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악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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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율
작품등록일 :
2021.08.2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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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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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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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관의 결투 (1)

DUMMY

네피쿠스관 앞 티피카 호수


나는 괜스레 돌을 들어 물 수제비를 띄웠다.

길쭉한 돌은 물위를 열 네댓 번 튕기고 호수 저편으로 사라졌다.


강의 들어가기 진짜 싫다······.


무언가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강의 시작 한 시간 전 일찍 발걸음을 했지만 발은 마법에 걸린 듯 여간 해서 건물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


남들에게 미움을 받는 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차라리 등록금 벌면서 대학 다닐 때가 몸은 힘들었어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최근 나에 대한 괴롭힘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따돌림과 조롱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수업에서 쓰는 중요한 마도구도 없어진다.

어깨빵을 하거나 강의실에서 걸을 때 발을 걸어 내가 넘어지면 모두가 낄낄대며 좋아했다.


참자. 아니 내가 가진 힘으로는 참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무거운 발을 질질 끌어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 안에 들어가자 또 무슨 짓을 해 놨는지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무시하고 내 자리로 향했다.


원소 마법학과 강의실 좌석은 개인당 독립된 책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공자 각각의 자리는 정해져 있었다.

다른 과 청강생들의 자리는 양 옆으로 따로 배치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전공자들은 책상을 자신의 취향대로 개조를 하거나 아예 자신의 책상을 가져와 쓰는 경우도 있었다.


내 책상을 바라보자 하얀 석필로 악마의 표식인 역방향의 별이 그려져 있었다.

역방향 별 중앙에는 고트프리트 가문의 상징인 울부짖는 늑대가 그려져 있고 조잡한 글이 써져 있다.


‘악마보다 지독한 루드비히 폰 고트프리트 지옥에나 떨어져라.’


천천히 의자에 앉아 평정심을 되 찾으려 했지만 속에서 무언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분노를 조절 하는 기관이 과 부하에 걸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지 가문이 모욕당하는데도 찍소리도 못하네? 우와~ 이거 완전 병신이잖아?”


뒤에서 벤 젠킨스의 천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이 맞다.

참으면 안 되는 일이었고 참을 수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병신새끼야~ 한번 해보게? 덤벼~”


나는 그에게 걸어가 멱살을 쥐었다.


“어어? 너....이거 안 놔? 뭐....하는 짓이야!”


그의 멱살을 왼손으로 쥐고 들어올리자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그의 몸이 공중에 떠 바둥거린다.


“케엑! 켁! 이익! 뭘 하려는 거야!”


“죽여버리게. 네 말대로 가문이 모욕당해 참을 수가 없거든.”


“겨....결투 상황 아니잖아. 너....퇴학이 두렵지도 않냐?”


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하하하~ 퇴학? 내가 엘론드 아니면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내 가문이 어디인지를 잊은 모양이지?”


내 오른손은 푸른색으로 물들어 빛나기 시작했다.


냉기 계통의 방어 마법 아이스 블록. 시전 직전 에너지를 부여하는 메디움 상태.

어차피 이 단계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종류의 마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푸른색으로 물든 손은 위협용으로 제격이었다.


“히이이익! 나....날 죽이면 아버지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벤 젠킨스는 사시나무 떨 듯 떨며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았다.


“알아~ 그래서 널 쳐 죽이고 젠킨스 상단의 본거지인 로홀름으로 군대를 보내 전부 살육할 생각이야. 물론 안스바흐에 있는 젠킨스 지점과 안스바흐를 통과하는 상단도 같은 운명을 맞이하겠지.”


벤 젠킨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미....미안해....다....시는 안 그럴게. 내가 미쳤었나 봐. 네가 누구인지 잊고 있었어.”


적당히 하면 또 기어오를 것이다.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겁은 제대로 줘야 한다.


나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꺄아악!!!”

“누가 좀 말려줘!”


강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멈추세요 루드비히! 엘론드의 샤샤가 아닌 올덴부르크 황녀로서의 명령입니다!”


맑고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벤의 멱살을 쥔 손을 풀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샤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닥쳐 씨발! 벤이 내 책상에 이런 걸 그리는 걸 보고 같이 낄낄거리고 있었던 주제에 뭐라고? 너 같으면 가문이 모욕당했는데 참을 거냐? 엉?”


“뭐....라고요?”


샤샤는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황녀로서의 명령? 엘론드에서 그런 게 통했나? 황녀놀이 하고 싶으면 황실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학교를 다니고 지랄이야?”


샤샤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이내 자리에 털썩 주저 앉더니 책상에 얼굴을 파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만 진정하지 루드비히. 살인을 하고 싶으면 내가 상대해 줄게.”


“또 뭐야!”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훈내 풀풀 나는 청년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단정한 갈색 머리에 그보다 더 단정한 훈남의 얼굴. 율리안 클라시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젠킨스의 멱살을 놔주었다.

고장이 났던 분노를 조절하는 기관이 다시 빠르게 작동하고 있었다.


무결점의 마법사 율리안 클라시.


괴물들이 즐비한 이 엘론드 전체에서 열손가락 안에 든다고 평가 받는 강력한 원소마법사다.

내가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고 봉인된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네가....날 상대한다고?”


“응. 여기서는 그렇고 절차를 갖춰서 시간과 장소를 따로 정해서 하자. 내 결투 신청을 받아주겠어?”


그는 결투하자는 살벌한 얘기를 친한 친구에게 하듯 다정하게 말하고 있었다.


“겨....결투?”


나는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패배가 확실한 승부였다.

그렇다고 물러나자니 벌인 일이 너무 크다.


“뭘 망설이지? 허약한 벤이나 마음 여린 샤샤에게 향했던 분노가 내게는 사그라들었나? 루드비히....많이 추해졌군.”


팩폭에 얻어맞아 내 마음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 휘청거리는 틈을 타 제압되었던 분노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 결투 해. 하자! 그깟 결투 하면 될 거 아냐!”


“좋아. 그럼 시간과 장소는 내가 정할게. 내일 오후 5시 미네르바관. 그리고 지금 정식으로 신청할게.”


그는 천천히 걸어와 내 책상 위에 그려진 별의 중앙 가문의 표식에 그의 흰 장갑을 내려놓았다.


“당신은 기사학과 신입생과의 결투에 패해 원소마법학과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그리고 작년 7월 아홉 번째 날의 오후 결투를 빙자해 미네르바 폰 슈나이더의 목숨을 잔인하게 빼앗았습니다. 상기의 사유로 홀슈타인의 영주이자 베너렛 기사 마누엘 클라시의 아들 율리안 클라시는 당신 루드비히 폰 고트프리트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뭐가 그렇게 혀가 길어? 한번 붙자고 하면 될 일을.”


나는 마지막 허세를 부렸다.


“정식으로 수락해.”


율리안이 준엄하게 말했다.


“수락한다.”


“루드.... 너는 내일 불에 활활 타서 죽게 될 거야. 아주 천천히 그리고 가장 고통스럽게.”


그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확연히 변한 싸늘한 목소리에 소름이 올라온다.



강의가 끝나고 광활한 엘론드의 뒤편 숲 어딘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현타가 씨게 몰려온다.


‘내가 왜 샤샤한테 욕을 했지?’


엘론드의 우울에서 내 최애 히로인은 샤샤였다.


좀 멍청해도 그녀만큼 선한 이가 엘론드에는 없었다.

그녀는 황녀임에도 항상 겸손했고 남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었다. 아까도 벤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했던 말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애틀리를 대신해 죽는 장면을 읽었을 때 찌질 하게 눈물을 철철 흘렸던 기억이 난다.

다른 건 몰라도 반드시 그녀의 목숨만은 구해주고 싶었던 게 내 심정이었다.


이제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녀가 내게 호의를 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잘 가라 샤샤~’


샤샤는 그렇다 치고 나는 당장 내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율리안이 미네르바와 어떤 관계인지는 몰라도 내일 날 죽일 작정인 것은 분명했다.


방어 마법은 매일 밤새 수련한 결과 어떤 종류라도 눈 감고 시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다.


하지만 애초에 원소 마법사는 탱커가 아닌 딜러다.

원소 마법사의 방어마법은 마나의 효율도 안 좋을뿐더러 공격에 대응해 완벽히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어만 하다가는 금방 한계에 부딪힐게 분명했다.


승산이 제로인가······.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율리안은 이그나이트를 이용해 마무리를 하겠다고 내게 공언했고 고지식한 그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이그나이트....

천천히 상대를 불태워 죽이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고위 마법


이그나이트는 고대의 마법사들이 대역죄인이나 흉악범들을 처형할 때 군중들에게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마법으로 실전성은 매우 좋지 않았다.


고위 마법답게 시전이 까다로우며 마나의 소비량도 엄청나다.

상대를 천천히 태우기 때문에 무력화시키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며 결정적으로 상대가 불에 타는 동안 계속 영창을 끊기지 않고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루드비히가 미네르바를 상대할 때도 먼저 얼음창으로 그녀의 두 다리를 관통해 무력화하고 이그나이트로 천천히 태워 죽였다고 한다.


내일 결투에서는 기동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움직임을 잃는 순간 율리안은 바로 이그나이트를 걸어 올 것이다.


후우~


뭘 해도 승산이 희박한 건 사실이었다. 숲 너머의 산을 보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튀는 외모로 도망자의 삶을 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깨가 축 늘어진 채 기숙사 문을 열었다. 언제나와 같이 문이 열려 있었다.


“아우 진짜!! 너 왜 이렇게 못하니! 엘론드 산책로에 잔디 깔아주고 입학한 거 아냐?”


“헤헤~ 제가 화염 쪽은 젬병이에요.”


에르시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루카의 멍청한 목소리가 스테레오 서라운드로 들려왔다.


“어 왔어? 강의 아까 끝났는데 뭐 하느라 늦었어?”

“나와봐 장난칠 기분 아니니까.”


나는 힘없이 에르시를 밀쳤다.


“아니 얘 좀 가르쳐봐. 루카 얘 파이어 소환도 못해. 요즘 원소마법학과 돈만 내면 아무나 입학시켜주나 봐.”


거실을 보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좌식 상이 펼쳐져 있고 빽빽하게 무언가가 적혀진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공식부터 가르치면 되지.”


“얘 필기는 완벽해. 완벽하게 외우고 있더라고. 그런데 뭐 좀 해보라고 하면 전혀 못하는 게 문제야.”


“나 같은 천재가 너네 같은 범인들을 어떻게 가르치겠냐. 나는 생각만 해도 불이 나가고 얼음이 나가는데.”


“시범이라도 한번 보여줘 봐. 그래도 수석의 마법을 보면 뭔가 느끼는 게 있지 않겠어?”


“수석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심란하니까 말 그만 걸어.”


“아까 그 일 때문에 그래? 너 그런 모습 본 적이 없어서 좀 놀랍긴 하더라. 그래도 그런 흐트러진 모습 나쁘지 않았어.”


“샤샤는....뭐래?”


“뭘 뭐래? 한참 울다가 집에 갔지. 역시 고트프리트가야~ 7황녀 정도는 안중에도 없네~”


“율리안은?”


“율리안? 아참 말이 나와서 그러는 데 내일 율리안 안 다치게 살살해 줘.”


“내가....이길 거 같아?”


“수석이 차석을 이기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내 속도 모르고 에르시는 떠들고 있었다.


“율리안을 다치지 말게 해야 할 이유가 있어?”


“훈남이잖아. 거기에 얼마나 착한데. 그렇게 잘생긴 애가 다치면 엄청 속상할 것 같아.”


“그럼 나는???”


“너? 너는 좀 부담스러운 스타일이지.”


“에이~ 그래도 루드 선배가 율리안 선배 보다는 훨씬 잘생겼죠.”


루카가 껴들었다. 아주 기특한 후배였다.


“이거 봐봐. 남자랑 여자가 보는 눈이 다르다니까? 물론 집에 미남 조각상을 둬야 한다면 루드의 조각상을 놓겠지. 하지만 연인으로 사귀라고 한다면 다들 율리안을 택할 걸? 현실적인 미남이 최고인 법이지.”


“아우 시끄러!!!”


나는 침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에르시의 평가에 울컥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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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8) +1 21.09.26 76 6 12쪽
22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7) +3 21.09.25 83 4 14쪽
21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6) +1 21.09.24 74 3 13쪽
20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5) 21.09.16 86 5 13쪽
19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4) 21.09.16 90 3 13쪽
18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3) +2 21.09.14 86 3 13쪽
17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2) +1 21.09.13 94 3 12쪽
16 네오도시우스의 슬픔 (1) 21.09.12 104 3 13쪽
15 마법 공학 냉장고 +1 21.09.11 117 4 12쪽
14 미네르바 관의 결투 (4) +4 21.09.09 123 5 13쪽
13 미네르바 관의 결투 (3) +2 21.09.08 107 4 13쪽
12 미네르바 관의 결투 (2) +2 21.09.06 115 4 12쪽
» 미네르바 관의 결투 (1) 21.09.05 122 3 12쪽
10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3) 21.09.04 135 3 12쪽
9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2) 21.09.03 131 2 11쪽
8 악당에게는 악인이 따른다 (1) +2 21.09.02 145 2 11쪽
7 악당은 괴롭다 (6) +1 21.08.31 150 2 12쪽
6 악당은 괴롭다 (5) 21.08.30 156 3 13쪽
5 악당은 괴롭다 (4) +1 21.08.29 169 2 13쪽
4 악당은 괴롭다 (3) 21.08.28 187 3 12쪽
3 악당은 괴롭다 (2) 21.08.27 222 2 13쪽
2 악당은 괴롭다 (1) +1 21.08.26 314 3 15쪽
1 악당으로 빙의 되었다 +2 21.08.25 598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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