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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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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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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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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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용서받지 못한 자

DUMMY

"지금 장난해!!??"


어깨로 날아오는 타구를 피한 선덕을 보며 미츠이가 울컥했다.


"누가봐도 고의잖아 저거는!!"


-퍼억!!


"이런 씨!!! 미친 자식들이"


결국 선덕이 쓰러지는 걸 보고 눈이 돌아간 미츠이가 상대 투수를 향해 달려갔다.


"이게 한국야구냐 이 새끼들아!!"


-타악!


미츠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사카타와 유우키가 양손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은 선덕이 우선이야"


일본 국대팀이 전부 뛰쳐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한국 팀 역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벤치클리어링에 많은 카메라들이 선수들을 주목했지만 기자들이 바라는 상황까지는 가지 못했다.


"선덕 괜찮아!?? "


***


'뭐..뭐야? 여긴 어디야??'


[이전 데이터가 복구 됩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 공간에서 눈을 뜬 선덕이 서있는 곳은 전국 중학교야구 결승전 포항경기장의 마운드 위,


어두웠던 경기장은 어느새 익숙한 풍경으로 돌변했다.


'여..여긴 설마? 그만둬!!'


-빠악!! 으으으..!!


[빈볼 패널티 적용 신체 능력치가 전부 하향됩니다.]


-빠아악!!


[빈볼 패널티 더블! 스태미나 능력치 50% 소멸합니다.]


'도대체 왜!!?


자신의 신체 능력치를 갉아 먹으면서까지 어째서 멈추지 못했을까?


두 타자를 빈볼 맞추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는 조규환 선수가 눈에 보이자 어두운 그라운드에서 선덕은 미친듯이 소리쳤다.


"피해!!! 제발 무사히 피해줘!!!!"



그러나 조규환의 머리는 오로지 승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무..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기회 꼭 살린다. 우..우리 진흥 중학교가 전국 최고라는 걸 감독님께 증명할꺼야! 참을 수 있어.. 참을 수 있다고!!'


"아니 병신아 그냥 피하라고!!!"


-빠악!!!


선덕의 간절한 외침에도 조규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이...다...'


[광기수치가 MAX에 도달했습니다.]

[최초로 낙오자 업적을 기록하셨습니다.]

[야구 마스터 시스템이 훼손됩니다.]


'아... 이거 때문이었어?'


잃어버렸던 퍼즐들이 하나 둘 맞춰지며 과거 야구에 미친듯 몰두했던 선덕의 최종 목표를 알게 되었는데..


그 목표는아이러니 하게도 야구를 그만두는 것이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시스템을 없애고 싶었구나..'


야구를 시작하게 됨과 동시에 갑자기 생겨버린 이 시스템 체벌은 어린 초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고문에 가까운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래 맞아.. 너무 아프고 힘든 시간이였어'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것에 희열을 느껴야할 어린 선덕은 어느 순간 자신의 성장을 두려워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당장 자신에게 내려진 이 끔찍한 형벌을 피하려고 발버둥 치던 선덕은 중학교 입학 후 선배들의 부조리와 악습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선덕에게 딱 하나 보였던 출구는 바로 '광기 수치'였다.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 시작했던 선덕의 악행들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처럼 몸에 굳어져버렸고, 시간을 흘러 황선덕이라는 한 명의 인격은 광기에 매몰되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원망만 했었네..'


아무에게도 상담할 수 없었던 중학생 황선덕의 고민,

기억을 잃고 무차별적으로 당해왔던 보복,

과거의 자신에 대한 혐오까지


끔찍한 사고를 일으킨 선덕은 앞으로도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가족을 제외한 단 한명의 편도 없었던 어린 황선덕을 위로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


"괜찮아!?? 선덕!! 정신 차려봐!!"


-들것 가져와요!! 어서요!!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팀원들의 고함소리,

메아리처럼 선덕의 귓가에 맴돌았다.


"으으... 아이고 머리야"

"정신이 들어? 내가 누구야?"

"오니씨잖아요. 괜찮으니까 경기 속행하시죠."


선덕이 멀쩡하게 다시 일어서자 소란스러웠던 그라운드는 다시 잠잠해질 수 있었다.


"흥! 꼭 저런 놈들이 쓸데없이 몸은 튼튼하다니까 현우로 돌려!"


-삐빅!!


머리를 정통으로 맞춘 투수는 당연히 퇴장이 선언되고 한국팀은 1회에만 4번째 투수가 올라오게 되었다.


"저 투수만 공략하면 마지막 남은 한명까지 끌어내릴 수 있겠어"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 저 미친 새끼들 가만 안둔다 진짜...!"

"미츠이! 쓸데없는 생각 하는 건 아니지!?"


벤치클리어링 때도 한국팀 투수와 당장에라도 치고 받을 것처럼 상기되었던 미츠이가 걱정된 사카타 질문에,


"걱정마 날 뭘로 아는거야?"

"크흠.. 뭐 실력으로 찍어누르면 될 일이야 다행히 선덕이도 무사한 것 같고"


1루에 나가있는 선덕은 아직 정신이 살짝 몽롱했기에 어설픈 주류플레이는 시도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퍼억!


"세이프!"


-퍼억!!


"세이프!!"


새로 들어온 한국 강현우 투수가 노골적인 1루 견제를 하기 시작했다.


-빠직!


'그래 계속 그따구로 나온다 이거지? 어디 한번 계속 던져봐 니가 밤새 던질 수 있을 것 같냐?'


-퍼억!


"세이프!!"


7번 연속 견제가 이어지자,


-삐빅!!


결국 심판의 제지를 받게 되었다.


'후우.. 이쯤했으면 더 지랄은 안하겠지'


새로 들어온 투수 강현우가 한국 쪽 벤치를 '스윽~'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1루를 바라보지 않고 타자에게 집중했다.


'오..온다!'


길었던 견제 끝에 초구는 타자 몸 깊숙이 휘어 들어갔고,


-스이이익!! 티잉!!


배트에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 정면 굴러가고 말았다.


"병살 병살!!"

"아웃!! 아우우웃!!"


***


"야 다들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특히! 박병수 너! 도대체 4번 타자로써 하는 게 뭐야!? 이래가지고 프로가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겠어??"

"죄..죄송합니다. 감독님"

"민창수 너도 마찬가지야 이 자식아! 공 똑바로 안봐? 막 휘두를꺼야!!? 놀러왔어!?"


그 뒤로 양팀의 투수진들의 호투가 이어졌다.


특히 5회 동안 미츠이를 공략하지 못한 한국팀은 단 한명의 주자도 나가지 못한 채 압살 당하는 중이었다.


"때려쳐라 때려쳐! 니들이 그러고도 국가대표냐!?"


그나마 유일하게 한국팀에서 욕먹지 않은 사람은 지금도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강현우 투수 단 한 명뿐,


"감독님"


5회초까지 미츠이를 공략 못하는 대표팀이 답답했던 강현우가 처음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아무래도 투수의 빠른 볼에 다들 적응을 못하는 것 같은데..광진고 신광민의 공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치기 편하지 않을까요?"


같은 좌완에 155까지는 아니지만, 151km/h까지 던지는 신광민의 공

국내 고교야구에서 가장 빠른 볼이지만 그의 높은 직구는 많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어 속칭 '빠른 배팅볼'이라고 불리는 사나이였다.


"하지만 코스가 광민이랑은 차원이 달라! 존 끝에 아무렇지도 않게 꽂아버린다니까!?"


답답한 소리하지말라는 듯 4번 타자 박병수가 되받아치자,


"물론 직구는 그렇죠 하지만 커브라면 어떨까요? 커브는 그렇게까지 예리하지 않았습니다."

"그..그렇긴 하지.."

"다들 화려한 직구에 현혹되어서 잊고 계신 것 같은데 승부 상황에는 반드시 커브를 던졌습니다."


투구수가 슬슬 40구에 도달한 미츠이를 공략할 수 있는 시간은 다음 6회초 밖에 없었다.


"어차피 투수가 적은 상대는 9구만 더 던지면 알아서 내려갈겁니다. 속는 셈 치고 한번 커브 노려보시죠?"


달리 방법이 없었던 대표팀은 좋은 핑계를 잡았다는 듯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


"자 이번 이닝도 잘 막아주시게 주장!"

"오! 맡겨두라고!"


투수 자원이 부족한 일본 대표팀 사정상 최대한 투구수를 아끼며 이닝을 이어나가야 하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5회말까지 40구로 버텨준 미츠이의 활약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그래.. 이번 이닝까지만 잘 막으면 나머지는 오니가 알아서 해줄 수 있을꺼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껄렁대는 팀의 주장이었지만, 사실 미츠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무게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제발.. 파울만은 치지마라!'


-스이이익!! 타앙!!


귀중한 미츠이의 3구가 결국 안타가 되며 무의미하게 희생되고 말았다.


"괜찮아 괜찮아!! 맞아도 돼!! 맞춰서 잡자!!"


일본 대표팀원들 모두가 지금 안타의 무게를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분위기를 쇄신시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미츠이는 달랐다.


'이런 젠장! 지금 공은 너무 티났어! 승부를 서두르려는 걸 상대도 눈치 챈 것 같은데'


-스이이이익!! 퍼억!


"볼!"


앞으로 남은 공은 5구,


'빌어먹을 투구수 규정.. 49개밖에 못 던지는 게 무슨 투수야? 조금만 더 던질 수 있었더라면..'


-타앙!!


"좋았어! 병수야!! 그거야 그거!!"


투구수에 쫓기듯 던지는 미츠이는 결국 잡념을 떨쳐내지 못하고 한국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고 말았다.


-삐이이이익!!


높이 솟아 오르는 타구는 결국 담장을 넘겨버렸고, 더 이상 던지는 건 무의미 하다고 판단한 오니가 마운드로 달려오자 미츠이는 무기력하게 볼을 넘겨줬다.


"미안하다.."


5회까지 미츠이는 충분히 제 몫을 잘해주었고, 오니는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를 이런 식으로 내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직 우리 이기고 있다고!"

"......."

"미츠이! 어깨 펴!!"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오니 때문에 화들짝 놀란 눈으로 미츠이가 쳐다보자, 창피함에 목까지 붉어진 그에 입에서,


"나..나나..난! 누구냐? 내 이름을 마마말해봐!"

"뭐?"

"그래! 난.."

"하지마 그건 내 시그니처 대사야 쓸데없는 짓말고 마무리나 잘해"


미츠이가 피식 웃으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가 벤치로 내려갔다.


***


"확실히 현우가 난놈은 난놈인가 봅니다."

"그러게 역시 에이스는 저런 놈이 해야 팀의 사기가 올라가는 법이지 에헴!"


대표팀 장상민 감독과 권혁태 코치가 정무관을 노려보며 들으라는 듯 눈치를 준다.


"너희들도 저렇게만 해라! 저런 놈이 결국 프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거니까! 알겠냐!?"


-네! 감독님!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맹공도 딱 거기까지! 5회말에 바톤을 이어받은 오니에게 한국의 타선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미츠이처럼 강력한 한방은 아니지만, 수 싸움에 능하면서 승부처에서 과감한 그를 막을 순 없었다.


-타앙!!


맞춰서 잡거나,


-후우웅~!


세워서 잡거나,


그런 오니 역시 8회 투구수 만큼은 피해갈 수 없었다.


'46구.... 하는 수 없지..이럴때 감독이라도 있었더라면..!'


-삐빅!


타임을 요청하는 일본 대표팀은 하는 수 없이 도박을 꺼내보기로 했다.


"진짜 자신 있는 거 맞지? 아까처럼 미친 짓하면 가만 안둔다!"

"걱정 말라니까!? 나 원래 투수 출신이야! 그리고 이건 너희들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미츠이 네가 스카웃 제의받은 아쿠텐 구단 스카우터님들도 날 투수로써 진지하게 생각했을 정도라니까?"

"헛소리는 그 정도까지만 하고, 던지는 거 보고 무리다 싶으면 바로 이마에로 교체시킬꺼니까 제대로 해! 알겠어?"

"예이예이~"


껄렁껄렁 마운드로 걸어나가는 그는 1회 말 쓰리런으로 이번 대회 최고 타점 1위 기록을 쟁취한 히나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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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6화 본선 시작! 21.12.02 840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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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34화 1년만에 한국 21.11.30 896 20 12쪽
134 133화 오해 21.11.29 875 18 13쪽
133 132화 누구 마음대로? +1 21.11.28 901 14 11쪽
132 131화 최고라.. 그거 아주 마음에 쏙 드네 21.11.27 910 19 11쪽
131 130화 결벽증 +1 21.11.26 912 16 10쪽
130 129화 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 21.11.24 960 15 12쪽
129 128화 미안하지만 제구는 장담 못합니다. 21.11.22 948 17 11쪽
128 127화 또 한명의 신인왕 21.11.21 989 15 12쪽
127 126화 캠프 스왑 21.11.20 1,003 17 11쪽
126 125화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1 21.11.18 1,028 15 11쪽
125 124화 그 누구도 제게 국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21.11.17 1,047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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