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왕자는 새엄마의 목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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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펭
작품등록일 :
2021.07.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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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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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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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시아 지부 도착

DUMMY

도적단에게서 빼앗은 비공정의 조종실.


“와. 진짜 많이도 해먹으셨네. 아저씨.”


나는 기둥에 묶여 있는 빡빡이 대장 앞에 쪼그려 앉아 노트를 펄럭였다.


지금까지 약탈해서 얻은 재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장부였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그렇고, 아까 부하들 나름 진형을 갖추는 것도 그렇고, 군인 출신이야? 아니면 용병? 뭐, 군수품이라도 빼돌려서 탈영이라도 했어?”

“살, 려줘...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이 장부에 있는 거 말고 더 없어?”

“아까부터 다리에 감각이 없다고 씨발 새끼야.......”

“이 아저씨야. 그게 싫었으면 도적질 같은 걸 하면 안 됐지. 남 괴롭히면서 먹고 산다 정했으면 언젠가 이런 꼴 날 거라는 건 각오한 거 아니야? 그리고 다리는 끽해봐야 자르기 밖에 더하겠어? 이제 평생 감옥에서 썩을 텐데 다리 정도야 없어도 돼. 더 없는 거지? 믿는다?”

“......또라이 새끼.”


빡빡이 대장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그를 뒤로 하고 일어난 나는 비공정을 운전 중인 잡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뒤통수에 총구를 갖다대며 물었다.


“얼마나 남았어?”

“고, 곧 도착합니다...!!!”

“그래. 마지막까지 허튼 짓하면 알지?”


녀석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

“.......”


옆자리에 앉아 있는 소피가 신기하다는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다.

애초에 아까부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봐?”

“아, 죄송해요. 아하하... 딴 게 아니라 일 할 때는 성격이 달라지시는구나 싶어서요.”

“그런가? 어떤 점이?”

“......누가 악당인지 모르겠는 점?”

“.......”


나는 앞에 있는 도적 두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팬티바람으로 비공정을 조종하는 조종사.

다리에 총알 3발을 박힌 채 기둥에 결박돼있는 빡빡이 우두머리.

그리고 비공정 지하 골방에 꾸역꾸역 밀어 넣어져 다루에게 감시당하고 있을 잡졸들까지.


좀 심하게 하기는 하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다.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 아예 확 잡아놔야지. 특히 이런 도적들은 뭔 행동을 할지 모르니까 더더욱.”

“네. 그렇죠. 나무라는 게 아니라는 게 아니에요. 평소에 점잖으신 편인데 일할 땐 완전 거침없으신 게 신기해서요. 아하하...”

“그렇게 달라?”

“네. 막 욕도 하시고, 총도 빵빵 쏘시고.”


소피가 양손으로 총 모양을 하며 총 쏘는 시늉을 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있다.


그 모습을 보다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합군에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소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시골마을 여자였다.


애초에 연합군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원래는 육성학교에서 입학해 기초 훈련을 받아야할 시기에 나에게 얽힌 정치적 이유 때문에 기초 훈련도 받지 않고 나와 붙어 다니게 된 거니까.


즉, 아직 일반인이나 다름없고 총을 쏘며 싸우는 살벌한 상황에 겁을 먹을 만도하다.


그런데 소피는 아주 태연하다.


타고난 강심장인가?


아니면 강심장일 수밖에 없는 과거가 있는 사람인가.


“.......”

“......?”


레이나가 믿어 달라했다고는 해도 소피에 대한 의심을 푼 적은 없다.


......역시 소피는 평범한 마을 처녀가 아니라, 레이나와 안면을 틀만큼 어두운 과거가 있는 여자인가?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소피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째빠르게 얼버무렸다.


“아, 딴 게 아니라. 이런 상황 처음일 텐데 별로 안 무서워한다 싶어서.”

“......글쎄요.......”


소피는 볼을 긁적이며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집에 빚쟁이들이 들어와서 돈 달라고 협박할 때보다는 안 무서운 것 같아요.”

“......그, 그래?”

“네. 그때 온 집안을 다 뒤집고, 아무 것도 없으니까 도끼로 제 머리카락을 잘라갔거든요. 붓 만드는 공방에 판다면서요. 다시 기르는 데 까지 얼마나 걸렸었는지. 아하하...”

“.......”


갑자기 나온 무거운 이야기에 머리가 멈췄다.

나는 수습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꺼냈다.


“이, 이제 그럴 일 없잖아. 그치?”

“네. 그렇죠. 에헤헤.”


다행히 평소로 돌아와준 소피.

입가에 띄워진 미소가 평소처럼 부드러웠다.


.......


.......


뭐, 됐다.


이런 애를 의심해서 뭐하냐. 관두자.


그리고 만약 수상한 과거가 있다고 해도 뭐 나한테 해가 되지는 않겠지. 레이나가 자신했으니까.


또 만약 해가 된다고 해도 뭐, 죽기야 하겠어?


이미 목숨 내놓고 사는 인생이다. 응.


* * *


노을이 지기 시작한 시간.


우리는 연합군 베네시아 지부가 자리 잡고 있는 군사도시. 메헬른에 도착했다.


나는 메헬른과 좀 떨어진 위치에 비공정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다루를 보내 연합군을 불러오게 했다.


그렇게 30분 쯤 지났을까.


연합군의 것으로 보이는 비공정이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연합군 비공정은 우리가 탄 비공정 바로 옆에 멈췄고 20명 정도 되는 연합군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넘어온, 나도 잘 아는 여자.


2명의 B급과 함께 조종실로 들어온 그녀는 나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오는 건 알았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올 줄은 몰랐네.”


붉은 긴 생머리와 고양이 상의 이목구비. 길고 늘씬하게 팔다리에서 느껴지는 당당함, 허리춤에서 흔들리는 레이피어까지.


여걸(女傑)이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이 여자는 나와 육성학교 동기인 ‘아이리스’다.


손을 마주 흔들며 다가간 나는 장부를 건넸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배에 있는 약탈품을 정리해 놓은 장부. 조사할 때 써.”

“오호.”

“그리고 얘는 소피. 이번 분기에 나랑 팀으로 다니는 애야.”

“안녕하세요! 소피입니다!”


소피는 군기 바짝 들어 경례했다. 아이리스는 그런 소피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씨익 웃었다.


“네가 걔구나? 펠릭과 팀을 맺었다는.”

“ㄴ, 네! 그렇습니다!”

“지부에서 펠릭 아는 사람들끼리 난리도 아니었어. 그 철딱서니 없는 방랑벽 환자가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하고.”

“뒷담 깠다는 소리가 참 당당하다?”

“이게 뒷담이니? 동기이야기 좀 할 수도 있는 거지. 하여튼,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가운 척도 안하고. 목석같은 건 여전하네.”


그러는 지도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앙칼진 건 여전하구만. 뭘.

잘 지냈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을 듯하다.


“여튼 도둑 잡아오느라 고생했어. 조사랑 체포는 우리가 할 테니까 먼저 가. 먼 길 왔을 텐데, 빨리 짐 풀고 쉬어야 내일부터 일하지.”


아이리스가 친절한 제안에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먼저 갈 테니까 수고해라.”

“응. 아. 맞다. 펠릭.”

“응?”

“시간될 때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아이리스가 술잔 들이키는 시늉을 하며 입으로 딱딱 소리를 냈다.

나는 손으로 OK사인을 해보인 후 조종실를 나왔다. 소피도 아이리스에게 경례를 한 다음 뒤따라 나왔다.


우리는 갑판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루의 등에 올라 비공정 밖으로 날아올랐다.


“펠릭 선배.”


메헬른으로 가는 창공, 뒤에 앉아있는 소피가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했다.


“응? 왜?”

“아이리스라는 분이랑 친해 보이시던데, 어떤 분이신가요?”

“걔? 육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야. 그 뭐야, 더스틴 기억하지?”

“네. 그 엄청 우락부락하고 무섭게 생기신 분 맞죠?”

“응. 걔랑 육성학교에서 교수질 하고 있는 ‘폴로’, 요정인 ‘아르에’. 그리고 아이리스랑 제이미까지. 6명이서 자주 붙어 다녔어.”

“주인님. 저는 왜 빼요?”

“너는 한 명이 아니라 한 마리잖아.”

“......소피, 날 준비해. 이대로 내려가서 구름바다에 빠진다.”

“해봐. 뒤통수에 총 박아줄 테니까.”

“아, 아하하......”


그렇게 다루와 티격태격하기를 잠시.

우리는 군용 정거장을 통해 베네시아 지부에 발을 들였다.


* * *


베네시아 지부에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사과였다.


인사과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베네시아 지부의 인사과장이 우리를 반겼다.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기숙사증을 받은 다음 인사과를 나왔다. 바로 영내 기숙사로 향했다.


도착한 기숙사는 5층짜리 건물이 나란히 있는 구조였다. 각각 남자, 여자 기숙사다.


나는 소피에게 인사과에서 받은 기숙사증을 주며 말했다.


“이거 1층에 있는 관리실에 주면 방 안내해 줄 거야.”

“네. 감사해요.”

“저녁은 영내 식당에서 먹을래?”

“네. 좋아요.”

“그럼. 기숙사에서 잠깐 쉬다가 8시에 여기서 보자.”

“넵. 있다가 봬요.”


그렇게 소피와 잠시 헤어지고, 배정받은 방에 들어온 나는 바로 침대에 늘어졌다.


“주인님. 생각해보니 저도 이제 A급인데 왜 개인실을 안 주는 거죠?”


얼마만인지 모를 느긋한 여유를 즐기던 중, 내 배 위에 늘어져있는 다루가 물었다. 나는 녀석의 등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상식적으로 동물한테 방을 주겠냐?”

“동물한테 명예 A급 직위도 줬으면서 방 못 줄 건 또 뭔데요?”

“다음에 인사과장한테 말해보든가.”

“그 중앙탈모 인사과장. 방 안주면 옆통수에 조금 남아있는 머리카락 다 불로 지져버릴 거에요.”

“야. 그건 불쌍하잖아. 차라리 그냥 패.”

“그건 하극상이잖아요.”

“인권 박탈보다는 하극상이 났지.”

“흠. 일리 있네요.”


그렇게 다루와 아무런 의미 없는 수다를 떨기도 잠시. 8시가 되기 직전에 방을 나왔다.


약속장소였던 기숙사 앞.


“아, 오셨어요.”


소피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한 명 더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아이리스였다.

소피와 나란히 서있는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뭐야. 둘이 왜 같이 있어?”

“나랑 소피랑 옆방이더라고. 그래서 이야기 좀 하다가 너랑 밥 먹는다고 해서 나도 같이 먹으려고 나왔지.”

“그래?”

“네.”


소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방이라니. 신기하네.


우리는 다 함께 영내 식당으로 향했다.


영내 식당 안.


“너 날개 진짜 예쁘다. 내가 본 요정 중에 제일 예쁜데?”

“그, 그런가요? 에헤헤...”


밥을 먹는 동안 소피와 아이리스는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언니동생 사이처럼 친근해 보였다.

소피는 예의바르며 나긋한 성격이고, 아이리스는 적당히 털털한 성격이라 둘이 잘 맞을 것 같기는 하다.


거기에 소피 입장에서도 유능한 동성 선배와 친해지는 건 앞으로의 군생활에 있어 매우 좋은 일이다. 나중에 아이리스한테 소피 근접 전투 좀 훈련시켜달라고 부탁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밥을 먹는데, 옆자리에 있던 다루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댔다.


“아오, 어떻게 이놈의 짬밥은 어느 지부를 가도 맛이 없어?”

“야. 입가에 묻히면서 한 그릇 싹 비우고 그런 말해봤자 설득력 없거든? 그리고 맛있으면 그게 짬밥이냐?”

“맨날 밥만 하는데 밥을 맛없게 하면 그게 요리사에요? 소피! 여기서 요리사로 일해줘! 네가 무조건 더 잘해!”

“그, 글쎄?”


다루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소피는 쓴웃음을 지었다. 옆에 있던 아이리스가 피식 웃었다.


“다루는 여전하구나. 여기 밥이 좀 맛없기는 해. 그런데 소피. 너 요리 잘해?”

“아, 아뇨?! 그, 그냥 좋아하는 정도에요!”

“아냐. 저거 겸손이야. 무지 잘해.”

“그래?”

“그, 그 정도는 아닌데. 아하하...”


소피가 부끄럽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 거렸다. 칭찬에 약한 스타일이군.


식사를 마치고 나온 식당 밖.

아이리스는 아까 체포한 도적들 때문에 할 일이 있다며 일터로 돌아갔다.

나와 소피와 다루는 기숙사로 향했다.


“아이리스 선배. 참 좋으신 분 같아요.”


기숙사로 가는 길. 소피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땍땍 거릴 줄만 아는 말괄량이였는데, 쟤도 참 많이 바뀌었지.”

“그런가요?”

“그랬지. 응응.”


소피의 품에 안겨있는 다루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는 의외라는 표정을 했다.


오랜만에 육성학교 시절의 아이리스를 떠올렸다.


베네시아 왕국의 군 명문가의 따님으로 태어나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자랐고, 덕분에 세상 앙칼졌던 여자.

나와 어찌나 싸웠는지. 어휴...

정말 철이 들어줘서 다행이다.


기숙사 앞에에 도착했다.

소피와 헤어지기 전, 나는 말했다.


“오느라 고생했으니까 푹 쉬어. 궁금한 거 있으면 아이리스한테 물어보고, 알았지?”

“네. 선배님도 쉬세요. 다루도 잘 자.”

“응. 소피도.”


방으로 돌아온 나와 다루는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잠에 들었다.


내일부터 베네시아 지부 담당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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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왕자는 새엄마의 목을 노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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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피랑 다루 일러스트 21.08.10 64 0 -
26 고래 축제 -3- 21.08.24 20 0 11쪽
25 고래 축제 -2- 21.08.24 28 0 11쪽
24 고래 축제 -1- 21.08.23 25 0 14쪽
23 고생 뒤의 휴식 21.08.21 25 0 13쪽
22 실종사건 종료 21.08.20 29 1 13쪽
21 동굴에 갇혔다 21.08.19 28 1 14쪽
20 동굴 속 격돌 21.08.18 25 1 13쪽
19 발베니 섬 실종 사건 -4- 21.08.17 31 1 12쪽
18 발베니 섬 실종 사건 -3- 21.08.16 27 1 11쪽
17 발베니 섬 실종 사건 -2- 21.08.15 32 0 13쪽
16 발베니 섬 실종 사건 -1- 21.08.14 33 0 15쪽
15 조각섬 조사 -4- 21.08.13 30 1 14쪽
14 조각섬 조사 -3- 21.08.12 33 1 12쪽
13 조각섬 조사 -2- 21.08.11 36 2 14쪽
12 조각섬 조사 -1- 21.08.10 35 3 15쪽
» 베네시아 지부 도착 21.08.09 40 2 13쪽
10 베네시아 지부로 21.08.07 43 3 14쪽
9 중앙 본부 -3- 21.08.06 51 4 19쪽
8 중앙 본부 -2- 21.08.05 52 4 16쪽
7 중앙 본부 -1- 21.08.04 50 4 15쪽
6 중앙으로 -2- 21.08.03 63 3 19쪽
5 중앙으로 -1- 21.08.02 72 5 13쪽
4 소도시 알린 -4- 21.08.01 79 5 12쪽
3 소도시 알린 -3- 21.07.31 99 11 14쪽
2 소도시 알린 -2- 21.07.30 111 11 14쪽
1 소도시 알린 -1- +1 21.07.30 192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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