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스모킹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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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1.09.15 19:41
최근연재일 :
2021.1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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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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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MT

DUMMY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제가 혼자 찾아보고 정엉말 손이 필요하면 그때 말씀드릴래요.”


수진이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 하고 있었다. 그 앞으로 민준과 존이 따라 나오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 파 라이트하고 보더 라이트 여분은 창고 선반 거의 꼭대기로 밀어 올려놓았던 거 같아. 정리할 때 사용할 일이 별로 없는 것들이라고. 혼자 내리기에는 무리야.”

“그래 맞아! 수진, 너 혼자 하기엔 무리야. 요즘 너, 혼자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아무래도 내가 공연 끝날 때까지 보조를 할 사람을 한 명 붙여줘야 할 것 같아.”


존은 눈길 끝에 마침 어슬렁거리며 사무실로 올라오는 준이 잡히자 히죽거리며 말했다.


“이것 봐, 이야기 들었지? 준. 너 이제부터 수진을 보조하는 일을 좀 맡아봐!”

“흥,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릴 하는 거야.”

“뭐? 귀신이 뭘 먹는다고?”


무시하는 말과 달리 준은 발길을 돌려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 여전히 존과는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수진과 민준 뒤를 곧장 따라붙었다.


“으.”


따라 붙는 인원에 부담 백배인 수진이 신음소리를 내며 걸음을 빨리했다.


다음 주 떠날 MT 준비를 수진이 도맡았다.


3학년 선배들도 준비할 물품 목록을 점검해 주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처리할 손이 필요한 수진에겐 별반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1학년 동아리 후배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이 번 공연에 참가 하지 않기에 거의 공짜로 사용하는 고택에 군식구들까지 데리고 갈수 없었다.


때문에 수진이 손은 쉴 틈이 없었다.

내려온 민준이 창고 문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철컥.”

“음? 누가 문을 잠갔나 보네. 열쇠 가져 올 때까지 잠깐만 기다려.”


민준이 파티션 뒤 안쪽 공간으로 들어갔다.


“어, 깼어요? 소리가 좀 컸나 보네.”


미안해하는 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죄송해요, 단장님. 시청에 제출할 서류 멜로 보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제가 좀 피곤했던가 봐요. 그새 잠들었던가 보네요.”

“어? 경미씨 저 그거 어제 오후에 받았었는데···. 그럼 어제부터 여기서···.”


안쪽에서 민준이 경미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끊겼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열쇠를 가진 민준이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찌푸린 표정의 경미가 따라 나오는 게 보였다.


‘저 언니 또 잠들었나 보네.’


스텝인 수진은 부원들이 연습 중에 다른 일 처리로 혼자 분주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가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잠들어 있는 경미를 보곤 했다. 들려오는 대화 자체가 수진에겐 놀랍지는 않았다.


경미가 기면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민준에게 처음 들어 알게 되었을 때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났었다.


‘음? 어제저녁? 저기 사람이 있었던가? 아무도 못 본 거 같았는데···.’


고개를 갸웃거던 수진은 창고 문이 열리자 재빨리 달려갔다.


원래 건물의 베란다였던 곳에 간이 벽을 세워 만든 소품 창고는 폭이 좁고 안쪽으로 길어 동시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양쪽으로 짜 넣은 앵글에 각종 물품들이 쌓여 있었다.


작은 사다리를 잡은 민준이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말했다.


“이걸 네가 혼자 어떻게 내린다고, 쯧쯧, 어흡.”


뒤에 서있던 존이 민준의 입을 손수건으로 눌러 막았다.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민준에게 눈짓과 턱짓으로 이야기했다.


수진도 뒤에 있던 준이 잡아끄는 손에 의해 도로 밖으로 끌려 나왔다. 모두가 창고에서 나왔다.


“창고에 창이 있어?”

“제일 안쪽 벽에 제 눈높이 정도의 앵글 뒤로 열 수 있는 창이 하나 있어요.”


존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안쪽에선 물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금 새 만족스러운 표정의 존이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환기가 될 거야.”

“어머, 창고에 냄새가 많이 나는가 봐요. 제가 청소를 좀 할게요.”


일행을 보고 있던 경미가 급히 한마디 거들면서 끼어들었다.


“아뇨. 경미씨 우리 환기되는 동안 잠깐 앉아서 뭣 좀 마십시다.”


민준은 존과 준이 한쪽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경미에서 음료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자고 이야기했다.


뚱한 경미가 냉장고에서 꺼낸 음료수 병과 종이컵을 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았다.


“너희는 여기서 앉아있어 조명은 우리가 가지고 나올게. 잠깐만 기다려.”


존과 민준이 금세 잔을 비우고 일어났다.


수진과 준이 음료컵을 비우는 동안 두 사람은 파 라이트 네 개를 꺼내놓고 창고로 돌아갔다. 조명들을 보자 바로 수진은 조명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건성건성 손길로 거들던 경미가 수진을 보고 물었다.


“이거 다 뭐 하는 데 쓰려는 거야?”

“저희 MT 가는데, 거기서 연습도 하거든요. 넓은 마당이 있대서 거기서 쓰려구요.”

“어머, 너희 MT도 가는구나? 어디로 가는데? 진짜 재밌겠다. 난 그런 거 다녀본 지 너무 오래됐는데.”


“휴우, 그래. 근데 MT 장소는 어디니? 이거 다 옮길 방법은 있고?”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두 사람이 마지막 보더 라이트를 꺼내들고 나와서 수진에게 말을 걸었다.


“고택이요. 이번에 강시훈 외할아버지 고택으로 MT 가요. 왜 저 강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예쁜 옛날 한옥이 시훈이 외할아버지네 종택이래요.”

“응? 시훈이가 김성태 어르신 외손자였어? 그럼 그 김수희 아들이란 말이야? 아이구, 수찬이 형님 조카였구나. 그리고 보니···. 왕 재수 수호모습도 있는 것 같은데. 하하하, 이런 인연이.”


“오우, 강시훈 엄마가 그 얌전했던 수희라고?”


민준과 존의 의외의 반응이 놀라워 수진이 물었다.


“강시훈 부모님을 아세요?‘

“으음, 엄마하고 삼촌들을 알아. 어릴 때는 방학 때마다 서울에서 내려왔었어. 장호하고 내가 서울 촌놈들 엄어청 가르쳤었지. 서리하는 법도 가르치고 물고기 잡는 것도 가르치고, 하여튼 우린 오총사였어. 내일 이 조명들은 가져가기 쉽게 입구 쪽으로 정리해 둘게. 경미씨 수진이 하고 창고 안쪽에 쏟아져 있는 물건들 좀 선반 위로 정리하고 창도 좀 닫아 주시겠어요.”


수진과 경미에게 말할 때도 민준의 얼굴은 어릴 때 추억 때문인지 싱글 싱글 웃음이 가득했다.


“네.”


수진도 경미와 함께 들어갔다.


창고 안쪽 바닥은 소품들이 여기저기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급히 창을 열면서 물건들을 떨어뜨린 건지 열린 창이 보이는 선반은 거의 비어있었다.


평소 몸을 사리지 않는 수진이 총총 뛰어 발돋움으로 앵글 뒤쪽 창을 닫았다.


“그래, 수진아 넌 그쪽 선반에 물건을 좀 올려봐. 난 이쪽에 흐트러진 물건 배열을 맞추고 있을게.”


수진은 경미가 서 있는 뒤쪽을 봤다. 딱히 흐트러진 물건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어 보이는 선반이 보였다.

무언가 정리할 게 있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수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연신 자신의 눈높이만큼 들어 올려놓기에 바빴다.


“에그머니나! 아이쿠 이게 뭐야?”


소스라치게 놀란 경미가 뒷걸음질 치다 등으로 뒤쪽 앵글을 쳤다. 위에 높여 있던 박스가 흔들렸다.

박스가 아슬아슬하게 경미를 스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와당탕 소리와 함께 째그랑 짜그랑 상자 안의 물건들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언니, 괜찮아요?”


수진이 놀라 경미에게 물었을 때 바깥의 세 사람도 달려와 있었다.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자신이 친 사고와 쏠린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경미가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했다.


“저어기 벽 안쪽에 이상한 게 있어서···.”


앵글에 올려 진 물건 뒤 설핏 보이는 곳에는 어두운 벽면과 대비되는 흰 종이가 보였다.


대각선으로 난 칼자국을 경계로 일그러진 종이에는 포도송이 아래에 있는 소녀의 얼굴이 있었다.

일그러진 것이 마치 피카소의 작품 ‘꿈’의 그녀처럼 보였다. 그림속 갈라진 두 얼굴의 그녀는 갈라진 틈을 모르는지 미소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저거 인영이 아니에요?”


그림은 아파트에서 발견됐던 족자가 연상되었다. 찢긴 그림을 앞에 두고 존이 호들갑스럽게 에단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에단의 양 미간에 미세하게 금이 갔다.


“집약지는 찾았으니까. 우리 당분간은 시간이 좀 있지 않아?”


존은 자신의 설명에도 늦어지는 에단의 반응이 답답한지 반응을 재촉하는 말을 했다.


“흥, 시간은 무슨. 이제부터 긴장하고 눈을 떼지 않아야 실수가 없지. 잠시 한 눈 팔아서 전에도 실수를 해 놓고선 또 헛소리하고 있지.”


준이 존을 보면서 빈정거렸다.


“똑, 똑.”

“들어오세요.”


자신이 낄 틈이 없어 보이는 분위기에 말없이 있던 민준이 노크 소리에 급히 반응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은 수진이 뒤로 껑충한 강시훈이 보였다.


“데리고 왔어요.”


시훈은 연습실로 자신을 데리러 온 수진을 따라 단장실까지 올라왔다.

존이 반색하며 시훈을 맞았다.


“오, 김수희 아들! 이쪽으로 와서 이것 좀 봐.”


김수희 아들이란 말에 에단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보고 존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친근하게 김수희 아들이라 부르는 존의 말에 놀란 시훈은 어정쩡한 태도로 존이 가리키는 탁자 위를 내려 보았다.


“!”


찢기고 구겨지고 무언가로 찍힌 그 종이는 분명 자신이 그린 그림이었다.


“이거, 왜···? 이게 왜 이래요?”

“시훈아 저 그림 언제까지 갖고 있었니?”

“자아알, 모르겠어요. 인영이가 연습 안 나오던 그날부터 스케치북을 연습실에 그냥 두고 다녔는데···. 없어졌는지도 몰랐어요.”


멍해 보이는 시훈이 고개를 흔들면서 말하고 있었다.


“쫓고 있는 중력자가 생각보다 가깝게 있는 것 같아. 무슨 이윤지 인영이 주변에서 페로몬이 빈번히 발견되고 있고. 마치 인영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처럼.”

“소품 창고에 혐오 페로몬 잔여물들이 있었는데, 그림이 발견된 위치에 가장 많이 남아있었어. 우리가 찾는 그 중력자가 그림을 망가트린 것이 확실한 것 같아.”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고 인영이 주변을 잘 지키고 있으면 역으로 중력자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네.”


준의 말을 수긍하는지 에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준, 네가 수고를 해줘야 할 것 같아. 네가 한동안 연극반하고 함께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방학 동안 여기서 공연 연습을 할 거잖아? 매일을 같이 있을 거 아닌가? 이거 이거 너무 쉬운데.”

“아 저기, 다음 주 며칠 동안은 저희 외할아버지 한옥에서 지내게 될 것 같은데요.”

“참, 너희들 MT갈 거라고 했었지. 그럼 우리 모두 같이 가면 되겠네. 아까 보니까 운반해야 될 준비물도 많던데, 실어다 주고 우리는 MT 기간 동안 그리로 퇴근하면 되겠다.”


당연히 극단에 항상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준에게 시훈이 급히 MT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듣고 있던 존은 해답으로 태평스럽고 능청스럽게 모두가 함께 떠나는 일정이 될 것을 결정 내려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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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MT 21.11.03 25 0 12쪽
40 40. MT 21.11.02 21 0 12쪽
» 39. MT 21.10.29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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