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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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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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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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 트럭이 쫓아온다.

...




DUMMY

“벌써 한 달이나 지나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예쁜 분이라면 내가 기억하고 있겠지요. 허허허······. 남자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자분요?”


남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생겼나요?”


하동리가 물었다.


“음, 평범한 동양인이었어요. 약간 마른 것 같기도 하고요.”

“차량을 이곳에서 렌트할 때 작성했던 계약서를 볼 수 있을까요?”


하동리가 나서서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이 서류함에서 서류를 찾아 하동리에게 보여줬다.


서류에는 렌트하는 자가 ‘리빙조’라고 적혀 있다.


“기억나요? 이름이?”


반태오가 하동리에게 물었다. 하동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머리를 저었다.


“여기 전화번호가 있군요. 전화를 해보면 되겠어요.”


반태오가 직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차가 반환되지 않고 연락도 없어서 우리가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아요. 경찰에 알아봤더니 신원 불상자였어요.”

“신원 불상자요?”

“이 서류에 인적사항을 모두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지요.”

“왜······?”


렌트카 직원들이 오히려 하동리를 빤히 쳐다봤다.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는 표정으로.


***


두 사람은 코가 한 자나 빠져서 렌트카 사무실을 나왔다. 두 사람은 승용차에 탔다.


“저 사람들 말이나 계약서를 보면 하얀색 르노승용차를 그 리빙조라는 사람이 렌트했고, 그 차를 사용한 사람은 당신이라는 건데······.”

“그 리빙조라는 이름도 가명이라고 하잖아요.”

“그 리빙조라는 사람이 당신한테 준 게 아니라 다른 제 3의 인물에게 줬고, 그 제 3의 인물이 당신에게 사용하라고 줬을 수도 있겠지요.”


“왜 내가 사용할 차를 내가 렌트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렌트했을까요? 게다가 가명으로 렌트하면서 렌트하는 사람 자체를 숨기면서 까지요?”

“그 차를 사용하는 사람을 숨겨야 할 이유가 있거나, 아니면······.”

“아니면요?”


반태오는 답을 하지 않고 하동리를 불길한 눈으로 쳐다봤다.


“미리 나를 테러하기 위해 작정을 하고 차를 가명으로 렌트해서 나에게 줬단 말인가요?”


반태오는 눈길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태오도 같은 추리를 하고 있었다.


“어쨌든 당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하동리는 고개를 돌려 반태오를 빤히 쳐다봤다.


“왜 내가 중요한 사람이지요? 당신은 알지 않나요?”

“······.”


반태오는 입을 닫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라 설명을 해야 하나. 그런 반태오를 잠시 쳐다보던 하동리가 슬그머니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어떻게 단서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당신이나 나나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게요. 당신도 어떤 자들에 의해 공격을 당했고, 나도 공격을 당했어요.”

“게다가 감시자들이 우리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고요.”


‘게다가 나는 당신을 몰라······.’

반태오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지금의 수수께끼 같은 상황을 풀어갈 수 있어’


“내가 지금 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당신이 알려줄 수 있지 않나요?”


하동리의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반태오를 쳐다봤다. 반태오는 당연히 답을 줄 수 없다.

‘나도 당신을 처음 만났는데 내가 당신을 어떻게 알겠어?’


“미안해요······.”


반태오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말이 없다.


“당신도 혹시 나처럼, 나만을 기억하고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나요?”


하동리는 다시 가시 돋친 말을 한다.


“······그러게 말이요.”

“미안해요. 신경이 예민해졌나 봐요. 자꾸 당신을 힘들게 하는 말을 해서 미안해요. 여기 렌트카 회사에 오면 내 기억을 찾을 줄 알았는데······.”


반태오는 말없이 하동리의 손을 꼭 잡았다. 지금으로써는 반태오도 방법이 없다.


“내가 아는 주변사람들을 통해 알아볼게요. 같이 노력해봅시다. 당신뿐만 아니고 나도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하동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좀 심했지요?”


하동리가 슬그머니 눈을 들어 반태오를 쳐다봤다.


“아니에요. 당신 마음을 알아요. 내가 당신의 기억을 찾아줄게요. 같이 노력해 봐요.”


반태오는 손으로 하동리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하동리의 눈에서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시일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당신과 내 주변을 알아봐야겠어요.”


***


“스위스에 왔으니까 식사라도 하고 갈까요?”


반태오는 하동리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동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요!”


하동리는 손을 들어 차를 출발 시키려는 반태오를 제지했다.


“내가 탔던 차를 여기에서 렌트했다면 내가 여기 어디에선가 묵었단 말 아닐까요? 아니면 여기로 와서 사고 현장으로 출발을 했거나요?”


반태오도 잠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럴 것 같네요.”

“여기 주변 호텔을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게요. 만약 당신이 여기 어딘가 호텔에서 묵었다면 당신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텔만 찾는다면 당연히 당신의······."


반태오는 멈칫했다.

‘당신의 이름과 당신이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한번 둘러봐요.”

“일단 주변 호텔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요.”


반태오는 인터넷으로 근처 호텔을 검색했다. 반경 일 킬로미터 안에 호텔이 10개 가 넘었다.


두 사람은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뒤에 검색 된 호텔을 찾아가 프런트 직원에게 하동리가 이곳에 묵었냐고 물었다.


“혹시 한 달 전에 이곳에 묵었는데 아시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물어봤다.


프런트 직원은 당황해 하면서 하동리를 유심히 관찰했다.


“손님 죄송한데,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성함을 확인하면 금방 찾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대답을 했다.


몇 군데를 돌았지만 하동리를 기억하는 직원들은 없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특별한 경우에는 가명으로 투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24시간 한 직원이 지키는 게 아니라 8시간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다른 팀들이 있을 때 투숙할 수도 있고요.”


프런트 직원 말대로 가명으로 투숙할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대체, 하동리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신분을 감추면서까지 이곳에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반태오는 하동리가 더 의문스럽게 느껴졌다.


좁은 도로 안에 있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호텔을 둘러보고 나올 때였다. 반태오 눈에 한 동양인이 보였다.


반태오보다 키는 작지만 턱선이 날렵하면서도 완강하게 보이는 사내다. 그는 한참 이쪽을 보고 있다가 반태오가 시선을 사내 쪽으로 옮기자 얼른 몸을 돌렸다. 싸한 바람이 반태오 뒷골을 훑고 지나갔다.


큰 도로 쪽으로 걸어 나와 근처에 있는 다른 호텔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반태오는 눈치 채지 않도록 사내가 주변에 있는지를 훑었다. 사내는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내에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까.


다시 호텔로 들어가 안내 직원에게 하동리 투숙여부를 확인했다. 역시 직원을 고개를 저었다.


“커피나 한잔 하고 갈까요?”


두 사람은 호텔 로비에 따린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넓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도로가 보였다.


“잠깐만요.”


하동리는 상체를 반태오 쪽으로 약간 숙이면서 늦은 목소리로 반태오의 주의를 끌었다.


“고개 돌리지 말고 들어봐요.”


하동리가 속삭이듯 말했다. 반태오도 신경을 하동리에게 집중했다.


“아까부터 남자가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반태오가 느낀 걸 하동리도 알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생겼어요?”


반태오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보다 키는 작은데 반듯하게 생긴 남자에요. 당신 뒤쪽으로 도로 건너에서 우리 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봤어요?”

“이 호텔 말고, 바로 이전 호텔에 들어갈 때부터 우리를 미행하는 걸 봤어요.”

“일단, 모르는 척 행동합시다. 그러다가 남자가 안 보일 때 얼른 떠납시다.”


하동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태오는 위기감을 느꼈다.


통통하면서도 다부진 사내가 반태오와 하동리 뒤를 밟았다. 그 다음에는 키가 큰 사내가 보였다. 이번에는 중키의 사내가 뒤를 따르고 있다. 다들 동양인이다. 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왜 반태오와 하동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인가.


마음이 바빠졌다. 감시하는 자들로부터 직접 해를 입은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되면 반태오나 하동리를 공격할지 모른다. 두 사람은 이미 숲속 절벽 도로에서 한 번씩 호되게 당하지 않았는가.


호텔 로비 카페에 앉아 있는데도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하지 않았다. 온통 신경이 뒤통수에 집중되었다.


반태오는 하동리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곧 감시하는 자가 사라졌다는 말만 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하동리가 얼른 고개를 숙이더니 감시하던 사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둘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얼른 뒷문으로 나가요. 계산하고 나갈 테니까요.”


하동리가 목발을 짚고 뒤뚱거리며 뒷문으로 걸어갔다. 반태오는 사내가 서 있었다는 쪽 도로를 힐끔거리며 카운터로 갔다.


반태오는 뒷문에서 기다리던 하동리와 주변을 살피며 타고 왔던 승용차를 주차해뒀던 곳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아시아계 사람이 보이면 얼른 건물이나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은 겨우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나왔다. 뒤에서 차가 따라오는지 자꾸 백미러를 보게 된다.


“다음에는 붙잡아서 대체 왜 뒤를 밟는지 물어봐야겠어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당신을 미행하는 건지 아니면 나를 미행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미행하는 건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하동리는 겁먹은 얼굴로 반태오를 쳐다봤다.


다행이 스위스 국경을 통과할 때까지 뒤에서 반태오의 차를 추격하는 차는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반태오의 눈에 안 띠어서 그럴 뿐 반태오의 차를 따라오는 차가 있을 지는 모르는 일이다.


***


스위스 국경을 통과해 프랑스 쪽으로 달려와 샤모니의 산길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 하동리와 반태오가 사고를 당했던 지점 쯤에 다다랐을 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뒤에서 트럭이 따라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백미러좀 보세요!”


트럭을 발견한 사람은 하동리다. 험한 산길이라 전방을 주시하는 반태오와 달리 하동리는 백미러를 보며 뒤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반태오가 백미러를 보는 순간 트럭은 속도를 높이며 반태오의 차 뒤꽁무니에 바짝 따라붙고 있다.


반태오는 순간 번개를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리는 느낌이다. 반태오는 액셀 밟은 발에 지그시 힘을 줬다. 하동리도 긴장한 듯 등받이에 등을 딱 붙이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꼭 붙잡고 있다.


문득, 하동리의 차를 트럭이 공격했다는 경찰의 말이 떠올랐다. 앞에서 다른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등장하는 것일까? 그때처럼?


반태오는 온몸에 흐르고 있는 피가 얼어버린 듯 차가운 냉기를 느끼면서 몸이 굳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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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9> 자, 어서 타시지오. 22.01.30 26 1 12쪽
108 <108> 얼른 응급조치를 해주시오! 22.01.28 25 1 12쪽
107 <107> 총을 맞은 것 같아요. 22.01.26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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