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속 랩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1.08.21 00:24
최근연재일 :
2022.09.25 20:52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26,764
추천수 :
5,866
글자수 :
1,868,096

작성
22.07.03 12:00
조회
161
추천
9
글자
17쪽

귀족은 의무를 진다

DUMMY

“조장님!”



“그래, 보인다.”



제국 대외 정찰국 파견대 4조장, 맥켄지는 눈을 망원경에서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반대편 렌즈에 아름다운 밤하늘이 비춰졌다.


수많은 별들이 수 놓여져 있는 밤하늘은 한 폭의 잘 만들어진 엘프제 비단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그 끄트머리에는 아름다운 조화를 해치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중이었다.



“르뤠인 숲이 불에 타고 있다니···..”



여기서도 알아볼 수 있는 거대한 세계수의 형체가 연기 사이에서 너울거렸다.


이따금 나뭇가지들이 부드럽게 출렁거렸으나, 맥켄지는 그것이 아지랑이로 인한 착시일 것이라 단정지었다.


상식적으로 나뭇가지가 촉수처럼 흐느적거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잠시 렌즈를 닦기 위해 망원경을 내렸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숲이 화마에 집어 삼켜진 모습은 선명하기 그지없었다.



“······.. 막스, 내려가서 엘프들에게 상황을 묻고 오도록.”



맥켄지가 지시했다.



“그들은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다. 필시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을 테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명심해라. 르뤠인의 숲이라 부르면 안되고—”



“녹림, 혹은 그냥 세계수의 숲이라고 부르라는 것 말씀이시죠?”



이번에 새로 온 싹싹한 막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숙지하고 있습니다.”



“좋다. 가봐.”



막스가 즉시 감시 초소의 밑으로 사라지자, 맥켄지는 다시 한번 저 멀리 붉게 변한 르뤠인 숲을 바라보았다.


한밤 중이라 그런지 그 모습은 석양을 연상시켰다.


강렬했던 태양이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쓸데없이 까다롭기는···..’



그는 밑에서 거들먹거리고 있을 엘프 감독관들을 떠올렸다.


대외적으로는 르뤠인의 숲으로 불리지만, 엘프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녹림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듯했다.


문제는 이들이 그 명칭을 다른 인간들에게도 강요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를 어기면 엘프들은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때문에 상부에서는 원활한 협조를 위해 엘프들 앞에서는 무조건 그들이 원하는 명칭으로 숲을 부르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였다.



“세상 어느 감시조가 감시대상의 기분을 맞춰준단 말인가···.”



맥켄지는 작게 한탄했다.


르뤠인의 숲은 자타공인 그 자체로 하나의 강성한 세력이었다.


대륙의 패자를 자처하는 제국이 이를 가만 방치할 리는 없었고, 상당 수의 정찰조원들이 정보수집을 위해 숲 언저리로 파견되었다.


그러나 세계수의 강력한 결계로 인해 숲 내부로는 얼씬도 못했고, 정찰조원들은 보내는 족족 날렵하고 감각이 예민한 엘프들에게 발각되었다.


결국 그들을 피해 몰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단 판단을 내린 제국은 아예 르뤠인의 숲과 일종의 상호 정보 교환 협의를 맺었다.


그 결과, 숲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대신 그 외곽에 감시 초소를 세우고 지켜보는 것 까지만 허가 받았다.


그마저도 숲 측에서 보내온 감독관이 3명 이상 배정되어야만 했다.


감시 대상으로부터 감독을 받으면서 감시를 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이기에 이 정도로나마 숲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 막스?”



감상에서 깨어난 맥켄지는 막내가 내려간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었다.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릴 애가 아닌데.



“막스, 뭐하고 있나?”



약간의 짜증이 밀려오는 걸 느끼며 맥켄지는 감시초소 밑으로 내려갔다.



“막스, 어디서 농땡이를— 이런 젠장!!!”



밑으로 내려간 그를 반겨준 것은 막스가 아니었다.


염산에 맞은 것처럼 안면이 녹은 채 바닥에 고꾸라진 막스 대신, 그를 맞이해준 것은 전혀 본 적 없는 정체불명의 괴물이었다.



“쿠웨에에에에에!!!”



놈의 연꽃처럼 갈라진 입 사이로 뜨거운 김이 나는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그것들이 닿은 바닥이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음푹 패였다.



“······ 감독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맥켄지가 괴물의 길게 늘어나 있는 귀를 알아본 순간,



“쿠뤠에에뤠뤻!!!”



입에서 산성 액체를 흘리는 괴물이 즉시 그에게 덤벼들었다.





#





덥석.



“끼에에엥! 끼엑, 끼에겍—”



거대한 비늘 덮인 턱이 흉측하게 생긴 변이체의 몸을 덮쳤다.


고통과 압박감에 변이체는 공포에 질린 울음소리를 내며 연신 몸을 꿈틀거렸다.


그것의 일곱 눈알과 다섯 개의 팔, 세 개의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와그작.



“헤—엑···..”



큰 턱이 단 한번 조여 들었을 뿐인데 변이체의 눈알들이 전부 탁한 회색으로 변했다.


추욱 늘어진 그것의 망해는 이윽고 두꺼운 목 너머로 꿀렁거리며 사라졌다.



“으르르르르르···.”



순식간에 거대한 턱 사이로 변이체를 먹어치운 티라노사우루스가 만족하다는 듯이 포효했다.



“쿼우우우운—”



[은지야!]



대모 리엘린이 그것에게 다가갔다.



[괜찮니?]



“구르르르릉···.”



은지는 그녀의 작은 몸에 큰 턱을 조심스레 갖다 댔다.


딱 한 쪽 남아있는 티라노 특유의 작은 팔이 꼼지락거렸다.


리엘린이 돌본 수많은 다른 아이들처럼, 은지 역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티라노사우루스였다.


티라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특유의 작은 팔 중 하나가 아예 없이 태어난 것이다.


다들 걱정했지만, 그들의 잇짜는 어린 은지의 머리를 핥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팔은 티라노들한테는 흔적기관에 불과해.]




그의 말마따나 은지는 무럭무럭 자랐다.


비록 어렸을 때는 몸의 균형을 잘 잡지 못해 툭하면 쓰러지곤 했지만, 그마저도 리엘린이 보살핀 끝에 별탈없이 준성체 암컷이 될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녀석은 유독 리엘린에게 애정을 보였다.


타탕, 타타탕!!



[대모, 은지 옆에 붙어 계십시오!]



한 피카리자드가 육혈포를 난사하며 외쳤다.



[변이체들이 계속 튀어나옵니다!]



“으어어어어어······!”



그가 말한대로 공작령의 잔해 사이사이에서 기괴하게 생긴 괴물들이 끊임없이 기어 나왔다.


이들은 모두 매복해 있던 엘프들로, 원래 리자드맨들을 향해 유격전을 벌일 요량으로 폐허 사이에 은신해 있던 작자들이었다.


그러나 잇짜의 작전이 제대로 먹힌 것인지, 그가 경고한대로 전원이 기괴한 변이체가 되어 이젠 살육 본능에만 의존해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 리자드맨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죽였다.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조직력조차 날아가 버린 공작령의 인간들이 그들 앞에서 무력할 것은 자명했다.


물론 리자드맨들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콱!



“쿠뤠엑!!!”



특작단원 한 명이 몸이 소용돌이처럼 베베꼬인 변이체 하나의 입을 움켜잡았다.



“캬오오오오!!!”



그는 우렁차게 포효한 후 변이체의 안면을 통째로 물어버렸다.



“!!!”



순식간에 입이 막힌 변이체가 바둥거렸으나, 특작단원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목을 강하게 틀었다.


뿌샤—


변이체의 목이 떨어져 나가며 끈적한 액체가 길다랗게 드리워졌다.


특작단원은 그것의 목 단면에 주둥이를 처박더니, 이내 마치 골뱅이 캔 까먹듯 안의 내용물을 턱에 문 채 쭈욱 잡아 댕겼다.


핑!



[크으, 이거지!]



녀석은 만족스럽게 입을 다시며 말했다.



[풀맛나던 유사 단백질 인형들이 진짜 고단백이 되었어! 다들 즐겨라!!]



“아이 카라 즈잇짜!!!”



“쿠워어엉!!”



그의 말에 다른 리자드맨들과 공룡들이 환호하며 변이체들을 향해 돌격했다.


연약한 인간들에게는 끔찍한 사태일지 몰라도, 리자드맨들에게 있어서 변이체들은 그들의 구원자가 내려준, 알아서 기어오는 만찬이나 다름없었다.


그 징그러운 모습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그들은 주저없이 변이체들을 사냥했다.


이건 리엘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 은지야, 너도 가봐.]



“구르르릉···..”



[배 고프잖아. 난 괜찮으니까 어서 가 봐.]



그녀가 재촉하자, 결국 은지도 본능을 못 참고 변이체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녀석이 변이체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리엘린이 흐뭇하게 지켜보던 때였다.



“랩터······”



[?]



그녀의 뒤에서 그들의 구원자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목소리가.





#





“더, 더워······.”



한 사내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신음했다.


정글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절대적인 온도는 사막보단 덜하지만, 물안개를 이룰 정도로 높은 습기가 체감 온도를 확 높여 주었다.



“사, 살려줘······”



[·········.]



후드득.


그 광경을 가만히 보던 리자드맨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곧 석실 한구석에 가만히 솟아 있는 커다란 돛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돛’이 움직였다.



“으르르르르.”



“디메트라, 레로리 콕사네.”



리자드맨이 뭐라 중얼거리며 돛을 쓰다듬자, 갑자기 그것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방안의 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아.”



널브러져 있던 사내의 숨이 고르게 변했다.



“사, 살 거 같다···.”



[나약하긴.]



리자드맨 간수는 그를 잠시 노려본 후, 바닥으로 고개를 숙여 강아지를 닮은 머리에게 고깃덩어리를 먹였다.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하렴.]



“어흥.”



등에 큰 돛이 달린 네발 짐승, 디메트로돈이 먹이를 삼킨 후 리자드맨의 손에 머리를 부드럽게 비볐다.


잇짜의 여러 작품들 중 하나인 이 녀석들은 등의 돛으로 주변의 온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었다.


전투 승려나 수도사, 그리고 깃털 사제들의 냉기 마법보단 약했지만, 마력을 계속 소모하는 마법에 비해 그냥 몇 번 돛을 만져 주기만 하면 된다는 강력한 이점이 있었다.


여기에 밀실에서의 냉각 효율은 둘 다 비슷했다.


마침 디메트로돈들도 어둡고 습한 환경을 선호하는 덕에, 리자드맨들은 그들을 어두운 석실 안에 넣어 일종의 석빙고로 사용했다.


아니면 지금처럼 간이 실내 냉각기로 사용하던가.



[너처럼 귀엽고 유능한 녀석이 우리보단 저것들이랑 더 가깝다니···]



리자드맨 간수가 디메트로돈의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중얼거렸다.



[털도 없는데 말이야.]



잇짜의 말대로라면 디메트로돈들은 공룡이 아니라 단궁류 라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단궁류들 중 진화해서 갈라져 나온 게 포유류라고.


즉, 이들은 족보 상 인간들의 조상인 것이다.



“어흐응~”



[그래, 그래. 고기 하나 더 줄게.]



그렇게 리자드맨 간수가 디메트로돈과 노는 동안, 철창 너머에서 그것을 보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 정말 신기하네요.”



마가렛 오귀스트가 중얼거렸다.



“고작 등 좀 만져준다고 이렇게 금방 공기가 시원해지다니.”



“반대로 부화실에서는 공기를 따뜻하게 뎁혀 주기도 하더군요.”



그녀의 옆에 선 로이 달튼이 대답했다.



“한 마리 데려다 부모님 집에 놔 드리고 싶군요.”



“손 댄 순간 집에 못 가게 될 걸요.”



“그냥 하는 말입니다.”



그는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돌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



잠시 말이 없던 마가렛은 이내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대체 얼마나 여기 갇혀 있었는지 모른다.


리자드맨들이 인간처럼 시계나 달력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때문에 그녀와 로이는 그저 막연히 오래 되었다는 것만 알았지 정확히 얼마나 오래 잡혀 있었는 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요즘은 완전히 포로라기 보단 일종의 자원 봉사자(?)처럼 취급당해, 예전보단 운신의 폭이 넓어진 편이었다.



“그럼 그 때 가지 그랬어요.”



마가렛이 로이에게 이어서 말했다.



“그래 이왕 말 나온 김에 좀 물을 게요. 당신은 왜 돌아온 거에요?”



“······..”



“나보고는 그냥 가자고 했잖아요.”



마가렛은 리자드맨들의 도시가 공격당한 그 날을 떠올렸다.


전에 본 적 없던 커다란 공룡 덕에 그녀와 로이는 탈옥할 수 있었고, 그들은 그대로 도시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마가렛의 눈에 인간 기사들이 병원 –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판단한 원통형 건물 – 을 습격하는 광경이 들어오고 말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런 걸 떠나서 마가렛은 그것을 막아야만 했다.


그렇잖아도 인간들 다루기를 짐승처럼 하는 리자드맨들인데, 만일 그런 인간들이 그들의 부상자나 약자를 건드리게 된다면······



“그럼 두 번 다신 우리처럼 포로 대접을 받는 경우가 없어질 거라고 판단했어요.”



마가렛이 이어갔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리자드맨들한테 잡힐 텐데, 그들이 전부 우리 이전의 사람들처럼 죽게 둬선 안되잖아요.”



그녀는 자신들이 운이 좋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들 이전에 잡혔던 사람들은 굶주림과 질병, 그리고 먹잇감 신세로 하나 둘씩 비참하게 죽어갔다.


반면 그녀와 로이는 삼시세끼 전부 챙겨 먹었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까지 받아가며 사람다운 몰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문답무용 처 죽이는 리자드맨들은 그녀와 로이를 본체만체 했고, 그러면서도 필요한 것들은 조달해 주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도왔던 그 착한 리자드맨 덕분이라는 것도 그녀는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 착한 리자드맨이 동족들에게 발각된 이후, 대체 어떤 논의를 거친 건지는 몰라도 그녀와 로이의 대우는 한층 나아졌다.


그리고 제도를 대표하는 오귀스트 가의 귀족으로서 그녀는 다른 이들 또한 이러한 인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무모한 짓이었단 건 알아요. 그래서 당신을 붙잡지 않았고.”



“······..”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는 로이에게 재차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 쳐도, 로이는 왜 돌아온 거에요?”



“······. 전 농부 아들입니다.”



“······.”



“어려서는 기사를 꿈꿨죠.”



동문서답이었지만, 마가렛은 조용히 계속 들었다.



“나중에 커서는 모나크를 희망했고, 그래서 왕국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한 이야기였다.


평민 출신들이 가장 빠르게 기사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왕국군 입대 후 모나크로 발탁되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 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그나마 유일한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솔직히 이제는 그것도 별로 안하고 싶습니다.”



그가 철창 너머의 리자드맨 간수를 곁눈질했다.



“전장은 생각 이상으로 참혹하더군요. 그래서 농민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죠.”



“근데 그게 돌아온 거랑 무슨—"



“기사는 명가의 레이디를 목숨 걸고 지키죠.”



로이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마리아의 말을 끊었다.



“농부는 씨암탉을 목숨 걸고 지킵니다.”



그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평범한 농부의 삶에 만족하셨던 부모님과, 기사 이야기를 늘 들려주시던 몰락 귀족 할아버지가 정말 보고 싶었다.


그러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지 했던 그가 이런 소망을 품을 수 있게 된 건 마가렛 덕분이었다.


그녀의 행동 덕분에 그들은 리자드맨들로부터 나름의 대우를 받게 되었고, 그렇게 로이는 지금 이렇게 도망칠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 지금을 가능하게 해준 은인을 버리고 도망간다니.


기사나 농부 이전에 인간으로서 실격이었다.



“기사 지망생으로서나 농부로서나, 저는 당신을 버려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었습니다.”



“······..”



“그래서 돌아온 겁니다, 마가렛.”



그렇게 말하는 로이 달튼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 명의 어엿한 기사였다.


아니, 그가 말한대로 성실한 농부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던, 그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음을 단언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진중한 분위기가 석실 안을 가득 채웠다.















“······. 그래서 지금 제가 씨암탉이라는 거에요?”



마가렛이 그걸 깨기 전까지는.





#





[도착했습니다.]



[아, 역시 집이 최고야!]



균열을 나오자 제도 특유의 열대우림 냄새가 선명하게 풍겨왔다.


여전히 잿더미가 된 공작령 곳곳에서 매개한 탄내가 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냄새는 확연히 달랐다.


뭐든지 이상하게 인위적이던 녹림 보다는 이 쪽이 더 내 취향이었다.


하늘 높이 뜬 달을 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떠나 있던 거지?]



[시간 지연 효과로 인해 약 이틀 정도 걸렸을 겁니다.]



우리는 체감상 딱 하루 동안 녹림에서 싸우고 돌아온 거지만, 라반의 말대로라면 제도는 이틀이 지났다는 모양이었다.



[이동시키는 대상이 많을수록 시간지연 효과가 커진다더군요. 그래서 엘프들이 대규모로 원정을 올 때 이 마법을 안 쓰고 굳이 독수리와 드래곤들을 타고 날아왔던 모양입니다.]



[그렇구나.]



은류를 낚을 때야 은류 한 명 한테만 쓴 거지만, 이번에 우리는 거의 대다수의 특작단원들을 끌고 갔으니···..



[애들 기다리고 있겠다. 어서 합류하자.]



[저기 있군요.]



스탠의 말 대로 아직 후송을 다 못 마친 리자드맨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서! 깃털 사제들은 치유 마법을!!]



[만에 하나 수혈해야 할 수도 있다. 채혈 준비해!]



[?]



누가 크게 다쳤나?



[잇짜!]



그 때 나를 알아본 전투 승려 하나가 다급히 다가왔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누구 다쳤어?]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전투 승려가 분노가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대모께서 여주의 아비에게 피습 당했습니다.]


작가의말

여러분 여성 분과 대화할 때는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셔야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맨스 소설 속 랩터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연장 및 사죄의 외전 연재 안내입니다. +3 22.05.12 194 0 -
공지 6일 휴재 안내입니다. +3 22.05.06 103 0 -
공지 연참 안내 공지입니다. +1 22.04.18 85 0 -
공지 3.1 절 기념 외전 안내입니다. 22.03.01 72 0 -
공지 설 기념 외전 공지입니다. +1 22.02.01 85 0 -
공지 표지 완성 및 기념 외전 연재 안내입니다. +2 22.01.24 151 0 -
공지 크리스마스 기념 외전 안내입니다. 21.12.25 94 0 -
공지 연재 연장 공지 안내입니다 +5 21.12.15 178 0 -
공지 후원 감사 공지입니다 (12/21 업데이트) +1 21.09.20 214 0 -
공지 공지 통합 및 이전 공지 삭제 안내입니다 21.09.02 298 0 -
공지 부제 업데이트 공지입니다. 21.09.02 207 0 -
공지 임시 북커버 업데이트 공지입니다. 21.08.26 1,993 0 -
266 완결 유료화 공지 안내입니다. +13 22.09.25 446 9 5쪽
265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 (3) +2 22.09.25 247 10 16쪽
264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 (2) +3 22.09.23 194 7 18쪽
263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 (1) +4 22.09.21 199 6 23쪽
262 축출 (Eviction) +3 22.09.19 200 11 14쪽
261 Symbiosis +4 22.09.17 176 9 17쪽
260 아이스 에이지 +3 22.09.15 191 7 20쪽
259 Old Man Stan +2 22.09.13 180 8 18쪽
258 라X온 킹 +4 22.09.11 178 10 18쪽
257 일타이피 (2) +3 22.09.09 165 10 19쪽
256 일타이피 (1) +2 22.09.07 174 7 20쪽
255 같은 듯 다른 듯, 다른 듯 같은 듯 +3 22.09.05 183 9 28쪽
254 종장 (5) +4 22.09.03 240 9 30쪽
253 종장 (4) +3 22.09.01 155 7 13쪽
252 종장 (3) +3 22.08.30 151 7 14쪽
251 종장 (2) +4 22.08.28 160 8 10쪽
250 종장 (1) +3 22.08.26 159 7 11쪽
249 더 많은 이빨 (2) +3 22.08.24 158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