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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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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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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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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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0> 허수아비.

...




DUMMY

“위원님 저쪽에 소나무가 좋은 정자가 있습니다. 저쪽으로 가시지요. 정자에 앉아 있으면 별이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허허허.”


하일수는 일부러 경호원과 호위병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곳으로 하경희를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은 정자에 앉았다.


“여기 있는 모든 자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일수가 조용히 말했다.


“많이 힘들겠어요.”


“어휴, 차라리 대사일 때가 더 좋았어요. 여기서는 숨이 막혀서, 원······.”


하일수는 한숨을 길게 쉬면서 푸념을 했다.


“하동리 부장 일에 대해 뭐 아는 거 있어요?”


“하동리 부장 일요?”


하일수는 하경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상하지요. 이상하기는.”


하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동리 부장은 모함을 당하고 있어요.”


“모함요?”


하일수는 눈을 키우며 하경희를 바라봤다.


“하동리 부장은 하일모 위원장을 죽이라고 시키지 않았어요.”


“······.”


그동안 하일수도 하일모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긴 있었던 모양이다. 계속 이야기를 해보라는 눈으로 하경희를 바라봤다.


“하일모 위원장은 이청배 서기실장에 의해 독살 된 거예요. 이청배 실장이 시킨 일이라고요.”


“예? 뭐라고요? 이청배······ 서기실장이 시켰다고요!”


하일수는 얼굴에 붙은 구멍이란 구멍은 다 키우면서 하경희를 쳐다봤다.

하경희는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하일수는 입을 벌린 채 잠시 하경희를 쳐다봤다.

하일수는 이내 얼굴에서 힘을 뺐다.


“하지만, 누님······. 조리사나 조리장이 인정을 한 일입니다.”


하일수는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면서 체념하듯 말했다.


“그 자들은 조작되었어요. 조작된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하동리 부장이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있지요. 있어요.”


하경희는 간략하게나마 그동안 하동리로부터 받은 증거자료들을 설명했다.

하일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하경희의 말을 경청했다.


“누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요.”


하경희의 설명이 끝나자 하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동리 부장이 공화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하경희는 끝으로 하일수에게 부탁할 말을 내놓았다.


“······.”


한동안 하일수는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얼굴로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누님······, 지난 두 달 동안 있으면서 들은 생각은, 내가 허깨비라는 생각이었어요.”


“허깨비요?”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저도 사실은 하일모 위원장이 서거하고, 바로 하동리 부장의 짓이라는 발표가 났을 때부터 뭔가 있구나 싶었어요.”


“위원장 동지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단 말이요?”


하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직무를 보고 있지만 모든 게 이청배 실장의 손을 거쳐서 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사실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생각보다 심각하군?”


“예, 그래요. 나는 여기 공화국에 사람들이 없어요. 내 사람이 없다는 말이지요.”


“하동리 부장이 위원장님의 힘이 될 수 있어요. 하 부장은 하일모 위원장이 재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리를 잡은 사람이에요. 하 부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하 부장이 위원장을 많이 도와줄 거예요. 하 부장이 공화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좀 써주세요.”


하경희는 더 바짝 하일수에게 부탁을 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하동리 부장이 들어오려면 지금의 이청배 실장 등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할 거예요.”


말을 듣고 하경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꽉 물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요.”


“내가 공화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우리 백두혈통이 이 공화국을 선도하는 위치에 설 거예요. 그렇게 하려면 나도 마찬가지지만 하동리 부장도 친중세력에 고개를 숙이는 척 해야 한다 그 말이지요.”


하경희는 다시 입술을 꽉 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힘을 기르자고요. 누님.”


하일수는 하경희의 손을 잡았다.


“위원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았어요. 일단은 이 상황을 하동리 부장에게 말을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도록 할게요.”


“예, 누님. 어서 일어나시지요. 보는 눈이 많아요.”


하일수는 정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님, 별이 참 맑고 보기 좋네요. 허허허.”


“그러게요. 호호호.”


두 사람은 다시 천천히 관저로 들어갔다.



***



최백철이 수용된 수용동은 관리소의 첫 번째 사동이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동은 열악했다.

수용자의 죄질에 따라 수용된 사동이 달랐던 것이다.

죄질이 불량할수록 더 안쪽 사동을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수용자는 내부에 마련된 탄광에서 탄을 캤다.


최백철은 탄을 캐는 수용자들과는 완전히 분리된 사동으로 입감된 것이다.

특별한 대우였다.

관리소를 담당하는 인민보안성의 관리들이 사용하는 관리동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면 담벼락과 철조망이 보였다.

4미터 높이의 전기철조망이 외부와 관리소를 차단하고 있다.


최백철은 비교적 자유롭게 사동 내를 이동할 수 있었다.

이것 역시 특별한 배려다.


감방에 수용된 일반 사범들은 하루 종일 방에 수용되어 있다가 하루에 30분정도의 운동시간에만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사동 복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자는 인민보안성 직원들이나 사동의 청소와 잔심부름을 담당하는 소제밖에 없었다.


최백철은 사방 안에 있다가 언제든 사동 관리원에게 말하면 방문을 열어줬다.


“관리원 동지, 이 관리소에 반역 사범들 있지 않습니까?”


“반역······ 사범들요?”


최백철은 소좌 계급이었다는 것을 관리원은 잘 알고 있다.

관리원은 최백철과 대화할 때 존댓말을 사용했고, 물어보는 것은 아는 대로 소상히 대답해줬다.

그런 대우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전 위원장 동지의 사망에 관련된 자들 말이요?”


“뭐 그 자들도 이곳에 수용되어 있지요. 그런데 왜요?”


“그 자들은 몇 동에 수용되어 있소?”


“몇 동은 아니요. 소좌 동무는 이 관리소 실태를 잘 모르는 모양이요?”


최백철은 의문이 담긴 눈으로 관리원을 쳐다봤다.


“관리소에 수감된 인원도 있지만 관리소 밖에서 이 관리소 내에 탄광에 드나들면서 일하는 자유민들도 많소. 물론 이주민이라 불리는 재소자들이 훨씬 많지만요. 재소자인 이주민이 죗값을 치루고 나가면 해제민이라고 하는데, 그 자들도 대부분 자유민으로 관리소 밖 주변에서 살고 있어요. 다른 곳으로 나가봐야 먹고 살길이 없으니까 여기서 탄이나 캐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까 내가 물어봤던 그 자들은 지금······?”


“그 자들은 여기 이주민 수용소에 있지 않아요.”


“밖에서 살고 있단 말입니까?”


“그렇지요. 자유민 집에 거주하고 있어요.”


“그래요?”


최백철은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들이 이 수용동에 살지 않는다면 그들은 죄인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하동리로부터 사주를 받아 하일모 전 위원장을 살해한 자들이 아니다.

다만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이게 할 뿐이다.


“관련자들이 여기에 몇 명이나 살고 있소?”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날 관리원의 조장 쯤 되는 자가 순찰을 돌았다.

최백철은 조장에게 물었다.


“외출을 할 수 있소?”


“외출은 안 됩니다.”


조장은 다른 수용자들이 들을 만큼 크게 말했다.

잠시 뒤에 관리원이 최백철을 불렀다.

최백철은 조장이 머무는 방으로 불려갔다.


“외출을 하고 싶소?”


“······.”


“최 소좌는 공식적으로 외출이 허락되지 않아요. 다만 음······.”


“다만 뭐요?”


“재량권이 있긴 하지요. 흠흠흠.”


조장은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전화를 좀 쓸 수 있겠소?”


“전화라니요. 여기 수용된 사람들에게는 전화는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소. 편지를 쓰시오.”


“알겠소.”


조장이 재량권이 있다는 말은 뇌물을 먹이면 외출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아니면 외출까지 허락을 했는데, 외출을 빌미로 뇌물을 먹으려 한다든가.


최백철은 평양의 김형식 대위 앞으로 편지를 썼다.

북청에 와서 최백철을 면회하라고.


3일 뒤에 김형식이 최백철을 면회왔다.


“최 소좌님,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김형식은 미안한 표정으로 최백철을 면회했다.


“고생은 무슨,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양심들은 있는지 아주 배려를 충분히 해주고 있더군. 허허허.”


“그래도 밝은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여기 관리소에 그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 그런데 그 자들은 여기 수용소에 수용된 게 아니라 밖에 자유민 집에 있는 것 같아. 아주 엄청난 특혜지.”


“그래요?”


김형식은 놀란 표정을 했다.


“그렇다면 그 자들은 실제 범인들이 아니라는 이야기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다른 게 아니라 여기 나를 관리하는 조장이 있어. 그 조장을 좀 만나봐. 돈을 좀 줬으면 해서.”


“예?”


김형식은 의문을 제기했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 자가 나를 관리소 밖으로 내보내줄 수 있어. 나가서 관련자들을 좀 만나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최 소좌님.”


“아, 내 이야기만 했네. 밖에 사정은 지금 어때?”


김형식은 하경희가 하일수를 만나 하동리의 무고함을 전했다고 말했다.


“위원장님의 반응은 어땠는가?”


“솔직하게 말하더랍니다.”


“솔직하게?”


“이청배 실장 등 그 하수세력이 꽉 잡고 있어서 거의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을 하더랍니다.”


“으흠······. 상황이 여전히 안 좋군.”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하동리 부장님께 말씀을 드렸는가?”


“아직요.”


“말씀을 전해줘. 아마 어떤 대책이든 세울 거야. 머리가 좋은 분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일단 나가서 조장을 만나고 가겠습니다.”


“고맙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언제든지 올 테니까요, 흠흠흠.”


“그래.”


최백철은 흐뭇한 미소로 김형식을 보냈다.


다음날 조장이 직접 최백철을 찾아왔다.


“바람이 쐬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시오. 외출 허가증을 끊어줄 테니까. 흠흠흠. 다만 다른 수용자들에게는 비밀로 해야 하오.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까.”


이틀 뒤, 최백철은 조장을 찾아갔다.

외출을 하고 싶다 하자,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한 뒤에 최백철을 관리 사무실로 데려가 외출증을 끊어주고 직접 관리소 정문까지 에스코트 해줬다.


최백철은 관리소 밖으로 나와 자유민들이 거주는 마을로 내려갔다.



***



김형식 대위는 북청에서 돌아온 뒤 하경희에게 최백철의 소식을 전했다.

하경희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 대위, 중국대사관에 가서 하동리 부장과 통화해서 내가 하일수 위원장님을 만나고 나눴던 대화를 좀 전해주세요. 최백철 소좌의 소식도요.”


“예, 알겠습니다.”


김형식은 곧바로 중국 대사관으로 갔다. 그는 하동리에게 전화를 했다.



***



오랜만에 받은 북한에서 오는 전화였다.

하동리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김형식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동리 부장님, 김형식입니다. 하경희 위원님과 최백철 소좌님의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회인 <101화>는 14일(금요일) 아침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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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 같이 갑시다. 22.01.14 35 1 12쪽
» <100> 허수아비. 22.01.12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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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모르겠습니다. 22.01.08 40 1 12쪽
97 <97> 최고지도자가 되었군요. 22.01.06 62 1 12쪽
96 <96> 어떻게 이런 일이. 22.01.04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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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직접 가보세요. 21.12.19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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