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빨 로마 빡빡이로 진시황이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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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라이트
작품등록일 :
2021.08.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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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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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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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두번째 죽음

DUMMY

‘아 죽을 것 같다.’


난 퀭한 몰골로 일어났다.

최근엔 가뜩이나 일도 많았는데 잠을 보챈 것이다.


정말 싫은 악몽이나 꾸면서 밤을 거의 샜다.

정신이 혼미하다.


‘아, 맞다. 오늘 중요한 날이지.’


드디어 파르티아 원정을 원로원에 알리는 날이 왔다.

이 원정을 통해 드디어 나의 천하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형식적인 절차이고 원로원 의원들이 딱히 반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를 반대하던 파벌을 살려놓긴 했지만,

그 녀석들도 은혜를 알고 있다면 나의 일을 방해하진 않겠지.




잠시 후


나는 원로원으로 나설 준비를 대충 마쳤다.

푸른 월계관이 제대로 머리에 쓰여 있는지도 확인했다.


‘음 제대로 되어있군’


집 밖으로 나오자 안토니우스가 마중 나왔다.


“카이사르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주무셨는지요?”


···안녕히 주무시지 못했단다.

정말 졸리다.

바보 같은 악몽 따위 때문에 이게 뭐냐고.



원로원까지 안토니우스와 함께 걷는다.

이 녀석은 또 재잘재잘 말이 많다.

하나같이 시시한 얘기들이다.


“···아 그보다 카이사르님.”


“아, 뭐?”


“조금 우려스러운 게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일?”


“아니 별건 아니고 여전히 카이사르님을 상대로 싸웠던 사람들 상당수가 원로원에 있잖습니까?”


그렇지.

난 아량을 베풀어서 최대한 나의 정치적 적들을 살려두었다.

살려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산도 안 뺐고 지위도 그래도 인정해 주었다.


숙청마 술라의 방법은 싫다.

안토니우스가 계속 떠든다.


“여전히 카이사르님의 신변이 위험한 샘인데 평소에 호위를 대동하고 다니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아, 그 얘기군.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들었던 얘기였던가?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솔직히 나는 나의 지위에 비하면 호위를 전혀 데리고 다니지 않고 있다.

특히 로마 시내에서 활동할 때에는 더더욱


로마세계의 1인자인데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고?


너무나 맞는 말이지.


그런데 나는 나를 겹겹이 둘러싼 호위가 싫다.

답답한 느낌도 들고 사람의 장벽에 둘러싸진 느낌이다.

호위뿐만 아니라 측근들로 둘러싸이는 것도 마찬가지.


왜냐고?

당연한 거 아니겠나?


내가 진시황이었던 시절

그놈의 암살 위험 피하겠다고 극도로 방어막을 친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결국 안전을 위해서 조고 녀석만 나를 알현하게 했건만 그 배은망덕한 녀석이 기어코 날 독살해버린 것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위험이 있을지라도,

나의 모습은 외부인에게 보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고처럼 측근들이랍시고 오히려 은폐공작을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니, 인의 장벽에 갇혀있으면 반드시 그런 일은 일어난다.


바깥의 정보는 차단되고 나의 신변도 밖에서 모르게 되는 일이지.


“안토니우스, 걱정하지 말게. 나는 당당하네.

누구에게나 관용을 베풀었고 미움 받을 짓도 하지 않았어.

적어도 로마 시내에서는 당당하다네.”


“그렇지만, 카이사르님···”


“이것만은 양보할 생각 없네.

나는 항상 이렇게 호위 없이,

숨기는 모습 없이 돌아다닐 거라네.”


“네··· 알겠습니다.”


이런 잡담을 하는 사이에 원로원 근처까지 도착했다.


“앗, 독재관님 아니십니까?”


“오늘 중요한 발표가 있다지요?”


여기저기서 몇몇 의원들이 나를 반겨준다.

이들은 쭉 나의 편이었던 의원들이다.

그 중 하나가 말한다.


“하하하, 뭐 그렇게 다들 에둘러 표현하십니까? 파르티아 원정 발표잖습니까?”


그러자 또 다른 한명이 거든다.


“파르티아 녀석들··· 크라수스님을 죽인 것도 모자라 로마에게 먹칠을 했지요. 이번에 설욕할 기회입니다.”


“하지만··· 역시 원정이 쉽지는 않겠지요? 대전략가 카이사르님이라 해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


의원 하나가 나에게 의문을 제기하자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다.

갑자기 분위기가 죽었다.

방금 의문을 제기한 의원은···


“앗, 자네는···”


파르살루스 전투에서 내가 투항을 받아들인 녀석.

항상 원로원에서 따분한 연설만 해대는 녀석.

별거 아닌 녀석.


마르쿠스 브루투스였다.


“어허 카이사르님을 못 믿는 것인가?”


브루투스에게 딴지를 걸며 안토니우스가 외쳤다.


“카이사르님은 대전략가 수준으로 단순히 말할 수 없다네!

네 녀석은 내전당시 폼페이우스 편에 있어서 전혀 느끼지 못했겠지!”


안토니우스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거 불안한데?


“나는 바람이 바뀌어서 전황이 바뀌는 것도 직접 보았어!

카이사르님은 단순한 전략가가 아닐세. 그래 굳이 비유하자면···”


아 좀 그만 해라 이제

하지만 눈치 없는 안토니우스는 계속 지껄인다.


“···굳이 비유하자면 신의 아들 정도일세.”


““오오오~””


의원들이 나를 쳐다보며 괜히 감탄을 해댄다.

아 부담스럽다.

1인자 자리는 좋지만 이런 식의 관심은 부담스럽다고.


‘게다가 신의 아들이 뭐냐? 그 허세 가득한 표현은? 아 촌스러워.’


내가 마음속으로 창피해하고 있자 브루투스가 중얼거린다.


“신의 아들이라··· 과연 그러시죠. 잘 알겠습니다.”


그 기분 나쁜 녀석은 이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다른 무리로 향했다.


쳇, 저 녀석 분명 파르살루스 전투에선 온갖 굴욕을 다 보이면서 투항해놓고는 이런 식으로 적의를 보이다니···


하 됐다.

어차피 시시한 녀석이고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우리 측 의원들과 잡담을 나누며 원로원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좀 이른 시간에 왔기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직 회의가 열리기 전이라 분위기도 한산하다.

여기저기서 의원들끼리 잡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뒤에는 수백 명의 의원들이 들어와서 회의에서 소리를 질러대겠지.

뭐 물론 그런 쇼나 형식을 거친 뒤에는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게 진행되겠지만


“카이사르님 잠시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안토니우스가 자리에 앉아있는 나에게 물었다.


“그래 무엇인가?”


“잠시 대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트레보니우스가 절 불러서···”


“걱정 말고 가보게.”


뭐 이런 것까지 내 허락을 받는담?

나중엔 화장실 갈수 있는지 조차도 내 허락받고 갈 놈이다.


그렇게 안토니우스는 머뭇거리면서도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뭔가 갑자기 혼자가 되었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의장 한가운데에 있지만 오랜만에 혼자인 기분이 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사실 최근에 나는 늘 혼자였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이 로마인인척 연기를 해 왔으니 철저히 혼자였지···


그렇게 혼자서 갈리아원정도 가고,

브리타니아도 가보고,

그리스에서 결전도 해보고,

이집트에서 관광··· 비슷한 것도 해보고,

북아프리카, 히스파니아도 갔다 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도 지나갔다.

니코메데스, 크라수스, 베르킨게토릭스, 폼페이우스, 라비에누스, 등등


또 안토니우스나 클레오파트라 등 수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난 이역만리 로마에서 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럼에도 왜 새삼스럽게 지금 와서 혼자인 기분이 드는 거지?



‘···!’


그렇구나.


어느새 로마세계에서 지낸 시간도 수십 년이 지났다.

이젠 로마에 너무도 익숙해진 것이다.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딱히 내가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되다니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응?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이렇게 오래한 걸까?’


그때

갑자기 어떤 무리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대략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내 앞에 서서 나타나자

그림자 때문에 어두워졌다.


“뭐, 뭐야?”


앗···

이거 설마···

설마···!


내 앞에 나타난 원로원 의원들의 눈에서 익숙한 느낌이 든다.


어디서 본 눈빛이다.


‘조고... 이 개자식...’


왜 그 녀석이 날 죽일 때 했던 눈빛을 이들이 하고 있는가?


“이, 이 자식들··· 뭐, 뭐, 뭐냐고?”


하지만 이들은 아무 말도 않는다.

아무 말도 없이 토가에 전원이 손을 넣고 다시 꺼내자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단도이다.

그들 중 한명이 그대로 망설임 없이 그 단도를 들고···


푹!


···날 찔렀다.

거짓말이 아니다.

로마에서 최고권력자

아니 이천하의 1인자를 칼로 찌른 것이다.


너무 급작스러워서 비명도 처음엔 안 나왔다.

그저 내가 낸 소리는···


“쿨럭!”


피가 잔뜩 입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나를 찌르러 온 자들의 면면을 보았다.

대부분 익숙한 얼굴들이다.


표정 빼고.


으으윽! 왜 다들 조고의 표정을 하고 있는 거냐고?


그 중 한명은 방금 전에 본 시시한 녀석이다.

그 시시한 녀석이 단검을 들고 나를 찌르려는 자세를 취한다.


나는 그렇게 마지막 유언이 될 말을 던졌다.



“브루투스! 너, 너 따위가!”


퓩!


“으으윽!”


브루투스가 그대로 날 찔렀다.

흐, 흐어억! 숨을 쉴 수가 없다.

허어어억! 숨 막혀···!


브루투스가 찌른 것을 계기로 나머지 놈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열 명도 넘는 놈들에게 계속해서 찔려갔다.


내 토가가 핏빛으로 물들고 여기저기에 내 피가 튄다.

지금까지 겨우 서있었지만 이젠 무리다.

도망치지도 못하고 난 계속 찔리면서 죽어갔다.


‘허억허억! 이, 이 자식들 감히!’


정신이 아득해진다.


안 돼!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엉뚱한 곳에 다시 태어나서 돌고 돌아서 겨우 실마리를 찾아내나 했는데!


‘일어나라 일어서!

상대는 배신자들이다! 이 나를 죽이는 배신자야!

어서 일어서!‘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내 몸은 꿈쩍도 안한다.

이미 바닥에 쓰러진 채로

내 몸은 아직 의식이 조금은 남아있는 정신과는 달리 죽어있는 것 같다.


천장이 보인다.

하하하 얄궂네, 폼페이우스 얼굴도 보인다.

그 자식 얼굴은 또 왜 보이지?


에 알게 뭐람?


나 왜 누워있지?

아 찔리던 중이었지 나···


내 정신도 조금씩 아득해진다.

아직도 놈들은 내 몸을 칼로 계속 찔러내고 있지만 이제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것은 전생에서 암살당하던 기억과 비슷하네.

죽음이네, 이거.


난 벌써 내 인생의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그리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코르넬리아···’


너무도 오랜만에 잊고있었던 얼굴...

너무도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얼굴이 떠올랐다.


‘코르넬리아... 보고 싶다...’


이렇게 되면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앗, 왜 갑자기 눈물이 나지?’


코르넬리아 생각이 나서 그런가?

아니면···


‘···그렇구나.’


어느새 난 이 바보 같은 이천하, 아니 이세계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비록 빚쟁이들한테 쫓기고,

해적에게 납치당하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구애받고,

원하지도 않는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전투에서 허무맹랑한 일만 일어나고,


뭔가 애쓰면 애쓸수록 목적에서는 멀어지기만 했는데.

그렇게 어떻게든 이세계를 탈출하려고만 했는데.


그런데도···


사랑하던 아내, 코르넬리아와 함께하고,

나를 바보같이 따르는 한심한 안토니우스와 바보 같은 부하 녀석들과 함께 한 이 로마세계가

나는 마냥 싫지만은 않았나 보다.


이제 앞도 보이지 않는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눈물이 흘러내리는 감촉만이 느껴진다.

이것도 전생에서 마지막 기억이랑 비슷하네.


참 나 죽고 있는 사람이 잡생각도 많다.

이젠 생각하는 것도 힘들다.

그냥 지친다.



그럼 바보 같던 로마세계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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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33.탈모치료제 21.09.23 57 0 12쪽
33 1-32.알렉산드로스의 계약서 21.09.22 57 0 12쪽
32 1-31.불타는 대도서관 21.09.21 53 0 12쪽
31 1-30.나의 천하에 관련된 문서를 찾았어! 21.09.20 5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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