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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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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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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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7> 조선족입니다.

...




DUMMY

반태오는 모니터를 살폈다.


최백철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고, 미혼이었으며, 사는 곳은 중국 연길로 되어 있다. 근로비자로 입국했고, 입국한 지는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너무 간략해서 최백철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그가 중국 연길에서 온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게 그나마 수확이었다.


그런데, 그는 왜 최백철 이름을 숨기고 최건이라는 가명을 쓰는 것일까?



***



반태오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언제 들어왔는지 정수련이 앉아 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다면서요?”


정수련이 얼른 일어나며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어? 무슨 일은, 무슨 일······.”


“어제 저녁에 하동리 씨가 납치되고 반 후보님이 구하러 가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하던데요.”

“어어······. 경찰들이 도와줘서 무사히 마무리 되었어.”


반태오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정수련의 눈을 피하면서 서류를 뒤적였다.


“그런데, 누가 하동리 씨를 납치한 거예요? 대체 무슨 이유로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 무슨 이유로 납치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하동리 씨를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요?”


정수련은 집요하게 물었다.

반태오는 살짝 짜증이 일었다.


“어떻게 하다니?”


“그러니까······.”


정수련이 손바닥을 쫙 펴서 칼처럼 만들어 목 주위를 그었다.


반태오는 그런 정수련의 행동을 무시했다.


“정말 궁금해지는 군요? 하동리라는 여자가요.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 온 사람일까요?”


“······.”


“납치를 당할 정도면, 하동리 씨가 보통 여자는 아닌 것 같은데요.”


반태오는 짜증을 참으며 정수련의 말을 듣고 있다.


“혹시······ 무슨 범죄 단체에 가입된 사람이 아닐까요?”


“범죄단체?”


반태오가 눈을 똑바로 뜨고 정수련을 응시했다.


“그렇지 않아요. 계속 누군가 하동리 씨를 감시했고, 또 처음에 어떤 자들이 하동리를 죽이려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면서요. 이건 뭔가 하동리 씨가 어떤 조직의 비밀을 알고 있거나, 그래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정수련을 응시하던 눈을 천천히 누그러뜨렸다.


정수련이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지만 냉정하게 들어보면, 정수련의 말이 아주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정수련이 말을 더 하려다가 반태오의 눈치를 봤다.


“게다가 뭐?”


“하동리 씨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최건이라는 사람이 새로 들어온 모양이에요.”


최백철을 말하는 모양이다.

반태오는 계속 말해보라는 눈으로 정수련을 봤다.


“하동리 씨가 들어온 지 하룬가 이틀인가 후에 들어왔는데, 최건이라는 사람이 하동리 씨한테 아주 잘 해주더라는 거예요. 게다가 두 사람이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두 사람 관계가 수상하다, 그 말이에요.”


“수련 씨가 봤을 때, 어디가 수상한데?”


반태오는 목소리를 누그려 뜨려 물었다.

정수련을 너무 딱딱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 최건이란 사람은 중국 연변 출신인데, 아무래도 무슨 범죄와 관련된 게 아닌가 싶어요.”


“범죄? 무슨 범죄?”


“하동리 씨와 관련된 일이겠지요. 최건이란 사람과 하동리 씨는 한패였고, 무슨 일을 저지르고 연변에서 도망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여기서도 최건이 하동리 씨에게 잘 해주는 것을 보면, 두 사람 관계가 심상치 않고요.”


정수련의 말을 부정해야 하는데, 반태오는 그럴 수 없다.

정수련의 추리는 일리 있다.


최백철이 어제 저녁 지하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와서 하동리를 구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쫓아와서 그런 행동을 할 정도면 최백철과 하동리가 보통 관계는 아닐 것이다.


뭔가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는 샤모니에서 하동리를 만났을 때, 자신을 실장이라고 하면서 하동리에게 부장님이라고 상급자 대하듯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


“두 사람 관계가 심상치 않다면, 어떤······ 관계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정수련은 다시 반태오의 얼굴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인관계······.”


“연인관계?”


싸한 느낌이 반태오의 등짝을 후려쳤다.


반태오가 정수련의 말에 호응을 보이자, 힘을 얻었는지 정수련의 음성이 한톤 올라챘다.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정말 그런 것 같다.

하동리와 최백철이 연인관계.


한번, 그쪽으로 마음을 틀었더니 생각은 여지없이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연연관계가 맞는 것일까?

반태오는 눈을 껌벅이면서 생각에 잠겼다.


하동리와 최백철이 연인관계라니.


처음 샤모니에서 최백철이 하동리에게 취했다는 행동을 봐서는 두 사람이 사귀는 관계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다.


최백철이 자신을 실장이라 하고 하동리에게 부장님이라며 깍듯하게 존대를 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두 사람은 상하관계이지 연인관계라 하기엔 좀 그렇지 않는가.


정수련이 생각에 잠겨 있는 반태오를 가만히 바라봤다.


“뭘 생각하세요?”


“어, 아니, 그냥······.”


“이쯤해서 정리하는 게 어떠세요?”


“뭘?”


“뭐긴 뭐예요? 하동리 씨를 말하는 거죠.”


정수련이 속마음을 들어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서, 후보님이 하동리 씨에 대해서 아는 게 뭐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다 왔는지, 어떤 일에 관여되어 있는지도요. 안 그래요?”


정수련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동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되는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태오는 정수련의 말을 반박할 수 없다.


“알았어.”


“알았으면, 이제 집에서 내보내세요.”


정수련은 결론을 내듯 매몰차게 말했다.

반태오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알았다니까.”


“알았다고만 하지 마시고, 내보내시라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했던가.

정수련은 더 차갑게 말했다.

이참에 하동리와 반태오의 관계를 확실하게 매듭지어버리려는 모양이다.


“당장 어디로 내보내라고 그래?”


오히려 반태오가 정수련에게 부탁하는 말투가 되고 말았다.


“왜, 갈 데가 없어요. 집 나가면 최건 씨가 쌍수를 들고 모셔갈 걸요.”


하동리가 집을 나가면 최백철이 데려간다고?


하동리 얼굴에 물음표를 그리며 잠시 냉정하게 하동리를 분석하려던 반태오의 마음이 순간 확 닫혔다.


하동리를 최백철이 데려간다니.

그럴 수는 없다.

은근히 최백철에게 반발심이 일었다.


반태오는 정수련을 적당히 달래서 내보냈다.


반태오는 최백철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



반태오는 레스토랑이 한가한 시간을 택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동리의 눈을 피해 최백철을 찾았다.

최백철은 마침 주방 마당에서 식재료를 옮기고 있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최백철의 눈이 순간 커졌다가 이내 보통의 상태로 돌아갔고, 뚱한 표정으로 모르는 사람처럼 반태오를 쳐다봤다.


“저는 호텔에서 법률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반태오라고 합니다.”


그때서야 최백철이 반태오를 쳐다보며 고개를 슬쩍 숙였다.


“지금은 이걸 창고로 옮겨야 하는데, 끝나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위축되지 않는 당당한 말투다.


“아, 그래요? 그럼 그래야지요.”


“제가 어디로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매니저님한테 이야기를 해놓을 테니까, 관리부로 오면 법률담당실이 있습니다. 그리로 오시지요.”


“예······.”


반태오는 사무실로 올라가 최백철을 기다렸다.


최백철에게 무엇을 질문할지, 또 최백철이 뭐라고 답을 할지 생각하니 긴장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나서 사무실을 왔다 갔다 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리고 최백철이 들어왔다.

최백철은 가볍게 목례를 했다.


큰 키지만 구부정하지 않고 반듯했고, 어깨가 벌어진 것이 운동께나 한 사람처럼 보였다.


더벅머리는 정리되지 않아 산만했지만, 작은 눈이 매서워보였으며 콧날이 오뚝했고 입술의 선이 굵었다.

결코 가볍게 보이는 사내가 아니다.


“자, 앉으시지요. 커피 드릴까요?”


“아닙니다. 그냥 물 한잔이면 됩니다.”


최백철은 소파에 앉았다.


“그럼 녹차를 드시지요.”


컵에 녹차티백을 담아 포터로 끓인 물을 따라줬다.

최백철이 녹차 잔을 들었다.


반태오는 최백철의 행동을 살폈다.


녹차 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최백철의 손동작 선이 완만했고 부드러우면서도 정제되어 있다.

충분한 교육을 받고 공적인 조직 생활을 해본 자의 격이 느껴졌다.


반태오도 마신 녹차 잔을 테이블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저를 알고 있지요?”


고개를 들어 최백철을 쳐다보며 물었다.

최백철은 시선을 옆으로 비켰다.


“샤모니에서 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잠시 시선을 옆으로 비켜놓았던 최백철이 시선을 옮겨 반태오를 똑바로 쳐다봤다.


“예, 맞습니다. 샤모니에서 뵌 일이 있습니다.”


“어제 밤에도 본 일이 있지요?”


“어제······ 밤에요?”


지하주차장에서 하동리를 구할 때를 말한 것이다.


지하주차장은 불이 다 꺼져 있었고, 최백철은 급하게 차를 몰고 와 하동리를 싣고 갔으니, 반태오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 아닙니다. 저를 못 볼 수도 있었겠네요.”


“지하주차장에 있었습니까?”


오히려 최백철이 질문을 했다.


“그럼요. 그쪽이 하동리 씨를 차에 태워서 데려가는 걸 봤습니다.”


“그렇다면 반태오 씨도 하동리 씨 때문에 그곳에 간 것입니까?”


반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백철의 눈동자가 잠시 허둥대면서 뭔가를 추리하는 듯 보였다.


“그건 그렇고······, 제가 알기로는 그쪽 성함이 최백철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최건이란 이름으로 일하고 있더군요?”


최백철은 슬쩍 반태오를 살폈다.


“예, 뭐. 굳이 본명을 밝힐 필요가 없어서요. 뭐 문제될 게 있습니까?”


“아닙니다. 하하하.”


서로간의 예민한 신경들이 불꽃 튀는 접전을 벌리고 있다.


“제가 최백철 씨 면접을 보려는 건 아닌데······, 혹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시다 오셨습니까? 중국이 국적이고 살고 있는 곳이 연길로 되어 있던데······.”


“예, 맞습니다. 중국 연길에서 쭉 살았고, 그곳 작은 사업체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럼······, 조선족?”


“예, 그렇습니다. 조선족입니다.”


“여기 호텔에는 어떻게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까?”


“죄송한데······, 지금 다시 면접을 보시려고 그러시는 건지······.”


최백철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아, 그건 아닙니다. 좀더 솔직하게 물어보지요.”


이제 제대로 펀치를 날릴 때가 된 것 같다.

반태오는 아랫배에 단단히 힘을 줬다.


“이 호텔에서 일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꼭, 이유가 있어야 일을 하는 것입니까. 돈을 벌려고 온 것이고, 제가 일 할 수 있는 조건이 맞으니까 온 것이지요.”


최백철은 반태오가 날린 잽을 가볍게 허리를 숙여 피했다.


“최백철 씨는 그동안 나와 하동리 씨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


“왜, 나와 하동리 씨 주변을 맴도는 것이지요?”


반태오는 최백철의 턱에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최백철은 표정 변화 없이 반태오를 쳐다보기만 했다.


“제가 무슨 피해를 줬습니까?”


“아······, 그건 아니지요. 하지만 이유를 알고 싶어요. 대체 왜 그러는지요?”


반태오는 틈을 주지 않고 펀치를 날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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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9> 자, 어서 타시지오. 22.01.30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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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 총을 맞은 것 같아요. 22.01.26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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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6> 어떻게 이런 일이. 22.01.04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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