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도 아카데미에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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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9.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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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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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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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별과 검은 매 - 아버지 아버지 어찌하여.....

DUMMY

밤하늘에 생성된 둥그런 구름 아래 이오네는 날개를 달지 않고도 하늘 위에 떠있었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검은색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백금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뿐.


-그만.-


맹렬하게 불어닥치면 다른 세상의 재앙이 그 한마디로 모두 멈춘다.

성언이나 수인, 영창 같은 마법을 사용하기 전의 전조 따윈 없다.

삼위일체가 된 이오네는 그저 의지만으로도 세계를 자신의 발아래에 둔다.


"......아?"


갑자기 자기 힘이 사라지자 사샤가 바보 같은 탄성을 터트린다.

이오네가 손을 들자 하늘의 별들이 위치를 바꾼다. 그러자 밤하늘의 물고기자리가 찬란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익투스."


그리고 물고기자리를 이루는 별 하나하나가 광채를 내뿜는다.

동시에 하늘에서 지상으로 그 빛이 쏟아져 내린다.


물고기는 십자가 이전의 성도교의 상징이자 유일신의 선행을 뜻한다.

하늘에서 별을 통해 외적을 단죄하려는 유일신의 선행.


피할수 없다.

이걸 피하는 건 대낮에 그늘 없이 태양을 피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빛은 고스란히 사샤의 몸을 태운다.


"아으으으윽........"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통증을 버티며 억지로 자신의 세계에 현상을 끌어 내려 하지만.......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거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방관자와 같았던 이 푸른 별의 의지가 이제는 자신을 완전히 거부하고있다.


".......너......!"


쇄도하는 빛을 맞으며 사샤는 이오네를 노려보며 이를 간다.

저놈 때문이다.

이전 자신을 손님으로 받아들여 줬던 이 아름다운 세계가 지금은 저놈의 통제하여 놓여 자신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사실이 사샤를 분노케 했다.

그냥 이곳에 있고 싶은것 뿐이다.

거칠지 않고 상냥한 자연과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

그거 말고 원하는 게 없는데......어째서......


"나쁜....사람....."


그래, 나는 잘못이 없다.

다 저 사람이 나쁜 거다.

아샤나 릭스와는 다른, 아샤를 고통스럽게 했던 사람들과 같은 나쁜 사람.

이 세상으로부터 나를 따돌려서 혼자로 만들려는.


"으아아아아악!"


사샤는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늘 위에 떠있는 이오네에게 달려들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 처럼 아렸지만, 그래도 달려들었다.

네놈이 나에게 주려는 고통과 똑같은 고통을 주겠다는 의지 하나로.


결국 붙들었다.

사샤는 이오네의 몸을 끌어안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도.....너도 겪어봐."


밤하늘에 균열이 가며 유리처럼 깨졌다.

그 균열의 틈 속으로 사샤는 이오네를 끌어안고서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

.

.

".......차원이동."


방금전 일어난 마력의 흔적을 파악하여 이오네는 지금 일어난 현상을 추론했다.

공간계통 마법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완벽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느낌은 아니다.

이건 그저 멀리 있는 곳으로 떨어진 것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게 여기가 얼마나 먼 곳인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


하늘은 붉은 뇌전이 쉴 새 없이 꿈틀거리고 기이한 문양의 금색 구름이 가득 메우고 있다.

땅은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액체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지독한 대기는 호흡을 포기하게 한다.

온갖 방어로 점칠 된 피부는 방어를 푸는 순간 흔적도 없이 녹아버릴 거라고 경고한다.

저 멀리서 불어대는 태풍은 그 크기가 짐작조차 가지 않고 내려치는 붉은 번개 다발은 별 하나를 태울 만한 열량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왔군."


외적.

말 그대로 다른 세상에서 온 적이다.

이 세상에는 정령이라는 존재가 있다.

자연에 깃든 영.

세계가 어디건 간에 자연이 힘을 가지고 영의 형태와 자아를 갖춘 존재가 정령이다.


자연의 힘이 강한 일부 환경에 태어나고 자리를 잡는 정령들은 인간에게 위험하지만, 엄연히 이 세상 속에 속하는 구성원들이다.

하지만......만약 이런 곳에서 정령이라는 존재가 태어난다면 인간이 사는 세상이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태어날까?

그럴 리 없다.

저 압도적인 광경을 보라. 이곳의 흔하디흔한 산들바람조차 인간이 사는 별을 통째로 태우고 짓이길 수 있다.


초월자? 신? 세계?

인간의 터전에서 강력하다 추앙받는 존재들도 이곳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퇴치해야만 했다.


정령은 그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가진 힘을 자연에 동화시키는 성질을 지닌다.

원래 세계에서는 정령이 강해 봐야 바다가 얼거나 화산이 터지거나 지진이 나는 정도지만......이곳에서온 온 정령이 일으키는 동화가 그런 귀여운 재앙만으로 끝날 리 없다.

분명 먹힌다.

사람의 세상은 외적이 온 세상의 힘에 먹히고 만다.

그건 토끼가 호랑이이게 사냥당하는 것 만큼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이오네가 속한 집단은 외적을 사냥한다.


"......너무 늦었나."


조금 더 빨리 찾아냈어야 했건만.

그런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저 멀리 액체 질소 바다의 표면 위에서 그림자가 보인다.

누운 S자로 바다뱀처럼 유려하게 헤엄치며 다가오는 생물.

크기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거의 인간과 개미 수준의 크기?

그 거대한 바다뱀 같은 존재가 질소 바다 위에 떠있는 이오네에게 스멀스멀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득한 바다의 표면 위로 솟아올라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게 네놈의 진짜 모습이라 이거지......"


온갖 적들과 싸워왔지만 크기만으로 압도된 적은 생전 처음이다.

기본적인 형태는 뱀과 같은 파충류다. 금색 비늘에 몸 중간마다 날개 같은 아가미가 달린 뱀.

머리 쪽에 돋은 부채 같은 아가미 때문에 묘하게 우아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은 형태는 뱀이지만 눈은 흑요석처럼 검었고 주둥이 길고 매끄러워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 정령이 입을 벌린다. 얼굴이 비하면 작지만 크기가 크기인지라 작은 도시하나도 그대로 삼켜버릴 것 같은 박력이 흐른다.

그리고는 두말없이 그대로 이오네를 삼켜버렸다.

.

.

.

몸속에 들어오자 사샤의 사념이 그대로 이오네에게 전해졌다.

내부는 아무것도 없는 암흑 공간이다.

그 공허한 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단 한 가지 감정뿐이다.

외로움.

이 정령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이오네는 모른다.

다만 자신이 살고있는 별이 만들어 지기 전부터 쭉 존재해온 건 알겠다.


불어오는 태풍과 내려치는 번개처럼 이 정령은 그저 생명체 하나 없는 별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자아란 걸 깨우쳤다.

원인은 외부의 자극이다.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에 닿고 내려처진 낙뢰가 몸을 스칠 때 생긴 작은 자극.

그 자극만으로도 정령은 이 별에서 유일하게 무언가를 느끼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먹을 필요도 마실 필요도 없는 그저 존재하기에 존재하지만, 미약한 자아란 게 있는.

생각한다는 행위가 가능한 사념 덩어리에게 몇백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풍경이란 건 이뤄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사샤가 가진 유일한 감정. 그것은 미칠 것 같은 외로움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사샤는 어느날 우연히 하늘을 바라봤다. 온갖 추상적인 대기로 뒤덮은 하늘에 무언가가 떨어진다.

그것은 결국 대기를 뚫지 못하고 허공에서 소멸했지만, 그때 사샤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저 짙은 금색 하늘 위로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그걸 인지하자마자 외로움 다음으로 다른 감정이 생겼다. 호기심,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열망.

강력한 자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녀의 힘이 되었고 유일한 감정인 고독과 열망은 다른 세상의 마법이라는 종류의 신비를 갖추게 하였다.

처음 다른 감정을 깨우치자 순차적으로 다른 감정도 피어났다.

고독은 저주가 되었고 호기심은 구름 밖을 볼 수 있는 눈이 되었으며······. 결국 나가고 싶다는 욕망은 사샤에게 이 별을 떠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몇억 년이 더 흘렀을 때.

사샤는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사샤를 인지한 건 인류의 역사가 쓰이기도 전부터 존재하는 유티그리아 지역의 원시 점성술사였다. 그리고 다음은 아그랍트.

인류의 문명이 서서히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하늘 위에 3번째로 큰 별을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서는 세성이라 부르며 입셀룬에서는 쥬피터, 동방지역에서는 그 별을 목성이라 불렀다.

그렇게 인간의 인지를 받은 사샤는 존재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사념 덩어리에서 하나의 완벽한 정령으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찾아다녔다. 자신을 바라보는 존재들이 있는 곳을.


검은 공간에 떠도는 별에 영채로 된 몸을 맡기고 방황하던 사샤는 오랜 시간 끝에 발견했다.

그리도 꿈에 그리던 생명이 가득한 세상을.

.

.

.

"......"


사샤의 감정을 전달받은 이오네는 조용히 침묵했다.

그저 가엽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딱히 다른 세상의 모든 걸 파괴하거나 군림하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외롭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어쩔수 없어."


죄를 짓지 않았지만, 존재 자체가 죄다.

이오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정면을 직시했다.


"넌 잘못한 게 없어...."


이오네의 두 눈에서 백금색 광채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비춘다.


"오히려 잘못한 건 나겠지."


그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죄가 된다면 그걸 처벌하는 것은 죄일까?

이오네는 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죄를 짊어져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어야만 한다.

그 의지가 사샤에게 전해졌는지, 텅 빈 공간에 맹렬한 적의가 깃든다.


몇억넌.....어쩌면 그조차도 우습게 볼 정도로 무한에 가까운 시간동안 쌓인 외로움이 만들어낸 저주가 이오네를 맹렬하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찢어질 것 같은 정신, 무너질 것 같은 몸.

그대로 흔적도 남지 않고 스러져갈 만큼 감정의 칼날이 이오네라는 개념 자체를 난도질한다.

백금색 머리와 눈동자는 다시 검게 풀렸고 눈과 입에서는 검은 액체가 쉴 새 없이 새어나온다.

초월자라 해도......무한 세월 동안 쌓여온 저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어야 하는데.....


"......별거 아니네."


견뎌냈다.

충분히 견녀댈만하다.


"정령아. 아니, 사샤."


이오네의 머리와 눈에 다시 백금색의 빛이 깃든다.


"세월의 길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무한에 가까운 세월이라 해도 기껏 해봐야 그저 외로움이다.


"넌 인간의 악의를 몰라."


이오네는 생각했다. 아무리 길고 긴 시간이라 하나......그저 외로움일 뿐이다.

인간이 가진 고통 중 가장 아래에 놓인 아주 하찮은 고통.


"지금부터 보여줄 건......"


이오네는 무한히 쌓여온 저주의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의 색을 찾았다.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악의를 받아내고 짊어진 기적."


어둠이 이오네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겁의 세월동안 쌓여온 막대한 양의 저주가.


상대가 나빴다면 나빴지만 운이 좋았다면 좋았다.

다른 초월자들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 부닥쳐진다면 대부분 손쓸 방법이 없었을 터.

이오네가 단 하나의 수단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이 자리에서 패해 죽었을 거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상황에 맞는 대기적이 있었다.


삼위일체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대기적 중 하나.

외로움 따위가 아닌 세상의 모든 지독한 악성을 한몸에 담아내어 인류의 파멸을 한번 막아냈던 기적.


"엘리 엘리....(אלי אלי.....)"


아버지, 아버지.


"레마.....(למה.....)"


어찌하여......


"사르박타니아.(שבקתני)"


저를 버리셨나이까.


수십억 지성체가 지닌 모든 추악함을 한 몸에 지니고 그것을 정화했던 인류 최대의 대기적.

그 대기적은 한 정령이 영원의 세월 동안 쌓아온 저주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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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황금 22.07.16 99 1 10쪽
75 넘을 수 없는 선. 22.07.11 120 2 11쪽
74 고구마가 아카데미에서 살아남았어요.(1부 완결) 22.07.02 123 1 9쪽
73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인연은 기적을. 22.06.26 106 2 9쪽
72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대적자 22.06.25 104 2 10쪽
71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고구마 VS 사이다패스 2 22.06.21 97 2 11쪽
70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고구마 VS 사이다패스 22.06.19 139 2 8쪽
69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무기 들어라, 주인공. 22.06.19 106 2 9쪽
»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아버지 아버지 어찌하여..... 22.06.16 105 2 12쪽
67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22.06.11 105 3 11쪽
66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22.06.05 10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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