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속 랩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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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1.08.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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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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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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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혐오 2스택

DUMMY

갑작스런 괴음성에 홀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큰 우리가 있는 곳으로 쏠렸다. 후작이 보자 우리 근처에 몰렸던 사람들이 입으로 “어머, 어머”를 연발하며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후작이 벽에 기대고 있던 밸스턴에게 눈치를 주자 그는 충격봉을 들고 기사 몇 명에게 신호를 보내며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밸스턴이 도착하자 그곳에는 젊은 사용인이 바닥에 쓰러져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뒤로 보이는 우리 안에서는 금일의 하이라이트 상품이 살기를 뿜으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왜 자빠져 있나?”



밸스턴이 묻자 붉은 머리의 젊은 하인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며칠 전 후작과의 독대 때 후작에게 시신에 관한 보고서를 전달해준 그 사용인이었다.



“사···. 상품 소···.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이름까지 말한 순간에 갑자기 뒤에서 소리를 질러서···!!!”



밸스턴이 사용인을 대충 훑어보았다. 딱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놀라 넘어졌을 뿐.



“한심한 놈.”



밸스턴이 빈정거렸다.





“우리 안에 갇혀서 해코지도 못하는 짐승 상대로 벌벌 떠는 꼴 하고는.”



며칠 전 자신 또한 짐승의 광폭한 기세에 깜짝 놀라 넘어졌던 전적이 있는 그였지만 이미 증인을 없앤 직후라 그는 당당한 태도로 사용인을 비난할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쯧.”



혀를 짧게 차며 밸스턴은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는 붉은 머리의 하인을 흘겨보았다.





‘역시 그 인부를 그 자리에서 없애길 잘했어.’



간혹 자신의 기사단장답지 않은 모습을 본 이들을 일일히 처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후작으로부터의 신임 문제도 있고 그로서도 함부로 사람 목숨을 뺏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허나 결론적으로 늘 그의 판단은 옳았다.


혹시나 저런 것들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듣고 ‘밸스턴님도 사람이야 사람!!!’ 이라며 그들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는 모습을 상상하니 배알이 뒤틀렸다.


그는 신성한 푸른 피를 수호하는 고귀한 임무를 맡은 후작가의 기사단장이었다. 사용인 나부랭이들 따위와는 결코 같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우리 안의 검은 짐승을 노려보았다.


짐승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으르렁거렸다.





“하아아아아악···..!!!”





“·········잠시 충격봉 좀 덜 맞았다고 다시 기고만장 해졌구나.”



이 빌어먹을 것이 시체를 건드리지 않아 시신이 온전하게 가족들에게 돌아갔다는 얘길 들었을 땐 무척 당황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침착하게 납골당을 찾아가 인부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니 유족에게 시체를 양도하는 것을 직접 맡겠다고 나섰다.


멍청한 유족놈들에게 적당한 말장난으로 자신에 의한 검상을 짐승에 의한 관통상으로 속이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어치피 그쪽 방면으로는 일도 모르는 무식한 평민 것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다가 스스로 맡았던 부하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다며 직접 왔다고 말하자 유족은 물론이고 납골당 담당자까지 눈물 콧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했다.





‘그깟 책임이란 말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매달리는 꼬락서니 하고는···.’



책임도 힘이 있는 사람들이나 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사단장이란 자리는 수많은 책임을 지는 자리였고, 그래서 밸스턴은 많은 힘이 필요했다.


자신의 약한 면을 목격한 인부를 놔뒀으면 장기적으로 그의 힘을 깎아 먹었을 것이다. 결국 그 인부는 자신이 더 큰 책임을 지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었다.


휙!


밸스턴은 돌발적으로 충격봉을 앞으로 훅 내밀었다.


치지지지직!!!!!



“캬아악!!!”



역시나 멍청한 짐승은 한 대 맞더니 괴성을 지르며 뒤로 확 물러났다.


피식.



‘짐승 새끼가 사람 귀찮게 만들기는.’



밸스턴은 기사들을 시켜 우리 주위를 포위해 안전선을 형성하라고 지시한 후 별관의 창고 쪽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나 해소해야 겠군.’



그는 거치적 거리는 자신의 검을 검집 채 별관의 구석에 처박아 놓고는 창고로 들어갔다.




***************






‘저 개XX가···..!!!’





“아르르르르르르······!!!!”



내가 밸스턴에게 맞은 부분을 앞발로 쓸어내리며 으르렁 대는 사이 그의 지시를 받은 기사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일종의 통제선을 만들었다.


비록 탈출은 못해도 철창 사이 사이에는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팔 하나 정도는 삐져나가기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마침 내 설명 및 소개도 끝났겠다, 방금 그 붉은 머리를 포함한 사용인들을 물리고 만일을 대비해 귀족들을 위한 안전거리를 확보한 것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분을 삭혔을 무렵,





“어머 이거 좀 봐요 힐데.”



갸냘픈 귀족 영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아아아악! 샤악!!”



금발 긴 생머리 귀족 영애가 다른 영애에게 우리 안에서 입을 벌리며 위협하는 뱀 한 마리를 보고 있었다.





“굉장히 활동적인 뱀이네요, 아버지한테 사달라고 할까 봐요.”





“확실히 가죽이 매끈하네요 헬레네.”



남색 롤빵 머리를 한 영애가 다소 건성으로 대답했다.





“소재로 좋은 백을 만들 수 있겠어요.”





“······ 전 애완용으로 사는 걸 말한거에요 헬레네.”





“아······”





“······..”





···.. 지금 저기서 콩트를 찍고 있는 처자들은 모르겠지만, 저 뱀은 사실 원래 활달하지도 않고 지금 가죽이 그렇게 매끈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파충류는 원래 굉장히 정적인 편이다.


냉혈동물, 정확히는 변온동물이다 보니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광욕을 하며 널브러져 있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당연히 이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간지나는 파충류 마물’로서의 이미지가 안 살고, 또 그게 안 살면 잘 안 팔리다 보니 후작은 기사와 인부들을 시켜 어떤 '조치'를 취했다.


그 조치란 지금 홀에 나와있는 귀족들은 듣지 못하지만, 나에게 달린 랩터 고막에는 들리는 별관의 창고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의 정체였다.


치지직! 치직!!





“꺄꺅!!”



충격봉으로 지지는 소리와


치익!!!





“샤앗!! 샤아아아······.!!!”



횃불로 적당히 살을 그을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흥분했군. 얘네 내보내고 밖에 있는 놈들 중 시들시들한 녀석들 데리고 들어와!”





“엡!”



밸스턴이 만족한 목소리로 지시하는 소리가 들리고 난 후, 창고 쪽에서 몇 명의 인부와 기사들이 새로운 매물들이 담긴 우리를 옮겨와 홀 안에 전시했다.


그들이 데리고 나온 매물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상태로 바깥을 불안하게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쉭쉭거렸다.


그렇게 새로운 매물들은 꺼낸 후 인부와 기사들은 쇼케이스를 둘러보다가 다소 얌전해진 파충류들의 우리를 도로 창고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왜 도로 들고 가냐는 귀족들의 질문에는 재고 순환이라며 곧 다시 꺼낼 거라고 둘러대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다.


기사와 인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비주얼을 보이도록 파충류 마물들을 교정하고 있었다.


사실 본인들이나 교정이라 그러지 실상은 그냥 학대였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파충류들을 창고 안으로 끌고 와 화를 내고 흥분할때까지 겁과 고통을 주고 다시 쇼케이스로 내보내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 밸스턴의 경우 기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검까지 거치적거린다며 내팽개치고 몰두할 정도로 학대를 즐겼다.


당연히 비주얼 교정 핑계로 자신의 음습한 스트레스 해소 욕구를 채우기 위한 짓이었다.


비단 밸스턴이 아니더라도, 기사들 대부분은 직업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이 학대를 통해 풀었다. 아예 신입 기사의 신고식 중 하나가 바늘 한방 만으로 도마뱀이 입을 벌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차피 사람들 눈으로는 피부에 난 스크래치나 흉터를 파충류 특유의 비늘 형태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리나 꼬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수준으로만 학대하지 않는다면 문제없다.


그러다가 소재용으로 팔린다면 매끈한 부분 만 갈무리해서 구매자에게 보내고, 애완용으로 낙찰된 녀석은 너무 눈에 띄는 상처만 대충 땜빵하고 배송되는 것이다.





‘애완용으로는 활달한 게 잘 팔린다 쳐도 소재용은 뭐하러 학대하는 거야?’



솔직히 처음에는 화가 나는 걸 떠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캬 고놈 참 파이팅이 넘치는 구만. 저 녀석으로 백 만들어서 들고 다니면 나도 기운이 솟아날거 같군!”





······ 그러나 귀족은 아닌 듯한 어떤 빡대가리 대부호가 흥분해서 우리 안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도마뱀을 보며 외친 내용을 보고 바로 납득했다.





‘저런 인간들 때문에 팔리는 구나···’



근세 로맨스 소설이 다 그렇듯 이상하게 나이먹은 인간들이 별 희한한 미신에 빠져서 참 보기 좋지 못한 짓들을 하곤 한다. 아니 이건 전생도 그랬던가?


내가 잠시 전생을 회상하던 사이 기사 하나가 창고문을 열고 나오더니 내가 있는 우리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의 둘러보며 귀족들의 눈치를 보더니 무언가를 조심스레 꺼내 내가 있는 우리 안으로 대충 던졌다.


휘이익~!


툭.





“············”





“간식이다. 먹어라.”



나는 내 앞에 기사가 던지고 간, 다리 관절이 부러져 쌕쌕 거리는 게코 도마뱀과 닮은 파충류 마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학대 과정에서 도저히 눈속임할 수 없는 상처가 생긴 개체는 보통 이렇게 처분된다.





‘············.’



이 와중에 창고 안에서는 계속해서 생생한 학대의 현장 소리가 흘러나와 내 고막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퍽!





“꺄앙!”





“꺄앙은 얼어죽을 꺄앙, 이것들만 아니면 우리가 뺑이 안쳐도 되는데!!!”



기사의 학대 사유가 작업을 빙자한 재미였다면, 인부들은 울분이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이 받는 처우의 책임을 파충류 마물들에게 전가했고, 이를 핑계로 기사나 후작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충류들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번에 피오 아저씨가 저 바깥에 검은 놈한테 죽었다며? 이 빌어먹을 것들만 아니었음 아저씨도 아줌마한테 돌아 갔을거야!!!”




콱!!


랩터의 청각으로만 들을 수 있는 미세한 소리가 창고안에서 들려왔다.


아무래도 피오라는 인부가 밸스턴에게 죽었던 그 인부의 이름인 모양이다. 기혼자였던 건 덤이고.





“캬옭옭!!!”





“넌 아까 거북이 떨궜다고 맞았다며?”





“정강이도 까였어 씨X······. 그까짓 거북 좀 떨궜다고 사람 얼굴을 때리냐?”



이야길 들어보니 아까 기사에게 맞은 인부가 같이 있는 듯했다.


자기가 맞았다고 불쌍한 거북이한테 발길질한 건 잊었나 보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갑질 피해자인데 조금은 억울 하려나.’



사실 나도 전생에 갑질을 조금 당한 편이어서, 그들의 분노가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물론 나는 성질이 날 때 공룡을 보며 풀었던 만큼, 거북이를 차고 도마뱀들을 괴롭히는 그들의 방법에 동의하진 않는다.


그래도 아까 사라진 줄 알았던 동정심이 다시 스멀스멀 생겨나려는 순간,





“이 망할 것들, 그냥 다 뒤져! 멸종하라고!! 다신 안보게!!!”



쾅!!!!


좀 지나치게 큰 충격음이 들렸다.





“······.”





“어···?”





“···야 이거 죽어버렸는데? 어떡하지?”





“기사한테 걸리면 곤란하니까 저기 뒷간에다 던져 놓고 와. 어차피 그 잘나신 기사님들은 거기 청소 안하니까 우리끼리만 입 다물면 문제없어.”





“오케이.”





‘·········응 아냐.’



뒷간 바닥에 이름모를 파충류의 시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잠깐이나마 부활했던 나의 동정심도 같이 다이빙했다.





‘니넨 다 그냥 X간들이야.’



나는 주둥이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가의말

사실 파충류는 그 정적인게 매력인데 말이죠.


움직이라고 유리 두들기는 행동은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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