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지랄, 나는 용사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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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mquki
작품등록일 :
2021.08.1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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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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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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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1)

DUMMY

1화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1)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길을 걷다 돈을 주울 수도 있다. 운이 나쁘다면 길을 걷다 자빠질 수도 있다. 갑자기 거리에서 게이트가 발생하고 몬스터가 사람들을 도륙하는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미래를 가보지 않았는데 우리가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맞아.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 갑자기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고 게이트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남극에 생겨났던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인 파티를 꾸려 떠났던 S 길드의 소식이 방금 도착했습니다. 남극 게이트의 공략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S 길드의 주가가 최저를 찍겠군.”

세상은 대격변의 시대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던 1,000만 명의 사람들이 50만 명도 되지 않는 적은 숫자로 돌아온 뒤, 그들은 자신을 신인류라 주장했다.

신인류가 인류를 짓밟으며 신인류와 인류 간의 경계를 나누기 시작할 때 나타난 것이 ‘주인공’이었다.

주인공, 그는 튜토리얼의 그 누구보다 강했던 플레이어였으며 그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신인류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곤 주인공의 아래에 들어갔다. 주인공은 이후 신인류를 위한 집단을 만들고, 신인류를 플레이어라 칭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을 지구의 대표라고 정의했다.


[지구 대표, 주인공이 남극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지구에 내려온다고 합니다······악?!]


느긋하게 뉴스를 보던 강서진이 눈을 크게 떴다.


[턱.]


뉴스 진행자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마이크를 빼앗은 것은 정신 나간 사람도, 범죄자도 아니었다.


[아아. 이렇게 하는 건가?]


뉴스의 화면을 혼자 독차지한 지구의 대표 주인공이 미소를 지었다. 귀 끝까지 찢어진 입가는 주인공의 성격이 어떤지를 부각시켜 주었다.


[S 길드가 실패했다. 남극 게이트는 내가 처리하지.]

[자, 잠시만요.]


진행자가 주인공의 마이크를 뺐었다.

‘대단한 용기군.’

지구의 대표는 쉽게 말하자면 신이었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없앨 수 있다.

그런 자의 마이크를 진행자는 빼앗은 것이다.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지구에는 왜 내려온 거죠? 남극 게이트 공략을 제외하고도 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나요?]


주인공이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진행자를 훑었다. 진행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주인공의 입에 가져다 댄 마이크를 놓지는 않았다.


[있다. 다른 이유가 있지. 대표는 항상 바쁘지만 간혹 시간이 남을 때가 있다. 나는 친우들과 함께 게임을 했다. 그리고 욕을 먹었지. 나는 인류 전체를 동료라고 생각하지만, 나나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자는 동료에서 배제한다. 나를 욕한 그 녀석은 배제당했고, 나는 그 녀석을 죽이러 왔다.]


진행자가 당혹과 불안,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존나 무섭네.”

서진은 자신이 평소에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입가가 귀 끝까지 찢어진 주인공의 얼굴에서 돌연 감정이 사라졌다.


[턱.]


진행자의 손에 쥐어져 있던 마이크를 주인공이 뺐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지구인들이여, 나는 언제나 말한다. 동료를 아끼지 않는 자는 나의 동료가 아니다. 나는 착하지 않다. 나는 나의 동료가 아닌 자를 포용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동료가 아닌 자는 배제한다.]

[쿵.]


주인공이 사라졌다. 마이크가 책상 위에 떨어지며 소음을 유발했다.

“허억. 허억.”

서진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숨이 막히는 듯했다.

‘게임에서 욕한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쯤이면 죽었을까?’

끔찍한 상상이었다.


[이, 이상으로 뉴스를 마칩니다.]


서진은 리모컨을 이용해 뉴스를 껐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가슴을 때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애써 진정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크윽······.”

얼굴 근육이 사납게 날뛴다. 표정에서 분노와 슬픔, 기쁨과 쾌락이 이리저리 뒤섞였다.

서진은 약을 마지막으로 먹은 시간을 떠올렸다.

“어느새 한 달이 지났나. 약을 사러 가야겠어.”

서진은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편의점에서 ‘리브스 약’을 구매했다.

‘이거 하나에 50만 원······.’

리브스 약은 현대의 우울한 직장인들에게는 필수인 약이다. 리브스 약은 몸에 기억되어있는 감정을 다시 되살려 준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감정 기복의 부작용이 찾아온다. 부작용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고, 강서진은 부작용의 효과가 심한 편에 속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서진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복용해야 하는 리브스 약이 비싸게만 느껴졌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협회에 속해 고수익의 연봉을 받으며 호화로운 삶을 보낸다. 폭행과 암살 같은 물리적인 위협의 걱정도 없다.

애초에 그들은 인간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강하다. 같은 플레이어에게 위협을 당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생명에 위협이 있을 일은 없다.

강한 힘. 고수익의 연봉. 평범한 인간과는 위치부터가 다른 대우.

서진은 바로 옆에서 그들을 지켜봐 왔다. 그는 플레이어 협회 소속의 공무원이었다.

“가지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플레이어들의 것.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다.”

튜토리얼로 초대되었던 자들만이 플레이어가 되었다. 이미 대격변을 맞이한 지구에 튜토리얼은 다시 생기지 않는다.

우울함이 온몸을 잠식해 간다.

텁.

리브스 약을 먹는 순간, 우울함이 사라지며 평소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서진은 흥미로운 주제의 기사를 발견했다. 그 기사를 읽어보던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세계로 간다면 뭘 가지고 싶냐고? 음······ 50퍼센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최첨단 무기를 선택했네.”

지구의 과학기술은 정점에 도달했다. 최첨단 무기를 사용한다면 이세계의 몬스터들도 분명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터다.

‘최첨단 무기는 좋지.’

특수 제작된 슈트나 무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래.”

고민하던 서진은 소박한 결정을 내렸다.

“나는 그냥 내 기억만 있으면 좋겠네.”

“야! 거기서-!”

“싫어! 누가 멈추라고 하면 멈추냐!”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진은 한 아이를 바라봤다. 부모와 손을 쥔 아이의 나머지 한 손에는 풍선이 있었다.

주인공의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풍선이었다.

‘플레이어의 수장, 지구의 대표. 모두의 눈을 빼앗는 미모.’

주인공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한없이 초라한 존재였다.

리브스 약을 먹었는데도 우울함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어른이 되면 주인공처럼 강한 사람이 될 거야!”

아이의 활기찬 말에 서진은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나도 폰에서 봤던 것처럼 이세계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공원에서 바람을 쐰 뒤, 집으로 돌아온 서진은 힘없이 소파에 누웠다. 오전의 감정 기복 때문인지 곧바로 잠든 그는 꿈을 꿨다.

‘새로운 세계.’

풀이 짧은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언덕을 올라가자 들판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절벽.’

굉장히 높은 절벽이 눈앞에 있다. 발을 뻗으면 곧바로 추락할 것 같았다.

고개를 뻗어 절벽 아래의 풍경을 바라봤지만, 그곳에는 구름만이 가득했다. 절벽의 반대편 저 멀리에는 풀이 짧은 들판으로 가득한 산이 있었다.

‘나무.’

그 산의 한쪽에는 절벽이 있었으며 다른 한쪽에는 굉장히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의 사이에는 건축물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동료와도 같아 보이는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여긴······ 이세계인가?”

“네?”

옆에 있던 동료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10번째 용사님이 정신이 나갔나 보네요. 여긴 카르하 왕국이에요.”

“대답해 주지 마. 이럴 때가 한두 번이야? 가만히 놔두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서진은 눈을 떴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은 오후에 들렀던 공원에 나와 있었다. 밤이 찾아온 공원은 사람의 발길이 적어 조용했다.

맑은 강이 밝게 빛났다.

“그 꿈은 뭐지?”

꿈속의 자신은 강서진이었다. 확실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주변의 그 사람들은 누구였지?”

꿈속의 강서진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했다. 꿈속의 강서진은 그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처음 보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동료임은 확실해 보였다.

빛나는 강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던 서진의 뇌리를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쳐 갔다.

“설마, 나는 전생을 봤던 건가?”

전생이 아니라면 구름보다 그 높은 절벽과 멀리서 보였던 거대한 나무는 설명되지 않았다. 지구에는 그런 구름보다 높게 있는 절벽과 건축물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나무는 없었다.

“전생체험이라······. 나쁜 느낌은 아니었어.”

현생의 자신은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었지만, 전생의 자신은 아니었다. 전생의 자신은 동료들과 함께 굉장한 모험을 떠났다.

서진은 집으로 돌아왔다. 꿈에서 봤던 전생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더 그 꿈을 꿨으면······.”

서진은 머릿속에서 맴도는 선명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도시의 소음들이 잔잔하게 들려왔다.


* * *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이 온몸을 짓누른다. 허공에 떠 있는 발이 두려움을 자극했다.

“으아아아!”

쿵.

“악! 이런 개······같은.”

애써 욕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아니, 어쩌면 욕이 삼켜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대가 용사인가.”

왕의 권력을 드러내는 화려하고 커다란 왕좌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긴 짙은 금색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찰랑거렸으며 온몸을 감싼 황금의 갑옷은 위세가 넘쳤고, 위엄이 서린 금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금색의 눈동자가 강서진을 향해 있었다.

“무,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서진은 부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느 평범한 날과 같이 쏟아지는 졸음에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눈을 뜨니 이상한 장소에 떨어져 있었다.

“그, 그럴 리가. 아, 아! 여기는 꿈인가?”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현실에 서진은 이곳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귀족과 사제들이 낮은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10번째 용사가 이런 한심할 꼴이라니. 저런 녀석이 용사라면 나는 저것의 목을 자르겠소.”

“다른 용사들과 달리 추태를 보이는구먼. 분명 낙오될 인재야.”

“쯧. 저게 용사라면 누구나 용사겠구려.”

“집사장. 메모해 두게. 10번째 용사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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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고의 마법사 (6) 21.10.21 158 0 12쪽
25 최고의 마법사 (5) 21.10.20 19 0 11쪽
24 최고의 마법사 (4) 21.10.20 19 0 11쪽
23 최고의 마법사 (3) 21.10.18 18 0 11쪽
22 최고의 마법사 (2) 21.10.17 21 0 11쪽
21 최고의 마법사 (1) 21.10.16 23 0 11쪽
20 용사 도우미 룬 (5) 21.10.16 25 0 11쪽
19 용사 도우미 룬 (4) 21.10.15 20 0 11쪽
18 용사 도우미 룬 (3) 21.10.15 22 1 11쪽
17 용사 도우미 룬 (2) 21.10.14 22 0 11쪽
16 용사 도우미 룬 (1) 21.10.14 27 0 11쪽
15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6) 21.10.13 21 0 12쪽
14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5) 21.10.13 23 0 11쪽
13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4) 21.10.13 21 0 13쪽
12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3) 21.10.12 22 0 12쪽
11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2) 21.10.12 21 0 12쪽
10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1) 21.10.12 28 0 12쪽
9 진정한 용사 (7) 21.10.11 29 0 11쪽
8 진정한 용사 (6) 21.10.11 24 0 12쪽
7 진정한 용사 (5) 21.10.11 25 0 11쪽
6 진정한 용사 (4) 21.10.10 27 0 11쪽
5 진정한 용사 (3) 21.10.10 28 0 12쪽
4 진정한 용사 (2) 21.10.10 40 0 12쪽
3 진정한 용사 (1) 21.10.09 51 0 12쪽
2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2) 21.10.09 68 0 12쪽
»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1) 21.10.09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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