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쏠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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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브더주
그림/삽화
브더주
작품등록일 :
2021.08.25 00:06
최근연재일 :
2021.12.03 17:24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57
추천수 :
45
글자수 :
150,209

작성
21.10.20 06:50
조회
16
추천
1
글자
6쪽

26화. 아내와 재회

DUMMY

현성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새하얀 중환자실 천장은 어느덧 익숙해져 있었다. 팔에 꽂혀 있는 링거도, 몸과 선으로 연결되어 쉬지도 않고 소리를 내는 장치들도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깨어난 지 닷새째, 입원한 지는 이제 일주일째다. 현성은 어떻게 병원에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 깨어났을 때는 주변에 부모님 얼굴만 눈에 들어왔었다. 걱정과 안도의 표정이 섞인 묘한 얼굴을 보고 뭐라 말을 하려 했는데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잠들었다.


다시 깨어난 건 그다음 날이었다. 그때는 정신이 제대로 돌아와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병원에 실려 와 큰 수술을 마치고 이틀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는 걸 말이다. 출혈이 심해 상당히 위험한 상태까지 갔다는 말에 현성도 놀랐지만, 가족들도 상당히 노심초사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됐고 의식도 찾아서 금세 안정되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아져서 가만히 누워있기 좀이 쑤실 정도였다. 내일부터는 병실도 일반 병동으로 옮겨준다고 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내일부턴 바깥 구경도 조금씩 해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병실 문이 열렸다. 중환자실은 면회가 정해진 시간만 되기에 언제나처럼 엄마가 들어오신 줄 알았다.


그러나 들어온 사람은 엄마도 간호사도 아닌 처음 보는 여자였다. 현성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여자는 침상 옆 의자에 앉더니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제야 현성은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바로 횡단보도에서 쓰러졌던 그 여자였다.


사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찬찬히 살펴보니 눈과 입매가 어딘가 낯이 익었다. 사고 직전까지 여자를 지키기 위해 꼭 껴안고 있어서 인상에 남은 것 같았다.


현성이 여자의 손을 맞잡으며 말한다.


“이제 괜찮아요. 많이 나았어요.”


물론 계속 진통제를 처방받고 있기에 아픔이 없는 것이긴 했지만, 분명 처음보다는 훨씬 괜찮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여자는 눈물을 계속 흘리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현성이 보다 못해 묻는다.


“두 분 다 괜찮으세요?”


뱃속의 아기도 건강하냐는 의미였다. 여자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은 이미 여자의 소식을 부모님에게서 들어 알고 있었다. 현성이 막아준 덕분에 여자는 찰과상에 그쳤고 뱃속의 아이도 무사하다고 말이다.


“덕분에 저와 아기는 괜찮지만··· 죄송해서 어떡해요···”


여자는 울면서 현성의 다리 쪽을 보았다.


사실 현성이 가장 많이 다친 곳은 왼쪽 다리였다. 차가 현성의 왼쪽 다리를 깔고 지나가는 바람에 정강이와 무릎이 크게 손상되었다. 치료를 해봐야 알겠지만, 영구적 손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뛰는 건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겠지만 일반인처럼 걷는 건 어려워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현성도 충격이긴 했다. 젊은 나이에 지팡이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니 크게 낙담했다. 그러나 충격은 생각보다 금세 회복됐다. 반대로 못 걸을 정도로 다친 게 아니라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자신 덕분에 두 생명이 살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 괜찮으니 몸조리 잘 하세요. 건강한 아기 낳아야죠.”


현성의 말에 여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럴게요. 사실 갑자기 생긴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무책임한 애 아빠 때문에 이대로 미혼모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증에 걸렸거든요. 저 자신도, 뱃속 아기도 돌보지 않았어요.


그날도 며칠을 굶어 영양실조 때문에 기절했던 거였어요. 만약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저도 이 아이도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여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을 잇는다.


“현성 씨 덕분에 이제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어요. 무사히 튼튼한 아기를 낳도록 건강하게 열심히 살 거예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여자의 다짐에 현성도 마음이 놓였다. 처음 사정을 전해 들었을 때는 걱정을 했지만 지금 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다행이에요.”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여자는 뭔가 주저하다 말을 꺼낸다.


“그래서 말인데, 아기의 이름을 현성 씨와 똑같이 지어도 될까요? 제 성을 따서 이현성이라고요. 생명의 은인인 현성 씨의 이름하고 똑같이 짓고 싶어요. 허락해 주실 거죠?”


여자의 말에 현성은 놀라 눈이 동그래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미래에서 온 여자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번엔 눈앞의 여자가 아닌 뱃속에 있는 아기였지만.


모텔에 갔었을 때, 미래에서 온 여자가 말했었다.


“내 이름은 이현성. 자기의 이름에서 따왔어.”


이제야 눈앞 여자의 눈과 입매가 어딘지 낯이 익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딸과 엄마의 생김새가 많이 닮아있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그럼요. 이름도 얼굴도 아주 예쁜 여자아이가 될 거예요.”


현성의 말을 듣고 여자가 고개를 갸웃한다.


“저도 아직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여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현성은 당황한다.


“그, 그냥 왠지 느낌이 그렇네요.”


현성은 웃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아직 뱃속에 있는 아기가 미래에 자신의 아내가 된다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이 차는 둘째치고 눈앞의 장모님이 자신보다 어리니 더욱 그럴 만했다.


“저도 현성 씨 말처럼 여자아이였음 좋겠네요.”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래에서 온 아내와 꼭 닮은 환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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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서 21.11.17 11 1 9쪽
37 37화. 사진가의 목적 21.11.15 11 1 7쪽
36 36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는 무리 21.11.12 16 1 9쪽
35 35화. 초대장 21.11.10 12 1 7쪽
34 34화. 진짜와 가짜 중에 가짜가 진짜 21.11.08 13 1 8쪽
33 33화. Rainbow 21.11.05 13 1 7쪽
32 32화. 메시지는 해석했지만 21.11.03 13 1 6쪽
31 31화. 현성이라면 언제나 그랬듯이 21.11.01 11 1 6쪽
30 30화. 정말 쓸데없는 짓 21.10.29 14 1 8쪽
29 29화.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21.10.27 12 1 8쪽
28 28화. M과 t 21.10.25 13 1 6쪽
27 27화. 마음만은 따뜻한 기계들 - 아만 21.10.22 19 1 8쪽
» 26화. 아내와 재회 21.10.20 17 1 6쪽
25 25화. 중대한 기로 21.10.18 14 1 4쪽
24 24화. 둘이 들어가 한 명만 나오다 21.10.15 12 1 7쪽
23 23화. 최고의30분 21.10.13 13 1 6쪽
22 22화. 모태솔로를 노리는 범죄조직 21.10.11 15 1 7쪽
21 21화. 저랑 자러 가요 21.10.08 13 1 5쪽
20 20화. 진짜 사기꾼 아줌마 21.10.06 14 1 9쪽
19 19화. 여자를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 현성 21.10.04 17 1 7쪽
18 18화. 나랑 결혼하자 21.10.01 1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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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비밀통로 21.09.27 2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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