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천마에게 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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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날1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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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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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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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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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할머니 생신 잔치

DUMMY

22화

할머니 생신 잔치


할머니가 펼쳐 두신 은박지 돗자리에 하영과 인영이 앉았다.

돗자리에는 이미 동일이와 동일이 어머니, 삼총사, 할머니까지 나란히 앉아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알면 됐다. 알면.”


할머니가 그렇게 입을 열며 타박을 시작했다.


“넌 어찌 할미가 목소리를 높여야만 오냐?”

“그, 할머니. 제가 귀가 많이 밝아요. 그래서 할머니가 조용히 말씀하셔도 전부 듣거든요? 근데 제가 대답하기 전에 이미 할머니가 목소리를 높이시는...”

“닥쳐! 수수깡 주제 뭔 말이 이리 많아! 그냥 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 딱 그렇게 말하면 됐지!”

“네, 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동일이 어머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할머니는 조금 목소리를 낮추셔야 하는데.”

“네들이 뭘 알아. 이 할미는 이제 전 부쳐야 하니까 네들끼리 떠들어!”


할머니가 부자연스럽게 말을 돌렸으나 둘은 장단을 맞추어주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토마토 벌써 다 따셨네요?”


동일이 어머님과 동일이의 뒤에는 토마토가 가득 들어 있는 바구니가 몇 바구니나 쌓여 있었다.


“내 금방 다 했어요. 우리 동일이가 옆에서 얼마나 도와주던지. 뭐, 하영이랑 놀고 싶다나, 뭐라나..”

“아! 엄마!”


동일이가 버럭 소리치자 어머님이 미소지었다.


“왜? 엄마가 거짓말을 했니? 네가 직접 그랬잖아.”

“그..그래도 그걸 말하면 안 되지!”

“그런가?”


어머님이 고개를 살짝 움직여 우리 하영이를 보았다.


“하영이는 어땠니? 동일이 오빠 보고 싶었어?”


질문을 받은 하영이 고민 없이 말했다.


“네에! 보고 시퍼서요!”


그 말에 동일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하영이의 말은 이제 시작이었다.


“동일이 오바.. 어마도 보고 시퍼거요... 할무니도 보고 시퍼고.. 멍뭉이 아저시도 보고 시퍼어요!”

“그러쿠나..”


실망한 동일이 고개를 돌리고 푹 숙였다. 하영이는 눈치채지 못한 채 있었지만.


놀리는 거 같았기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근데 인영 씨..”

“네? 왜 그러세요?”


어머님은 약간은 질린 표정으로 내 뒤에 자리한 고구마밭을 보고 있었다.


“혹시 고구마 보셨어요?”

“저걸 고구마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자색에 맛있고 조금 크긴 하지만 고구마잖아요?”


그래 단지 고구마 크기가 조금 클 뿐이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우와, 디빵 크다.. 저거며는 몇 날 며칠은 먹을 수 있겠다..”


동일이의 감상은 의외로 담백했다. 역시 상상력이 풍부할 시기의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근데 저걸 어떻게 먹지?”


동일이의 말에 갑작스레 든 의문이었다.


저 커다란 걸 구우려면 큰불이 필요하고 삶기 위해서는 커다란 냄비가 필요한데...


“아, 다 익었네요.”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도중 어머님의 말씀에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


“제가 꺼낼게요.”

“고마워요.”

“별것도 아닌데요 뭘,”


냄비에서 물과 함께 보글보글 익어가던 감자와 고구마를 꺼냈다.

몸통에는 젓가락으로 생긴 여러 자상이 나있었지만 전부 하영이 입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영광스러운 상처였다.


영광스러운 상처 안에 보이는 노란 속살을 보니 전부 익었다는 말에 저절로 동감하게 되었다.


“원래는 군고구마가 국룰이긴 한데.”

“크크, 그건 맞죠. 근데 지금은 가을이 아니잖아요.”


어머님의 말씀이 옳다.


이렇게 수확하고 나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주워서 불을 피우고 거기에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는 게 국룰이었으나.


지금 우리가 수확하고 있는 철은 가을이 아닌 봄이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 돋아나는 시기인 셈이었다.


“일단 할머니부터.”


인영은 할머니 앞접시에 고구마와 감자, 한 조각씩 올려드렸다.


“어머님도 그릇 주세요.”


동일이 어머님이 건넨 그릇에 감자와 고구마 한 조각씩 올리고 이제 남은 손님의 면면을 살폈다.


삼총사와 눈을 빛내고 있는 하영이와 동일이.


“일단 너희부터.”

“왕!”


삼총사의 그릇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담아준 후.


인영은 과장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두 손님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손님들.”

“안녀하세여..”

“안녕하세요!”


두 사람 다 어린애이다 보니 상황극을 금방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럼 아리따운 아가씨 주문하시겠습니까? 메뉴는 삶은 감자 웰던과 고구마 웰던이 존재합니다.”

“으음.. 하영이는.. 고구마 하엉덩하고.. 감자 하엉덩이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그럼 도련님은 무엇으로 드릴까요?”

“저도 똑같은 거로 주세요..”


동일이의 답을 끝으로 인영이 냄비에 남아있던 감자와 고구마를 전부 꺼냈다.


옆에서 눈꼴시듯 보는 할머니의 눈길은 최대한 회피했다.

아니면 자괴감이라는 늪에 빠져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듯했으니까.


둘에게 덜어주고 나서 상황극을 끝마쳤다.


“이야.. 인영 씨는 상황극도 잘하시네요.. 혹시 배우 셨나요?”

“하하, 칭찬은 감사합니다.”

“아바 친찬 감사하미다..!”


하영이는 자신의 칭찬을 들은 듯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배우는 아니었고, 그냥 외국 멀리서 공부나 하다 왔죠.”

“그러시구나. 대단하네요.”

“하하. 별거 아니죠. 뭐. 그럼 이제 식사해 볼까요?”

“조아요!”


대답은 하영이가 했고 꼬르륵, 소리도 하영이가 냈다.


“크큭, 그래 빨리 먹자, 하영아.”


뜨거운 고구마를 집은 인영이 껍질을 한 땀 한 땀 손수 벗겼다.

잘 익은 노란 속살이 모락모락 나는 김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마시게다..”

“아마, 맛있을걸.”


노동 후 먹는 음식을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자기 자신이 직접 수확한 농작물은.


“자, 뜨거우니까 호오, 불어서 먹는 거야.”

“네에!”


하영이 앵두 같은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호오, 호오 숨을 불었다.


그렇게 몇 번 분 하영이 고구마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하아, 하아.


뜨거운지 입김을 몇 번 뱉은 하영이 드디어 오물오물 고구마를 씹었다.


씹자마자 하영이의 미간에 진실에 내 천(川)가 생겨났다.

오물오물... 꿀꺽.


고구마를 삼킨 하영이...


“오또케여..?”

“응 왜?”

“너무..너무 마시서요..!”


하영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볼을 감싸 쥐고 말했다.


“하하, 그래? 그렇게나 맛있어?”

“네에! 그리고 잠시마뇨! 하영이가 먹여주게요!”

“오! 정말로?”

“네에! 하영이도 거지말 안 해여!”


하영이 내 손에 들려있던 고구마를 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껍질을 한 땀 한 땀 벗겼다. 그리고 호오, 호오 불었다.


“자, 아바! 뜨거우니까 호오, 호오 부러서 머거야 해요!”

“응, 알겠어.”

호오, 호오.


몇 번 숨을 분 인영이 눈치껏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었다.

폭신폭신, 부들부들. 딱 씹었을 때 고구마의 결이 전부 느껴졌다.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우와.. 정말 맛있네?”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질 만큼 맛이었다.

역시 1,000살이나 먹어도 노둥 후에 먹는 음식은 맛있는 법인가?


꿀꺽.


“하영이가 먹여줘서 더 맛있는 거 같은데?”

“..전말요?”

“응.”


두 모습을 보던 할머니가 마뜩잖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주 네 딸만 챙기는구나 그냥. 할미 입은 사람 입도 아니냐?”


설마. 할머니 질투하시는 거..?


“또 엿 팔아먹는 소리 하지 말고.”

“에이, 할머니도 참. 이제 챙겨드리려고 했죠. 말씀도 참.”


인영이 손을 뻗어 할머니 접시 위에 올려진 고구마를 들었다.

껍질을 까고 그 위에 새빨갛게 양념 된 김치 한 점을 올렸다.


“또, 고구마하며는 김치 아니겠습니까?”


“자, 할머니 아.”


할머니가 입을 열어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었다.

오물. 아삭, 꿀꺽.


“헹. 먹을 만 하구만?”

“맛있으면서..”

“맛있긴 맛있지, 다 누가 만든 음식인데? 고구마도 내가 삶았고, 김치도 내가 담근 거니까 맛은 당연하지.”

“원래 같이 먹는 사람에 따라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라고요.”

“뭐? 지금 내 김치가 맛없다고 하는 거냐?”

“아니..아니요! 그건 아니죠!”


김치가 맛없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잖아요!

그렇게 땀을 빼며 해명하던 도중 꼴깍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응?”


할머니와 인영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영아?”

“아바..! 하영이도 발간 거 머고 시퍼요..!”

“발간 거..? 아! 김치?”

“네에!”


예전에 동일이 어머님이 김치를 싸주셨을 때는 하영이가 매울 게 분명했기에 꺼내지 않았었다.


“어.. 많이 매울 텐데?”


지금은 봤으니 이제 무를 수도 없다.


“갠차나요..! 하영이 매우거 잘 차마요..”

“그럼 조금만 먹어보자.”


인영이 손으로 김치를 작게 찢어 들었다.


“많이 매울 텐데..”


여전히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정한 하영이를 설득하는 건 더 걱정되었기에 그냥 한번 경험해보게 했다.


“아..”

“앙!”


잘익은 김치가 하영이의 입으로 들어갔다.


아삭. 아삭.


“마시서...요! 스읍! 아..아바! 매어요!”


번뜩 일어난 하영이 발을 동동거리며 이리저리 달리기 시작했다.

그게 어찌나 빠르던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고야.. 일났네..”


핸들이 고장 난 8t 트럭인 하영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애 좀 써야 할 듯했다.


***


폐점 시간이 다가올 때쯤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어머니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는 무슨 여보세요 야, 넌 누구냐?

“엄마 아들 김인영이요.”

-그걸 아는 놈이 2달 동안 연락 한 통 없어?

“아..”


깜빡하고 있었다.


-너 지금 깜빡했다고 생각했지?


뜨끔.


“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최근 바빠서 그랬어요..”

-얼씨구.

“절씨구.”

-하, 아무튼 용건만 간단하게 말한다. 한 번만 말할 테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넵, 마님. 말씀만 주십시오.”


어머니가 하는 말 한 톨도 흘려듣지 않고 머릿속에 새겨두기로 했다.


-5월 12일 날 할머니 생신이고, 친척들은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시네. 우리도 못 갈 거 같고. 그러니 네가 챙겨드려. 알겠어?

“아.. 네, 챙겨드려야죠. 받은 게 얼마인데.”

-그래 알았으면 됐다.


엄마는 오랜만에 통화한 아들과 길게 대화할 생각이 없는지 무심하게 통화를 끊으려 했으나.


“아바... 누구에여..?”

“하영이 할머니.”

“할무니..?”

“응.”


-당장 바꿔라.


“네? 아, 예.”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변경했다.


-하영아, 잘 있었어..?

“할무니..!”


와, 너무하시네.


목소리 톤에서부터 아들과는 차원이 다른 상냥함 사랑 그런 게 깃들어 있었다.


나한테는 차갑게 구시더니..


“할무니.. 보고 시퍼요..”

-어머.. 할머니도 하영이 너무 보고 싶은데..


찌찌뽕이네 완전.


약간 서운할지도.


작가의말

으.. 먹은 게 없어서 머리가 어지러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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