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속 랩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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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1.08.21 00:24
최근연재일 :
2022.09.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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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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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분가

DUMMY

단단한 나무껍질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단단한 껍질 아래 무언가가 숨쉬듯, 세계수의 모든 부위가 파르르 경련하기 시작했다.


거칠게 얽어 있던 단단한 표면은 어느 새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진 물렁한 살덩어리로 변했고, 그 사이로 새어 나오던 흐르던 녹색 수액 또한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완벽한 피로 변한 액체가 사방에서 흘러내리며 세계수였던 것의 중앙을 채우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피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다.



[작전 성공.]



그것을 보던 나는 무심하게 말했다.



[집으로 가자.]



“쿼루루—”



나 때문에 엘프 태아들을 빼앗겨 심통이 나있던 오비랍토르들은 바닥에 고이기 시작한 피를 핥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먹이 활동을 하느라 정신없는 녀석들에게 특작단원들이 다가가 보존 호박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피싯!


단단한 나무껍질이었던 고기벽에서 핏줄기가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각종 모세혈관과 새카만 신경이 뻗어진 채 꿈틀거리는 모습은 제법 역겨웠다.



[······.. 역시 독립시키길 잘했어.]



그 SF호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광경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내가 심상 세계 속에서 녀석을 피하고 제압하는데 도가 터서 그렇지, 스포닝 풀은 여전히 호시탐탐 주인의 자아를 노렸다.


때문에 스포닝 풀에 자아가 존재하는 한 이것을 다음 타자에게 물려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몰라도 스탠이나 리엘린처럼 다음 세대 리자드맨들은 집어삼켜질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스포닝 풀을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독립시키냐였지만, 의외로 답은 금방 나오더라.]



[그게 세계수였군요.]



스탠이 주변을 가즉 채우기 시작한 살점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세계수가 스포닝 풀과 호환(?) 된다는 건 모르셨을 텐데, 어찌 그리 자신있게 이번 작전을 입안하신 겁니까.]



[스탠, 원래 동업을 하게 되면 말이야.]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의도하지 않아도 비즈니스 파트너의 속사정 정도는 어찌어찌 알게 되는 법이야.]



[······. 하긴, 랩터께서는 웅덩이 안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셨죠···.]



스탠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뒤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 한들, 설마 진짜 성공하다니.]



그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특작단원들과 함께 장비를 챙겼다.



[가장 고귀한 엘프들의 어머니, 세계수를 죽이다니—]



[엄밀히 말하면 죽인 건 아니지.]



나는 그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스포닝 풀에 흡수시킨 거야.]



[그게 죽인 거 아닙니까?]



[정확힌 죽느니만 못한 거지.]



난 스포닝 풀이 남기고 간 ‘토끼’를 갈고리 발톱으로 툭툭 건드렸다.



[안에 있지?]



“끼야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토끼’가 전신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발광했다.



“너저주받을놈악마같은놈추악하고역겨운놈너평생저주하리라더러운것의자식아비늘달린암캐여가장천한것의구멍에교접할짐승이여천박한괴수여괴물이여세상그어디에도속하지못할외톨이여어미의음부를탐하고아비를해칠후레자식이자개와하면서도만족못해교접또교접할음탕한독사의자식새끼여—”



[봐, 멀쩡(?)하잖아.]



퍼억!


내 발에 얻어맞은 ‘토끼’는 굴러가는 내내 쉴새 없이 속사포처럼 저주를 퍼부었다.


계속 변이하는 징그러운 살덩어리 속에 영원히 갇힌 그녀가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제부터 세계수는 자신이 버린 자식 새끼가 자기 창조물들을 맘대로 변형시키는 걸 지켜봐야만 할거야.]



말만 지켜본다는 거지, 실제론 그 이상일 것이다.


그녀는 엘프들과 말 그대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니.



[그들이 변이하면서 느낄 고통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속으로 울부짖을 정신적 상처까지 전부 고스란히 느끼게 될 거야.]



쉽게 말해 현존하는 모든 엘프들의 변이와 그 과정에서 겪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고스란히 자기 일처럼 체험하게 될 거란 얘기다.



[그리고 앞으로 스포닝 풀이 만들 마물들의 고통도.]



아무리 초월적인 존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정신줄을 놓아 버리기 마련이다,


그 말라도 유아퇴행을 일으킨 채 내 주둥이에 물려 처참하게 죽었고, 라반의 심층투영에 당한 수많은 존재들이 그렇게 실성한 채 죽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맨 정신을 유지할 거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진심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스포닝 풀이다.


그녀가 미치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겠지


설령 그 편이 차라리 그녀의 구원이라 하더라도···..



[뭐, 애초에 스포닝 풀은 세계수가 구원받는 걸 원하지 않겠지만.]



[······ 이야기는 나중에.]



스탠이 말했다.



[우선은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맞아, 얼른 가야지.]



나는 주둥이를 가볍게 끄덕인 후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





털썩!



[랩터?!]



내가 쓰러지자 스탠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랩터! 괜찮으십니까?!!]



[내 고막에서 네 주둥이부터 치워, 임마.]



나는 투덜거리며 몸을 추슬렀다.



[문자 그대로 귀 터지는 줄 알았잖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쓰러지셔서···.]



[그러게.]



나는 머리를 털며 대답했다.



[조금 어지럽네.]



[어지럽다니···. 당신이?]



의아해하는 그를 보며 나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부작용이 오는 건가······]



[? 그게 무슨—]



[잇짜!]



그 때, 테구로 온진나암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프들이 이상한 괴물들로 변하고 있습니다! 끝난 겁니까?]



[맞아, 작전 성공했어.]



녀석의 목소리 뒤에서 뒤틀린 엘프들의 비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그것들을 감상하던 나는 테구로 온진나암에게 물었다.



[드래곤들은?]



[변이한 엘프들이 녀석들에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이 악물고 외면하면서까지 드래곤들만 집요하게 노리더군요.]



[예상대로네.]



드래곤들은 사실상 세계수의 친위대를 자처하며 수천년간 그녀를 보필해 왔다.


스포닝 풀 입장에선 그들이 아니꼬울 수밖에 없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도 자신을 위협할 최대 변수 중 하나였다.


당연히 기를 쓰고 사냥하러 들 수 밖에.



[우리 일은 끝났어.]



몸을 일으킨 후 나는 테구를 통해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 더 있다간 스포닝 풀의 변이체들이 다음으로 노리는 건 우리가 될 거야.]



당장은 스포닝 풀도 세계수의 권능과 능력, 그리고 세계 곳곳에 퍼져 있을 엘프들을 장악하느라 바로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실제로도 방금 나와 스탠을 내버려 둔 채 물러났고.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알짱거리면 언제 우리를 표적으로 삼을지 모른다.


게다가 이전의 두 번째 스포닝 풀을 만들 때와는 급이 달랐다.


그 때는 대영맥을 이용해 기존 스포닝 풀의 가맹점(?)을 만드는 것에 더 가까웠다.


때문에 그 당시 스포닝 풀은 몇몇 변이체와 아바타 격의 바위 우물 외에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지금 이 곳의 스포닝 풀은 막강한 창조의 권능을 가진 세계수를 흡수한 상태다.


한 마디로 본점보다 지나치게 강해진 가맹점이란 얘긴데, 그 시점에서 이미 가맹점이 본점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물량이 쏟아질 거고, 질적으로도 점점 더 강한 변이체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크뤄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개구리 알더미 쪽에서 괴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워어어어···..”



주둥이를 돌려 보자, 전신이 흐물거리는 거인이 일어서고 있었다.


어깨와 양 팔 안팎에 눈알이 가득했고, 머리가 없이 어깨 – 허리 – 다리만 가진 괴이한 형체였다.



“꺄아아아아아악!!!”



그것이 점점 일어서자 아까 내가 굴려 놓은 ‘토끼’가 울부짖었다.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이뻐야돼이뻐야돼이뻐야돼이뻐야돼이뻐야돼이뻐야돼이뻐야돼이뻐야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토끼’의 소름돋는 절규를 등에 업고, 거대한 거인이 우릴 향해 다가왔다.


녀석의 흐물거리는 살결 밑에서 ‘거미’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 우웩.]



이번 건 나조차 토악질 할 수 밖에 없었다.


‘거미’들은 바로 엘프들의 머리통이었다.


뽑혀져 나온 머리에서 붉은 살점이 덕지덕지 붙은 하얀 뼈가 다리처럼 솟아나 머리통을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



그 중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으로 괴이한 비명을 지르며 뛰쳐 들었다.


만일 이게 평범한 호러 영화였다면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얼어붙었던 인간은 쪽도 못 쓰고 끔살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공룡들이었다.


덥석!



“캬오오오오!!!”



아직 호박에 안 넣은 아트로키랍토르 한 마리가 재주 좋게 거미를 한입에 턱 물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턱에 힘을 주어 그것을 박살냈다.


아그작!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수박 과육이 녀석은 맘에 들었는지 입을 다시며 연신 입질을 했다.


녀석의 행동에 멀리서 세계수로 만든 살점토끼가 마구 경련을 하는 것이 보였다.



“에으아아아아!!!”



성대가 살아있는지 생생한 육성을 내는 또다른 엘프 머리 거미가 스탠을 향해 달려들었다.


콱.


스탠은 놈을 한 손으로 잡아챈 후, 천천히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에에에? 에아아아아아—”



콰직.


소름끼치는 단말마를 끝으로 스탠의 손에 쥐어져 있던 거미가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3조는 나와 함께 후미를 맡는다!]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것들로부터 잇짜를 지켜라!!]



[예 스탠!]



특작단원들은 곧바로 화살표 대형을 이루더니 육혈포와 기가노토 브레스를 전방에 난사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엄호를 받으며 우리는 곧바로 세계수의 심장을 통과해 처음 들어왔던 장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세계수의 내부임을 알려주듯, 주변의 나무껍질들이 피를 흘리며 살덩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랩터, 막혔습니다!]



그 때, 린키가 다급하게 외쳤다.


살덩이로 변하는 과정에서 재생된 것인지 기가노토가 처음 찢어놨던 구멍은 꿈틀거리는 고기벽으로 막혀 있었다.



[돌겠네.]



[온다!!!]



뒤에서 특작단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세계수의 심장 사이로 엘프 머리 거미들이 바글바글 몰려오고 있었다.



“그워어어어억···..”



그 것들을 뿜어내는 거인도 몸을 기괴하게 뒤틀며 그 사이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아직 재생이 안된 구멍이 없나 뒤를 살폈다.


그러나 고기의 벽은 빈틈없이 막혀 있었다.


잠깐, 고기?



[기붕아!]



“콰아아아아아아!!!”



내 부름에 바깥에서 기가노토의 굉음이 들려왔다.


나는 공룡 빙의를 통해 녀석에게 말했다.



[먹어.]





#





“으뤄어어어—”



팔이 집게처럼 갈라지고, 턱이 배에 열린 괴물 하나가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텁.


그러나 두껍고 거대한 억센 손 하나가 그 괴물을 너무나도 가볍게 집어 들었다.



“으뤄억, 으뤄아아아—”



와그작.


곧이어 거대한 머리가 괴물의 상반신을 통째로 뜯어 버렸다.



“···.! ···!!! ···..!!”



뜯겨진 상반신의 너덜너덜한 단면 사이로 손가락 마디들이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마치 파리 구더기처럼 작은 돌기들이 전신에 나있는 손가락 마디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꿈틀거렸다.


핥짝.


그러나 사포같이 거친 혓바닥이 그것들을 쓸어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랄프 님,]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깃털 사제 하나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드시고 얼른 호박 안으로 들어 가십시오.]



“이짜 오는 건 볼 거야~”



오거 사우리안 랄프가 손에 쥔 엘프 괴물의 나머지 하반신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마시써~”



[예? 하지만 엘프 고기는 풀 맛이 난다고—]



“머거 봐~”



뿌득!


마침 옆에 몰래 다가오던 또다른 엘프 괴물 하나를 으깬 랄프가 그것을 깃털 사제에게 들이 밀었다.


깃털 사제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아직 깜벅거리는 눈알이 둥둥 떠다니는 고기 한 줌 크게 베어 물었다.



[오옷?!]



깃털사제의 눈이 커졌다.



[오오오오옷?!!]



띠료료료료로잉—



어딘가에서 잇짜가 말한 중국풍 음악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에 그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이맛은?!]



“거봐~”



랄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맛있지~?”



[이, 이토록 완벽한 고기 맛이라니!]



깃털 사제가 감격했다.



[변이하면서 더 맛있어진 거군요!]



“그러게~”



그렇게 그들이 만담을 주고받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거대한 발 하나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쿠—웅!!!


그 묵직한 발은 오거 사우리안인 랄프조차 조그맣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랄프도, 그의 어깨에 탄 깃털 사제도 전혀 겁 먹는 기색이 없었다.



“이짜~!”



[잇짜, 무사하셨군요!]



[어, 사지 다 멀쩡해. 걱정 마.]



나는 나를 걱정해주는 녀석들을 다독여 준 후 테구로 말했다.



[온진나암, 우리 합류 지점으로 나왔다.]



[바로 가겠습니다 잇짜.]



녀석의 답을 들은 후 나는 기가노토에게 변이체 쪼가리를 먹이고 있는 랄프를 향해 뒤돌았다.



[기붕이, 랄프. 너희 둘은 어서 호박에 들어가.]



“호박 싫어~”



칭얼거리는 랄프를 달래어 호박에 넣는 사이, 위에서 큰 바람이 느껴졌다.



“꼬롱 꼬롱 꼬롱 꼬롱···..”



이윽고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 위에 졌다.


퀘찰이 직접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잇짜, 어서 타십시오!]



온진나암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비스트 마스터 하나가 퀘찰의 어깨에서 소리쳤다.



[상공에서 거대한 변이체 무리가 이곳으로 향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릅니다!]



[거 작별인사 한번 요란하게 하는 군.]



스탠이 짧게 투덜거린 후 외쳤다.



[시간이 없다, 어서 실어라!]



그의 외침에 특작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장비와 짐들을 퀘찰에 싣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의외의 것들도 있었다.



“뺙?”



“삐약, 삐약!!”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된 드래곤 해츨링들이 내가 계란판을 참고해 만든 상자 속에서 고개를 내민 채 재잘거렸다.



“쿠르르릉···.”



내가 조용히 주둥이를 내려 녀석들에게 콧김을 내뿜자, 해츨링들은 신기하다는 듯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래, 이게 드래곤이지.]



나는 녀석들을 주둥이로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전에 한번 말했듯 나는 공룡뿐만 아니라 괴물, 괴수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당연히 드래곤도 괴수의 일종인 만큼 좋아했다.


내가 말라를 포함한 이곳의 드래곤들을 싫어했던 건 어디까지나 이들이 드래곤의 탈만 쓴 유사인간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드래곤들을 멸종시킬 생각까진 없었다.


다만 스포닝 풀을 통해 그들을 옳게 된 드래곤으로 바꿔줄 계획이었을 뿐.



[지성 없애고, 마력 없애고, 브레스는 남겼지만 너무 남발하지 않게 쿨타임 너프시키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네 팔다리와 한 쌍의 날개를 가진 비현실적인 드래곤이 아닌, 한 쌍의 날개와 한 쌍의 다리를 가진 좀 더 현실적인 와이번의 체형으로 바꾸었다.


변화가 워낙 급격하다 보니 이미 제법 성장한 아성체부터는 변화를 적용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알과 해츨링부터는 쉽게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세노테 콘 구사노에서 미리 디자인을 만들어 놓고 액체만 가져와 한번씩 푹 담가서 변이시킨 것이다.





#





내가 해츨링들과 놀아주는 사이, 어느 덧 짐을 모두 실은 듯했다.




[헛 챠!]



“꼬롱 꼬롱 꼬롱 꼬롱···..”



펄럭.


비스트 마스터의 외침에 퀘찰이 그 큰 날개를 크게 펼쳤다.


이윽고 우리가 공중에 뜨기 시작하자, 멀리서 변이체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륙할 때가 제일 취약하다!]



린키가 외쳤다.



[노 맨즈 케이프 때를 생각하라! 탄약을 아끼지 말고 난사해!!]



타타타탕!!!


그의 명령에 퀘찰의 등에 탄 특작단원들이 욕혈포를 난사했다.


빗발치는 탄환 세례에 변이체들이 주춤한 사이, 우리를 태운 퀘찰은 무사히 공중에 뜰 수 있었다.



[랩터.]



멀리서 온진나암을 태운 트로페오그나투스가 다가왔다.



[전부 태웠어?]



[그렇습니다. 장비는 물론이고 전사자와 부상자들도 모두 수습했습니다.]



[······. 손실은 돌아가서 확인하자. 라반.]



[미천한 종이 사역하겠나이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라반이 전신에 푸른 마력이 휘감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 멀리 허공에 균열이 생겨나는 것이 보였다.



[전방 균열 확인!]



[이동하겠습니다!!]



온진나암과 비스트 마스터들이 허공에서 주고받는 육성을 브금 삼아 나는 한 때 세계수의 숲이었던 곳을 내려보았다.


그곳에 더 이상 숲은 없었다.


엘프들의 무협풍 건축물들은 우리의 화염공과 구제, 화염방사우롤로푸스들이 내뿜은 불에 휩싸인 채 불타고 있었다.


불붙은 건물들 사이로 그로테스크한 외양의 변이체들이 비틀비틀 걸어 다니고 있었고, 아직 변이가 덜 된 엘프들이 간신히 자아를 유지한 채 그것들과 혈투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아니, 한 때 나무’였던’ 것이었다.



“으오오오오우우우으으으아아아아—”



기괴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나무의 몸통은 하나의 커다란 고기 말뚝이었다.


갈라진 껍질은 털이 송송 난 주름이 되었고, 옹이구멍은 거대한 안구가 들어선 눈알로 변했다.


수없이 뻗어 나갔던 나뭇가지들은 죄다 흐느적거리는 촉수로 변해 너울거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달려있는 이파리들은 전부 인간의 치아로 변해 있었다.


한마디로 세계수는 인간의 얼굴을 기이하게 변형시킨 거대한 말미잘로 변해 있었다.


눈알과 이빨이 잔뜩 달린 거대 말미잘이 흐느적거리며 촉수를 오므렸다 폈다 하는 그 악몽 같은 모습에 리자드맨들조차 침묵을 지켰다.


물론 그것도 한 순간뿐이었다.



[꼴 좋다, 나무애미!]



말미잘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한 특작단원이 크게 포효했다.



[이것은 정글어미와 대장로의 복수요, 니 년의 맏이에 의해 죽은 수많은 형제들의 몫이다!]



“아이 카라 즈잇짜!!”



녀석을 시작으로 공룡들의 우렁찬 포효와 리자드맨들의 고어가 공기를 타고 녹림에 퍼져 나갔다.



“브란카이 슬라니예!!!”



“햐미 슬라니예!!!”



뒤이어 리자드맨, 공룡들의 입에서 먼저 떠나간 이들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대장로를 위하여!]



[정글어미를 위하여!!]



그들의 이름을 실은 리자드맨들의 포효가 땅에 닫자, 여전히 서성거리던 변이체들이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 대장로, 보여?]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넌지시 중얼거렸다.



[우린 괴물이 아니야.]



우린 잔혹했다.


그건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복수 자체에 휘둘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대다수와는 달리, 우리는 우리가 떠나보낸 이들을 잊지 않았다.




엘프의 태아들을 낙태시키고,


세계수의 심장을 산채로 후벼 파며,


드래곤의 해츨링들의 목을 조르는 등···.


그 모든 잔혹한 순간을 거침없이 주도했지만, 우린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


매몰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를 괴물이 아니게 만들어 주는 가장 강력한 이유였다.



[그러니까 걱정 마.]



난 흐느적거리는 말미잘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걱정하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욱씬!


나는 몸이 빳빳해지는 걸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미 그걸 위한 준비는 시작됐어.]





#





[······.. 남은 놈이 몇 명 있군.]



밑에서 변이가 덜된 상태로 다른 변이체들과 싸우는 엘프들을 보던 스탠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좀 더 정신력이 강한 놈들일 겁니다.]



[강한 놈?]



[직접 검을 맞대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놈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린키가 스탠에게 말했다.



[전원이 변이했어도 그런 극소수의 강한 놈들은 저항했을 수도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스탠!]



우릴 태운 퀘찰 옆에서 같이 날던 온진나암이 외쳤다.



[그런 놈들은 변이된 놈들이 알아서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흠···..]



잠시 언짢은 듯 안와를 벅벅 긁은 스탠이 내게 물었다.



[랩터, 역시 그냥 깔끔하게 전부 죽이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누구, 스포닝 풀을?]



[세계수 말입니다.]



그가 저 멀리 살로 뒤덮인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세계수입니다. 살려 두었다가 화근을 남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탠, 날 믿어. 이 편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울거야.]



나는 다시 드래곤 해츨링들을 놀아주려고 했지만, 스탠은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는 듯 이어갔다.



[만에 하나 저 년이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복수하러 온다면—]



[스탠, 세계수를 죽이는 대신 변이시키는 편이 우리한테는 더 유리해.]



그는 나의 말에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유리하다니, 무엇이 말입니까?]



나는 해츨링에게서 고개를 든 후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어그로 분산해야지.]


작가의말

??? : 저랑 새벽씨, 분가하겠습니다!


......... 기억하시는 분 있으시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3 독자는
    작성일
    22.07.01 15:29
    No. 1

    솔직히 깐프들이 게임에서나 만화에서나 소설에서나 한개많아서 불상하지가안ㄹ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펭솜이
    작성일
    22.07.01 17:30
    No. 2

    난 저거 놔뒀다가 역으로 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그로 분산용으로 일부러 한 거라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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