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찍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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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먹는형제
작품등록일 :
2021.07.27 13:27
최근연재일 :
2021.08.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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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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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2) - 외전 완.

DUMMY

'백 대표라─'


사실 교주에서 대표로 바꾼 이유는 따로 있다.

우혁의 지식이 차근차근 복원되자, 이곳에 대한 상식을 어느 정도 깨우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사회에서는 사이비 종교단체의 수장을 대체로 교주라고 부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꽤나 당혹스러웠다.


긍정적인 호칭이 아니면 바꾸면 될 터. 마침 회사도 인수 했겠다, 여기에 맞게 변경하기로 결명과 협의를 했다.


그게 대표, 전무, 팀장, 사원 등의 직책들이다. 혹시, 외부 활동을 하더라도 딱히 문제 되지 않도록···.


'과연 이게 최선인 걸까?'


뭔가 탐탁치는 않지만, 어쩌겠나. 새로운 나라에 왔으면 그 법에 따라 적응해야지.


솔직히 어떤 게 더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결단을 내렸으면 그대로 이행할 뿐이다.

그리고, 은근히 대표라고 불리는 게 썩 나쁘지는 않다.


속으로 대표에 대한 결론을 내린 백현이 이번에는 직접 두 번째 사안을 꺼냈다.


“인수한 제작사의 이름을 변경할 예정이다. 혹시 마음에 드는 회사명 있으면 발표해 보도록.”


잠시 고민에 빠지는 갈명과 사대마성.

문득, 청운이 진혁의 쳐다본다.


"진혁아, 뭐 생각해 놓은 이름 없어? 정보부면 여기저기 파헤치느라 들어본 이름이 많을 거 같은데."

“그것만이겠냐. 이놈 틈날 때마다 전국 방방의 명소들 돌아다니면서 사진 촬형하고 다니잖아. 그러니, 이곳에 대한 보고 듣고 한 경험도 많겠지.”

“거기다, 이번 인수 건과 문화도 때문에, 이미 연예계쪽도 충분히 조사 했을 테니, 한번 멋들어진 이름 하나 뽑아봐.”


청운과 도명의 말에 진혁이 영 못마땅한 듯 뒷통수를 긁적인다.

그저 평범한 취미일 뿐인데, 치부가 들킨 거 마냥 들먹이기까지 했으니, 평상시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금이 간다.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거 어떨까요, 보통 제작사는 프로덕션, 엔터, 스튜디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대표님의 회사이시니, 당연히 천마라는 이름을 붙여, 천마 프로덕션, 천마 엔터, 천마 스튜디오 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


오호~


칭호가 들어가서 그런가.

썩 나쁘지 않다.


계속해서 청하도 거들었다.


“대표님, 천마라는 이름 뒤에 필름, 박스, 미디어도 어감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천마 박스, 천마 미디어, 천마 필름이라.'


입으로 하나씩 되뇌어 보자 꽤나 어감이 부드럽다.


다들 각자 마음에 드는 이름을 하나씩 중얼거리고 있을 때,

듣고만 있던 갈명이 불쑥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현재 대한민국에서 끈덕지게 버티고 있는 곳이 '스튜디오 용'이더군요. 그러므로 스튜디오 천마는 어떠시겠습니까?"


스튜디오 천마?


백현은 뭔가 확! 당기는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주억거려진다.


“이건 진짜 마음에 드는데, 스튜디오 천마?”


그때, 한술 더 뜨는 도명.


“그렇다면 한 바퀴 더 돌려서 글로벌스럽게 영어로 하면 어떨까요?”

“영어?”

"네. 대표님. 한문 천(天)을 영어로 해석하면 스카이, 한문 마(魔)를 데빌 이렇게 불리더군요. 이걸 합치면 스튜디오 스카이 데빌. 약자로 하면 SSD!"


스튜디어 스카이 데빌.


어!!??


줄였을 때 SSD라?

자신도 모르게 뇌리에서 번뜩여지는 이름.

마치 꼭 계시를 받은 기분이다.


탁!


백현이 상석의 의자를 치며 일어난다.


"정했어, 그럼 지금부터 제작사명은 스튜디오 스카이 데빌이다!"


제작사 스튜디오 스카이 데빌, 줄여서 SSD의 사명이 정해진 순간이었다.


짝짝짝!


다들 박수를 치며 만족해하는 그 순간.


띠링─


맑은 음이 울려 퍼지더니, 돌연 백현의 눈앞에 무언가가 수놓아졌다.


@ 메인 퀘스트 발동 @


[내용: SSD가 백현을 주연으로 드라마를 제작 및 방영하시오.]

[퀘스트 성공시 보상 : ???]

[제한 시간 : 200일]

[퀘스트 실패시 : 고유 퀘스트 실패권 1회 적립]


뭐.


저게 무슨 말이지?

내가 주연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라고???


"······!!"


백현은 퀘스트 내용을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때문에 옆에 있는 군사를 다급하게 불렀다.


“가··· 갈명!”

“네?”

“지금 새로운 퀘스트가 떴어.”

“오~ 그렇습니까. 대표님.”

“그런데, 그 내용에 SSD가 백현을 주연으로 드라마를 제작 및 방영하시오. 라고 적혀 있어. 이··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서·· 설마 본좌가 예상하는 그·· 그거 아니지?”


백현의 말을 듣고 곧바로 퀘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갈명.

옆에서 같이 들은 사대마성이 영문모를 표정을 머금고 대표와 군사를 쳐다보다가, 그 진의를 천천히 파악해 간다.


장내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


흘러가는 분위기로 보아 자신의 짐작이 맞는 걸 확신한 백현.

그래도, 설마 하는 심정으로 군사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혹시 내가 예상하는 그게 맞는 거야?”

“그·· 그게, 스튜디오 스카이 데빌이 드라마를 제작해야 하는데, 그 드라마의 주··· 주연으로··· 대표님이··· 선택 된거 같습니다. 아마도···.“

“그러니까 맞지!? 내가··· 이 본좌가 주인공하는 얼토당토한 소리 맞는 거지!? 그치!?”


언뜻 살기마저 엿보이는 강렬한 백현의 시선을 회피하며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이는 갈명.


“······!!??”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난데없이 사라지고, 모두 쥐 죽은 듯 백현의 눈치를 보기 바빠졌다.


다른 거 몰라도 이건 쉽게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감히──


천상천하 유아독존, 동방세계의 절대지존, 유일무이한 고금제일인 본좌에게 광대놀음을 시키려 한단 말이렷다.

이 아카식 어쩌고 하는 망할 시스템 따위가 주제넘게 높디높은 본좌의 명예를 더럽히려 한다.


전신을 부들부들 떨던 백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 이런 씨발! 보자 보자 하니깐 진짜! '적당히'를 몰라!!! ”


그의 절규가 극한 치킨집을 넘어, 밖을 걷고 있던 외부인들마저 들었을 정도로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




사대마성이 청운의 방에 전원 모여있다.


“아카식레코드라는 그거 말이야. 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진짜. 아무리 동방으로 보내준다지만, 어찌 교주님을 저리 농락할 수 있어? 미친 거 아니냐?”

“그러게 말이야!”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모두 침울해져 있다.


“교주님보고 드라마에 출연하라니. 그것도 주연으로···.”


단순히 생각만 했는데도 아찔하다.


“야~ 진짜 미쳤다. 돌았어.”


그런데, 그때.


마침 청운의 방에 있던 TV에서 어떤 드라마 하나가 방영되었고, 신이 전환되며 상당히 긴박한 BGM이 흘러나왔다. 그로 인해 사대마성의 어그로가 자연스럽게 끌려 시선이 TV로 쏠렸다.


-장모님. 여긴 어떻게.

-너, 감히 내 딸을 두고 바람을 필 수 있어.


화면 속에서 그렇게 말한 장모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에서 큰 통을 꺼내든다. 빠르게 뚜껑을 열더니, 안에서 제법 크고 통통한, 붉은 빛깔의 무언가를 잡아챘다.


화면이 클로즈업 되더니, 손에 든 그 무언가를 강조한다.


그건··· 김치였다. 그것도 이제 막 새로 담근 김치 한포기!


그 순간,


짜악─!


맹렬하게 휘둘러지는 장모의 김치 싸대기 스매쉬!


-자·· 장모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김치 양념으로 범벅이 된 남성이 기겁해서 역성을 냈다. 허나!

대꾸 대신 장모에게서 되돌아온 건 연발 김치 싸대기였다.


짝! 짜악! 짜아악─────!


김칫국물로 완전히 샤워를 한 남성이 다급히 장모의 김치를 거칠게 뺏어 들며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른다. 이런 무례를 저지른 사람이 장모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주먹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제발! 그만 하세요!

-닥쳐!


그 박력에 사대마성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가히 상상조차 못 한 기괴한 장면이었으나, 그만큼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흡입력이 뛰어났다.


“서··· 설마 교주님이··· 저런 걸 찍어야 한단 말이지?”


얼떨떨한 말투로 먼저 입을 연 건 서도명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맙소사, 절대 교주님한테 이거 보여주면 안되겠다.”

“그러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저런 걸 찍으시진 않을거야.”

“행여나 우리들한테까지 불똥이 튀어 우리가 저런 걸 찍지는 않겠지?”


순간, 청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사대마성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헉!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막았다.


"······!!"

"······!!"

"······!!"

"······!!"

"에이 설마!"


그렇게 분위기가 가라앉는 와중에···


화면 속의 장모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결국 김치통마저 집어 들어, 남성에게 들이 붙는 하이라이트 신이 장식되고 있었다.




*****




고요함이 눌러앉은 밤.


딸깍딸깍


신경질적인 클릭소리가 울린다.


“역시나 불가능해.”


군사 갈명, 갈전무가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를 확인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한다.


후룹~


카페인을 보충한 갈명은 한참을 구골과 씨름을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불현듯, 한 인영이 나타난다.

손에 핑크색의 무언가를 들고 있는 50대로 보이는 중년인.

그를 보고 갈명은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또 인형을 사 오셨습니까. 이장로님."


이장로 마선 유정겸이 손에 들린 인형을 한차례 쓰다듬더니, 살짝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한다.


"···이거밖에 할 게 없어서 그러오."


과거 동방시절, 하나밖에 없던 아들이 정마대전에서 유명을 달리 한 후, 실의에 젖어 술독에 빠져 지냈던 그에게 뜻밖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아들의 며느리가 임신했다는 사실.


그렇게, 태어난 손자를 아들의 분신처럼 여기면서 애지중지하며 키웠는데, 지금 이 요상한 세계에서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하루빨리 동방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가르치고 돌봐줘야 하는데···.


"···부인께서 현명하시고 강단도 있으시니, 잘 보살피고 계실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사정을 다 알고 있는바, 위로 말고는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유정겸의 눈에 진한 아쉬움이 어린 채로, 그저 인형만을 쓰다듬고 있을 따름이다.


"갈전무, 대표님은 여전히 저리고 계시나?"

"그렇습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그러고 계실런지? 갈전무가 좀 나서서 설득이라도 해보는 건 어떤가?”


현재 이곳에서 그나마 대표님을 설득할 수 있는 이는 갈명뿐이 없다.


“안그래도 슬슬 그럴 참이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앞으로의 일정이 심히 꼬일 될지도 모르니까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찔러 본 건데, 때마침 그가 움직인단다.


“오, 정말인가. 손자에게 줄 인형을 모으다 보니 좀이 쑤셔서 닦달을 부려봤네. 이해해줘서 고맙네. 군사. 자네만 믿겠네.”

"걱정 마시고, 살펴 가십시요. 멀리 안 나갑니다."


군사가 움직인다면 뭔가 희망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이장로였다. 한 손으로 인형을 보듬어 안은 어딘가 이질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그가 떠나자, 갈명은 심호흡을 한차례 한다.


“대표님은 드라마를 좀 이해하셨으려나.”


백현의 한 달간의 드라마 폐관 수련이 이제 곧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갈명은 어렴풋이 느꼈다.


이후 백현은 드라마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 완.


작가의말

여기까지 외전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본편은 조만간 새롭게 연재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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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4시입니다. 21.07.27 81 0 -
» 시나리오. (2) - 외전 완. 21.08.10 39 3 12쪽
17 시나리오. (1) - 외전 16화 21.08.09 40 2 11쪽
16 아트필름. (7) - 외전 15화 21.08.07 37 2 16쪽
15 아트필름. (6) - 외전 14화 21.08.06 46 2 11쪽
14 아트필름. (5) - 외전 13화 21.08.05 45 2 11쪽
13 아트필름. (4) - 외전 12화 21.08.04 51 2 16쪽
12 아트필름. (3) - 외전 11화 21.08.03 51 3 12쪽
11 아트필름. (2) - 외전 10화 21.08.02 72 4 12쪽
10 아트필름. (1) - 외전 9화 21.08.02 74 4 12쪽
9 극한 치킨집. (4) - 외전 8화 21.07.31 99 5 11쪽
8 극한 치킨집. (3) - 외전 7화 +1 21.07.30 122 5 11쪽
7 극한 치킨집. (2) - 외전 6화 21.07.29 130 5 11쪽
6 극한 치킨집. (1) - 외전 5화 +2 21.07.29 140 6 11쪽
5 적응. (4) - 외전 4화 +1 21.07.28 150 6 11쪽
4 적응. (3) - 외전 3화 21.07.27 174 7 15쪽
3 적응. (2) 외전 2화 21.07.27 18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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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1.07.27 29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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