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스모킹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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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1.09.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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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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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제임스

DUMMY

“하∼ 씨, 더럽게 밝네.”


올라오는 구역 감에 올려다 본 하늘의 달빛은 경호의 눈을 시리도록 비춘다.


좀 가려 주면 좋으련만 오늘 하늘의 달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밤은 생각보다 길었고 밤하늘 밝은 달은 각자에게 다른 의미들로 다가왔다.


“경호야, 이거 검시해도 뭐 제대로 나오는 게 없겠는데···. 쯔쯥. 부패가 너무 심해서 사인이고 뭐고 찾기 어렵겠는데.”


달빛은 경호가 차마 눈을 제대로 뜨고 볼 수 없는 시체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장호는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꾸가 없자, 쭈그려 앉아 시체를 살피던 눈을 돌려 경호를 올려다봤다. 경호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한 번 가르치다 손을 내저었다.


“으휴, 짜식이.”


장호가 일어서 툭툭 옷을 쳐내고 천천히 걷자 경호는 잽싸게 폴리스 라인 밖으로 나갔다.


“짜∼식.”


장호는 호들갑을 떠는 경호를 보고 한마디 했지만 자신도 끊으려 거의 손대지 않았던 담배에 불을 붙여 깊이 빨아 들였다.


경호도 겨우 입에서 손수건을 떼고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사라진 지 일주일만이지? 상태가 저 모양이니 아마 감염 되었었던 거 같은데, 너무 걸레처럼 된 게, 영···.”


경호는 장호의 말에 몸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눈앞에 너덜너덜 해진 박상준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장호는 인가에서도 멀리 떨어져 휑한 강변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둑에서 바라보는 강은 품은 유난히 밝은 달을 시커먼 일렁임으로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근데, 술 가지러 간 놈이 왜 강가에서 시체가 되어 있을까?”


인근은 술 창고는커녕 인가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텐트를 치고 낚시하던 민물 낚시꾼이 야간에 용변을 볼 곳을 찾다가 발견했다고 했다.

발견당시 박상준의 한 쪽 팔은 떨어져 나가 있었고 여기저기 들짐승에게 물어 뜯겼는지 드러난 속살들과 구멍들에서는 구더기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나저나 중력자를 찾아내기가 더 어려워지겠는데···.”


‘어휴, 저렇게 발견될 것 같으면 그냥 좀 더 꼭꼭 숨어 버리던지.’


경호는 박상준의 처참한 모습이 그 날 자신이 놓쳐버려서인 것 같았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이런 경호의 맘을 읽은 것인지, 중력자가 더 깊이 숨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인지 차로 이동하는 장호가 중얼 중얼 부르는 노래 소리가 귀에 콕 들어와 박혔다.


“그래서, 어제 보좌관을 찾았는데 시체가 되어 있더란 말이지?”

“네, 아직 정확히 확인 된 것은 아니지만 ···. 소지품으로 미뤄봤을 때 박상준인 것 같습니다. 육안으로는 확인하기가 불가능 할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자네는 그 보좌관이 왜 죽은 거 같은가?”


손가락 끝을 톡톡 튀기며 서장이 경호에게 물었다. 경호는 질문의도를 몰라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게, 저··· 그 날 제가 박상준을 놓친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하하하, 아니 아니야. 그게 박경위가 놓쳐서 그 보좌관이 죽은 게 아니지. 애초 박상준인가 하는 그 보좌관을 죽을 자리로 밀어 넣으려던 계획이 문제였던 거지.”


경호는 서장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건 서장님. 저희는 박상준이 술을 취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고 한 것뿐이지 그것이 딱히 위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알아, 알아. 박경위는 그랬을 거란 거 알아. 하지만 그들은? 그 중력자들도 몰랐을까?”


서장실을 나서는 경호는 찜찜했다.

마치 서장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서장은 아침 일찍 경호를 서장실로 불러 올려 중간보고를 원했다. 보고를 마치고 나가는 경호는 서장이 마치 자신에게 ‘넌, 그 중력자들에게 속고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주입당하는 느낌이었다.

잠시 닫힌 문을 등 뒤에 두고 섰다. 감은 경호의 눈앞에는 제임스라는 외침 속에 머뭇거리던 서장이 떠올랐다.


“이해가 안 돼. 제임스가 왜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고 있는 뚱한 얼굴의 존을 향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준이 인영의 옆자리로 올라탔다.


“세상이 너처럼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알은 체를 하고 싶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나는 척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다행이 준은 답답해 죽겠다는 뒷말은 소리 없이 속으로 삼켰다.

존이 준을 힐끗 보았다. 이내 힐끗 눈썹을 한 번 치켜 주더니 소리로 들리지 않는 속엣 말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 말을 다시 이어갔다.


“글세, 그러니까 내말이 왜 기억이 나도 알은 체를 하고 싶지 않은 거냔 말이지.”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너 그때 장호 팀장이 가지고 온 보고서 제대로 안 읽었지.”


통행량이 많지 않은 도로 위를 네 사람을 태운 차량은 매끄럽게 달리고 있었다.

차장 밖의 푸르름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이제 절정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인영은 창에서 시선을 떼고 왁자한 실내를 보았다.

내부는 궁금한 것을 묻어두지 못하고 계속 표현하는 존과 그것을 타박하는 준의 대화로 꽉 차있었다. 인영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처음 그들은 차창 밖의 풍경, 그것과 같았다. 그런 풍경들에 소리가 덧 입혀지고 자신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운전하던 에단이 거울을 통해 인영의 모습이 보곤 존과 준에게 입을 뗐다.


“이제 그만들 좀 해. 얼마나 유치하면 애가 웃냐?”


동시에 질문을 담은 동그랗게 뜬 눈, 너도 그렇지 라는 동의를 구하는 눈 4개가 동시에 인영에게 향했다.


“아, 아니에요. 유치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이 상황이 재미 있어서 저도 모르게. 심각한 상황일 것 같은데 웃어서 죄송합니다.”

“흥, 별게 다 재미있고, 죄송할 것도 많네.”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는 인영을 보며 준이 심드렁하게 답하며 가방을 챙겼다. 어느새 차는 학교 앞에 도착해 있었다.


“다녀올게요.”


인영도 준을 따라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인영아! 준 선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차 쪽으로 수진이 폴짝거리면서 뛰어와 인영이 팔에 잽싸게 자신의 팔을 꼈다.


“에단, 존. 안녕하세요.”


수진을 보고 차량의 창을 내리는 에단과 존에게도 수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수진아, 요즘 극단에서 네 모습이 안보이니까 서운해.”

“헤헤, 글쵸, 글쵸, 저 막 보고 싶고 그렇죠. 히히 가고 싶은데 축제 공연 준비로 정신이 없어요. 근데 두 분 축제 때 같이 오실 거죠? 마지막 날 하는 공연은 연극제 심사도 같이 진행하는 데 응원하러 와 주셔야 해요.”

“근사한 초대장을 보내서 정식으로 초대해줘.”

“당근이죠. 우리학교 축제가 그래도 요 근방에서는 꽤 유명하걸랑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준, 우리 오늘 극단에서 회의가 있어 많이 늦을 수도 있어. 인영이 하고 잘 들어가.”


에단의 마무리 인사하는 목소리를 끝으로 차는 학교 앞을 출발했다.


“형! 준이형.”


준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일행들 한 발 뒤엔 강시훈이 서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어딘지 초조함이 엿보이는 얼굴이었다. 스스로 어색한 것을 감추지 못하고 시선을 어디다 둘지를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안녕, 수진아. 유인영.”

“아, 안녕.”


시훈의 인사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자 당황한 인영이 시훈이 인사에 답을 했다.


“자식, 가자.”


준이 자신보다 한 뼘이나 더 큰 시훈의 어깨를 툭 치고 아무렇지 않게 합류시켰다. 인영과 수진은 앞서가는 두 사람 뒤를 따라 같이 걸었다.


“야, 그날 왜 문 앞에서 그냥 갔어? 앞에 두고 간 음료수, 푸른 색 음료수. 그때 우리가 잘 마셨다. 그거 두고 간 사람, 너 맞지?”


앞서가던 시훈이 머뭇거렸지만 준은 모른 척 이야기 했다.


“그날 남아서 연습하던 인영이가 그 음료수 제일 잘 마셨다.”


푸른색 음료수란 말에 인영은 에단과 존을 부여안고 울고 있을 때가 생각났다. 감정이 격해 져 있던 인영은 준이 건네 준 음료수 한 병을 받았었다. 당시에는 그 푸른색이 눈에 거슬린다는 생각이 떠오를 만큼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었다.

사실 그날 인영은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었다. 인영은 얼굴이 갑자기 확 달아올랐다.


“오∼올, 요것들 봐라. 감염자들 난동이 있었다는 그날 이야기 하는 거 맞죠? 그 날 시훈이 너 먼저 간 거 아니었어?”


교문 앞에서 한숨 돌리려던 혜명이 잠시 운동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 전에 교문을 통과한 네 사람이 이제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두 남학생들의 걸음은 느릿했다. 그 속도는 놀린다고 정신없이 재잘거리는 수진이 숨을 고를 수 있을 만큼, 달아 오른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정신없이 따라가고 있는 인영이 자신들을 놓치지 않을 딱 그만큼이었다.


“피ㅅ”


살짝 공기 새는 느낌의 웃음이 새어 나오는 얼굴을 돌리다 같은 방향에서 시선을 돌리는 선재와 눈이 마주쳤다.

이내 혜명은 후훗후 하고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선재가 소리 나지 않는 입모양으로 ‘바보들 같죠?’를 말하고 있었다.


“그럼, 확실히 약속한 거예요. 준선배도 오늘 점심시간에 시훈이하고 강당으로 와주시는 거예요. 축제까지 날짜가 너무 촉박해요. 일꾼이 한명이라도 더 허억, 아야.”

“에이 씨, 야, 앞 좀 잘 보고 다녀!”


교실로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준과 시훈에 돌아서 이야기 하던 수진의 등이 누군가에 의해 세게 부딪히며 밀쳐졌다.


“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며 돌아서던 수진은 자신의 키 높이에서 살짝 비켜보는 눈 빚과 마주쳤다. 날카로운 빚을 담은 눈은 유독 가늘게 찢어져 가만히 보고 있어도 상대를 째려보는 것 같았다. 교복을 툭툭 치며 수진을 째려보던 그 눈은 수진의 등 뒤로 보이는 일행들에게 옮겨지는 것 같았다.


“정인아.”


인영의 목소리에 찢어진 눈 속의 동자가 움직였다.


입매를 단단히 굳히다가 앞니로 아랫입술을 비틀어 지그시 무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일그러지자 찌그러지는 눈이 더욱 사나워 보였다.


“씨발, 재수 없는 년이 어디서 내 이름을 불러! 니가 부르라고 있는 이름 아니거든. 이이씨 재수가 없으려니까.”


“아, 아야야, 야!”


정인이라 불린 아이는 팩 고개를 돌리더니 수진을 확 밀치고는 혼자 욕지기를 중얼거리며 가버렸다. 더 볼일 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씨, 아파 죽겠네. 인영아 너 아는 애야?”


수진이 어깨를 만지면서 인영이를 바라봤다.


“어어, 동···생.”


더듬거리는 인영이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엑, 쟤가? 근데, 쟤 1학년이잖아. 2층에는 웬일이래? 너 볼 일 있어 찾아 온 것 같지도 않은데.”


정인이 사라진 쪽 복도를 보던 인영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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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삽화 삽입( 현재 5화 인영, 12화 생일.화에 삽입 했습니다.) 21.11.05 31 0 -
62 62. 축제 21.12.10 28 0 9쪽
61 61. 축제 21.12.09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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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MT 21.11.03 25 0 12쪽
40 40. MT 21.11.02 21 0 12쪽
39 39. MT 21.10.29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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