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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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iAnn
작품등록일 :
2021.08.0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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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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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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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베니스의 베이킹 교실 (1)

DUMMY





***


리엘 언니의 주문이 끝나고 나는 아까 진열되어 있던 시곗줄 중 눈에 띄지 않지만 깔끔한 마감이 된 시곗줄을 들고 함께 포장해서 나왔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가면 되는 거야?”


리엘 언니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총총 걸어가다가 빙그르르 뒤를 돌아 물어보자 잠시 아까 베니스가 말한 부분을 되짚으며 말했다.


“나도 시계 맡긴 거 찾아오면 되는데, 베니스는 약재상에 들려야 한대!”


“그러면 벨이 맡긴 시계 먼저 찾고 가볍게 카페에서 디저트랑 먹고 마지막에 베니스 약재 사러 가면 되겠네. 가장 신선하게 가져가는 게 좋은 거 아냐?”


나의 말을 듣던 에일린 언니가 역시나 깔끔하고 가볍게 일정을 정리했다.


“아, 약재는 건조한 것을 볼 거라서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제가 많이 살 거라서 집에 가기 전에 사는 게 좋아요!”


“근데 베니스, 약재에 대해 잘 알아?”


베니스의 말을 듣던 리엘 언니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약재를 직접 본다는 말에 궁금했는지 물어왔다.


“예전에 저희 집이 약재상이었어요...”


베니스의 말끝이 조금 흐려지며 안색이 어두워지자 리엘 언니가 아차 싶었는지 말을 재빠르게 돌렸다.


“그.. 그럼, 어서 이동하자! 시계 가게가 이... 이쪽? 아... 아니 저쪽이었나?”


“아니야, 리엘. 이쪽이야.”


리엘 언니가 당황을 했는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던 에일린 언니가 리엘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시계 가게로 이끌었다.


내가 말한 시계 가게에 도착하고 안나를 통해 미리 주문을 해둔 나는 곧바로 시계를 확인했다.


원하는 대로 깔끔한 디자인의 시계가 고급진 케이스에 담겨 나왔다.


여러 도안을 살펴보고 고른 뒤 딱 하나 추가 주문을 했는데, 바로 시계의 정중앙에는 세계수의 상징을 넣는 것이었다.


예상보다도 더욱 예쁘게 보석이 알알이 박혀 세계수 모양을 띄었다.


“글로리아 공작가에서 주문하신 디자인이 이게 맞으시죠?”


가게 주인이 조심스레 벨벳 천으로 덮인 케이스에서 시계를 꺼냈고, 나는 시계를 들어 아까 산 시곗줄이랑 비교하며 벌써부터 은은하게 미소 지어줄 유스 오빠 모습이 상상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네! 딱 맞아요! 감사합니다.”


해맑은 내 대답에 가게 주인분은 다시 시계를 담아주었고 나는 시계 상자를 챙겨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원래 계획에 넣어뒀던 광장의 분수대 근처의 유명한 ‘아뜰리’라는 카페로 향했다.


전부터 리엘 언니가 인기 많은 디저트 카페라며 꼭 오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곳이었다.


이미 테라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았고, 가게 안쪽에선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에일린 언니가 미리 예약한 덕에 우리는 가장 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원하는 메뉴를 받은 에일린 언니가 주문을 하고 우리는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 아뜰리의 상징인 케이크와 그 외 달달한 디저트, 그리고 음료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떠들었다.


“그으.... 저기... 베니스는 유스 오빠의 축하연에 참석하는 거야?”


“아, 저는 그 전날 다 같이 모이기로 하는 날에만 베르페니 후작님과 함께 보내기로 했어요. 저는 아직 노출이 되면 안 되기도 하고, 그리고 제가 아직 예법이나 부족한 게 많아서요.”


리엘 언니가 아까 차마 배려하지 못하고 물어본 탓인지 이번에는 베니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고 그런 리엘 언니의 노력이 보여서인지, 아니면 베니스가 원래 착해서 그런지 리엘 언니의 질문에 조곤조곤 대답해 주었다.


“괜찮아? 심심하지 않겠어?”


나는 턱을 양손으로 받치고는 베니스에게 기분을 살폈다.


“아녜요~ 그래도 전날에 모두 다 같이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걸요? 공부할 것도 많아서 괜찮아요! 크로노스님처럼 어려운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건 아니지만 베르페니 후작님의 배려로 약초학에 대해 깊게 공부할 수 있어서 요즘 정말로 행복해요.”


하지만 다행히도 베니스의 표정은 밝았으며, 정말 괜찮다는 듯이 말해주었다.


배우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좋다는 베니스는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정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헤헤... 그리고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조금 어려워서요...”


베니스는 마지막에는 쑥스러웠는지 볼을 긁으며 말을 덧붙였다.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하면 되지. 보기 좋네~ 열심히 공부한다니 기특해~”


베니스의 대답을 들은 에일린 언니는 그 모습이 보기 좋다며 베니스에게 칭찬을 하자 베니스는 배시시 웃어 보였다.


“자, 여기 주문하신 메뉴입니다.”


우리들의 대화 사이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고, 달달한 향에 저절로 디저트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세상에~! 정말 맛있어 보인다!”


“와아! 리엘 언니! 덕분에 예쁜 디저트 본다! 베니스, 많이 먹어.”


“... 꿀꺽, 네!”


직원이 조심스럽게 가장 먼저 올린 디저트는 아뜰리 대표 홀 케이크인 아뜰리의 메도빅 케이크,


일명 꿀 케이크!


꿀 케이크답게 위에는 벌집 모양으로 생긴 시트가 올려져 있었고, 게다가 정말로 꿀처럼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나자 군침이 돌았다.


나머지 디저트들이 차례로 와플과 푸딩, 그리고 바움쿠헨이 테이블 위로 한가득 자리를 잡았다.


다들 조금 허기가 졌는지 눈을 반짝였고 특히나 나처럼 단 걸 좋아하는 베니스랑 카이 오빠가 가장 눈빛이 돋보였다.


우리 중 디저트에 별로 관심 없는 윈터 오빠가 먼저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자르자 그 달짝지근한 꿀 향기가 우리 테이블에 물씬 퍼졌다.


그러고는 윈터 오빠는 접시에 한 조각씩 담아 나누어주었다.


다들 나누어 받고 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케이크를 한입 잘라서 먹어보았다.


나도 케이크를 입에 배어 물자 달달한 꿀의 향기와 함께 살짝 시큼한 사워크림의 맛이 나면서 꿀의 단 맛이 진하게 입안을 채웠다.


비스킷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다른 케이크와는 달라 조금 생소했지만 맛있었다.


“흐아~ 진짜 너무 맛있다!”


“그니까요! 와!”


맛있는 디저트에 홀려서 다들 연신 감탄을 하며 맛을 보았다.


“흐으... 이거 되게 달아요...”


“여기 디저트 꿀이랑 수제 잼을 사용해서 그 배합이 매우 조화롭대. 베니스 괜찮아? 맛있지?”


“네! 전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봤는데 이런 모양새는 처음이네요?”


“케이크를 만들 줄 알아?”


베니스 말에 나랑 리엘 언니는 사용하던 포크를 떨구었고, 그 모습에 베니스가 당황해하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네에... 혹시 뭐가 잘못되었어요?”


“난 만날 주방장님이 만든 것만 먹어서 되게 어려운 건 줄 알았는데... 베니스도 할 줄 아는 거라니...”


“맞아. 우리 베엘, 우린 먹을 줄만 아는...”


“아기돼지들이었지. 키키.”


장난치는 카이 오빠 말에 나랑 리엘 언니 눈빛이 싸악 변했고, 윈터 오빠는 가볍게 카이 오빠의 이마를 툭 쳤다.


“아, 어, 음... 제가 나중에 가르쳐드려도 될까요?”


“베니스가 가르쳐 준다면 이번에 유스 생일 직전에 가르쳐줄래? 너희들이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 어때?”


베니스 제안에 에일린 언니가 덥석 대답하자 베니스는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리엘 언니의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라는 단어에 꽂혀 두 눈이 반짝거리며 베니스를 바라보자 이내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만들 줄 아는 건 별거 없지만... 네. 간단하게 딸기 생크림 케이크.... 어때요?”


“좋아! 그럼 재료는 미리 부탁해서 준비할게.”


“언니도 같이 만들자, 응?”


리엘 언니가 에일린 언니의 팔에 팔짱 끼며 말하자 잠시 당황해하던 에일린 언니는 리엘 언니의 행동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가장 중요한 말을 꺼냈다.


“그럼 유스 생일 전날 모이는 날에 바로 만들고. 카이, 이번에 유스 앞에서 절대 말하지도 마. 말하면 네 입을....”


“내 입을...?”


“아주 따뜻하게 지져버릴 거야.”


그 말에 카이 오빠의 침 삼키는 소리가 울리자 에일린 언니는 싱긋 웃으며 눈앞에 작은 불꽃을 피웠다.


저번에 휴 오빠를 죽이겠다고 불의 정령을 쓴 모습이 상상되자 카이 오빠는 개를 연신 끄덕였다.


“절대 말 안 할게!”


“좋아. 그럼 우리 그날 조금 일찍 모이자. 베니스, 잘 부탁해.”


에일린 언니 말에 베니스가 배시시 웃었고, 나랑 리엘 언니는 마저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어느 정도 맛을 보고 허기를 조금 채우자 나는 베니스에게 말을 걸었다.


“참, 베니스. 그나저나 약재로 뭘 만들려고?”


“아~ 그냥 엄청난 거는 아니구요. 매일 피곤해 보이시고 주무시길래. 피로회복제와 체력회복제요. 헤헤..”


“와. 그런 거도 만들 수 있어? 대단하다!”


베니스는 내가 손뼉을 치면서 칭찬을 하자 부끄러워서 볼이 살짝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풉! 유스가 피곤해서 매일 자는 거였어? 난 그냥 잠이 많은 건 줄 알았는데.”


에일린 언니는 유스 오빠가 자는 이유를 물으며 웃어대었다.


“어... 그런 거예요? 음... 그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어떡하죠?”


“음.. 아닌데? 그냥 예민해서 깊게 안 자는 거 같던데....”


“리엘,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베니스는 에일린 언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내 옆에 앉아있던 리엘 언니가 아무런 생각 없이 말을 꺼내었다.


리엘 언니의 말에 에일린 언니는 바로 눈을 가늘게 뜨고는 특유의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으흥~ 거렸다.


“그냥.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고! 아이참! 에일린 언니! 또, 또, 또! 그런 표정 하지 말라구!”


“내가 무얼~ 내가 무슨 표정을 했는데~”


리엘 언니와 에일린 언니가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벨, 벨, 벨, 들어봐~ 리엘이 말을 하면 또~ 또~ 또~ 에일린 음흉하면 또~ 또~ 또~]


[엘리, 워, 워, 흥나는 건 좋은데 진정하자. 그 노래 아니야.]


[응.]


엘리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노래를 부르자 플루가 말리기 바빴고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났다.


반면에 베니스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었는지 ‘어? 어?’ 거리면서 당황하고 있었고 나는 그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따로 조용히 베니스에게 말했다.


“걱정 마~ 베니스. 항상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유스 오빠 그런 거 잘 신경 안 써.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니까. 내 생각에는 유스 오빠라면 유용하게 쓸 거 같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선물은 마음으로 생각해서 주는 거니까.”


“네!”


우리의 즐거운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더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카페에서 떠들면서 놀았더니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노을이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은색의 물감이 하늘에 번져서 자유로이 퍼지는 듯해 보였고 우리도 당 섭취로 인해서 아까보단 훨씬 움직이기 수월한 상태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필요한 걸 다 샀기에 마지막으로 약초상에 들려 베니스의 약초를 사러 갔다.


나는 베니스가 약초들을 고르고 있을 때, 따로 카이 오빠를 데리고 에일린 언니에게 눈치만 주고는 아까 들렸던 오르골 상점으로 갔다.


혹여 카이 오빠가 말할라 노스 오빠처럼 입을 막고서 오르골 상점으로 데려왔다.


내가 손을 풀자 카이 오빠는 크게 숨을 내쉬며 물었다.


“푸하- 벨? 여기는 왜?”


“그냥. 베니스에게 선물하려고!”


“오르골을?”


“응. 아까 이 오르골을 눈여겨보더라고.”


나는 진열장을 살펴 베니스가 유심히 보았던 오르골을 집어 들었다.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집의 아기자기한 오르골.


어떤 점이 베니스의 감정을 휘둘렀는지 몰라도 그동안 꿋꿋하고 해맑게 지낸 베니스가 이 오르골을 보자마자 침울해 해진 것을 보니 언덕 위의 집이 뭔가 베니스에게 의미 있어 보였다.


“아, 그거야?”


“응, 뭔가... 내가 주고 싶어서! 헤헤...”


내가 손에 쥔 오르골을 본 카이 오빠는 오르골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나에게 동전을 내밀었다.


"자, 나도 돈 보탤래."


"응? 카이 오빠 돈도 가지고 나왔어?"


"당연하지. 혹시 모르니까. 이미 유스 형 선물은 준비했지만."


빙긋 웃으며 말하는 카이 오빠가 장난스럽던 예전과는 다른 것 같아서 나는 카이 오빠한테 돈을 받고 가게 주인께 부탁했다.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예쁘게 포장해 주세요."


"그럼요~"


나는 베니스가 약재를 다 고르기 전에 어서 빨리 오르골을 사서 포장했고 다시 가게 밖으로 나왔다.


“카이 오빠, 어서 가자!”


“어? 응. 그래!”


작가의말

네이버 챌리그에서 주로 자유 연재를 같이 하는 중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댓글로 많은 피드백 부탁드릴게요! 


※ 이 글은 창작물이며 무단으로 도용/유포/표절하는 것은 삼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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