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쏠 탈출할 수 있을까?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브더주
그림/삽화
브더주
작품등록일 :
2021.08.25 00:06
최근연재일 :
2021.12.03 17:24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56
추천수 :
45
글자수 :
150,209

작성
21.09.27 07:22
조회
19
추천
1
글자
8쪽

16화. 비밀통로

DUMMY

미키쨩의 말에 아저씨와 미즈키가 다급하게 움직였다. 아저씨는 컴퓨터에서 자료들을 삭제하는 거 같았고, 미즈키는 방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 가운데서 중권만, 아니 중권과 미키쨩 둘만 멀뚱멀뚱 가만히 서 있었다. 미키쨩은 중권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듯 시선을 돌렸다. 행동이 정말 애니 속 미키쨩과 똑같았다. 종이들을 가방에 챙겨 넣기 바쁜 와중에 미즈키가 그런 중권을 발견했다.


“넌 어떻게 할래? 우리랑 같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


미즈키의 말에 중권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중권도 관계자, 어쩌면 공범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이 떠나고 혼자 남은 중권을 경찰은 범죄자로 생각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PC방에서 봤던 검은 양복의 남자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했다.


“미키쨩,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


미즈키가 미키쨩의 홀로그램 장치를 만지며 말했다. 미키쨩은 미즈키에게, 그리고 중권에게도 손짓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바로 장치가 꺼지고, 미키쨩의 모습이 사라졌다.


금방 정리가 끝났는지 아저씨와 미즈키가 중권 앞에 섰다. 아저씨는 서류가방 같은 걸 들고, 미즈키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다. 곧 건물 바깥쪽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작게 들렸다.


“이쪽이야. 준비해 놓은 길이 있어.”


중권은 아저씨와 미즈키를 따라 처음에 들어왔던 통로에서 세 번째 방에 들어갔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중권과 달리 미즈키와 아저씨는 바닥에서 뭔가를 찾아 들어 올렸다.


그건 철판이었다. 그러자 그 밑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아저씨가 철판을 들고 있는 사이 미즈키가 먼저 내려갔다. 중권은 어딘지도 모르는 지하로 내려가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중권까지 내려오자 아저씨는 들고 있던 철판을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레 닫으며 내려왔다. 철판이 닫히자, 미즈키는 갖고 있던 손전등을 켰다.


곧 위에서 사람들의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경찰들이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미즈키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무언으로 조용히 하라고 했다. 중권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손전등을 들고 앞장서는 미즈키를 말없이 따라갔다.


지하는 일직선으로 된 외길이었다. 바닥과 벽, 천장 모두 시멘트로 발라져 있었는데 만든 지 오래된 듯, 퀴퀴한 냄새가 났고 곳곳에 거미줄이 있었다. 창고 지하에 왜 이런 데가 있는지 중권이 궁금해하는 사이, 곧 두 갈림길이 나왔다. 앞장선 미즈키는 길을 아는 듯, 고민 없이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똑같이 생긴 통로를 잠시 걷다 보니 곧 내려왔을 때랑 비슷하게 생긴 계단이 나왔다. 미즈키가 손전등을 끄자, 아저씨가 계단을 올라 위에 덮인 철문을 조심스레 밀었다. 살짝 열린 틈으로 아저씨가 위쪽을 조심히 살폈다.


“여긴 전쟁 때 만든 임시 대피소야.”

미즈키가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이쪽에 있는 창고들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을 때부터 있던 건물인데, 당시 폭격에 대비해 이런 대피소를 만들었다나 봐. 원래는 창고마다 따로 있던 대피소인데 그걸 나중에 연결해서 지금처럼 통로로 만들었다고 들었어. 왜 통로로 만들었는진 모르지만, 덕분에 우리가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잘 됐지.”


미즈키가 말을 하는 사이, 아저씨가 철문을 밀어버리고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위로 올라가니 나온 곳은 불이 꺼진 또 다른 창고였다. 여기는 이전 창고와 달리 칸막이가 없어서 넓은 내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다만 여기도 사용한 지 오래된 듯 낡아 보이는 건 비슷했다. 먼지가 쌓인 상자와 천으로 덮어놓은 짐 같은 것들이 구석에 있을 뿐 공간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아저씨는 창문으로 가 밖을 살폈다. 걸어온 거리를 생각해보면 여기는 원래 있던 창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저씨는 원래 있던 창고를 살펴보려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여.)”


아저씨가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 분명히 경찰들이 있을 테고, 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어떡할 거야?”


중권이 작은 목소리로 미즈키에게 물었다.


“이쪽으로 와서 좀 도와줘.”


미즈키는 손짓을 해서 중권을 창고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곤 무언가를 덮은 큰 천을 같이 벗겼다. 그 안에서 나온 건 자그마한 소형 트럭이었다.


“주변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걸 타고 도망갈 거야.”


이런 일을 대비해 전부터 미즈키와 아저씨가 준비해 놓은 모양이었다. 비밀통로에 도망칠 차량까지 있다니, 의외로 철저한 준비성에 중권은 놀랐다.


“셋이 타기엔 자리가 좀 좁겠지만, 봐줘.”


미즈키의 말처럼 트럭의 좌석은 셋이 앉기엔 비좁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거에 불만을 가질 처지가 아녔다. 도망칠 수만 있다면 짐칸이라도 중권은 상관없었다.


그때였다.


쾅! 쾅!


갑자기 창고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곤 바깥쪽에서 뭔가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켰어!)”


아저씨가 허겁지겁 두 사람에게 뛰어오며 말했다. 얼굴에는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쩌다가!)”


“(그게···)”


미즈키가 화를 내자, 아저씨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못 했다. 아무래도 창문 밖을 살피다가 근처 경찰의 눈에 띈 게 아닐까.


부녀가 다투는 사이에도 밖에서는 경찰이 철문을 계속 두드렸다. 사람도 늘어난 듯 대화하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창고 문은 두 개였다.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트럭 앞쪽에 있는 큰 철문과 반대쪽의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 지금 경찰이 두드리고 있는 문은 큰 철문이었다.


“(이걸 어쩌지···)”


생각해 놓은 도주로가 막히자, 미즈키도 당황한 것 같았다. 안절부절못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차로 도망치긴 틀린 것 같아요. 일단 뒷문 쪽엔 사람이 없는 거 같으니까 그리로 도망쳐요.)”


중권이 일본어로 말했다.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없는 거 같았다. 포기할 거는 빨리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나아 보였다.


“(그치만··· 지금 뛰어서 도망쳐 봤자, 얼마 못 가 잡히지 않을까···)”


미즈키가 힘없이 말했다. 중권도 같은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 가만히 있으면 꼼짝없이 붙잡힐 뿐이었다.


“(다시 지하 대피소로 가는 건 어때?)”


아저씨가 말했지만, 미즈키가 바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안 돼. 그쪽으로 갔다가 경찰을 만나면 정말 도망칠 데가 없어. 다른 쪽 창고로 통하는 길이 막힌 건 아빠도 알잖아. 게다가 우리가 있던 창고는 통로 입구가 너무 눈에 띄어서 경찰들이 쉽게 찾을 거라고. 어쩌면 이미 우리가 있던 창고 지하통로를 통해 이쪽으로 오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빨리 뒷문으로 도망치자니깐!)”


중권이 다시 한번 말했다. 지금은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는 것이 나아 보였다. 뒷문까지 경찰들이 포위하면 그땐 정말 끝이었다.


“······.”


하지만 중권의 말에도 미즈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아저씨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미즈키를 한 번 보고 나서 중권을 보았다.


“(우리 딸을 잘 부탁하네.)”


그 말을 남기고 아저씨가 뒷문으로 뛰어갔다. 중권도 미즈키도 미처 말릴 새가 없었다. 곧장 뒷문을 연 아저씨는 다시 미즈키를 한 번 보더니, 문을 세게 닫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가 모쏠 탈출할 수 있을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45화. 중권, 현성, 그리고 아만 21.12.03 11 1 5쪽
44 44화. 다시 만난 세 친구 21.12.01 12 1 5쪽
43 43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건 중요하지 21.11.29 12 1 5쪽
42 42화. 불확실 속 한 가지 확실한 건 21.11.26 14 1 5쪽
41 41화. 특별한 취업알선 21.11.24 11 1 7쪽
40 40화. 그녀의 부탁 21.11.22 15 1 4쪽
39 39화. 산 위의 데이트 21.11.19 15 1 4쪽
38 38화.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서 21.11.17 11 1 9쪽
37 37화. 사진가의 목적 21.11.15 11 1 7쪽
36 36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는 무리 21.11.12 16 1 9쪽
35 35화. 초대장 21.11.10 12 1 7쪽
34 34화. 진짜와 가짜 중에 가짜가 진짜 21.11.08 13 1 8쪽
33 33화. Rainbow 21.11.05 13 1 7쪽
32 32화. 메시지는 해석했지만 21.11.03 13 1 6쪽
31 31화. 현성이라면 언제나 그랬듯이 21.11.01 11 1 6쪽
30 30화. 정말 쓸데없는 짓 21.10.29 14 1 8쪽
29 29화.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21.10.27 12 1 8쪽
28 28화. M과 t 21.10.25 13 1 6쪽
27 27화. 마음만은 따뜻한 기계들 - 아만 21.10.22 19 1 8쪽
26 26화. 아내와 재회 21.10.20 16 1 6쪽
25 25화. 중대한 기로 21.10.18 14 1 4쪽
24 24화. 둘이 들어가 한 명만 나오다 21.10.15 12 1 7쪽
23 23화. 최고의30분 21.10.13 13 1 6쪽
22 22화. 모태솔로를 노리는 범죄조직 21.10.11 15 1 7쪽
21 21화. 저랑 자러 가요 21.10.08 13 1 5쪽
20 20화. 진짜 사기꾼 아줌마 21.10.06 14 1 9쪽
19 19화. 여자를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 현성 21.10.04 17 1 7쪽
18 18화. 나랑 결혼하자 21.10.01 18 1 10쪽
17 17화. 가장 외로운 중권 21.09.29 15 1 7쪽
» 16화. 비밀통로 21.09.27 20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