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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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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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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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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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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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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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DUMMY

61화


댈러스의 집무실.

댈러스는 구보도중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수한을 떠올리곤 헛웃음을 흘렸다.


‘거의 도착하자 돌아온 시간인데. 던전 내에 마물이 없다는 걸 보자마자 돌아온 건가?’


그럼 실험체는 보지도 못했다는 말이다.


‘계획을 위해선 이게 가장 좋지만, 막상 눈엣가시인 녀석이 죽지 않았다니..’

“조금은 아쉽군.”


그때.


똑똑-


“단장님, 대공님께서 오셨습니다.”


대화가 길지는 않았는지.

리테란은 평소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집무실에 들어와,

문을 꽉 닫았다.


“라이어스 자작에게 들었는데, 던전 내에 괴이한 형태의 마물이 있었다고 하더군.”

“...”


그간 자신의 속내를 감추는데 도가 튼 댈러스이지만.

지금 리테란이 한 말엔 그조차도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로선 다행히도 그저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표정이나 몸짓 등에서 무언가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진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리테란이 인상을 굳히더니 갑자기 그에게 질문했으니까.


“흑마법사들이 관여되었다고 하던데. 혹시 아는 것이 있나?”

“흑마법사라니.. 처음 듣는 사안입니다. 거긴 그저 웨어울프 서식지 아니었습니까?”

“아니라고 하더군. 안 그래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가볼 생각이니, 같이 가도록 하지.”

“확인이라니요?”


하지만 이어지는 리테란의 대답에는 아무리 댈러스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의 실험체를 잡았다고 해서 말이야.”




리테란은 댈러스를 비롯해 자신의 산하인 제1기사단도 포함해 사병의 상당수를 같이 던전으로 데려갔는데,

5시간 가까이 댈러스는 큰 혼란에 빠져있었다.


‘불가능하다. 일반제물도 아니고, 악마의 축복을 받은 녀석들까지 포함해 50의 제물을 다 섭취한 실험체는 거의 마스터에 준할 텐데. 게다가 주입한 악마의 피는 라스였으니 더 광포했을 터.’


그런 실험체를 대체 어떻게 잡았다는 걸까.

아니, 잡았다는 게 사실이긴 한 걸까.


‘아, 혹시 잡았다는 게 죽였다는 말이 아니라 가둬두었다는 말인가?’


그러면 불가능한 말도 아닐 것 같은 게,

실험실은 비밀 통로에 있고.

애초에 그 내부의 내부에 놈을 가둬둔 상태였으니 그곳에 실험체가 있는 걸 확인만하고 도망쳤다면 납득이 갔다.

물론 머리 한구석으로 그곳이 제물을 다 먹은 실험체를 가둘 정도로 튼튼하진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진심으로, 그만큼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고작 상급 둘이서 소드마스터급의 실험체를 죽였다는 것이.


그 말은 다시 말해, 마스터인 자신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었으니까.


그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혀 얼굴이 굳은 채 동행하는 댈러스를 보고.

리테란은 평소처럼 사병들과 농담 섞인 대화를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오후가 되서야 도착한 곳에는.


수한의 말대로 돌무더기에 깔려죽은 웨어울프가 있었다.


“사실이었군. 자세한 건 가져가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드러난 크기만 봐도 일반적인 웨어울프 마물의 크기가 아니야. 부단장인 자네가 현장을 지휘하ㄱ..”


리테란이 뭐라뭐라 지시를 내리는데.

댈러스는 웨어울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될 것 같군. 음? 댈러스경.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뭐라도 알아낸 건가?”

“아.. 그것이 아니라, 근처에 놈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미처 눈치 채지 못한 것이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놈들이 기생충 같은 버러지들인 건 알지만, 그렇다고 너무 인상 쓰지는 마라. 지금부터라도 사건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해 실마리를 잡아내면 될 테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이 웨어울프의 사체는 제가 전담을 맡아 조사하는 것으로..”

“아, 그거 말인데.”


리테란이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


“라이어스 자작이 폐하께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올리겠다고 해서 말이야. 조만간 궁에 사람을 보내서 이걸 인계할 생각이다.”

“예?”


그건 그간 댈러스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었던 리테란의 행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는데,

그에 댈러스가 짐짓 기분이 상했다는 듯 인상이 조금 굳자.


“아무리 내가 대공이라지만, 이 권한은 결국 폐하가 내리신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뭣보다, 이걸 잡은 건 나나 자네가 아니라 라이어스 자작이기도 하고. 자작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었다네.”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 ..그래도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모두를 믿을 수는 없다고 하신 것은 대공님이십니다.”

“허허, 물론 내가 직접 한 말이긴 하다만. 그래도 말조심하게. 지금 우리는 폐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지.”

“죄송합니다.”


결국 댈러스가 한 발 물러나고.

그는 갑자기 국왕을 신경 쓰는 듯한 그의 처사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이내 불안함을 가라앉혔다.


‘납득이 가지 않는 언행은 아니다. 워낙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이라 다루기 힘들었던 처음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다만.


‘이 기행도 결국은 그 놈이 원인으로 일어난 것이군.’


자신조차 주의를 해야 잡을 수 있는 실험체를 잡은 것으로도 모자라,

리테란의 행동까지 조정하다니.


물론 수한은 그런 것을 리테란에게 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바란 적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리테란이 그저 자신의 사람들을 맹신하던 기존의 모습에서,

조금 신중해졌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패트릭은 왕성으로 복귀하고.

마나석을 이용해 일단 라이어스 저택으로 돌아온 수한은 당장 데힐부터 찾았는데,

물론 통신구로 말해도 되는 게 아닌가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사병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생긴 이상은 직접 말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데힐은 수한이 갑자기 찾아간 집무실이 아닌 연구실에 있다고 했고,

수한은 일단 척과 잭, 라나는 좀 쉬라고 하곤 연구실로 향했다.


똑똑-


“아버지, 저 왔습니다.”


데힐의 연구실은 별동에 지어져 있었는데,

다갈색의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그곳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튼튼해 보이긴 했고,

수한은 시종의 안내를 받아 그 중 제 2실험실이라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자주 있는 일인지 그를 이곳까지 안내한 시종은 그냥 들어가도 괜찮을 거라며 문을 열었다.


안은 마법사의 연구실이라는 곳치고는 오히려 식물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식물이 많았는데,

전부 수한도 아는 식물이었다.

그건 전부 그가 병을 낫는데 크게 일조한 별꽃초였으니까.


이게 여기 왜 이렇게 많이 심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수한이 저도 모르게 시종을 쳐다봤는데.


“도련님이 나으신 직후 갑자기 무더기로 심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 이상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특성 전환 포션 때문이구나.’


하기야 데힐의 성격을 생각하면 심고도 남을 건 당연하기도 해서.


‘그럼 달광석도 엄청 모아뒀으려나.’


달광석의 경우는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수한은 이러니 마법 연구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구나, 싶었다.


시종은 수한을 연구실 깊숙이 안내했고.

잠시 뒤 수한은 데힐이 구석의 책상에서 등을 보이고 서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쿵쿵 내리찍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별꽃초였다.


“..설마 연구한다면서 이걸로 스트레스 풀고 계시는 건 아니죠?”


그 모습이 뭔가 짜증을 푸는 것처럼 보였기에 물었을 뿐인데.


“으악!”


소스라치게 놀란 데힐이 옆으로 펄쩍 피했고,

그러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책상을 짚어 넘어지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럴 의도는 아니ㅇ..”

“..리안! 대체 언제 온 것이냐?!”

“얼마 안 됐습니다. 방금 대공님이 텔레포트를 쓰게 허가해주셔서 돌아온 참입니다.”


수한이 너무 놀라게 한 건가 싶어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하는데.

데힐이 십년감수했다는 듯 한 표정으로 심호흡을 좀 하더니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하하, 예정보다는 빨리 왔지만 그래도 너무 늦은 거 아니냐.”

“...”


대체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순간 말을 잃었는데.

데힐이 그동안 연락이 너무 없어서 걱정했다고 하곤,

손에 쥐고 있던 장갑을 벗어던졌다.


그러곤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를 하자며 수한을 데리고 응접실로 향하는데,

가던 도중 루크가 나타났다.


“도련님-!”


그는 복도 끝에서부터 죽어라 달려왔는데,

평소 수한에게 위신이며 체통 어쩌구를 운운했던 것치곤 너무 결사적으로 달려왔기에.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어이가 없어서 입이 조금 벌어지는 와중.


가까이 다가온 루크가 헉헉거리면서 척과 잭이 돌아와서 수한이 온 걸 알았다고,

왜 자신에게 먼저 오지 않았냐며 조금 우울한 기색으로 중얼거리는데.


“당연히 내 아들이니 나에게 먼저 온 건 아니겠느냐.”


데힐이 허리춤에 양 손을 올리더니 거보라는 듯 껄껄 웃는 게 아닌가.


“..제가 그걸 몰라서 말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어, 자네 지금 삐진 건가? 참 속이 좁군 그래. 그러니 리안이 자네가 아니라 날 먼저 택한 것이야.”

“방금은 아버지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주인님이야말로 말의 무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고 손바닥 뒤집듯 말씀하시는 군요. 계속 그렇게 행동하시면 도련님이 질리실 겁니다.”

“질리다니! 자네 지금 나 저주하는 건가?”

“제가 언제 저주했습니까? 가신으로서 당연히 올릴 수 있는 따끔한 충언이니 화낼 게 아니라 오히려 새겨들으셔야지요!”

‘와.. 어째 변하질 않냐..’


만나자마자 싸우는 둘을 보고 수한은 진짜 질리는 기분이 들긴 했는데,

이내 자꾸 싸우면 그냥 갈 거라고 하니 간신히 멈추긴 했지만.


응접실로 가는 동안에도 데힐과 루크는 언성을 높이진 않았지만 누가 더 그의 생각을 많이 했는지에 대한 주제로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게 아닌가.


이윽고 응접실에 도착해 수한이 사병의 수준을 높여야한다고 말하니.

그제서야 데힐과 루크가 쓸데없는 말싸움을 멈췄는데,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이미 우리 사병은 꽤 수준이 높다고 불리고 있다. 어째서 이보다 더 수준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냐?”


그 사병들이 그가 위스텔과 개인훈련을 하던 때 짬짬이 줄다리기를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오는 말이긴 했지만.

수한은 괜히 다른 주제를 말하는 대신 지난 며칠간 그가 겪은 일을 설명했다.


레웨나 고원에서 거미형 마물과 인간이 합쳐져 있었다는 것과,

대공령에도 놈들이 이미 잠입해있고,

칼레아 산맥의 던전엔 웨어울프로 실험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데힐과 루크가 몇 번이나 대체 무슨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다닌 거냐며 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내 말이 끝났을 땐 둘 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군.”

“그렇습니다. 저는 가장 심각한 상황이 라슈드국처럼 이 이스터국도 내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라 여겼는데, 도련님의 말씀대로라면 정말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놈들이 소환한 악마나 흑마법사들뿐만이 아니라 변종마물도 있겠어.”

“그리고 어쩌면..”


루크는 말을 하다말고 입을 다물었는데,

수한이나 데힐 둘 다 그가 하려는 말이 놈들에게 포섭당한 국내 귀족들과도 싸워야할 거라는 내용임을 알았기에.


“..일단 실버 백작의 자금행방에 대해 더 캐봐야 할 것 같군.”


데힐이 중얼거렸고,

그에 수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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