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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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뚜
그림/삽화
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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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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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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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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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DUMMY

63화


그 시각.

전에 중단된 감찰을 이어서 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레윌 실버가 통신이 끊긴 통신구를 냅다 집어던졌을 때.

실버의 거대한 저택의 다른 방에서는 질럿이 편지를 있는 대로 구겨 냅다 집어던지고 있었다.

사냥철을 다가와, 연례행사를 치르기 위해 그웬도 같이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냥대회를 오겠다고?! 그 뒤로 내가 가는 곳마다 무슨 망신을 당했는데..!”


사실 수한이 왕궁에서 질럿, 그웬과 정정당당하게 겨뤄 승리했다는 사실은 통신구와 편지, 사교행사 때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퍼진 상황이었는데,

왕이 입회한 대련이라는 수식이 붙은 이상.

그 진위여부에 대해 대놓고 왈가왈부하는 이가 없어 반응이 반반으로 갈린 상황이었다.


사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질럿을 대놓고 흉보든지,

숨어서 흉보든지.

둘 중 하나로 말이다.


물론 수한이 이 사실을 알기 만무했던 이유는.

그간 워낙 바쁘기도 했고,

그나마 시간이 났을 때조차 훈련을 하며 타 귀족과 거의 접점을 가지지 않아서였다.

최근에 만난 대공 리테란은 그런 소문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아니었고 말이다.

물론 그 소문을 알았어도 굳이 수한에게 다시 그것에 대해 말할 인물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질럿은 수한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때문에 이번 사냥 대회로 입지를 다시 다지려고 한 것이었는데.

뜬금없이 수한이 참가하겠다고 하니 화가 폭발한 것이다.


“하, 참가를 원한다고 다 받는 줄 알아?! 당연히 문전박대를..!”


아니.

생각해보니.


‘놈은 검을 잘 쓰는 거지, 사냥은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지근거리에서 곰과 같은 맹수를 잡는 것도 사냥이긴 하지만.

사냥터에 그런 맹수는 진작에 씨를 말린 상황이지 않은가.

그는 사슴 따위의 초식동물을 잡아 우월함을 느끼고 싶은 것이지,

목숨 걸고 사냥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그웬이 사냥 대회에 출전을 관둔 뒤로는 일부러 사냥꾼을 풀어 곰과 늑대 등의 맹수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그가 주최하는 사냥 대회였으니, 그가 원하는 대로 탈바꿈한 것이다.


‘내가 비록 검술에서는 누님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활은 다른 얘기다.’


빠르게 도망치는 사슴을 맞힐 정도이니까.

그러니 어쩌면.

아니, 확실하게.


‘매년 대회에선 눈먼 화살에 다치는 이들도 종종 나왔지.’


질럿의 악랄한 계획이 세워진 순간이다.




다음날.

수한은 백작령으로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면서 슬쩍 어젯밤 계승시킨 스킬을 확인했다.


[당뇨]

-당뇨가 생깁니다.

-혈액 내 당을 마나로 치환합니다.

-쿨타임 일주일.

*특성 전환 치료약 섭취로 인해 개선된 가족력 Ⅱ의 영향을 받습니다.


쿨타임이 일주일이나 되는 터라 얻자마자 바로 사용한 스킬인데,

내심 수한은 쿨타임이 어째서 일주일이나 되는지에 대한 것을 방금 아침을 먹으며 실감한 차였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둘 다.


‘그래도 마나가 꽤 늘긴 했는데.’


문제는 스킬을 쓰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점이다.

천만다행으로 아침에 엄청난 공복감과 같이 눈을 뜰 정도로는 회복하긴 했지만.


몸이 다 나은 뒤론 그렇게 숟가락도 들 힘이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진 건 처음이어서,

처음엔 진짜 심각한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다.

특성 전환 포션의 효과가 다해서 다시 몸이 아파졌다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설마 쓰러질 정도로 당을 다 마나로 치환시키는 스킬일 줄이야.’


다행히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 결과.

수한은 자신이 쓰러진 이유가 저혈당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때문에 그토록 고대하던 스킬을 얻었음에도 지금 수한의 기분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단장님. 표정이 많이 안 좋으신데, 괜찮으십니까?”


그런 그를 쫒아가고 있던 잭이 물었는데,

루크에게 한 말도 있는 터라 수한이 이번 사냥 대회에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

물론 스승역의 라나도 같이.


“어. 나쁘지 않아.”

“진짜?”


수한의 대답에 라나가 미심쩍다는 듯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지만.


결과적으론 지속적으로 마나를 얻을 수단을 얻은 것은 맞기에.

수한은 애써 표정을 풀곤 괜찮다고 말했고,

잠시 후 준비가 완료된 텔레포트를 이용해 실버 백작의 저택에 도착했다.


우웅..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굉장히 화려한 정원이었는데,

분명 도착하자마자 시야를 빼앗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일순 멋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보통 그나마 수월히 관리하기 위해 실내나 지하에 마법진을 새기는 것을 생각하면,

마법진이 실외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돈지랄임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 마중 나온 집사로 보이는 이조차.


“환영합니다, 라이어스 자작님.”


한쪽 팔만 직각으로 올려 하얀 천을 올리고 있고.

금테 외알 안경을 쓴 남자는 누가 봐도 집사임은 알 수 있었지만.

정말 금이기라도 한 건지 번쩍거리는 금빛 단추라던가,

어깨뽕을 심하게 넣은 옷 자체가 너무 과하게 느껴졌기에.

그들은 마법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조차 까먹고 일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는데,

질럿과 실버였다.


“훗, 역시 이 화려한 곳과 집안 식솔에게도 돈을 아까지 않는 내 배포엔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과한 돈지랄에 놀란 것도 압도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면 맞는 말이겠지만.


멀리서 보는 그의 눈에는 그저 수한과 그 일행이 놀란 듯 굳어버리는 걸 보는 게 전부였고,

애초에 ‘정도’라는 것을 안다면 이런 짓을 계획할 리도 없기에.


‘이제 빨리 가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


그는 집사가 방을 안내하겠다는 명목으로 저택 내부의 화려함도 충분히 구경시킬 동안 재빨리 응접실로 향했는데,

이미 수한을 제외한 다른 사냥 대회 참가 귀족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상황이었다.




쿵-


“..이게 뭡니까?”


수한 일행보다 먼저 실버 백작령에 와 있던 패트릭이 두꺼운 서류뭉치를 레윌 실버 앞에 내려 놓았다.

그것의 가장 앞에는 ‘기부내역’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는데,

패트릭이 화가 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전에 왔을 때 까지만 해도 기부하는데 돈은 셈하고 싶지 않다며 따로 기록한 내역이 없어 보여줄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발로 뛰어 조사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와중 놈들의 계략에 속아 넘어간 것인데.

이제와서 이런 걸 들이미니 아무리 그라도 화가 나는 것이다.


“이전엔 없었던 걸 의심당하니 내놓으시면, 제가 쉽사리 믿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급하게 쓴 티가 물씬 나는 표지는 그렇다 쳐도.

그 내용조차 조작한 티가 역력했다.

분명 기부 내역이라 해놓고.

수령자의 이름이 전부 달라 촉박한 시간을 쪼개 랜덤으로 골라 확인했더니,

근 이틀 사이에 영지민들에게 어거지로 돈을 쥐어 놓고는, 그들에게 기부했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날짜는 몇 년 전에 준 것이라며 날조까지 해놓고 말이다.


“지금 이거나 보고 빨리 꺼지라는 뜻 아닙니까?!”

“꺼지라고 했다니, 말조심하게! 난 ‘백작’이란 말일세! 자네가 비록 폐하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선은 넘지 말아야 할 것이야.”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레윌이 콧수염까지 부들부들 떨며 한 말에 패트릭도 지지 않고 시선을 마주쳐 쏘아보았지만.


“협박이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닐세. 그리고 자네가 뭔가 심히 착각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 내역서의 내용을 확인을 하긴 한 건가? 그 자들은 실제로 다 기부금을 받았는데 말이지.”

“기부금인지 뭔지를 받긴 했으나 날짜가 심하게 다르단 말입니다. 모두가 근 이틀 새에 받았다고 하는데, 여기엔 무슨 5년 전에 받았다고..”

“하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것들이니 날짜도 제대로 셈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자네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줘야할 사안인 듯한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연단위의 날짜를 지금 ‘착각’이라도 되는 듯 치부하다니.

심지어 자신의 영지민에게 하는 말이라곤 믿을 수 없는 언사이지 않은가.


그에 패트릭이 저도 모르게 손 아래로 잡히는 기부내역 종이를 꾸깃, 쥐다가.


“..더 말할 가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서 조사할 테니 백작님은 그 자리에 가만히 계시기나 하시지요.”


그러고 나가려는데.


“오늘부터 내 아들이 주최하는 사냥 대회가 열리는 날이라네. 모쪼록 숲에는 가지 않도록 조심하게나.”

“...”

“눈 먼 화살이 누구에게 향할지는 아무도 모르니.”


쿵!


그 말을 끝으로 패트릭은 아예 레윌의 집무실을 나와 버렸고,

이내 자신이 부릴 수족으로 데려온 이들에게 영지 곳곳에 흩어져 교회와 고아원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라 했으나.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한들 금방 해결될 문제론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라이어스 자작은 이 어려운 조사를 대체 어떻게 해서 놈들의 근거지를 잡아낸 건지..’


오늘부터 사냥 대회라고 하니 지금쯤이면 오긴 했을 텐데.


패트릭은 잠시 고민하다가 수한의 통신구로 연락을 했고,

이내 수한이 연락을 받자 물어보려고 했으나.


“..!”


그의 뒤에 실버 백작의 아들, 질럿 실버가 떡하니 같이 비치자 순간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수한은 전혀 놀라지 않고 물었는데,

이내 패트릭은 그게 질럿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초상화라는 것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하, 그 그림이 참.. 사실적이군요.”

“저도 놀란 참입니다. 이 방은 역대 ‘실버’의 이름을 가지신 분들이 전부 이런 식으로 보관되어있다고 하더군요.”


그러곤 수한이 백작의 집사가 가르쳐 주었다며 그를 언급했는데,

그게 꼭 ‘지금은 듣는 귀가 있으니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 같았기에.


“아하,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 사냥 대회가 시작된다고 하여 안부차 연락드렸습니다만, 따로 연습은 하지 않아도 괜찮으신 겁니까?”

“연습한다고 하루 만에 달라질 실력도 아니고, 저는 그냥 즐기다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찰관님이야말로 업무는 잘 보고 계시는 겁니까?”

“제가 하는 일이야 뭐 똑같지 않습니까. 그냥 이것저것 확인 좀 하고.. 뭐 그런 거니까요. 오히려 계속 이러고 있으려니 답답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조사에 진척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인데.

그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닌지, 수한은 그럼 수고하라는 말을 끝으로 먼저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건 내가 경솔했군. 아무리 개인 통신구라 해도 실버 백작저인 이상 주변에 있는 이 모두를 조심해야 하는데.’


패트릭은 내심 감찰관인 자신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실이 들통 난 수한이 곤란해진 건 아닌가 걱정했고,

실제로 수한은 일부러 집사가 듣도록 연락처 좀 안다고 수시로 전화하네, 라고 중얼거렸다.

귀찮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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