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최후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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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깼다
작품등록일 :
2021.07.28 22:48
최근연재일 :
2021.08.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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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3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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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보이지 않는 손 (2)

DUMMY

“조사는 얼마나 됐어?”


“한 70% 정도? 내일 아침까지는 완료 될 거야”


“그래? 그러면 일단 지금까지 조사된 거라도 보여줘”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괜찮아?”


“괜찮아”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료를 보내주었다.


아일라는 정리가 안 되었다고 했지만 패드에 떠오른 자료들은 알아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어디가 정리가 안 되었다는 건지.


자료를 다 읽는 데는 10분 정도가 걸렸다. 내가 패드를 종료하자 조용히 잔을 기울이던 아일라가 입을 열었다.


“자료를 본 감상은 어때?”


“예상했던 케이스 중의 하나라 파악하기에 어렵진 않았어. 덕분에 많이 귀찮아 질 것 같지만”


자료에는 최근 6개월 간 황호의 세력에 대한 것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외부와의 마찰, 협력, 병력과 무기, 일반 소모품이나 자금의 이동 및 비축 등.

황호 자신이 아는 것보다도 더 많은 정보가 이 자료에 담겨 있을 거라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고 방대했다.


하지만 자료의 결론은 간단했다.

황호의 조직이 다른 조직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황호의 조직은 샹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영향력이라면 샹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들에도 강하게 미치고 있다.


그런 황호의 조직이 흡수 되었다면.....생각보다 거대한 조직이 뒤에 있는 셈이다.


“배후에 있는 조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거야?”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짐작되는 조직이라는 거?”


“......하나도 파악이 안 됐다는 말이네”


“역시,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안다니까”


“지금 상황은 열을 말해서 하나를 아는 거 아니냐?”


나는 투덜거리며 잔을 단숨에 비웠다.


“짐작했겠지만 아직 조사가 되지 않은 30%는 배후 조직에 대한 조사야. 하지만 더 한다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해 주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돼”


“하루도 되지 않는 기간에 전모를 전부 파악한다면 조사한 쪽이 신이거나 조사 받는 쪽이 세상에 다시 없을 멍청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내 말을 들은 아일라가 눈을 빛냈다. 역시 단박에 알아듣는 군.


“지속적인 조사를 원한다면 추가금을 내야 돼. 하지만 건, 너는 우수 고객이기도 하니 특별히 10% 할인해 줄게”


“거 눈물 나게 고맙다. 그래서 얼마야?”


“일단 선수금으로 10만 크레딧. 그리고 조사 중에 들어가게 되는 제반 비용은 별도로 조사 끝난 후에 청구할게”


“아주 골수까지 빨아 먹는구나”


“무슨 소리야? 위험성을 생각하면 못해도 30만 크레딧부터 시작해야 되는 걸 엄청나게 깎아 준거구만”


조사한 정보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팔 거면서 생색은.


“그래, 그래. 알았어. 일단 네 말대로 30만 크레딧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하자. 그리고 하나 더 물어볼게 있는데 오늘 여기서 세레나란 여자를 만났어”


“그래. 네가 조사를 요청했던 여자잖아”


“그랬지. 그리고 너희의 조사로는 오늘 본인이 직접 얘기한 것과 다르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문제는 여기에 세레나 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오늘 세레나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최소 한 명 이상의 인원이 그 자리에 있었어. 나나 바리. 둘 다의 이목을 속일 정도의 실력자가 말이야”


아일라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둘 다 꼬리를 잡지 못 했다고?”


“그래”


“흐음, 안 그래도 네가 오기 전에 오늘 녹화된 영상을 확인 했었어. 하지만 영상에서 수상한 기척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어”


아일라도 못 찾을 줄이야.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녀석이 뒤를 봐주고 있나 보네.


“어떻게 할 거야? 세레나의 뒤를 조사하는 것도 추가할까?”


세레나의 뒤에 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보들로 둘 다 조사하기에 쉬운 상대는 아니다.

아일라가 가용 가능한 인력은 한정적이니 둘 다 잡으려 하다간 하나도 못 잡게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건 내 예감이지만 둘이 같은 조직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아니. 괜찮아. 황호의 뒤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는데 집중해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간 한 마리 조차 잡지 못 할 테니까”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네. 알았어. 일단 내일 아침, 네가 샹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자료를 정리해서 전달할게”


“자료는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돼. 그냥 바로 나한테 전달해 주면 내가 확인하도록 할게”


“그래? 그러면 나야 편하지. 하지만 이걸로 가격을 깎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가격은 깎아 주지 않더라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아일라는 내 손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손을 마주잡고는 손가락을 얽었다.


“흐응, 왜 굳이 여기까지 직접 왔나 했더니. 이걸 노렸던 거구만”


아일라는 묘한 웃음과 함께 내가 가까이 다가왔다.


“오랜만이기도 하니까. 정식으로 인사를 해야 되지 않겠어?”


나는 아일라의 목을 휘감고 아일라와 입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혀와 혀가 얽혀 서로를 핥았다.

우리들의 입이 떨어진 사이로 뒤엉킨 침이 길게 늘어져 내렸다.


“가끔은 예의를 차리는 것도 나쁘지 않네”


나는 품속으로 파고드는 아일라를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아일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옆에서 한기가 전해져 눈을 떴다. 잠들기 전 내 옆에 누워있던 아일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 파묻히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침실 밖으로 나섰다.


아일라는 식탁에 앉아 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환한 아침햇살 속에 아일라의 나신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좋은 아침. 딱 좋을 때 일어났네”


내 인기척을 눈치 챈 아일라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내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 딱 좋다니 뭐가?”


“이제 곧 시킨 게 홈서비스가 올라올 거거든”


아일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벨이 울렸다. 인터폰을 눌러 문을 열어주자 현관 쪽에서 카트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가자가자~”


아일라는 아이마냥 천진난만하게 내 등을 밀어붙였다.

현관에 놓인 카트에서 홈서비스로 올라온 음식들을 가져와 식탁에 늘어놓았다.


수프와 베이컨, 계란 프라이와 부드러운 빵과 잼.


“딱 내 취향이네”


아일라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콧대를 한 번 세우고는 수프를 입에 넣었다.

나는 빵을 들어 수프에 적신 후 먹으며 아일라에게 질문했다.


“아침부터 뭘 하고 있던 거야?”


“응? 아아, 어제 말 했었잖아. 황호의 뒤를 조사했던 자료. 그게 새벽에 도착했더라구. 그래서 받아서 정리를 좀 하고 있었지”


“뭘 또 그렇게 수고스럽게. 안해도 된다니까”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고, 원래 여기까지 해주기로 했었잖아. 음, 뭐 이런 딱딱한게 싫다면 어제 밤 잘 한 거에 대한 포상? 이라고 생각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네”


나와 아일라는 서로의 눈을 보고는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언제쯤 갈 생각이야?”


아일라는 내 팔을 베고 누운 채 말했다.


“한 14시쯤? 포탈을 이용할 거니까 시간은 언제가도 상관없어”


“마음 같아선 가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안 들을 거지?”


“미안. 하지만 걱정하지 마. 반드시 돌아 올 거니까”


“.....그래. 내가 배를 뚫었을 때도 죽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이런 함정에도 죽지 않을 거라 믿을게”


“지금 그때 얘기를 하는 거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일라의 이마를 키스했다.



점심까지 먹은 뒤 나는 세레나와 합류했다. 그리고 포탈을 타고 샹으로 이동했다.

나와 세레나는 간단한 심사를 거친 뒤 공간이동 관리소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미리 빌려뒀던 차량을 탄 뒤 황호의 본거지로 출발했다.


“자, 잠깐 잠깐! 지금 어디가는 거야?!”


“응? 당연히 황호의 본거지로 가는 거지. 애초에 황호를 만나러 가자고 했잖아”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아무 대책 없이 정면으로 가는 거야?!”


“대책이 없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냐. 내가 바로 대책인데”


세레나는 망연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걱정하지 마.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너는 설마 샹에서 황호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내 말에 세레나의 얼굴이 굳었다.


뒷 세계의 조직들이 잔혹한 거야 당연하지만 황호의 경우에는 좀 특별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야말로 씨를 말리듯 잔혹하기 그지없는 숙청의 반복. 혹자는 샹의 앞바다가 풍부한 어장을 가지게 된 건 황호 덕분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렇기에 황호의 영향권에 있는 조직들, 특히나 샹에 기반을 둔 조직들의 경우 절대적인 복종을 황호에게 바치고 있다. 찾아보면 협력할 조직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찾기에는 시간이 없고 그러기도 귀찮다.


“어차피 황호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정면으로 들어가는 게 더 나아. 아, 그리고 미안하지만 네 몸은 네가 챙겨줘. 내가 신경을 써주긴 하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


세레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보고 저기서 어떻게 하라고!”


“그거야 뭐, 잘?”


“웃기지마! 당장 차 세워! 나는 여기서 내릴거야!”


“하하하, 손님 주위를 좀 둘러보시지요. 이미 도착지에 코 앞 입니다. 지금 내리셨다간 그야말로 고립무원이 되실 텐데요?”


허둥대던 세레나는 내 말을 부정하고 싶은 듯 정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눈앞에 있는 황호의 대저택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아아아악! 너 이거 잊지 않을 거야!”


“예예, 알겠습니다요~”


문 앞에 있는 경비병들에게 내 이름을 말하자 아무 동요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살짝 떨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


[아들하고는 다르네요]


그러네. 뭐, 그래봤자 결말은 똑같겠지만.


차를 주차하고 나오자 사용인들이 나와 세레나를 둘러쌌다.


“안내해. 황호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사용인들은 내 말에 잠깐 멈칫 거렸다. 하지만 곧 그들은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나와 세레나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황호가 기다리고 있는 곳은 정원에 마련된 파티장이었다.

200명 정도는 여유롭게 들어갈 만한 공간은 잘 정돈된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파티장 중앙에는 직사각형의 거대한 대리석 식탁이 놓여 있었다. 수십 명이 앉을 수 있을 크기였지만 지금 그곳엔 오직 황호만 앉아 있었다.


황호는 나와 세레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오랜만이군, 건”


“그래, 오랜만이군 호. 언젠간 보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어”


“그건 나와 같은 의견이로군. 앉아. 미리 준비를 해뒀으니 조촐한 것이나마 즐겨주길 바라지”


이제 곧 사투를 벌일 사이인데 겸양을 떨기는.


나와 세레나는 자리에 앉았다. 어디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게 식기와 요리 뿐 아니라 자리에는 누구를 위한 좌석인지 이름표도 붙어있었다.

나와 세레나가 착석한 걸 확인한 황호는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먼저,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준 것에 대해 집주인으로서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 잔은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것이니 가볍게 같이 잔을 나눠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나는 핏 웃으며 내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잔에 찬 와인이 살짝 흔들렸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불구하고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동행자 분께서는 음주를 하실 수 없는 사정이 있으니 저만 인사를 받는 것에 괘념치 말아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황호는 아무런 말 없이 잔만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황호의 잔에 잔을 부딪혔다.

조용한 정원에 날카로운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리고 나와 황호는 동시에 잔을 기울여 잔을 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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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9화. 점화 (1) 21.08.19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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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8화. 불씨 (1) 21.08.17 23 2 11쪽
18 7화. 충신 (5) 21.08.16 24 0 12쪽
17 7화. 충신 (4) 21.08.14 24 0 12쪽
16 7화. 충신 (3) 21.08.13 28 0 11쪽
15 7화. 충신 (2) 21.08.12 26 0 11쪽
14 7화. 충신 (1) 21.08.11 26 0 12쪽
13 6화. 던전공략 (3) 21.08.10 25 0 13쪽
12 6화. 던전공략 (2) 21.08.09 26 1 12쪽
11 6화. 던전공략 (1) 21.08.07 32 0 12쪽
10 5화. 크레두쉬 (2) 21.08.06 44 0 12쪽
9 5화. 크레두쉬 (1) 21.08.05 64 0 11쪽
8 4화. 행운의 제비 +1 21.08.04 71 1 13쪽
7 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2) 21.08.03 77 0 11쪽
6 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 21.08.02 92 1 11쪽
» 2화. 보이지 않는 손 (2) 21.07.31 109 1 12쪽
4 2화. 보이지 않는 손 (1) 21.07.30 139 3 12쪽
3 1화. 더블 네임 (2) 21.07.29 195 8 12쪽
2 1화. 더블 네임 (1) 21.07.28 328 13 16쪽
1 0화. 프롤로그 21.07.28 367 1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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