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땅 (The dark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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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센
작품등록일 :
2021.08.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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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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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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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그림자 #2

DUMMY

<그림자 #2>


잔혹한 전쟁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간 쓸쓸한 폐허. 짙은 선혈이 강처럼 흐르는 그곳의 모습은 마을이 있었던 자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썩어 문드러져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에서는 견딜 수 없는 악취가 진동했으며, 형체 없이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는 처참하게 산산조각나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그곳은 마치 현세에 구현된 지옥도. 바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생명의 불씨가 모조리 불살라진 이 지옥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은 작은 숨결들이 있었으니.


천운이 따라준 듯, 대학살의 현장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두 명의 아이들이었다.


작고 야윈 서로의 존재에만 의지한 채 고통스러운 매일을 견뎌내던 소년과 소녀.


수중에는 쓸만한 물건도, 하루를 버틸 식량도. 그 무엇하나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런 절망 속에서도 그들의 눈에는 구원을 기다리는 애타는 염원이 가득 담겨있었다.


마을이 사라지는 참극으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의 깊은 밤. 푸른빛으로 반짝이며 수놓아진 은하수 아래.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언가를 품에 안고 달려가는 소녀의 뒷모습이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잘그락- 잘그락-


신발도 없는 맨발로 거친 자갈밭 위를 거리낌없이 내달리고 있는 한 명의 소녀.


하얀 발 곳곳에 보이는 상처들과 피가 그런 일이 결코 괜찮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소녀의 입가에는 들뜬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아.. 하아..''


달리고 있던 소녀는 폐허 한복판 어딘가에서 발걸음을 멈춰섰다.


뜻밖에도 소녀가 다다른 그곳은 어느 무너진 건물의 잔해 앞.


높이 쌓여있는 나무 판자와 석재, 철 기둥따위들은 참극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간직한 듯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자재들을 회수해 이용한다면 작게나마 거처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됐겠지만, 소녀에겐 그만한 힘이 남아있지도 않거니와 이미 그 외에 다른 목적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나 왔어! 조금 늦었지?''


''...그러네.''


거대한 잔해들에 깔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이름모를 소년을 돌봐주는 일이었다.


하반신이 온통 무거운 더미들에 깔려있는 야윈 소년. 운 좋게 살아남은 그 날, 서둘러 마을을 빠져나가려던 소녀는 애타게 도움을 청하는 그 목소리를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이젠 주위에 음식쓰레기 같은 것도 없더라고. 그래도 수완 하나는 건졌지롱.''


소녀는 가져온 물건을 여전히 품에 숨긴 채, 소년의 옆쪽에 솟아있는 바위 위로 풀썩 몸을 걸터 앉혔다.


''뭐어게?''


차가운 밤바람에 찰랑이는 금발 뒤로, 티없이 맑은 소녀의 미소가 소년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그 행색은 꾀죄죄하기 그지없었지만,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소년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음.. 주문서?''


''땡! 틀렸어!''


소녀는 몸을 숙여 소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 후 그를 향해 호쾌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이번엔 다시 몸을 일으켜서 품고있던 물건을 두 손으로 내밀어보였다.


청록빛 액체가 가득 담긴 유리병의 형상이 소년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답은 마나 정제수였습니다! 이걸로 이틀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


한껏 들떠있는 소녀와 달리, 마른침을 삼키며 침묵하는 소년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소녀는 자신이 구해온 물을 들이키려다 소년의 상태를 보고 잠깐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왜 그래? 힘들어 보여.''


걱정된 소녀가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소녀의 질문에도 소년은 한동안 갈라진 입술을 꽉 깨문 채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너 정말 날 두고 갈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는거야?''


싸해진 분위기가 밤공기보다 차갑게 내려앉을 쯤 소년이 다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생판 남한테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푸는 이유..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어.''


''윽! 얘좀 봐. 또 힘빠지게 그런 얘기야? 말할 힘이 남아있으면 빨리 이거나 마셔.''


소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끊임없이 해왔던 말. 혹시라도 이를 계기로 소녀가 자신을 버리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슬쩍 꺼내본 얘기였지만, 유감이게도 그럴 때마다 소녀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눈치였다.


소년은 한 명이라도 확실하게 살아남길 바라고있었다.


''벌써 며칠 째야. 제대로 된 음식도 못먹고 있으면서.. 지금 네 몸도 눈에띄게 말라가고 있다고.''


''그래서?''


소녀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내려놓았던 물병을 다시 들어올렸다.


''괜히 나 같은 걸 도와준다고 나서서는.. 넌 영웅이 아니야. 남을 살리기 전에 먼저 자기자신부터 챙기라고! 왜 이렇게 사람이 바보같아?''


소년은 소녀를 탓하듯 가시 돋친 말을 퍼부어보지만, 그럴수록 마음엔 그녀에 대한 죄책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원망과 자책.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돌린다고 한들 지워질 리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말투와는 다르게 소년의 뺨엔 어느새 뜨거운 두 줄기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훌쩍


''...후우..''


그렇게 한껏 울분을 토해내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년. 서늘한 밤이 그 뺨에 남은 온기마저 앗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바람보다 먼저, 소년의 얼굴에는 따스한 온기가 포근하게 와닿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두 개의 손길이.


''하고 싶은 말은 다 끝난거야?''


가느다란 손가락이 흘러내린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냈다.


''뭐.. 그런 것 같아.''


소년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소녀의 손길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헤헤. 네가 날 그렇게까지 생각해 줄 줄은 몰랐는데.''


''누..누가 널 생각해줬다고 그래!''


''그런데 있지. 네가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어. 널 도와주는 건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소녀는 소년과 눈을 맞추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난 너만이라도 살았으면 하니까..''


''아니.''


소년이 뭔가를 말하려했지만, 소녀가 먼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건 아니야. 당장 눈 앞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외면해버린다면.. 결국 나도 이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지게 되잖아.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선 다른 사람들의 불행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


''...!''


''난 적어도 그렇게 되진 않을거야. 절대로.''


결의로 충만한 소녀에게 압도되어버린 소년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미약하게 떨리고 있는 작은 몸이지만, 그때 그 순간 소년에게만큼은 그녀의 모습이 세상 누구보다 거대하게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 둘 다 살아남는거야. 꼭 살아남아서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자. 힘을 합쳐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는거야.''


''행복한 세상이라고..''


''자아- 그러려면 일단 이걸 마셔야겠지? 좋은게 좋은거니까 사양말고 쭉 마셔.''


''..름.''


''응?''


초점이 없던 소년의 눈동자에 영롱한 푸른빛이 돌아왔다.


''우리 며칠동안 서로 이름도 못물어봤었잖아.''


''앗. 그러고보니 그렇네. 네 이름은 뭐야?''


''루인. 루인 세레니어. 너는?''


''응. 난.. 안 알려줄거다아!''


''!!''


당황한 소년의 눈에 다시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반응을 기다린 소녀는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니 반응 진짜 재밌다! 장난이야, 장난.''


''이런 씨.. 빨리 이름이나 알려줘.''


''궁금해? 궁금해?''


''어! 궁금하다고!''


''크크큭!''


충분히 애를 태웠다 생각한 소녀는 그제서야 고민하는 체를 그만두고 무릎을 쪼그려 소년에게 밀착해 앉았다.


''흠흠!''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녀의 이름이 꺼내어진다.


''내 이름은 레슬리야. 앞으로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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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단장님!''

''야! 루인! 하루종일 누워있을거야?''


''헛!''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닥에 쓰러져있던 루인이 정신을 차려 깨어난다.


''으윽.''


잠시동안 무뎌진 감각에 집중하자 흐리멍텅하던 시야엔 점점 초점이 잡히기 시작하고, 몸 곳곳에선 차갑고 끈적한 감촉들이 느껴진다. 누워있던 탓에 진흙같은 것들이 갑옷의 틈새로 스며든 것이리라.


잿빛으로 가득한 주변엔 꿈틀대는 검붉은 파편들과 단면이 깨끗하게 잘린 나무, 바위 등이 널려있다.


'이런 때에 옛날 생각이라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자 양옆으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지? 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데.''


루인은 갑옷에 달라붙은 찌꺼기를 털어내고 왼편에 앉아있던 여자에게 상황을 물어본다.


금색 무늬가 새겨진 흰 두건과 로브는 이 자가 길잡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려주었다.


''그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길잡이에게서가 아니었다.


''대충 10분정도.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


대신, 오른편에서 께름직한 듯 입술을 틀고있던 레슬리가 그 물음에 답해주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교전이 끝나고 네 번째. 갑자기 상급 마인들이 쏟아져나왔어. 쉽지 않은 놈들이어서 자칫하면 큰일날 뻔 했지만.. 뭐, 이번에도 네가 잘 해결했으니까.''


가만히 땅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그의 머릿속에 거대한 송곳니를 가진 마인들이 그려졌다.


''아.. 맞아, 기억나는군. 그리고 그 직후에 머리가 핑 돌았었지.''


''어.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더라. 이제 좀 기억나?''


레슬리의 말 덕분에 의식과 함께 흩어졌던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하나 맞춰지기 시작한다. 당시의 영상이 완벽하게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마인들을 괴멸시키는 과정에서 손에 남겨진 그 감각이 기억의 공백을 뒷받침해주었다.


''그나저나 너 정말 괜찮은거야?''


''응? 뭐가?''


''로드의 힘. 그걸 사용한 후부터 확실히 뭔가가 어긋난 듯 보여. 강력하지만 왠지 불안정해 보인다고 해야하나..''


레슬리가 창백해진 루인의 안색을 보고 걱정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옆에서 듣고있던 길잡이도 그 말에 동조했다.


''네. 방금 전의 전투에서 단장님의 푸른 마나가 금빛으로 바뀌니 별안간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단순히 그 강대함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그건.. 거기서 느껴지는 엄청난 살기때문이었죠.''


''뭐?''


''응.''


듣고있던 레슬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굉장한 살기였어. 모두를 두려움에 주춤거리게 만들 정도로. 쓰러지기 직전에는 왠 미친놈처럼 웃고있더라니까.''


''내가..?''


''그렇습니다.''


''허. 역시 어쩔 수 없었던건가.''


골똘히 고민하던 루인은 체념이라도 하듯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죽음을 실어온 검은 바람이 그의 잿빛 머리를 뒤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애초에 영겁의 시간동안 정제된 마나를, 일반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어. 인간의 그릇이 담을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힘이니까.''


''단장님..''


''주체할 수 없는 힘이 광기로 나타난건가. 더 남용하다간 육신이 붕괴되거나, 광인이 되어버리겠어.''


''뭐야 그거.. 제대로 쓸 수 있는 수가 맞기는 해?''


통제할 수 없는 힘을 다룬 대가는 확실했다. 검을 만들었던 손은 불로 지진듯 욱신거렸고, 전신의 마력 회로엔 과부하가 걸려 한발짝을 내딜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수반됐다. 하지만, 그는 그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미래를 엿보았다.


''물론이야. 지금의 나라면, 화신을 꺾을 수 있어.''


날카롭게 치켜뜬 눈과 입가에 머금은 웃음이 그의 넘치는 자신감을 대변했다.


''후.. 알았네요, 알았어. 넌 빈말 같은건 안하니까. 그래도 무리하는 느낌이 들면 내가 두들겨 패서라도 막을거야. 알았지?''


''좋아. 그러시던지요.''


편안한 어조로 대화를 주고받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나니, 그제서야 주변에서 기다리던 동료들도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루인의 기절로 원정 시간이 지체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준비가 되셨다면 어서 출발해야합니다, 단장님. 이 시간에도 놈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진 전력을 모조리 쏟아붓는 소모전까지 감행하면서요.''


''그래. 바로 출발하자고.''


한시가 중요한 원정이 자신 하나 때문에 지체됐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는지, 엄청난 통증 속에서도 루인은 검을 바로 차고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준비를 마친 나머지 원정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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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숲의 중심부에 다다릅니다. 인도석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오랜 걸음끝에, 그들은 마침내 숲의 중심이 닿은 곳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누구도 발을 디디지 못했던, 그 누구나가 궁금해했었던 머나먼 미지의 영역. 하지만 그곳은 그들이 떠올리던 추상과는 심히 동떨어져 있었다. 공허. 이 공간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것이 가장 적합했을 것이다. 하늘도, 땅도 고요한 절망에 휩싸여 사라져버린 곳. 그 풍경은 마치 세계를 집어삼키는 재앙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 했다.


넓게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과 하늘은 온통 흰색으로 뒤덮여있었고, 잿빛으로 잠겨버린 세상이 그들의 백의를 조금씩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애초에 숲이 맞긴 한거야? 숲보단 바다에 더 가까운 모습같은데.''


''숨을 쉬는 것조차 버겁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여기가 확실한건가?''


루인은 엷게 펼쳐져 흘러가는 기이한 안개를 헤집으며 길잡이를 돌아보았다. 이 불확실한 장소에 대한 확인을 거듭하고, 앞으로 만들어갈 그림의 상을 선명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두 개의 푸른 눈동자가 이쪽저쪽을 쫓으며 누군가의 대답을 기다렸다.


''..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뭐?''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상정하지 못했던 의외의 답. 당황하면서 눈치를 살펴봐도 그 말에 거짓이 섞여있는 듯한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저도 마찬가지. 아마 이 곳에 있는 모든 길잡이들이 같을거에요.''


''그건 어째서지?''


''페이나 숲의 중심은 왕국에서 지정한 '성역'. 여태까지 그곳을 지키는 길잡이들조차 그 모습을 실제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관계자한테까지 금지된 불가침의 영역인가.''


조용히 얘기를 듣던 레슬리는 팔짱을 낀 채, 중얼거리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낭패로군.''


티를 내고있지는 않았지만, 뻣뻣하게 경직된 루인의 얼굴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고, 나머지는 전부 베일에 쌓여있다라..'


말을 마친 일행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광활한 지평선으로 향해갔다. 조심스레 내딛는 그들의 발 아래엔 물 위를 걷는 것처럼 파장이 일렁이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불안해 하실 것 없습니다.''


''...?''


그렇게, 내리깐 시선으로 루인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차였다.


별안간 덥수룩한 흰 머리의 마법사가 루인의 옆으로 바짝 다가오더니 갑작스레 영문 모를 말을 속삭였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의아하게 생각한 루인이 되묻자 마법사는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로브 밖으로 나온 주름진 손이 꽤 지긋한 듯 보이는 그의 나이를 짐작케 했다.


''말 그대로. 성도는 결국 한 길로 이어지고, 화신의 목적지는 그 성도의 끝이니까요. 결국 여기서 놈을 놓칠 걱정은 없다는 말입니다. 시간문제죠.''


''당신, 뭔가 알고있는 듯한 눈치군.''


''오랫동안 쌓아올린 노인네의 잡지식 정도지요.''


마른 기침 섞인 클클대는 웃음 소리가 두건 속에서 새어나왔다.


''화신이 계속 숲 중앙을 향해가고 있긴 해도, 그곳이 종착점인지는 결코 모르는 일일텐데.''


냉소적이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화신이 계속 총력전을 펼치며 숲의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그 목적지가 숲의 중심이 맞다고는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스읍.. 단장님은 혹시 여신과 대마법사의 전설을 알고 계십니까?''


''음? 그거야 알고 있긴 하지만..''


주제를 벗어난 뜬금없는 소리라고 여기면서도 루인은 긍정했다. 루아드 내에서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을 것이다.


여신과 대마법사. 아주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루밀리아의 창세기이자 신화.


갑작스런 시련이 닥친 고대의 루밀리아.


하늘에 검은 달과 푸른 태양이 동시에 떠오른 날.고난은 시작되었다.


대지 곳곳엔 거대한 천둥 폭풍과 해일이 일었으며, 온 생명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급격히 말라붙어버렸다.


이에, 여신의 첫 번째 피조물인 대마법사는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를 올렸고.


그들의 오랜 염원은 결국 여신을 강림시키는데 성공했다.


단, 여신은 재앙을 멈춰주기에 앞서 그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으니. 그 조건은 앞으로도 이 세계가 그녀에게 영원한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응하는 인과율이 따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대마법사는 그 조건을 수락했고, 만족한 여신은 재앙을 멈추는 한편으로 자신의 첫 번째 자손인 그에게 자신의 뜻을 담은 황금의 과실을 선물했다.


그 이후. 축복을 받은 루밀리아는 빠르게 번영을 이룩해 나갔으며, 대마법사가 받은 이 과실은 모든 마법의 기원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흔히들 알고있는 전설의 내용이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거지?''


구부정하게 서있던 마법사가 허리를 펴자, 덥수룩한 머리카락 안에 가려져있던 금빛 안광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세계의 법칙을 바꾸는 성물, 황금의 과실. 초대 대마법사는 누구도 찾지 못하도록 그것을 성역안에 은밀히 숨겨두었다고 하죠.''


''온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화신이 차지하려 하는게 고작 성물 하나라고 얘기하고 싶은건가?''


''고작 성물이 아닙니다. 루밀리아의 중앙에 위치한 성역. 세상에 마나를 불어넣는 성물. 어느정도 감이 오지 않으십니까?''


''마나.. 설마.. 네스?!''


(네스: 루밀리아의 핵, 마나의 근원이자 영혼이 돌아가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네. 제 개인적인 추측이긴하지만, 모든 정황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니..''


'그렇다면 조금만 늦어도 끝장이야. 어떻게든 빨리..!'


안그래도 조급했던 루인의 마음이 한층 더 조급해졌다. 설득력있는 추리에 의문이 풀리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오싹한 감각이 새삼 그의 팔을 타고 올랐다.


더 이상의 여유는 없었다.


''모두, 이동을 서둘러야해! 마력으로 움직임을 가속해라!''


다급한 손짓과 함께, 원정대를 향해서 명령을 내리는 루인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졌다.


''어? 무슨 일인데? 대 화신전까지는 마력을 최대한 비축해두는게 아니었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 저기..''


바뀐 명령에 어리둥절하던 일행들의 이목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한 기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 방향에선 혈관처럼 뻗어나온 검붉은 어둠이 새하얀 땅을 휘감듯 꾸물거리며 점점 그들을 엄습해오고 있었다.


''놈이.. 왔습니다.''


''뭐?''


쿵-


''으악!''


이윽고 들려오는 영문모를 굉음과 단원들의 외마디 절규.


순식간에 다가온 검붉은 어둠은 손을 쓸새도 없이 눈 앞의 모든 것을 쓸어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방금까지 곁을 지키던 이들의 기척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영역을 펼친건가?'


그저 깊은 어둠 속에서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을 뿐.


그러나, 루인은 고작 그 정도로 무릎 꿇을 수 없었다.


'아니. 영역이라기엔 너무나 선명한 기운이다. 이건..'


짧은 결단의 순간. 그는 자신이 지닌 모든 마력을 끌어내어 이미 감각이 사라진 손으로 응집시켰다. 이어서 두 손을 앞으로 뻗어 검을 쥐는 자세를 취하니, 그곳에서부터 찬란하게 반짝이는 금광이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화신. 그 녀석의 육신 자체다.'


''하아압!''


그리고 형체 없는 빛의 칼날이 암흑 속을 가르자, 기분 나쁜 검은 파편들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도륙내어지고 삼켜지기 전의 풍경이 다시 눈 앞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머지 동료들은?!'


왼손엔 금빛 단도를, 오른손에는 푸른 장검을 움켜쥔 채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 루인은 거친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함께 사라진 동료들의 모습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다들 어디간거야.. 아무나 들린다면 대답해!''


''내 힘을 견뎌낼 줄이야. 역시 이번 예언의 주역은 그대인가.''


''?!''


그 때. 단 한명의 목소리만이 맴돌던 텅 빈 공간에서 별안간 그 외의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진 듯 일그러져 있으면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기괴한 음성. 루인은 듣자마자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화신..''


콰아아아-


그의 짧은 탄식과 함께 일대의 풍경이 유리처럼 바스라져 흩어진다.


그리고, 찢겨진 차원 속의 아공간에서 거대한 보랏빛 소용돌이가 사납게 솟구쳐나온다.


휘몰아치던 소용돌이는 한 점으로 모여 작은 구를 이루고, 구는 다시 팽창하며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휘어져 돋아난 날카롭고 검은 가시. 불길한 화염을 흘리는 육중한 몸체.


악마와 용을 뒤섞어 놓은듯한 괴수의 형상은 루인이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루인... 세레니어.. 다시 만나게되어 기쁘구나.''


'나를 기억하는건가?'


''의사소통이 가능할 줄이야. 인사치레는 집어치우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적개심으로 가득찬 루인의 장검이 화신의 거대한 육체를 겨누었다.


''내 동료들을 어디로 보낸거냐.''


주체없이 넘쳐 흐르는 살기의 위협에도, 눈 앞의 존재는 위축되긴 커녕 점점 더 앞으로 다가오며 웃음일지 모르는 기이한 소리를 흘렸다.


''하. 이런 때까지 미물들을 걱정하는 꼴이라니. 우습기도 하지.''


''최후를 앞당기고 싶지 않다면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원한다면.''


대치하던 화신이 거대한 손톱을 튕기자 뜨거운 바람과 함께 땅 속에서 검은 고치들이 떠오른다.


꿈틀거리며 요동치는 여러개의 고치들. 모습이 완전히 드러난 그것들은 곧 움직임을 멈추고 위에서부터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한다.


쩌적


벌어진 고치 속 내용물이 밖으로 빠져나옴에 따라 힘이 들어간 루인의 손도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적대감은 당혹감으로, 당혹감은 절망감으로. 그의 낯빛에 담긴 감정이 여러 차례 변모한다. 사라졌던 동료들이 지금. 그의 앞에 우뚝 서있었다.


신체 이곳저곳이 뒤틀리고 부푼 흉측한 마인의 모습을 한 채로.


''화신!!''


눈에는 시뻘건 핏발이 서고, 분노로 가득찬 고함은 갈라진 목소리로 터져나온다. 루인은 그 광경을 목도하자마자 자신 안의 무언가가 뚝하고 끊어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끝없는 고통과 억압의 운명이 마침내 종지부를 향해 가는도다. 나에게 대적할 마지막 영웅이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리석은 필멸자여. 내가 그대에게 안식을 주겠다.''


''죽여버리겠다!!''


화신을 향해 달려드는 루인. 분노와 공명한 금빛 마나가 4개의 검으로 분열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한껏 움츠린 후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실루엣, 거대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실루엣이 한 점으로 겹쳐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강철처럼 견고한 가시에 가로막힌 날붙이가 부르르 떨리고있다.


''으윽..''


빠르게 이동해 화신의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들.


유효타를 넣으려던 결정적인 순간, 그를 방해한 것은 다름아닌 그의 동료들이었다.


''너희들..''


''단장..님... 부디 저희를.. 크아아악!''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부하들의 얼굴에선 더 이상 사람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마인으로 변해버린 그들은, 이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한 때 자신들을 이끌었던 수장을 향해 짐승같이 달려들 뿐이었다.


몰아치는 공격을 쳐내며 흘리기만 하는 합의 연속. 지칠 기미 없는 공세가 받아내는 이의 체력을 점점 고갈시켜간다.


'나는..'


수많은 암기들을 막아내는 마나의 검들. 머리를 조여오는 현기증. 그 어지러움 속에서 루인의 눈 앞으로 주마등같은 기억이 스쳐간다.


[넌 그냥 그 빌어먹을 녀석한테 제대로 한 방 먹여주면 돼!]


'당장 내 옆에 있는 이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지금으로선 어차피 우리 모두 널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어떻게 되든, 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해.]


'대체 뭐가 영웅이란거야. 그런 길에 무슨 의미가 있지?'


[살아남아서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자. 힘을 합쳐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는거야.]


[당신은 세계를 지켜내주십시오. 전 모두가 돌아왔을 때 비춰줄 빛을 지켜내고 있을테니.]


'하지만 지금은.'


푹 푹


''으아악!''


''!''


영상이 멈추고, 손을 뿌리친 검들이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적들을 꿰뚫는다.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릴 시간이 없어.''


반격이 시작되자마자 사라지는 루인. 가르고 내려치는 검사의 푸른 잔영이 순간순간 나타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잿가루가 검기를 타고 날아간다.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이 멈춘 듯 느리게 움직였다. 눈 앞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 나갈수록 화신에 한 걸음. 또 한 걸음 가까워진다.


''하아.. 하아..''


검게 물든 스카프가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거린다. 위쪽에는 네 개의 붉은 눈이 숨을 죽여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다시 마주한 둘 사이엔 더 이상 어떤 장애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그런듯 보였다.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힘이 루인 뒤 공기의 흐름을 흐트려놓기 전까지는.


'맞아. 한 명이 남았었지. 일부러 외면하려했는데.'


''작별이다.''


악마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그는 뒤를 돌아본다.


''그래도 네 손에 끝난다면, 그리 나쁜 최후는 아닐지도 모르겠어.''


사람 몸체만한 비늘검의 끝이 어느덧 루인의 코 앞까지 다가와있었다. 그 뒤로는 검은 점액으로 덮인 한 사람의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레슬리.''


피할 수도 없는 일격.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마지막 웃음을 그녀에게 전하는 길을 택했다.


촤아악


''?!''


''큭.. 카하아악!''


그러나, 뒤이어 벌어진 상황은 루인의 예상을 완전히 비껴간 것이었다. 바로 자신의 몸에서 났어야 할 파고드는 소리는 다른 곳에서 들려왔고,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땅을 찢는 괴성이 뒤편에서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루인은 다시 몸을 돌렸다.


가슴을 움켜잡고 검은 피를 흘리는 화신과 한쪽 팔이 빛나는 마인.


전말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잘난 놈이라한들 자기 힘까지 견딜 수 있을리 없지.''


''크으으.. 미천한 것이 감히..''


''안돼!''


화신이 하늘로 향한 손바닥을 위로 끌어올리자, 지면에서 수많은 가시들이 돋아나와 마인의 몸을 강타한다.


작은 몸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떨어지는 마인의 모습을 눈으로 쫓고있는 루인의 머릿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지나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두 팔을 뻗은 채 다리를 끌고가는 몸은 멈추지 않는다.


터억


그렇게 그는 기어이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무릎을 꿇고 어둠을 끌어안은 영웅이 힘없이 축처진 두 손을 꼭 붙잡는다.


''루인, 나.. 한 건은 했다?''


''말하지마. 내가 치료할테니까.''


''...괜찮아. 난.. 이미 늦었어.''


깨진 안면의 점액 사이로 빛을 잃은 녹색 눈동자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헤.. 미안.. 모든 순간에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은 같이니까.. 그걸로 된걸까..''


''그러니까 말하지 말래도!''


붙잡고 있는 손 위로 뜨거운 눈물이 연거푸 흘러 떨어진다.


''좀 울지좀 마.. 끝까지 나 신경쓰이게 할거야?''


''레슬리! 제발! 안돼..''


레슬리의 몸에 붙어있던 암흑이 점차 재로 변해 흩어져가고, 창백한 손이 루인의 뺨을 어루만진다.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늘 내게 웃음을 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웠어 루인.''


''레슬리!!''


마지막 눈물을 끝으로, 레슬리는 끝내 그의 품 속에서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사라져갔다.


비탄을 실어가는 바람 사이로 쓸쓸한 남자의 뒷모습만이 자리를 지켰다.


''레슬리. 다음 생이란게 있다면.. 부디 그 때도 내게 웃음지어줘.''


일어선 루인은 손에 남아있는 가루를 꼭 쥐고 묵념하듯 눈을 감는다. 모든 것을 잃은 지금. 그가 행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가지 뿐이었다.


''화신. 내 영혼을 태워서라도 네놈을 지옥 밑바닥까지 쳐박아주겠다.''


화신을 깨부수는 것. 그는 남아있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마저 잃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최후의 발악이라.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겠지.''


터져나오는 강대한 힘에 대지가 갈라지고 파편들이 떠오른다. 마나를 버티지 못한 눈가엔 피가 흐를 정도로 깊고 기다란 상처가 새겨진다.


''이곳에서 모든 걸 끝내자.''


''할 수 있다면.''


이윽고 흰 먼지를 일으키며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금빛 날개의 검사와 잔혹한 마수.


머나먼 산과 바다까지 가르는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새로운 역사의 한 획이 그어지려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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