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지랄, 나는 용사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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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mq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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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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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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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마법사 (4)

DUMMY

24화


최고의 마법사 (4)


서진 일행이 성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성문이 열렸다. 성문 안에서 나온 것은 루이젠타스 가문의 가주, 루이젠타스 알카르였다.

알카르는 무가의 귀족답게 품위 있으면서도 편하고 실용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한 가문의 가주답지 않았다.

루아가 알카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보며 콧방귀를 뀔 때 서진 일행을 향해 알카르가 다가왔다.

“10번째 용사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알카르가 공손하게 악수를 요청했다. 서진은 알카르의 손을 양손으로 마주 잡아주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커다랗고 투박한 손이었다.

“루이젠타스 가문의 가주, 루이젠타스 알카르 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사님이 저의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건······ 실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런데 알카르 님.”

성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알카르를 봤을 때부터 궁금한 점이 있었다. 서진은 알카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츠카리카리로 온다는 걸 어떻게 안 겁니까?”

10번째 용사 일행이 라브리하에서 츠카리카리까지 오는 걸 알카르는 어떻게 알았을까? 만약 미행이나 감시라도 했던 거라면 서진은 눈앞에 있는 자가 루이젠타스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별다른 행동을 취한 건 아닙니다. 들리는 소문이 그렇더군요. 라브리하에 있던 10번째 용사님 일행이 츠카리카리로 돌아온다.”

“벌써 그렇게 소문이 다 난 겁니까? 어디 함부로 다지니도 못하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알카르 님?”

알카르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서진의 손을 덥석 붙잡으며 말했다.

“용사님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한 건 맞지만 미행이나 감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정말로 아닙니다.”

“흠. 그런 거라면 됐습니다. 알카르 님. 저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으면 제가 왜 여기까지 온 건지도 알겠지요?”

알카르는 10번째 용사 일행이 츠카리카리로 돌아온 이유까지는 몰랐지만, 10번째 용사 일행이 츠카리카리까지 돌아온 이유는 따로 정보를 얻지 않아도 추측이 가능했다. 서진의 품에는 창백하고 차가운 룬의 시체가 안겨 있었다.

“용사 도우미 룬······ 님이 죽은 겁니까?”

서진과 대화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터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알카르였지만, 막상 룬에 시선이 집중되니 룬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때까지 들떠 있었던 알카르의 표정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용사 도우미의 시체를 안고 있는 용사의 앞에서 행복해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제 생각이 맞는다면 용사님 일행은 룬 님의 시체에 보존 마법을 걸기 위해 온 것 같은데.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겁니까?”

“한, 2일에서 3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알카르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시체의 외부가 손상되지는 않아서 다행이군요. 아마도 내부는 손상되었을 겁니다. 죽은 인간의 몸은 벌레들의 좋은 먹잇감이니까요. 보존 마법을 치르면서 내부의 벌레들까지 전부 청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마중이라도 나와줘서 감사합니다. 낯선 세계에서도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군요.”

서진의 말에 알카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마중이라도?’ 아닙니다.”

“네? 마중이 아니라면 뭡니까?”

“마중만이 아닙니다. 저는 용사님을 도와주러 온 겁니다. 용사님에게 필요한 게 룬 님의 시체에 보존 마법을 걸어주는 거였으니 그쪽에 관련된 뛰어난 마법사를 구하는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부디, 도움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서진은 초롱초롱 빛나는 알카르의 눈빛을 회피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우리끼리 보존 마법을 걸어줄 마법사를 찾아다닌다면 일이 좋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어.’

마법사가 돈을 먹고 도망간다던가 제대로 된 보존 마법을 걸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도시는 크고 사람은 많다.

츠카리카리 같은 대도시 안에서 사기를 당한다면 범인을 잡지도 못하고 룬에게 보존 마법을 걸어줄 돈을 잃게 되는 것이다.

“좋아요, 아니. 좋습니다. 알카르 님. 제가 부탁하고 싶군요.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카르가 서진의 말을 끊어버리듯 재빨리 대답했다.

“당연합니다. 저는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용사 도우미 룬 님의 시체를 보존할 최고의 마법사를 찾겠습니다.”

서진 일행은 알카르와 함께 성문으로 향했다. 짧은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알카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용사님. 아까 전부터 계속 룬 님을 지켜봤는데······ 룬 님에게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검사인지라 마법을 잘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룬 님의 육체 주변으로 마력이 느껴집니다. 룬 님에게 걸린 그 마법 때문에 내부에서의 손상이 많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알카르는 룬의 시체를 마주했던 순간부터 느꼈던 기묘함의 정체를 깨달았다.

‘보호 마법이 걸려 있었군. 그래서 냄새가 나지 않았던 거야.’

보호 마법이 외부로서의 침입을 막고 있고,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것도 막고 있었다. 때문에 시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악취가 후각에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루아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 그건 제가 했어요. 검사이긴 하지만 간단한 마법은 어릴 적에 배웠던 터라 보호 마법을 룬에게 걸어두었죠.”

시체의 악취가 없었던 원인은 보호 마법. 그리고 보호 마법의 원인은 용사 도우미 루아였다.

서진은 라브리하의 여관에서 떠나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루아, 뭐하는 거야?

-보호 마법이요.

-보호 마법? 그게 무슨 효과가 있는데?

-일단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있고,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것들도 막을 수 있겠죠.

만약 루아의 보호 마법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룬의 몸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룬의 내부를 손상시키는 것은 루아의 보호 마법으로도 막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지.’

루아의 보호 마법이 룬에게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안심이 되었다.


서진 일행과 알카르는 성문을 지나 츠카리카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사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쏟아내듯 말하던 알카르가 서진 일행을 둘러보더니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부딪쳤다.

짝! 하는 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알카르에게 집중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막 츠카리카리에 도착했으면 머물 곳이 없는 거 아닙니까? 저희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르고 싶다면 그러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머물 곳까지 신세 지고 싶지는······.”

서진이 알카르의 제안을 거절하려는 그때, 레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요. 그러죠. 용사님. 알카르 님의 제안을 따릅시다.”

“어? 왜?”

“여관보다는 루이젠타스 가문의 저택이 좋잖아요. 그리고······.”

서진의 귓가로 입을 가져다 댄 레아가 작게 속삭였다.

“루이젠타스 가문과 가주와 이렇게 끈을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한 가문의 가주와 친해져서 나쁠 건 없잖아요?”

“······흐음.”

루이젠타스 가문의 가주와 끈을 만들어 놓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레아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솔직히 여관보다는 루이젠타스 가문의 저택이 좋은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루이젠타스 가문의 가주와 더욱 돈독한 인연을 맺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인맥이 많으면 혼자일 때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니 말이다.

‘그래, 알카르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겠지.’

원래 알카르의 제안을 거절하려던 서진이었지만 레아의 말이 너무나도 설득력 있었다.

“알겠습니다. 너무 많은 호의를 받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마냥 거절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겠지요. 츠카리카리에 있는 동안은 루이젠타스 가문의 저택에서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고개를 숙인 알카르가 양손을 주먹 쥔 채 부르르 떨었다.

“정말로 좋은 선택을 하신 겁니다. 저택에 있는 동안 필요한 건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알카르의 지나치도록 과도한 반응에 서진이 멋쩍은 듯 말했다.

“······뭐, 그리 정성껏은 아니어도 됩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마차가 보였다. 평소 서진 일행이 이용했던 여행용 마차와는 겉모습부터가 다른 화려한 마차였다.

‘사실 좋게 말해서 여행용 마차지 짐 마차나 다를 게 없었으니까······.’

여행용 마차와는 달리 알카르의 마차는 서진이 생각하는 귀족용 마차의 표본이었다.

“타시죠. 5명이 타도 문제없을 정도로 넓을 겁니다.”

룬을 안고 있는 서진이 가장 먼저 마차에 타고, 뒤를 이어 용사 도우미 루아와 레아가, 마지막으로 알카르가 마차에 들어갔다.

“읏.”

서진에게서 알 수 없는 짧은 신음이 흘러나오자 알카르가 당황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를 부딪치신 겁니까? 아니면 무언가 맘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이런,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정성껏 모시겠다고 했는데 저택으로 가는 마차에서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오해가 계속되기 전에 서진이 알카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니. 아닙니다. 그냥······ 머리가 아프군요. 마차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진은 고개를 돌려 마차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행용 마차와는 달리 사방이 막혀 있고, 마주 보는 형태로 앉을 수 있게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좌우의 벽에는 창문이 있었는데 마음대로 열거나 닫을 수 있는 구조인 것 같았다.

슥.

창문을 밀자 창문이 열렸다.

“출발하죠. 이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이 집사! 저택으로 출발하게.”

마차에 속도가 붙자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자연에서 느낄 법한 바람은 아니었지만 도시 특유의 냄새가 묻어 있는 바람이었다.

서진은 밀려나는 풍경들을 바라봤다. 사고를 멈추고 풍경에 맡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 * *


철컹.

입구가 열리고 크나큰 정원을 지나 저택에 도착했다.

서진은 의자에 기대어둔 룬을 다시 안고 마차에서 내렸다. 역시나 푹신한 마차보다는 오랜만에 밟은 땅이 더 편했다.

“저택 어디에서나 주무시면 됩니다. 아니, 어디에서 무엇을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허락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제게 오시지요. 제가 전부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알카르의 광기 묻은 말투가 이제는 무언가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서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의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를 통과하니 거대한 홀이 보였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좌우에 있고, 1층의 왼쪽과 오른쪽으로는 긴 복도가 쭉 뻗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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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최고의 마법사 (1) 21.10.16 23 0 11쪽
20 용사 도우미 룬 (5) 21.10.16 25 0 11쪽
19 용사 도우미 룬 (4) 21.10.15 20 0 11쪽
18 용사 도우미 룬 (3) 21.10.15 22 1 11쪽
17 용사 도우미 룬 (2) 21.10.14 22 0 11쪽
16 용사 도우미 룬 (1) 21.10.14 27 0 11쪽
15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6) 21.10.13 21 0 12쪽
14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5) 21.10.13 23 0 11쪽
13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4) 21.10.13 21 0 13쪽
12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3) 21.10.12 22 0 12쪽
11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2) 21.10.12 21 0 12쪽
10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1) 21.10.12 28 0 12쪽
9 진정한 용사 (7) 21.10.11 29 0 11쪽
8 진정한 용사 (6) 21.10.11 24 0 12쪽
7 진정한 용사 (5) 21.10.11 25 0 11쪽
6 진정한 용사 (4) 21.10.10 27 0 11쪽
5 진정한 용사 (3) 21.10.10 28 0 12쪽
4 진정한 용사 (2) 21.10.10 40 0 12쪽
3 진정한 용사 (1) 21.10.09 51 0 12쪽
2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2) 21.10.09 68 0 12쪽
1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1) 21.10.09 10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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