사과의 의미로 고기 가지고 왔어,"



소년이 고기라고 말하자, 그제야 높다란 나무 위에서 슬그머니 얼굴을 내미는 라프.



"내 옆에서, 고기 먹을래?"



소년의 어깨 위로 라프가 가볍게 툭, 떨어졌다.



"무슨 고기냐? 라프."

"양고기라고 하던데..."



소년이 양고기라고 말하자, 라프는 소년의 손에서 봉투를 획- 낚아챘다.



"라프. 미안... 내가 새장을 지키지 못했어."



커다란 나무 밑에서, 어둑한 달빛 아래에서,


소년은 자신과 나란히 앉아 양고기를 뜯어 먹던 라프에게 말했다.



"새장이 약한가 보다. 라프."



양고기를 뜯어 먹던 라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라프라면. 새장을 분명 지켜줬을 텐데. 내가 힘이 부족한가 봐..."



소년은 주눅 들어 말했다.



"괜찮다. 나는 너만 있으면 된다. 그러니까 갑자기 없어지지 말아라. 라프"



라프는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입속에 구겨 넣고는, 말했다.


소년은 그런 라프를 잠시 바라보다, 조금 자란 앞니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었다.



"응!"



라프는 잠에서 깼다.


아쉽게도, 소년의 냄새는 없었다.



"꿈이라도 꾼 모양이군."



박사가 잠에서 깨어난, 라프를 향해 말했다.



"박... 박사다. 라프."



라프가 박사를 향해 길쭉한 손톱을 치켜세웠다.



"... 그래."



박사는 하얀 가면을 습관적으로 긁적였고,


라프는 헤벌쭉,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흘렸다.



"... 새장이... 아아..."



에샤드는은 모포를 걸친 채, 은발을 쥐어뜯었다.



"에샤드! 진정해!!!"



아담이 머리를 쥐어뜯는 에샤드를 말렸다.



".. 저 때문에... 제가 혼자서 암-바야드를 찾아 나서지만 않았더라면..."



백은 새장에는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집도, 도시도, 수분 재흡수 시설도, 모든 것이 천사의 유적처럼 터만을 남긴 채,


이 광활한 평지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

"아아... 나 때문에... 나만 아니었더라면..."



아담은 에샤드를 품속에 묻어서 달랬지만,


에샤드는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혹시 진정제 있으신가요?"



아담은 머리칼을 쥐어 뜨는 에샤드를 말리며, 박사에게 말했다.



"진정제라..."



박사는 여기저기 찢어지고 불에 타버린 회색빛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이내 동그란 모양의 작은 알약통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진정제가 들어 있던 주사기는 전부 깨져버렸지만, 수면제 알약은 남아 있군."

"... 그거라도 에샤드에게 먹이죠."



아담은 에샤드에게 반강제로 알약을 먹인 뒤, 점차 잠이 드는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 이제... 저희는 어쩌죠?"



박사에게 물었다.



"암-바야드를 찾아야겠지. 그 녀석은 아직, 살아 있으니."

"그렇군요..."



아담은 해가 떠올라, 불그스름해진 새장 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덧, 하늘에 배겨 있던 검은 점들은 온데간데없었고,


의연히 피어나는 푸른 그을림 만이 아담의 심장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



‘백은 새장’에 아침이 밝았다.


그곳을 둘러싼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새가, 새장을 버리고, 하늘로 날아간 것만 같았다.



"천사들이 전부 도망친 걸 보니 암-바야드는 물러간 것 같죠?"



유유히 공중을 부유하는 부유선 갑판 위,


쌍안경으로 ‘백은 새장’ 주변을 훑어보던 정장 차림의 한 아이가 말했다.



"... 그러면 드디어 새장에 들어가 수 있는 거야?"



그 옆에 서 있던 등에 ‘천사의 날개’가 달린 소녀가, 날개를 쭉- 한 번 펼쳤다, 접었다.



"지금 바로 박사님을 모시러 갈 채비를 해야겠는데... 새장에 도착하면 날개 꼭 숨기세요."



아이는 소녀의 날개를 보며, 자신의 머리만 한 쌍안경을 품속에 묻었다.



"이 푹신하고 이~쁜 날개를 숨기라고?"



소녀는 등에 달린 한 쌍의 ‘천사의 날개’를 다시금, 활짝 펼쳤다.


단 한쪽만으로 소녀의 몸보다도 커다란 ‘천사의 날개’는 등에서 부드럽게 살랑대며, 하늘 위 떠오른 태양을 더 눈부시게 만들었다.



"... 농담이죠? 박사님께 이를 거예요?"



아이가 자수정과도 같은 보라색의 눈으로, 소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또 ‘아르의 무서운 눈’ 나온다. 알겠다고... 집어넣으면 되잖아."



소녀의 날개가 점점 작아져, 등 속으로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그러면 저는 인원들 깨우고 올게요. 앤지씨는 제가 어제 만들어 둔 스튜 있으니 그거 데우고 있으세요."

"알겠어."



아르와 앤지는 계단을 타고 부유선 갑판을 내려갔다.


부유선 갑판 밑은, 한 줄의 복도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문이 양옆으로 일정 간격 줄지어 있었다.


앤지는 그 문 중, 부엌이라고 적힌 첫 번째 문으로 들어갔고,


아르는 품속에 묻고 있던 쌍안경을 바닥에 놔두고,


목에 걸린 작은 나팔을 손에 쥐었다.



"흡!"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아르.


뿌!!!


아르는 작은 나팔을 있는 힘껏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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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5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4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3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3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39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8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3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39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4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4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5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7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3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7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3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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