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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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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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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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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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냉정과 열정사이

DUMMY

"어때? 무슨 힌트라도 얻었어?"


-도리도리..


시무룩한 얼굴로 안경을 닦는 히데오가 에이시에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시도 이해한다는 듯 답답한 눈으로 히나타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쿠세(버릇)을 의식하면서 던지는 것같지는 않단 말이지 난감하네"


투구시 일관적이지 못한 히나타 때문에 굉장히 답답해 하는 히데오, 그런 히데오가 무의식 적으로 내뱉은 말에 순간 에이시 머리속에 느낌표가 생겼다.


"잠깐만! 그러면 투수말고 포수를 보자고!"

"포수를 타석에서 무슨 수로 보려고? 사인이라도 훔치게?"

"아니 볼 배합을 보자고 지금도 봐바 상대 포수는 타츠야에게 스트라이크 보다는 볼을 많이 요구하고 있어 이게 뭘 의미하는 지 알겠어?"


잠시 고민하던 히데오가 닦고 있던 안경을 다시 쓰며 소리쳤다.


"아! 좌 타자!!"

"맞아 좌타자에게는 유독 스트라이크 비율이 적어 아무래도 히나타가 좌타자에게 약한 성향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어보이네"

"그렇지?"


생각을 정리한 에이시가 다음 대기 타석에 서있는 노다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귓속말로 지시를 전달받은 노다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진심이세요?"

"물론~"


장난스러운 표정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에이시의 지시를 되새기고 있을때!


-타앙!!


다카무라조차 한번에 공략하지 못했던 히나타를 2할 3푼 치고있는 타츠야가 시원하게 밀어쳤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테이쿄 자체 분석(?)팀인 에이시와 히데오가 눈빛을 교환하더니 모두를 불러모았다.


"다들 들어봐!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히나타는 오른 쪽으로 공을 던지는 걸 꺼려하는 것 같아 방금 전에도 좌 타자인 타츠야한테 단 한 차례도 인코스를 던지지 않았어!"

"우연 아니야?"

"그건 지금부터 보면 알게 되겠지 에이시가 노다에게 인코스만 노리라고 지시했으니까"


터무니 없는 방법이지만 현 상태로 아무런 대책없이 타자 본능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고 확인해가며 승리에 가까워 지는 것이 테이쿄의 승리법이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노다의 마음은 복잡했다. 당장 팀의 주장인 다카무라 선배조차 삼진을 당할정도의 공을 뿌리는 저 투수에게 과연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


-스이이익!! 파밧!!


"스트라이크!!"


인코스, 또 인코스 이미 에이시 선배의 조언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할수있다..할수 있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탓일까?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브레이스 오프(타격시 앞무릎을 피면서 파워를 타구에 온전히 전달하는 동작)가 이뤄지면서 체중이동까지 완벽한 타격폼이 형성 되었다.


-타앙!!!


지금까지 본 적없는 노다의 깔끔한 타격 임팩트! 강제적으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닌 온전히 스윙으로 만들어낸 타구가 하늘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좌익수 위로! 좌익수 위로!! 좌측 담장! 좌측 담장!! 넘어갑니다!! 키타무라 노다 선수의 투런홈런!!"

"올해 첫 타점을! 이 중요한 결승 무대에! 그것도 선취점으로!!"

"정말 의외에 복병이 숨어 있었어요!! 카라스노 선수들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죠?"

"너무 안일했던 것 같아요. 같은 코스를 3번이나 던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칠테면 쳐보라는 도발과도 같거든요?"

"아무리 하위타선이라지만 테이쿄도 고시엔 결승전까지 살아남은 올해 유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이 실점은 뼈 아프겠는데요!?"


중계진에 말대로 히나타에 아쉬운 코스 선정이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솔직히 노다 테이쿄 타선 중 가장 쉬어가는 타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천하태평한 히나타도 이번 만큼은 쇼크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에반해 처음으로 투런 홈런을 친 당사자인 키타무라 노다는 지금 패닉상태였다.


'호..홈런이라고? 내가? 어째서? 아아.. 아직도 손에 떨림이 멈추질 않아.. 근데 내가 어떤 스윙을 했던거지? 코스는? 아 맞다. 인코스를 노렸었지.. 근데 지금 베이스를 제대로 밟고 달리고 있는 거겠지?'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마치 구름위를 걷는 듯한 그의 발걸음이 홈에 닿았을때 테이쿄 선수들 모두가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이게 꿈은 아니겠지?"


스스로 볼을 꼬집으며 현실인지 확인하려던 그때 자신을 환영하는 팀원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노다 이 미친자식!! 네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


같은 반이자 고시엔에 스타로 등극한 후쿠야부터,


"올해 봤던 스윙중 최고였어!!"


항상 같은 외야수로써 자신을 응원해주던 마치다 선배,


"드디어 너만의 스윙을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을 믿어주었던 주장,


"다카무라 선배가 못치는 공을 노다 선배가 홈런 쳤으면 노다 선배가 더 잘 치는게 되는건가?크큭!! 아약!!"


옆에서 장난치다 꿀밤 맞는 토도까지 비현실적으로 보이던 이 모든 순간들이 감독님의 한마디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노다 군 나이스 스윙입니다."


이 짧은 한마디가 올해 들은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는 칭찬이었다.


***


이번 경기에서 카라스노 고교에서는 히나타를 3번에 두는 변수를 뒀다면 테이쿄 역시 타선에 변화를 주었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아직 무실점으로 호투중인 선덕 선수! U-18 청소년 야구대회에서는 타자로써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는데요! 선취점을 만들어낸 노다 선수에 기운을 받아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에이시와 히데오의 조언을 수용한 나는 바로 좌타석으로 들어가 자세를 잡았다.


-스이이익!! 파밧!!


"볼!"


'정말이네? 왜 인코스를 못 던지시지?'


조금 더 미트에 가깝에 배트를 쥐자, 히나타의 공은 내게서 멀어지듯 더 바깥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볼!!"


이유는 모르겠지만 승부의 세계란 냉정한 법 약점을 들킨 사자에게 자비란 없었다.


-타앙!!


타석에서 다시 뒤로 떨어진 내가 바깥쪽 공을 노리며 배트를 휘두르자, 이번에도 정확히 배트에 걸렸다. 타구는 유격수 키를 넘기는 평범한 안타였지만 무려 3번 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히나타가 다음 상대해야할 타자는 테이쿄 장타율 1위 마치다 켄타였다. 우람한 체격의 그을린 그의 근육들만 보아도 그의 파워를 짐작할 수 있을만큼 그의 등장은 많은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삐빅!


3연속 안타에 팀내 장타율 1위 타자를 상대해야하는 이 중요한 상황, 만약 여기서 한번 더 안타를 더 허용하게 된다면 1사 1,2루 상황에 테이쿄의 간판 좌타자인 후쿠야하고 승부를 벌여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다달을 수 있다.


'아무리 저 무신경한 히나타일지라도 투런 홈런 뒤에 또 다시 실점을 하게 된다면 무너질수도 있어!'


더 이상의 실점은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미하시 포수가 타임을 외쳤다.


"미하시 아무래도 나 들킨 것 같지?"

"어 나도 방금 전 타석에서 확신했어"

"어쩌지? 나 그만 던질까?"


-찌릿!


"노..농담이야 농담~"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잘 들어! 마치다는 안타를 맞던 홈런을 맞던 상관없이 무조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져 대신 전력으로 넌 이번 이닝까지만 던진다는 생각으로 모든걸 쏟아 부어 정 안되면.."

"그래 무리다 싶으면 우리 에이스님을 부를 수 밖에~"


짧은 작전 타임이 끝이나고 타석에 들어서는 마치다는 평소와 다르게 자신의 시그니처 대사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결승전이라 긴장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같은 팀 노다가 보여준 화이팅에 자신도 조금 겸손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이이익!! 파밧!


"뭐..뭐야!? 인코스 던지잖아?"

"어째서 갑자기..."


사람이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다에게는 인코스를 다이렉트로 던지는 히나타, 예상밖에 일에 당황할법도 하지만 마치다는 흔들림 없었다.


'그런 요행으로 이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


히나타 역시 기계처럼 자신의 몫을 다 하고자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선의 직구를 뿌려댔다. 그 결과,


-타앙!!


"방금 전 노다 선수와 같은 좌측으로!! 간다!! 간다!! 넘어~~갑니다!!"

"이번 투런은 카라스노 고교에게 치명타를 제대로 날렸는데요?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면 좋았을텐데 2점차와 4점차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분명히 영향을 끼칠테거든요!?"

"그것도 올해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라면 더더욱이겠죠!"


히나타의 투구는 불만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미하시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건 온전히 투수를 빨리 교체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카라스노의 히든카드 히나타, 모든게 다 자신의 책임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아~ 이거 참 어깨가 여엉~ 안 풀린단 말이지.. 미안미안!"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린 히나타가 익살스럽게 모두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처음부터 모든 오더는 미하시가 했었는데도 말이다.


'미안하다. 내 이기심 때문에..'


4점이나 실점한 히나타가 망가질 줄 알았다. 밝은 히나타조차 감당하지 못할 무거운 직책을 떠안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히나타가 꺼려하는 좌 타자 스페셜 리스트인 후쿠야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이이익!! 파밧!


오랜 포수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면 단 한구만 받아봐도 현재 투수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좌 타자를 상대로 히나타의 구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저..정말 가능한건가..? 이사오를 조금더 쉬게 할 수 있는 건가..?'


기무라 미하시 그의 한 학년 동생인 기무라 이사오는 카라스노의 에이스 투수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얼마전 토미존 수술 판정을 받은 부상 투수다. 본인 말로는 마지막 결승전 경기까지는 던질 수 있다고 우겨댔으나, 감독,코치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반대로 지금은 벤치에서 저렇게 분한 얼굴로 바라본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동생에게 우스갯소리로 히나타가 무너지면 어쩔수없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지금 히나타가 포기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자신의 동생 이사오의 팔을 지키기 위해서 일것이다.


'평소에 진지함과 성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 녀석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정신 차리자'


정신을 가다듬은 미하시가 뒤늦게 히나타의 승부구를 바닥에 떨구자,


"낫아웃!!"


-다다다다다닷!!


후쿠야가 망설임없이 1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모든 순간들이 멈춰 진것처럼 느리게 보이는 미하시는 흘린 공을 집자마자 앉아쏴를 날렸다.


-스이이익!! 타악!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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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49화 KBO VS NPB (3) 21.12.18 758 18 12쪽
149 148화 KBO VS NPB (2) 21.12.17 759 19 11쪽
148 147화 KBO VS NPB (1) 21.12.15 765 20 11쪽
147 146화 뒤끝있는 남자 21.12.13 765 18 11쪽
146 145화 복수의 서막 +2 21.12.12 794 20 11쪽
145 144화 리매치 21.12.11 807 17 11쪽
144 143화 한일전(3) 21.12.09 802 18 11쪽
143 142화 한일전(2) 21.12.08 771 18 11쪽
142 141화 한일전(1) 21.12.07 802 18 12쪽
141 140화 국대 1선발 등극! 21.12.06 801 17 13쪽
140 139화 우리나라 그렇게 약하지 않거든요. 21.12.05 783 18 12쪽
139 138화 WBC에 약한 대한민국 21.12.04 771 15 12쪽
138 137화 WBC 전력분석 +1 21.12.03 839 16 14쪽
137 136화 본선 시작! 21.12.02 840 19 11쪽
136 135화 WBC 대표팀 적응기(1) 21.12.01 878 18 12쪽
135 134화 1년만에 한국 21.11.30 896 20 12쪽
134 133화 오해 21.11.29 875 18 13쪽
133 132화 누구 마음대로? +1 21.11.28 901 14 11쪽
132 131화 최고라.. 그거 아주 마음에 쏙 드네 21.11.27 910 19 11쪽
131 130화 결벽증 +1 21.11.26 912 16 10쪽
130 129화 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 21.11.24 960 15 12쪽
129 128화 미안하지만 제구는 장담 못합니다. 21.11.22 948 17 11쪽
128 127화 또 한명의 신인왕 21.11.21 989 15 12쪽
127 126화 캠프 스왑 21.11.20 1,003 17 11쪽
126 125화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1 21.11.18 1,029 15 11쪽
125 124화 그 누구도 제게 국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21.11.17 1,047 16 13쪽
124 123화 뜻밖에 거물급 팬 21.11.16 95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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