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플래그를 회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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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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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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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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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6)

DUMMY

흐트러진 양피지 목록은 프레디가 적어 놓은 보고 내용을 이미 읽었음을 의미하였다. 프레디는 그가 읽었음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사실에 다소 안심했었다. 심적 안도는 영주 대리 업무가 실수가 없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마르카 랭커스터.”


랑발드는 어느 한 인물 이름을 입에 담았다. 프레디도 누군지 아는 인물 이름을 담은 뒤 지은 랑발드 표정은 성가심이었다. 탐탁지 않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말을 이어갔다.


“조만간 있을 몬스터 사냥 때 같이 나설 터이니 그리 알아라.”


내용을 듣고서야 프레디는 랑발드를 똑바로 바라봤다.


“예.”


프레디는 군말 없이 답하였다. 심기가 불편한 그에게 토를 달아서 좋아질 게 없다고 여겼다. 또한, 그가 어떤 의중을 지녔는지 이해했다.


프레디는 랑발드가 저택으로 돌아오자 달려가 그를 맞이했다. 이윽고 그동안 있던 일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비록 양피지에 적었다 하더라도 말로도 보고 하는 게 옳다고 여긴 행동이었다. 물론 본인 예상과 다른 점은 있는지를 시작하여, 미리 작성한 보고서를 어떻게 여기는지 살피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쑥 튀어나온 마르카란 이름을 듣고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다.


“묻지 않는구나, 어째서 그토록 싫어하는 분가를 참가시키는지.”


랑발드 의견처럼 프레디라면 왜냐며 질문을 던져야 정상적일지 모른다. 적어도 랑발드가 현재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한 인물들이 분가임을 아는 이상 여쭤봐야 했는지 모른다. 랑발드가 분가 인물을 프레디와 동행시킨 의도를 질문 하는 게 타당했나 보다.


“한 가지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 아닙니까?”


정작 프레디는 그렇지 않았다. 정상적인 질문보다 이미 이해했다는 발언을 뱉는 쪽을 택했다.


“호오.”


프레디 행동은 정답이었다. 랑발드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맞장구쳤다. 기대에 찬 눈빛임을 프레디는 이제는 알고 있다. 누군가 보면 매섭게 눈빛을 보내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제 익숙해진 프레디는 절로 이해했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양보했다는 뜻이냐.”


프레디가 본인 의도를 잘 읽어냈음을 기뻐한 랑발드. 그는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웠다.


“수도로 가는 길목 내 물자를 약탈한 마법사들을 정리하는 공, 그게 이득입니다. 반면 실은 몬스터 사냥 때 활약할 기회를 양보한 게 실입니다.”

“흐음, 흡.”


랑발드는 복부를 크게 움직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입 밖으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웃음을 억제하는 느낌이었다.


“좋다. 좋구나, 아들아.”


프레디는 기뻐하는 랑발드를 잠자코 지켜봤다. 그가 원했던 답에 적중했다는 사실을 속으로만 조용히 삼켰다.


역시였나.


“솔직히 지금도 옛일을 생각하면 분가 놈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구나.”


프레디에게서 눈길을 돌려 열린 창 너머를 본다. 랑발드가 영지를 보는지 혹은 옛일을 떠올리는지 알 수 없었다.


“후우. 그러나 내가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무언가를 내줘야 하는 법이다.”


얻고자 하는 일은 마법사를 토벌하여 활약할 기회이자 나아가 아들의 명성임이 틀림없다. 한편 내주는 일은 몬스터에게서 세계수를 지키는 기회를 의미한다.


대외적으로 버틀러 가문과 랭커스터 가문은 사이가 좋지 않다. 랑발드가 현재 자리를 앉기 직전에 발생한 일 때문에 원래 같은 가문이었음에도 사이가 나쁘다. 다름 아닌 분가였던 랭커스터가 반역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분가로써 영지를 하사받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은 공작 작위까지 노렸다. 결과는 현재에도 알 수 있듯 실패로 끝났으며 당연하게도 사교계 전부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렇듯 대외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랭커스터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행실은 다른 귀족들을 의식한 행보였다. 귀족 사회에서 누구나 아는 사이 좋지 않은 가문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확실하게 활약할 기회이자 명성을 가져다주는 일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렇다. 세금을 비롯한 물품들을 마법사들이 약탈했고, 이들을 정리하는 일은 분명 명성을 가져다준다. 훗날 공작 가문을 후계인 동시에 공주 약혼자가 될 인물 활약상 첫걸음이다.


꽤 좋은 후원자를 얻었는지 모르겠군.


프레디는 랑발드 의도를 이해하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의도했듯 부단한 노력을 해주는군.


한편으로는 그런 감상을 흘리기도 했다.


아마도 약탈을 일삼는 마법사 일을 듣는 순간 랑발드는 강력하게 주장했을 게 틀림없다. 비록 수도로 향하는 길이며, 번스타인 영지를 곁에 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욕심이 많고 지기 싫어하는 랑발드라면 필시 그럴 거라는 예상을 하여 프레디는 일을 벌였다.


솔직히 눈앞에 그려진 일들을 예측한 프레디였다. 벨레노를 이용하기로 한 순간부터 말이다. 마법사를 정리하는 동시에 본인이 활약할 무대를 만들기 위하여 다 의도하였다.


“어디까지나 겉으로만 말이다.”


어느덧 창문에서 멀어져 다시금 책상으로 이동한 랑발드. 그는 의자에 앉아 와인을 홀짝였다.


“알아듣겠느냐, 아들아.”


프레디를 향한 랑발드 표정은 흥미진진한 느낌이 다분했다. 꼭 이번에도 자신에 의중을 맞추라는 듯 보였다.


“과연 그렇습니까, 아버님.”


프레디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이해가 됐다.


어쩌면 다른 귀족들 시각을 의식하였던 게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아버님께서는 애초에 기회를 주실 생각이 없으셨습니까.”


프레디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랑발드는 빙그레 웃었다.


“기회란 아무나 손쉽게 얻는 게 아니란 사실을 똑똑히 자각시켜주거라 아들아.”


어떤 의미로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는 일을 랑발드는 꼭 당장 하는 일처럼 말했다. 순서로 따지면 마법사들 정리가 먼저였다. 다음이 몬스터를 퇴치였다.


“언제나처럼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프레디 말에 랑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한 말을. 감히 분가 따위에게 기회를 손에 넣게 둬서 쓰겠느냐.”


대외적으로 기회를 줄 의도가 있는 듯했으나, 속셈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기대가 끝이 없네.


프레디가 속으로 느낀 그대로였다. 거의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듯 랑발드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긴, 원작에서도 성과를 보이길 원했지.


세계수의 기적 게임 시작 당시 제국 분위기 탓도 있으나, 랑발드는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는지 본인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지 않았다.


아마 같겠지.


프레디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랑발드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을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야만 비로써 만족할지 모른다.


“동감입니다.”


특별히 프레디는 분가에 대한 적개심은 없다. 어디까지나 프레디만 그럴 뿐이다. 랑발드는 증오까지 하고 있음을 알기에 프레디는 그리 답하였다.


“좋다. 아주 좋구나, 아들아.”


만족했다는 표정과 함께 랑발드는 책상에 내려놓은 와인을 다시금 홀짝였다.


“그런데 말이다, 아들아. 어찌 장사치 하물며 번스타인까지 곁에 두려 하더냐? 의중이 궁금하구나.”


목소리를 듣자면 굵지 않은 게 심기가 불편하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어째 눈에는 어딘지 모르게 진심이 담긴 느낌이었다. 프레디와 같은 매서운 눈초리 탓이 아닌 본심은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적은 많지 않은 게 좋지 않습니까?”

“정녕 적이 아니라 여기느냐.”


프레디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귀족에게 있어서 모든 가문이 적인 법 아닙니까.”


랑발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책상을 몇 번 손으로 크게 내리치는 게 어지간히도 기쁜 듯 보였다.


"그래, 그렇지. 벌써 귀족 사회를 꺠우친 모양이구나."

“다만 멀리 두는 편보다 가까이에 놓고 지켜보는 게 대응하기 편하지 않겠습니까, 아버님.”


프레디는 차분히 말했다.


“그러더냐.”


랑발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얼굴을 들었다.


“예. 가까이 두고서 감시하여야만, 제국을 손에 넣는 일을 방해받지 않으리라고 여겼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재밌는 발언이구나.”

“그러셨습니까?”


무심결에 프레디는 물었다. 그야 랑발드는 프레디에게 많은 기대를 하며, 그 끝은 당연히 제국을 손에 넣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전 무심코 아버님께서, 아닙니다. 저희 가문에 목표가 제국을 완전히 장악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오해였습니까?”

“..........”


랑발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프레디를 조용히 지켜봤다. 말은 없으나 속으로는 약간에 불안을 느꼈다.


너무 빨랐나.


프레디는 자신이 눈치챘음을 밝힌 게 시기상조였나 순간 여겼다.


언젠가 알려줄 거 아니었나.


한결이던 시절 여러 번 반복한 결과로 알고 있는 지식이지만, 버틀러 가문인 이상 좋든 싫든 알게 될 사실이다. 방금 프레디 발언이 지닌 의미는 말이다. 다름 아닌 버틀러 가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제국을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음을 말이다.


“흐음. 아니다.”


랑발드 눈빛은 순간 냉혹해졌으나 금방 풀어졌다.


“영특하구나, 아들아.”


말을 하며 프레디를 한 번 쓰윽 살핀 랑발드.


“난 내 아버님, 너의 조부께 듣고서 알았던 사실이다.”


와인 잔을 빙글, 빙글 돌리며 말한 랑발드.


“하긴, 내 눈치를 채기는 하였다. 느닷없이 숲에서 현 국왕을 데리고 왔을 적부터 말이다.”


랑발드는 현재와 달리 마검사이던 시절 수행했던 일이자, 몇 명밖에 모르는 비밀스러운 말을 대수롭지 않게 뱉었다.


“끊긴 핏줄 따위 누군가가 대신하면 그만이 아닌가 했지.”


의문이기도 하며 어째서 블라드를 왕으로 추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 참으로 우습지.”


랑발드는 직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버틀러 가문이 어떻게 공작 가문인지를 비롯하여 프레디가 알고 있는 부분을 말이다.


“그리됐으니 제국을 손에 넣으려면 현 왕가 핏줄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아느냐, 아들아.”


프레디가 명분이 없기에 거절하지 못한 일을 랑발다는 거절하지 말라는 듯 선언했다.


“예.”


프레디는 어차피 대꾸할 방법이 없었기도 하여 긍정하였다.


“좋다.”


랑발드는 와인 잔에 남은 와인을 단번에 들이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랑발드는 빈 와인 잔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알았느냐, 아들아? 내 아까도 말했듯 기회는 아무나 잡는 게 아니다. 가문을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기회를 주었다. 이제 이 기회를 잡아 너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문을 위해 놓치지 말아라. 알았느냐?”


다시 말해 랑발드는 우선으로 마법사를 정리하고 이어서 몬스터를 퇴치하여 명성을 퍼트리란 의미였다.


“예.”


그게 곧 제국을 손에 넣을 때 어느 누가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 없게 하는 발판임을 안 프레디는 긍정했다.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프레디는 고개를 조아리며 맡겨달라고 말하였다.


“내 아들답게 기대에 부응하겠지.”


빈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는 랑발드 표정은 밝았다.


“조속히 채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떠나지는 않는다. 프레디가 말한 채비는 일을 망치는 경우가 없도록 마검술 훈련을 매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좋다, 가보거라.”


프레디는 예의를 표하는 일을 잊지 않으며 방을 나섰다. 지난번과 같이 마석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마검에 익숙해지러 발걸음을 서둘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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