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이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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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바
작품등록일 :
2021.07.27 09:22
최근연재일 :
2021.08.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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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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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1년 후

DUMMY

" 거봐!!!! 이제 어떻게 할거야!! "


남자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지옥같은 상황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총소리 때문이었는지, 괴생명체들의 피 냄새 때문이었는지 그 수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밤이여서 깜깜한 하늘이 아닌, 괴생명체들로 가득한 하늘이었다.


남자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는 아파 오는 이마를 만지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공포에 울부짖다 이내 분노했는지 트럭에서 내려 남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발길질은 물론, 온갖 욕설과 함께 남자를 향한 분노로 바뀐 사람들은 이성을 잃은 채 군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남자를 공격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남자의 몸에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두들겨 맞았는데도 상처는 커녕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저 이마에서만 조금씩 흐를뿐이었다. 이마에서 바닥으로 뚝뚝 흘린 피는 그대로 가영의 피와 섞였다.


가영의 피와 남자의 피가 섞이자, 아까보다 더 많은 양의 피가 양말에서 흘러나왔다.

땅에 흥건히 흐르는 피들은 어느새 바닥을 가득 덮었고 결계를 깨는 것에 온갖 공격을 해대던 괴생명체들은 결계가 뚫리자 미친듯이 사람들에게로 날아왔다.


' 차악 '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가영은 어느새 사람들 속에 서있었다. 온 몸은 피투성이가 된 채 하늘과 정반대인 빛나는 백색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가영은 차갑게 괴생명체들을 바라보며 우뚝 서있었다.


" 너.. "


남자는 감정없는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가영을 보며 문득 잊어버렸던 기억하나가 떠올랐다.


" 너..너는.. "


" 이제 기억이 났나보네. "


" ..너가..어떻게.... "


" 상황 설명 할 시간 없어. "


가영은 사색이 된 채 앉아있는 남자를 거칠게 일으키곤 괴생명체가 날아오는 쪽으로 밀쳤다. 남자는 놀랐는지 소리치며 눈을 감자, 남자에게로 날아오던 괴생명체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남자는 자신의 눈 앞에 흩날리는 가루를 보며 그대로 실소를 터트렸다. 이마 때문인지 미친듯이 두통이 밀려오고 남자는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가영은 쓰러진 남자를 무시한 채 사람들을 공격하려 빠르게 날아오는 괴생명체들을 하나둘씩 물리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힘이었다. 소설속에서 나올 법한, 영화속에서 나올법한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였다. 가영의 손길 한번에 괴생명체들은 나가떨어졌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갔다. 가영은 힘이 들지도 않는지 여전히 무표정을 한 채 거대한 힘으로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여전히 하늘엔 괴생명체들이 들끓었지만 전처럼 쉽게 공격하지 않았다. 가영 때문인지, 아님 흥미가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영은 온 몸에 묻어 있는 피를 대충 닦아내고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양말을 주어 주머니에 넣었다.


사령관은 그런 가영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 이게 대체 뭐지? 사람같지만 사람이 아니더군. "


" 잘은 몰라. 그저 이곳을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든게 저것들이라는것만 알아.

건물들이 무참히 무너지고, 강한 바람이 몰아쳐 먼지모래 폭풍을 만들고,

사람들을 소리 소문 없이 빠른속도로 죽인게 저것들이야. "


" 저것들을 많이 봤나..? "


" 저것들을 한번도 안 본 당신들을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님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긴, 주위를 살펴 볼 이유 따윈 없었을테니까 못 봤을 수도 있겠네. "


어딘가 가시박힌 말투로 툭툭 내뱉는 가영의 모습은 쓸쓸해보였다. 무표정함 속에서 들어나는 무거운 표정은 사령관 눈에만 비춰진 듯 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고 있던 괴생명체들은 언제 사라졌는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가영의 몸상태는 누가봐도 엉망진창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영은 아프지도 않는지 그 흔한 짧은 신음조차 내지 않고 우뚝 서있었다. 사령관은 그런 가영을 물끄러미 보다 묻고 싶은 말들을 그대로 묵혀두었다.


가영은 하늘을 올려다보다, 이내 땅에 쓰러져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 저 사람을 살릴지 말지는 이제 당신들이 정해. 이대로 버려두고 가도 좋고, 아님 당신들이 가는곳에 데려가도 좋고. 아마 당신들이 가려는 곳 까진 도움이 될거야. 아까도 봤겠지만 이 자한테는 그렇게 달려들지 못할거거든. "


" 그럼 당신은? "


사령관의 물음에 가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령관은 그런 가영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가영 앞에 섰다. 그리고는 격한 차렷자세와 함께 경례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군인들 또한 가영에게 경례를 표하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가영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그들을 등지고 다른곳으로 나아갔다. 가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사령관은 결심한 듯 누워있는 남자를 들쳐메고는 가영이 가르켰던 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한 군인이 달려와 사령관에게 말했다.


" 저희만 가도 되겠습니까? "


"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나. 난 저 학생의 말을 믿는다. "


사령관의 단호한 대답에 군인 또한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사령관의 뒤를 따랐다. 가영의 뒷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고, 더 지칠 때 쯤 앞에는 커다란 벽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벽 너머에선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1년 후]



괴생명체 출몰로 세상이 무너진 뒤 1년 후.


인간들은 점차 적응해 나가, 괴생명체와 맞서 싸웠다. 1년 전, 가영의 도움으로 이곳 임시피난처에 도착한 군인들과 피난민들은 자신들이 본 것과 겪은것을 바탕으로 서로 협심하여 이곳을 더욱 크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폐차가 된 차들을 끌어 단단한 벽을 만들고, 강한 바람과 떨어지는 잔해속에 조금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그물망을 하늘에 설치하는 등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짧지만서도 긴 1년이란 시간동안 많은 피난민들을 보호하고 있으며 가장 큰 임시피난처가 되었다.


하지만 예측불가한 엄청난 자연재해와 더욱더 질기고도 잔인해져가는 괴생명체들로 인해 하루하루 수십명이 죽어갔으며, 강한 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폐차들이나 쓰레기들 또한 사라져 시체들만 바닥에 나뒹굴고 있을뿐이었다.


[ 대책회의 ]


" 민간 수색대와, 군 수색대가 이틀동안 주위를 샅샅히 뒤졌지만 건진건 이게 전부입니다. 더 나아가는건 불가능합니다. "


" 하지만 이걸로는 역부족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그것들이 공격을 해댔고 북쪽 벽이 무너졌어요. 북쪽 벽이 무너지니 그물망 또한 쳐졌구요. 그래도 남은걸로 어떻게든 복구중이지만 한번 더 공격했다간 모든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요.. "


" 그건 저희도 압니다. 하지만 수색대원들도 모두 지쳤습니다. 한번 나갈 때마다 동료를 잃고, 매번 목숨걸고 나갔다가 돌아왔지만 자기네들 필요한거 못 찾아왔다고 야유를 보내는데, 이걸 보고 누가 수색대에 지원하겠으며 누가 목숨걸고 나가겠습니까? "


" 그렇다고 안할 수 없잖아요.. 저희도 복구하고 또 몇시간만에 무너지고, 떨어져가는 재료를 보며 힘듭니다.. "


" 그만하시오. "


1년 전보다 조금 야위어보이는 사령관이 책상을 쾅치며 말했다.


" 김대위 지금 상황 많이 안좋나. "


" 좋지않습니다. 그나마 저희가 더 재료를 얻고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수색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숨쉬기도 곤란할뿐더러 한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사령관님께서 데려오신 그 자 덕분에 3명 죽을 거 1명 죽는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다입니다. "


" 재료보유상황은 어떤가. "


" 지금 이걸로는 한번 더 공격 당하면 더이상 복구는 불가능해요. 저희도 밤낮없이 재료를 만들고 복구하고 있지만 인원도 역부족이고, 수색대원들 힘든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저희도 야유먹고 있는건 마찬가지에요. "


사령관은 두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온갖 노력을 해댔고 1년동안 괴생명체들에게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관리했지만 한계가 찾아왔다. 재료는 바닥이나고, 수색대원이나 복구팀, 그리고 자원팀처럼 이 임시피난처를 위해 희생 아닌 희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줄었으며 인원이 부족하여 남아있는 대원들조차 나가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때 - 대책회의장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리고는 이마에 큰 흉터로 자리잡은 남자가 회의장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건방지게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은 남잔, 1년 전 가영이 살려주었던 남자였다. 그의 왼쪽 가슴엔 ' 강 찬 '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 찬아. 제때 올 수 없냐. "


사령관은 찬을 보고 머리가 더 아픈지 한번 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찬은 그런 사령관의 물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대답했다.


" 다들 힘들어하니까 이번엔 나혼자 갔다올게. 그럼 됐지? 너희들 싸우는게 그거 때문 아냐? 수색대 애들이랑은 답답해서 더이상 못가겠으니까 내가 혼자 갔다오지 뭐. "


" 뭐? 이새끼가 진짜. "


김대위는 건방진 찬의 말에 화가 났는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사령관이 김대위의 팔을 잡으며 안정시키며 말했다.


" 혼자가는 건 안된다. 아무리 너라도 위험해. 그나마 가영 학생처럼 비슷한 힘을 가진게 너 하난데, 너까지 잃으면 이곳은 정말 답이 없다. "


" 그럼 이건? "


찬은 자신의 이마에 흉터를 가르키며 말했다. 흉터의 색이 검게 물들고 있었다.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에게 다가가 흉터를 급하게 살폈다. 그리고는 심각하게 물었다.


" 이거 왜이래? "


찬은 사령관의 손을 살짝 뿌리치곤 덤덤히 말했다.


"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나쁜건 아닌거같아. "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


" 느껴져. 가영의 기운이. "


1년 동안 한번도 내뱉지 않았던 이름 ' 윤 가영 '


그 이름이 내뱉어지자 회의장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사령관 또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찬의 그 다음 말을 묵묵히 기다렸다.


" 그렇게 우리가 찾아 헤멜 땐 느낄 수 없었던 기운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게 느껴져. 아마 이곳으로 오려고하는것 같아. 그러니 내가 마중나가야 되지 않겠어? 하고싶은말도 있고. "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가만히 서있던 사령관은 이내 다시 이마에 손을 짚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찬의 말대로라면 가영은 이곳에 오고 있었다. 가영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말이 맞다면 지금 무너져가는 이 피난처에 큰 희망이었다. 그러나 찬이의 말이 조금이라도 틀릴 경우, 설상가상으로 찬이까지 다치게되거나 죽게되면 그건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한참 아무말없이 생각에 빠져있던 사령관을 가만히 보고있던 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그때, 가영의 말을 듣고 나를 들쳐메고 이곳까지 온 것 처럼 이번에도 믿어줘.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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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4 이곳을 버리세요. 21.08.03 26 0 11쪽
» 003 1년 후 21.07.30 29 0 11쪽
2 002. 가만히 있어. 21.07.27 33 0 12쪽
1 001 도와줘. 구해줘. 살려줘. 21.07.27 4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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