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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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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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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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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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쓰레기들의 행성 (3)

DUMMY

79.


“일단... 두 사람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오.”


한겨울, 그리고 링링 재회하자마자 유아라는 현재 상황을 거짓 없이 설명했다. 타고 온 워프 셔틀은 폭발했고,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특수 제작한 통신장비는 셔틀과 함께 명운을 같이했다고 말이다.


유아라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예상보다 더 놀란 듯했다.


“뭐야. 그럼 이제 우리 어떻게 돌아가?”


“아... 아라 언니. 그럼 이제 어떡하죠...? 여기 패러독스엔 정기 구조선 같은 것도 안 다닐 텐데...”


“후훗.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오. 이미 방법은 다 생각해 뒀으니까요오.”


“방법?”


“저걸 보세요오.”


유아라가 하늘을 저편을 향해 손가락을 뻗자, 두 사람의 시선도 그리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터커더더더더덕-! 슈우우-


우주연합 소속 행성 여기저기에서 날아와, 싣고 온 쓰레기만 쑥 버리고 다시 사라지는 초대형 쓰레기 운반 셔틀. 이른바 ‘쓰레기차’였다.


“저거 쓰레기 버리는 셔틀이잖아. 저게 뭐?”


“서... 설마...”


“후훗. 그 설마가 맞아요오. 저희는 저 쓰레기차를 통해, 이 행성을 빠져나갈 거예요오.”


“... 설마 밀항을 하겠다고?”


“예에.”


“... 야. 유아라 너 제정신 맞냐? 권민성! 우리 고용주님 드디어 미치셨나 봐!”


“...”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땐 그게 지금으로선 가장 가능성 높아요오. 일단 계획부터 들어 보세요오.”


한겨울이 황당하다는 듯 되묻는 걸 유아라는 여유롭게 받아쳤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사실 두 사람과 합류하기 전에.


“그 방법이란 게... 밀항이라구요? 미친 거 아니에요?”


내가 쓰레기차를 가리키며 ‘밀항’이란 단어를 꺼냈을 땐, 유아라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단 걸 생각하면 말이다.


“미친 짓이긴 하지. 근데 패러독스에서 나갈 방법은 사실상 이거밖에 없어. 이곳과 연합 소속 행성을 오가는 건 쓰레기차 뿐이니까.”


“그... 그냥 적당한 곳에서 구조팀을 기다리는 건...”


“패러독스는 단순한 쓰레기장이 아냐. 행성지름비 1.1의 행성이지. 수색을 도와줄 감시카메라 같은 것도 없을 뿐더러, 언제 어디서 뮤턴트나 비회원이 나타날지, 폭발이 일어날지, 유독가스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그냥 느긋하게 쓰레기 더미 위에 누워서 구조팀이나 기다리자고?”


“...”


유아라를 입 다물게 하는 방법은 쉬웠다. 그저 팩트를 읊으면 됐으니까. 녀석은 입술을 가린 채 몸을 살짝 떨다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다... 당신 말도 일리가 있네요. 이... 일단은 계속 들어 볼 테니, 마저 말해 보세요.”


“그래. 그 전에 비상용 [워프 키트] 하나쯤은 있지?”


“예... 하지만 행성간 순간이동은 안 돼요. 기껏해야 행성 내 정도...”


“잔말 말고 워프 키트 줘 봐.”


곧바로 가슴께에서 워프 키트를 꺼내 내게 건네는 유아라. 나는 그곳에다가 짧은 좌표를 입력해 도로 돌려주었다.


“이... 이 좌표는 어딘가요...?”


“[암시장].”


“아... [암시장]이라면 언젠가 들어 본 적 있어요. 패러독스에 몇 없는 도시 중 하나로, 우주연합 뒷세계 경제랑 연결돼 있다고...”


“맞아. 암시장이 연합 뒷세계 경제랑 연결돼 있는 만큼, 밀항 전문 딜러들이 좀 있어. 그 녀석들 도움을 받으면 충분해.”


“디... 딜러요? 보통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가격? 웬 가격?”


“... 네? 며... 몇 코인 쯤... 아. 아녜요. 그냥 해 본 말이에요...”


내가 되묻고 나서야 ‘코인’이 우주연합에서만 통용되는 가상화폐라는 걸 떠올린 유아라. 나는 그런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코인 좀 못 쓴다고 당황할 거 없어. [암시장]에서의 모든 건 교환이야. 그냥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 대가를 지불하면 돼. 물건으로든, 노동으로든.”


“아...”


그 이후로도 유아라와 나는 얘기를 좀 했다. ‘밀항 계획’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 계획이 ‘유아라의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보일지에 맞춰서 말이다.


디테일이 조금 복잡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유아라도 이니시움 수석이라는 타이틀이란 걸 가챠 돌려서 얻은 건 아니었다. 내가 ‘계획’에 대해 알려주는 대로 족족 이해했기에.


“어때요오. 아직도 허황되게 들리시나요오?”


한겨울과 링링에게 설명할 땐, 정말 온전히 자기 머리에서 나온 것마냥 얘기할 수 있었으니까.


한편 유아라가 말한 것을 들은 두 사람은, 약간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여... 역시 언니는 다 생각이 있으셨네요...”


매사에 치밀한 링링은 그저 유아라를 선망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반면.


“흐음... 야. 근데 유아라 넌 [암시장]이니 뭐니 하는 곳 좌표랑, 밀항해서 나갈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어떻게 안 거야?”


평소에 아무 생각도 없는 한겨울이, 오히려 의심스럽다는 듯 유아라를 쳐다봤으니까.


“후훗. 오기 전에 미리 다 조사해 놨죠오. 혹시 모르니까요오. 그보다, 제 계획엔 동의하시나요오?”


아직까지도 의구심이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린 한겨울은, 이번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흐음... 야. 권민성 넌 어떻게 생각해? 유아라 계획, 현실성 있는 것 같아?”


순간 의심의 화살을 내 쪽으로 돌리는 한겨울. 나야 ‘한 번 해 본’ 플랜인 만큼 현실성은 이미 보증됐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 만한 것 같은데.”


“참고로 민성 씨는 오늘 길에 이미 동의하셨어요오.”


“... 그럼 나도 해야지. 뭐.”


그리 말하는 한겨울의 표정은 그렇게까지 내키는 것 같진 않았지만, 이미 원하는 대답을 들은 유아라는 워프 키트를 꺼내며 환히 웃었다.


“후훗. 그럼 모두 동의하셨으니, 바로 [암시장]으로 출발하도록 할게요오.”


---


슈우우-


워프 키트를 타고 도착한 [암시장]은 도시보다는 물류창고에 더 어울리는 정경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건물이라곤 한 채도 없고, 대신 컨테이너 박스가 2층, 3층으로 쌓인 게 전부. 바닥은 포장된 것 없이 그냥 흙바닥이었으니까.


자기들이 아는 연합의 ‘거주구역’과 조금 차이가 있는 도시에 주위를 그저 두리번거리던 세 여자들 중, 가장 먼저 입술을 뗀 건 한겨울이었다.


“야. 유아라. 여기가 암시장이라는 데 맞아? 아무리 봐도 거주구역으로는 안 보이는데?”


“그... 그게... 마... 맞아요오. 제대로 찾아왔다구요오?”


예상치 못한 물음에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살 보던 유아라는, 내가 손가락으로 작게 동그라미를 만들어 주니까 비로소 대답을 한다.


한편 한겨울은 그저 암시장의 광경이 신기하기만 한지, 무슨 고대 유적 보는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댈 뿐이다.


“흐음. 아무리 봐도 사람 사는 도시 아닌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사람 사는 도시가 맞단다.”


스으으으윽-


순간 말소리와 함께, 한겨울이 짚은 컨테이너의 창문이 열리더니, 아프로 헤어스타일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읍-!


컨테이너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유아라랑 링링은 너무 놀라 입까지 틀어막은 반면. 정작 바로 옆에 있던 한겨울은 그저, 담담히 남자와 눈을 마주할 뿐이다.


“... 누구세요?”


“여기 사는 사람. 아니. 근데 그건 내가 묻고 싶다. 너넨 누구냐?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암시장 사람 아닌 것 같은데?”


한겨울이 아프로 머리 남자와 노닥거리는 동안, 유아라는 입만 벙긋대며 격렬하게 물어왔다.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 이런 상황 대처법은 알려준 적 없잖아요!’


‘... 그냥 지켜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좀 파악하게. 운 좋으면 현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그... 그냥 지켜본다뇨! 계... 계획이 망가지면 어떡하려고요!’


‘괜찮아. 망가질 것 같으면 내가 잘 수습할게.’


내가 실시간으로 표정이 바뀌는 유아라를 달래는 동안, 한겨울은 계속해서 남자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흐음... 여기 올만한 애들이면... [디바인]에서 왔냐?”


“디바인? 거긴 또 어딘데요?”


“디바인이 어디냐면... 아니다. 아무튼 종교쟁이들은 아니겠고... 설마 연합 출신?”


“네.”


“진짜? 연합 출신이라고?”


한겨울의 대답에 남자는 놀란 듯한 탄성을 내뱉더니, 이번엔 나, 유아라, 링링 쪽을 살폈다.


“흐음... 진짜 옷이 약간 연합 출신 같이 보이긴 하네. 아니. 근데 연합 출신 애들이 여긴 무슨 일로 왔어? 약이나 무기 사러 온 건 아닐 거 아냐.”


“잠깐 일 보러 패러독스에 왔다가, 조난당했어요.”


“조난? 어쩌다가?”


“몰라요. [디컴포저]한테 워프 셔틀이 박살나가지고.”


“뭐? 쐬지렁이한테 셔틀이 박살나? 푸하하하!”


“... 그게 웃겨요?”


“웃기지! 연합놈들이 뿌려놓고 간 쇠지랭이들 때문에 연합 애새끼들이 조난당했다는데, 어떻게 안 웃겨! 푸하하하!”


갑자기 빵 터져 웃는 남자를 본 한겨울은, 슬쩍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벙긋한다


‘뭐야. 이 아저씨? 이상한 사람이네.’


'한겨울 니도 충분히 이상해.'


'...뒤진다. 진짜?'


한편 한참을 웃던 남자는.


“아...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이런 일로 웃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그래. 조난당했다는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건 아저씨가 알 바 아니잖아요.”


“아냐. 알 바지. 내가 그런 거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거든.”


한겨울에게 품 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내밀 뿐이다. 나도 한겨울 옆에 가서 그 내용을 확인한다.


[ 이스케이프 매니저 - 바투 루앙 ]


“바투 루앙은 아저씨 이름 같고, 이스케이프 매니저? 이건 뭐에요?”


“내 직업이지. 불법적인 물건 챙겨서 나가려는 연합놈들, 탈출 플랜 짜 주는 전문가.”


“...”


“어때. 어디 한 번 상담이라도 받아 볼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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