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악당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현두율
작품등록일 :
2021.08.25 22:28
최근연재일 :
2021.09.28 20:2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565
추천수 :
85
글자수 :
137,109

작성
21.09.03 21:28
조회
130
추천
2
글자
11쪽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2)

DUMMY

“야!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열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점심때 봤던 에르시였다.


아엘리관의 1층은 메이드들의 숙소였고 2~3층은 여자 4~5층은 남자가 쓰고 있었다.

에르시도 아엘리관을 쓰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넌······. 이 밤중에 무슨 일인데?”


“일단 열어봐. 중요한 할 말이 있어.”


문을 다시 조금 열었더니 그녀의 옷차림이 보였다. 어깨가 드러난 원피스, 이 세계관에서는 꽤 파격적인 옷차림이었다.


내가 급히 문을 다시 닫으려고 하니 그녀가 문틈으로 발을 집어 넣었다.


“아! 아악! 야! 힘주지 마. 발 아프다고!”


그녀가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무슨 계략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날 유혹해서 내가 침 흘리고 달려들 때 누군가 들이닥쳐 날 성범죄자로 만들어 매장 시킬지도 모른다.


“들어올 생각 하지 말고 거기서 얘기해.”


“아니 왜!!!”


“네 옷차림이 불건전해.”


“이게 왜? 우리나라에서는 평범한 거야. 혹시 네 방에 누구 있는 거 아냐?”


“뭐? 그게 무슨······”


“클레어 데인. 그 시골 촌뜨기 거기 있는 거 맞지? 참나 루드비히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눈이 심하게 낮네. 실망이야.”


“무슨······. 개소리야 진짜!”


나는 심하게 당황했다. 어이가 없어서 손에 힘이 빠진다.


그 틈을 타고 에르시는 힘으로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왔다.

에르시는 내 기숙사의 방문을 전부 열어 확인할 동안 나는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흐음······. 아무도 없네. 미안~”


그녀는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닌 얼굴로 사과했다.


“너······ 클레어 어쩌고 그거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이긴? 너 클레어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나는 쇼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클레어 그 망나니년을 좋아한다니······.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않아? 안 좋아하면 너 같은 천재가 신입생에게 일방적으로 당해 주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거······네 생각이야 아니면 학교 소문이야?”


“음······. 글쎄. 네 실력을 정확히 아는 사람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지. 특히 여자들 사이에 간혹 나오는 얘기야. 여자들의 감은 예리하거든. 물론 학교 전체로 봤을 때 다수 의견은 아니야.”


예리하기는 개뿔.

상식적으로 그렇게 모욕을 당하고 두들겨 맞았는데 좋아한다는 게 이상한 거다.


무섭다.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구나.


클레어가 이 소문을 듣고 의기양양할 생각을 하니 피가 끓어 오른다.

다행인 건 그나마 다수 의견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수습해야 한다.


“내 맹세코 모든걸 걸고 사실이 아니야. 나는 클레어를 증오해.”

“애정과 증오는 한끝차이라고 그러던데~”


에르시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정정할게. 나는 클레어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어. 클레어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과 같아. 지난번엔 돌에 걸려 넘어진 거고.”


“데르토리우스 신께 맹세할 수 있어?”


“물론이야. 데르토리우스 신 포함 이세상 모든 신께 맹세할 수 있어.”


“진짠가 보네. 그럼 다행이고. 잘 알았어~”


아니면 말고냐?


어이가 없다. 한국이었다면 허위사실 유포로 바로 고소를 때렸을 거다.


“너 내일 당장 네 친구들한테 가서 그거 사실 아니라고 말해.”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녀는 내 당황한 모습을 보더니 만족했는지 편안하게 쇼파에 앉았다.


“손님이 왔는데 차도 안 내와?”


그런데 얘는 여길 온 이유가 뭐지?


“그런 거 없고 애초에 너는 손님이 아니야. 중요하다고 한 일이나 말해봐.”


“진짜 딱딱하네~ 그래 서로 바쁜 사람이니 시간 끌지 말자. 우리···. 결혼하자.”


“결······.혼? 누구하고?”


“너하고 나하고.”


그녀는 담담하게 국어책을 읽듯 말한다.



뜬금 고백인가?

너무 강렬한 용건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나는 이런 경험이 별로 없다. 아니 아예 한번도 없었다.


이런 때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날······좋아한다는 뜻이야?”


“아니? 누가 좋아한대? 그냥 결혼하자고.”


“응??? 안 좋아하는데 결혼을 한다고?”


“아니 우리 정도 되는 급에서 무슨 애정으로 결혼해. 다 조건 맞춰가면서 정략 결혼하는 거지. 정이야 결혼하고 붙여가면 되는 거고. 설마 사랑으로 결혼하려고 하는 로맨티스트였던 거야? 루드비히 철이 덜 들었네~”


그녀는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럼 그렇지.

그제서야 그녀의 의도가 완전히 파악이 되었다.

나는 완전히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도 그녀의 말은 다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확실히 듣고 깨끗이 거절해야 뒤끝이 안 생길 것이다.


“그런데 왜 나지?”


“조건이 좋으니까.”


“조건이라면······ 3학년인 황자 요제프 올덴부르크나 신입생인 파울루스 가문의 주세페 폰 파울루스가 낫지 않겠어?”

“에이~ 나도 염치가 있지. 내 주제는 파악할 줄 알아. 그런 사람들이 날 만나주겠어?”

“그럼······나는?”

“너?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말아줘.”


보통 이런 말로 운을 띄우면 백이면 백 기분 나쁜 말이다.


“넌 평판이 바닥이잖아. 아무리 가문이 좋다 해도 누가 살인마랑 결혼하고 싶어 하겠어. 시골영주의 동생 클레어에게도 차이는 판에 말 다했지.”

“클레어 얘기는 좀 자제해 줄래?”


나는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아무튼 그 험난한 길을 내가 걸어주겠다 이거야. 너 나 아니면 평생 독신자로 살아야 할걸? 나중에 늙어서 조카에게 영지를 다 뺏기고 시골 헛간에서 쓸쓸히 독거노인으로 죽어가겠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들어보자.


“그래? 그럼 조건을 맞춰봐야겠지. 네가 어느 나라 공주라고 했지?”


“마자린 왕국. 한때 제국이 벌벌 떨었던 공포의 기마민족 마자린족이 세운 왕국이지~”


“현재 인구는?”


“인구······. 그···.그게 말이지. 만 명이 조금 안돼.”


불의의 일격을 받은 그녀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인구가 5천명이 조금 넘으니 그녀의 말이 완전 거짓은 아니다.


“그래? 내가 너와 결혼하면 고트프리트 가에서 뭘 해줘야 하지?”


“뭐 별거 없어. 아주 상식적인 선에서 요구를 할거야.”


“구체적으로 말해봐.”


“첫째 마자린 왕국을 올덴부르크 제국에 편입시킬 것. 고트프리트 가문이라면 가능할거야.”


“그리고?”


“결혼 즉시 고트프리트 가문은 100만 플로린을 마자린 왕국에게 지급할 것.”


100만 플로린은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상공업이 발달한 안스바흐 공작령의 1년 세입이 400만 플로린이었다.


“원래 신부가 지참금을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쪽 풍습은 신랑이 내는 거야. 신부를 데려가는 건데 당연히 처가에 돈을 지급해야지.”


“조건은 그게 끝?”


“아니? 하나 더 있어. 마자린 왕국과 고트프리트 가문은 상호 군사 원조 협약을 체결한다. 결혼과 동시에 고트프리트가는 기사 10명을 포함한 기병 100명과 보병 400명을 마자린에 상시 주둔 시키고 침공 받으면 군대를 파견할 것~ 어때 간단하지?”


그녀가 내건 조건들은 하나같이 무리한 것이었다.


“네 조건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걸? 그렇게 했을 때 내게는 무슨 득이 있지?”


“예쁘고 정숙한 아내를 얻는 거지.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어.”


“정숙????”


“그리고 너 그 빨간 머리에 자부심 있지? 나도 빨간 머리카락이니 우리 자녀의 머리카락도 빨간색일 거야. 이 정도면 완벽한 신붓감 아니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좋아서 웃는 거 봐. 그럼 수락하는 거지? 결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식은 이번 여름방학에 할까?”


“네가 나라면 이 결혼 하겠냐?”


“글쎄 네가 안 되어 봐서 잘 모르겠는데?”


더 이상 들어볼 것도 없었다. 상식적인 얘기가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

딱 잘라 거절해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


“하아~ 거절할게. 다른데 가서 알아봐.”


“도대체 왜???”


“이유를 들으면 상처 받을 텐데 괜찮겠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괜찮으니까 해봐.”


“첫째 가문과 가문의 문제. 가문간의 협약이라는 건 상호간의 오가는 게 있어야 성립하는 거야. 그런 일방적인 도움 요청은 내가 나서더라도 불가능할거야.”


“그···.그런가? 그럼 조건을 조금 완화해 보도록 할게······.”


“둘째 너는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앞장서서 퍼트렸어. 덕분에 내 평판은 더욱 안 좋아졌고. 그래서 나는 너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아.”


“그걸······어떻게 알았어? 그런데 어차피 네가 나쁜 짓을 한 건 사실이잖아?”


“그게 사실이라도 이건 내 감정의 문제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정말 끝까지 들을래?”


“해줘.”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풀 죽은 표정이 되었다.

조금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히 해야 뒤탈이 없다.


“너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냐. 이만 여기서 나가줄래?”


“잠깐! 저기 그럼 50만 플로린만 받을게.”


말로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질질 끌어 밖으로 안내했다.


“야! 알았어 그럼 돈은 안 받을게. 야!!!”


그녀를 끌어내고 문을 닫았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한참이 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정말······ 학교 생활이 험난하다 험난해.’


다음날 언제나와 같이 좆같은 학교 생활을 끝내고 저녁이 되어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제 에르시에게 말이 너무 심했나? 본인은 절박하니까 그렇게까지 한걸 텐데······’


그래도 그녀와 결혼하는 건 무리다.


나는 약해진 마음을 다잡고 기숙사 창틀의 열쇠를 찾았다.

나는 열쇠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 창틀의 사각지역에 열쇠를 놔두고 다녔다.

어차피 아엘리동은 보안이 철저해 이렇게 다녀도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열쇠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뭐지?

혹시나 해서 문고리를 돌리니 그냥 열린다.


거실에 에르시가 쇼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와? 이 다즐링 진짜 향 좋다. 이거 동방에서 온 거 맞지? 고트프리트가 정도 되니까 이정도 홍차를 마시는구나.”


“너···.어떻게 들어왔어?”


“창틀에 열쇠가 있던데? 칠칠 맞기는 정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부인이 꼭 필요하겠더라~”


“당장 안 나가?”


“내가 생각해 봤는데, 그래~ 내가 맘에 안들 수 있어. 사람은 취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마자린에서는 부인을 네 명까지 가질 수 있어. 내가 양보해서 둘째 부인이 되지 그럼.”


“나가라고!”


나는 그녀의 귀를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야! 귀걸이는 잡지마! 야! 진짜 아프다고!”


그녀를 간신히 끌어내자 복도에서 청소하는 메이드가 이 꼴을 보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에밀리! 당장 여기 문고리 바꿔주세요.”

“네~ 알겠어요. 크크큭.”


한 순간이라도 에르시를 가련하게 생각했던 내가 병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악당이 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의 글 21.09.13 65 0 -
24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9) +2 21.09.28 81 6 17쪽
23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8) +1 21.09.26 76 6 12쪽
22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7) +3 21.09.25 83 4 14쪽
21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6) +1 21.09.24 74 3 13쪽
20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5) 21.09.16 86 5 13쪽
19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4) 21.09.16 90 3 13쪽
18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3) +2 21.09.14 86 3 13쪽
17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2) +1 21.09.13 94 3 12쪽
16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1) 21.09.12 104 3 13쪽
15 마법 공학 냉장고 +1 21.09.11 117 4 12쪽
14 미네르바 관의 결투 (4) +4 21.09.09 123 5 13쪽
13 미네르바 관의 결투 (3) +2 21.09.08 107 4 13쪽
12 미네르바 관의 결투 (2) +2 21.09.06 115 4 12쪽
11 미네르바 관의 결투 (1) 21.09.05 121 3 12쪽
10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3) 21.09.04 135 3 12쪽
»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2) 21.09.03 131 2 11쪽
8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1) +2 21.09.02 145 2 11쪽
7 악당은 괴롭다 (6) +1 21.08.31 150 2 12쪽
6 악당은 괴롭다 (5) 21.08.30 156 3 13쪽
5 악당은 괴롭다 (4) +1 21.08.29 169 2 13쪽
4 악당은 괴롭다 (3) 21.08.28 187 3 12쪽
3 악당은 괴롭다 (2) 21.08.27 222 2 13쪽
2 악당은 괴롭다 (1) +1 21.08.26 314 3 15쪽
1 악당으로 빙의 되었다 +2 21.08.25 598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