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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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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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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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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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5. 잠재력

DUMMY

"이야... 난리 났네."



2학년 1반 반장인 한영숙이 교실 문을 닫으며 말했다.



"X 되지 않냐? 방금 여자애가 이상한 능력을 썼다고!"

"나도 봤어. 막 이상한 검은 동물을 하수인처럼 부리던데?"

"씨X 개멋지네..."

"그건 그렇고... 갑자기 왜 그런 벽이 생긴 거지?"

"분명 그것도 초능력 같은 걸 쓴 거겠지... 아마 학생회장이 쓴 거 아닐까?"



2학년 1반이 학생들이 시끌벅적 떠들었다.


드르륵.


하지만 곧 그 시끌벅적함은, 학생회장이 교실 문 여는 소리에 잠잠해졌다.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지니까 내가 미안해지네..."

"오! 학생회장 선배 저희 반에 무슨 일이세요?"



학생들과 함께 떠들던 2학년 1반 반장 한영숙이, 김수찬에게 달려갔다.



"별건 아니고... 혹시 이 포스터 만든 윤지수 지금 여기에 있니?"



학생회장은 ‘현재까지 밝혀진 우리 학교’ B4용지를 흔들며 윤지수를 찾았다.


윤지수는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지수! 너 나 좀 따라올래? 네 친구인 박현필과 최지환도 나와 함께 있어."



지수는 학생회장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내가 널 찾은 이유는 이 포스터에 몇 가지 내용을 추가시켜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야."

"어떤... 내용을 추가하고 싶으신 거죠?"



지수는 긴 생머리를 빙빙 꼬며 학생회장에게 말했다.



"너도 방금 2학년 복도에서 일어난 일 봤지?"

"네... 한가람이 잠재력이란 걸 이용해서 괴롭혔던 애들을 끌고 갔었죠."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그 잠재력이란 걸, 질병으로 규정 짓을 생각이야."

"질병...이요?"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생각해봐. 우리가 학교에 갇힌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큰 사건이 터진 거야. 비록, 우리도 잠재력이란 걸 이용해서 막긴 했지만... 아니었으면 아마 그 4명은 죽었거나, 어디 크게 다쳤겠지."



학생회장은 자리에 멈춰섰다.



"물론, 잠재력을 무조건 질병으로 취급하자는 건 아니고... 우리 ‘학생회’에게 허가받은 잠재력은 한정 조건 내로 사용할 수 있지. 어때? 괜찮지?"



학생회장은 윤지수를 바라봤다.



"그런데 학생회장님의 말을 들어보니, 그 잠재력이란 게 흔한 것처럼 들리는 데... 그런가요?"

"... 맞아. 지금까지 잠재력이 깨어난 학생들은 총 68명. 물론, 이들 중 우리에게 위협이 될만한 잠재력을 지닌 학생은 4명으로. 난 그 4명을 방송실로 불러 함께해 보려고 했지만, 한 명 빼고는 썩 좋게 끝나지 않았어."

"그러면, 방금 한가람도 그 4명에..."

"눈치 빠른데?"



학생회장은 윤지수를 교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박현필과 최지환이 교장실 소파에 앉아,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여! 왔어?"



박현필이 과자 먹던 손을 지수에게 들어 보였다.



"나는 앞으로 너희 3명이 우리 학교의 ‘언론’으로서 손과 발이 되어주면 좋겠어. 어때? 일을 받을 거야? 만약 받아준다면... 보답이라 하긴 뭣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내가 너희 3명을 우리 아버지 회사에 추천서 넣어 줄게. 그러면 아마 스팩 상관없이 거의 ‘무조건’ 합격할 거야."



추천서라는 말을 들은 윤지수와 최지환은,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서로를 멀뚱히 바라봤다.


학생회장 김수찬, 그의 아버지는 대기업 회장으로.


이미 희망 고등학교 학생 대부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전 보상받으려고 이 일은 시작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지수는 긴 생머리를, 얼굴까지 빨개져 더 빠르게 빙빙 돌렸다.



"그래! 고마워. 드디어 일이 조금씩 풀려간다. 그럼 아까 내가 말한 것들 포스터에 추가시켜 학생들한테 알려줘."



학생회장 김수찬은 3명의 학생에게 새하얀 이를 내보이며,


여학생이라면 누구든 한눈에 넘어올 법하게, 미소지었다.



----------



'선생님들이 천사에게 먹힌 지, 하루하고도 9시간이 지났다.


학생들에게는 원인 모르게 잠재력이란 게 깨어나, 가벼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거나, 공중에 살짝 뜰 수 있거나, 간단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등등 여러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회’의 학생회장이 이런 ‘잠재력’이란 걸 단속하기 시작했다.


학생회장은 이런 능력들을 ‘잠재력’이라고 통칭했고,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한정된 조건 속에서 잠재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유는 우리 2학년 층에 있었던, 한가람이 일으킨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중학교 때 자신을 괴롭혔던 4명의 학생을 잠재력으로 공격했고, 다행히 선도부장이 잠재력을 이용해 그 4명의 학생을 구한 다음 한가람을 우리 2학년 층, 빈 교실에 격리했다.


일각에선 그 4명의 학생은 당해도 싼 양아치 놈들이라고 한가람 편을 들었지만, 학생회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



를 끝으로 2학년 1반 반장, 한영숙은 일기장을 덮었다.



"야야! 우리 바깥에 종이 던져 볼래?"

"싫어. 그러다 천사들 오면 어쩌려고..."



선생님들이 천사에게 먹힌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제 일을 까맣게 잊은 채, 겁도 없이 창문을 열다니...


한영숙은 입이 근질거렸지만, 말을 아꼈다.


그는 친구들에게 쓸데없이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



'하... 이럴 때 부반장이라도 있었으면 나 대신 말했을 텐데.'



부반장인 윤지수, 그녀는 지금 최지환과 박현필과 함께 ‘잠재력’을 이용해서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공지를 볼 수 있는 어플’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잠재력을 이용해서 어플도 만들 수 있다니... 대체 어떤 잠재력이길래?'



한영숙은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딱히 애써서 알긴 싫었다.



'그건 그렇고, 빨리 수능 준비해야 하는데...'



한영숙은 지금 가지고 있는 교과서로는, 수능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애들에게 책을 빌리자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까지 공부하는 ‘공부벌레’ 취급당할 게 뻔한데... 굳이?



'나도 그냥 생각 없이 보드게임이 할까?'



지금 2학년 분위기는 완전히 놀자판이었다.


1학년과 3학년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1학년은 우리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야! 충전기 이번에 내 차례 아니었어?"

"너한테 대용량 보조배터리 있잖아? 그거 써."

"아니. 야 이 씨발X아. 그래도 순서는 지켜야지!"

"뭐? 씨발X? 이런 개X끼가! 어제 네가 대용량 보조배터리 충전한다고 뒷사람 늦어진 거 알고 말하는 거지?"



또 싸운다. 그래서, 반장인 내가 또 말려야 했다.



"얘들아. 진정하자... 우리 그러면 다음부터 대용량 보조배터리는 충전하지 않는 거로 하고, 순서대로 충전하면 안 될까?"



두 남학생은 싸우기 직전까지 갔지만, 한영숙은 가까스로 화해시켰다.



'후... 이제 슬슬 오후 3시니. 공지한 대로 물자를 가져와야겠지?'



한영숙은 벽걸이 시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우린 ‘잠재력’으로 기본 생필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플도 그렇고, 잠재력이란 건 꽤 다양한 것 같았지만, 이것도 역시 내 알 바 아니었고...


확실한 건, 그 생필품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2명의 학생은 언제든지 매점 음식이나, 급식소 음식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었을뿐더러,


학교와 이어진 강당을 자기 집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



'... 나도 그런 잠재력만 있었다면 지금보다 자유로웠겠지?'



한영숙은 솔직히 부러웠다.


자신도 잠재력이란 게 깨어나서,


이 학교라는 새장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래. 잠재력이란 것보다도,


한영숙은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게’ 제일 부러웠다.



"지금 부반장이 없으니. 휘정아 네가 임시 반장이야."



한영숙이 그리 말하니, 만화책을 보고 있던 최휘정은 말없이 손을 까닥거리며 알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흠... 생필품을 받으려면, 교무실로 오라고 했지?'



한영숙은 터덜터덜, 기다란 복도를 걸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빈 교실을 지나서.


ㄱ자로 꺾인 모퉁이를 돌아, 중앙 현관을 통해 계단을 내려갔다.



'생필품 받는 곳.'



이라고 적힌 빨간 화살표가 교무실 방향을 가리키며, 계단 벽에 붙어 있었다.



'열심히 들이네... 그 열정으로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나 생각하지.'



그래.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학교 안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한영숙이 보기엔 학생회장은 그냥 이곳에 눌러살 기세였다.


자신 같았으면, 학생들에게서 깨어난 그 잠재력이란 걸 이용해 ‘밖’에 상황을 살펴볼 텐데.



'그러면... 내가 한 번 모아볼까?'



비록, 학생회장이 정한 교칙 중 그 첫 번째가.


<학생들은 학교 밖을 나가지 않는다.>


였지만, 그래도 많은 학생이 단체로 밀어붙이면 학생회장이라도 별수 없겠지.


한영숙은 생각에 잠겨 그만, 교무실이 있는 2층을 지나 1층 중앙 현관까지 내려와 버렸다.



'여긴... 내가 임병철 쌤을 구해준 곳.'



바로 어제의 기억이, 한영숙의 눈앞으로 지나갔다.


그 선명한 핏자국.


그는 피가 묻은 교복을 손빨래하여, 지금은 체육복을 입은 상태였지만,


아직도 그 비릿한 피 냄새가 한영숙의 코를 자극하는 듯했다.



'그, 그래도...'



한영숙은 중앙 현관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팔을 들어, 천천히 그 너머로 내밀었다.



'저 밖으로...'



중앙 현관을 비추던 밝은 햇볕이 한영숙의 팔로 쏟아지며,


불안함과 공포를 따스하게 감싸, 천천히 그의 마음을 녹이고 있을 때.


쿵!


갑자기 내려가는 방범 셔터.


한영숙은 깜짝 놀라 재빠르게 손을 획, 도로 집어넣었다.



'뭐... 뭐야? 우리 학교 중앙 현관엔 이런 방범 셔터가 설치되어 있진 않았을 텐데... 아닌가?'



한영숙은 굳게 닫힌 방법 셔터를 이리저리 훑었다.



----------



백은 새장에 정박해 있던 박사의 부유선 안.


갑판으로부터 밑으로 뻗어 있는 계단을 타고 지하 5층에 있는 ‘박사의 실험장’은,


각종 크기의 실험관과 전자 회로들이 방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그야말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의 방’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드디어 신호가 잡혔어요!"



‘박사의 실험장’에 속,


서류뭉치들이 한가득 쌓여 있던 책상에 앉아 회색빛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살펴보던 아르가 외치자,


박사의 하얀 가면에 올라타고 있던 라프도 책상 위 모니터를 바라보며.



"신, 신...호가 잡혔...어? 라프"



아르의 말을 따라 했다.



"휴... 다행이에요. 제가 만든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거든요."



아르는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으며, 옆에 앉아 있던 박사를 바라봤다.



"그럼 방금 잡힌 ‘전이 신호’를 분석해 해당 위치를 예측해 볼테니..."



박사가 모니터에 찍힌 작은 점을 보며 아르에게 설명하고 있을 때.


뒤에서 호야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씨-익 웃으면서, 박사의 하얀 가운을 두어 번 잡아당겼다.


박사는 고개를 돌려 호야를 바라본 뒤 하얀 가면을 긁적이다가,



"흠... 그나저나 지금 이 장치, 잘 만들었군."



조금... 아니, 많이 어설프게, 아르를 칭찬했다.


호야는 박사의 어설픈 칭찬에 작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감사해요."



하지만 아르는 박사의 어설픔에도 얼굴이 빨개져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맞대어 꼼지락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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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5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4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3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3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39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8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3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39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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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5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7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3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7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3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0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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