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674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10.08 09:02
조회
68
추천
2
글자
12쪽

제 6 장 진주성(5)

DUMMY

무수의 손을 털썩 잡아채고는 굵은 눈물방울을 보이고 있었다.


말을 잊지 못하던 심대승, 보다 못한 바로 옆 수하가 오히려 고함을 외쳐대고 있었다.


“정기룡장군이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지쳐가던 의병들이 ‘정기룡’ 이 한마디에 처진 어깨와 눈빛이 되살아나며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며 퇴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기룡이다~! 지금부터~!”


사자후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가 앞을 나설 것이다~! 일단 퇴각하라~! 몸을 숨겨라~!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


심대승과 무수가 있는 곳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던 의병들, 먹잇감을 찾아 달려드는 굶주린 늑대를 연상시키며 뛰어 나가는 무수와 일행들이었다.


정기룡 장군의 손짓과 방향에 활시위가 합을 이루며 가벼운 선율을 일으키자 왜놈들의 총탄소리가 줄어들었고, 비명소리가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진주성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손실을 입혔던 외곽에 있는 조선의 병력들까지 몰살하고자 했던 왜놈들의 거침없는 진격이 멈춰졌다.


잠시 당황하던 왜놈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반격이 시작되었다.


힘과 힘의 싸움.


대치하며 쏘아대던 총과 화살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잠시였다.


나무 뒤, 바위 틈, 몸을 맡길 수 있는 장애물 뒤로 몸을 웅크리며 총을 쏘아 대던 왜놈들이 하나 둘씩 피를 뿜어내며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었다.


웬일인가 싶었던 왜놈들이었다.


분명히 몸은 숨겼다.


공중? 아니다. 지들이 무슨 날아다니는 새도 아니고 말이다.


뒤쪽? 아니었다. 몸을 한껏 숨기고 있는 서슬 퍼런 눈빛을 하던 아군이었다.


나무 뒤에서 머리를 살짝 옆으로 내민 왜놈 병사, 번쩍 하며 휘어져 날아드는 화살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게 나를? 의심도 잠깐이었다.


번개처럼 날아온 화살이 한 쪽 눈을 파고들었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던 왜놈이었다.


피슝~! 퍼어억!


이런 건 몰랐을 거다.


아니 들어본 적도 없었을 거다.


화살이 앞으로만 날아간다고? 후훗.


너희는 조선을 반만 아는 거다.


기이익~!


활시위를 당기던 무수, 활을 비스듬히 세웠고 시위를 쥔 엄지와 검지를 비틀었다.


피슝~! 퍽


이번엔 다리였다.


정확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몸 어딘가에는 맞는다.


몸을 숨겨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조선의 활 실력인데 하물며 나무나 바위 뒤에 있는 목표물을 놓칠 리가 없다.


죽지 않음에 다행으로 생각해라.


바로 옆에서 어느 누구보다 빠른 춘호의 화살이 너희들 목과, 심장, 아니며 대가리 어딘가에 박히고 있으니까 말이다.


총탄 소리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놈들이 후퇴하기 시작 했다.


진주성에서 간간히 들려오던 총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지켜냈고 막아내고 있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고 왜놈들을 물리 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놈들의 총탄소리에 더 이상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어두운 그늘을 품고 있던 표정을 걷어내며 원래의 표정으로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던 조선의 의병들과 관군들이었다.


조선군의 대승으로 그렇게 삼 일째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추운 날씨에 남강으로 뛰어들었다는 거 아니야.”


“고향에선 이정도면 한여름은 아니더라도 옷 벋고 다닐걸, 그치 칠수야?”


무용담을 벌써 삼 일째 풀고 있던 박영수였다.


식사를 하며 박영수의 말을 듣고 있던 여러 대원들이 존경의 눈빛을 쏘아 붙이고 있었다.


“말 나와서 하는 말인데, 물속에 들어가면 나 쫒아올 사람 그리 많지 않아. 그만큼 수영은 자신 있다는 거지.”


변발머리를 툭하고 손으로 건드린 박영수였다.


“대단 허구만. 그 험한데서 혼자서 큰일 혀불고, 몸 땡아리 안 다치고 온 거 말이여.”


“이번 진주성에서 왜놈들 몰아내면 큰 상 내리는 거 아니야?”


수하들이 맞장구를 쳐 주자 턱을 살짝 들어 재끼던 박영수였다.


“예끼 이사람 들아, 뭘 바라고 한 일인가? 다 나라를 위해 임무에 충실하다보니 그리 된 거지. 흠. 흠.”


헛기침에 거들먹거리던 박영수, 그 옆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던 칠수가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영수를 잡아끌고 있었다.


그만 하라는 거다.


벌써 삼 일째 거의 삼백에 달하는 대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떠벌리고 다니던 박영수였다.


무수와 춘호가 왜놈과 함께 몸을 돌렸고 뒤를 따라 나가려던 박영수가 타들어가는 심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몇 개의 심지다.


한 두 개가 터지면 자연스럽게 같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만약에 안 터지면 헛일이다.


크게 심호흡을 한 박영수, 심지에 불을 껐고 다시 폭탄 하나하나의 심지들을 전부 엮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차피 터질 거, 한꺼번에 터지게 만들 심산이었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시간, 손을 털고 일으켜 세우며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는 몸을 돌린 박영수였다.


불이 북쪽에서 시작됐고, 남쪽으로 밀려오며 동쪽으로 번지고 있던 상황, 불을 끄러갔다면 그럼 무수와 춘호가 거기에 있을 확률이 높다.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이었다.


시야에 들어온 상당량의 폭탄들.


왜놈들이 조심스럽게 폭탄을 잔득 실은 수레를 밀며 진주성 동문 방향으로 옮기고 있었다.


산불 때문인지 아니면 아마도 하루나 이틀사이 전투에 사용할 물량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물량이었다. 끌고 가는 수레만 해도 십 여기가 넘었다.


우두커니 서 있던 박영수.


머리를 내저었다.


폭탄을 터뜨려 제거 한다고 했지, 전부 없애 버린다는 소리는 안했다.


내 역할을 여기까지다.


도망가야 했고 살아나가야 했다.


뒷걸음쳤고 몸을 돌렸다.


퍽~!


박영수의 어깨를 한 대 치고는 고함을 질러대던 왜놈이었다.


“뭐하는 거야~! 봤으면 가서 도와줘야 할 거 아니야~!”


왜놈 말을 모르는 박영수다.


그러나 소리를 치며 가리키는 손의 방향이 무얼 말하는지 짐작케 했다.


“하이, 하이.”


허리를 숙였고 수레를 밀고 나간 박영수였다.


힐끔힐끔 뒤를 처다 보던 박영수, 손가락질과 동시에 고함을 질러대며 매서운 눈초리를 쏘아 붙이던 왜놈이었다.


진주성 동문 앞 쌓아 올린 둔덕 아래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폭탄들이었다.


곧 있으면 터질 폭탄 그 이상을 짐작케 하는 양이었다.


한꺼번에 쏘아진다면 눈앞에 보이는 저 진주성 동문쯤은 한 식경이면 무너진다.


안타깝다.


그러나 그건 내 알바가 아니다.


지금은 무조건 탈출이다.


조심스럽게 폭탄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연신 두리번거리던 박영수, 초조한 눈빛으로 탈출경로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 순간 터진 폭탄이었다.


쿠우웅웅~~!


엄청난 굉음. 몸에 강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왜놈들의 시선이 강열한 불꽃으로 향해있었다.


지금이었다.


잽싸게 몸을 돌렸고 좀 전에 봐둔 곳으로 주위를 살피며 뒷걸음치던 박영수였다.


철푸덕~!


“어이쿠~!”


발에 무언가가 걸렸고 뒤로 넘어간 박영수였다.


“된장할~!”


욕설과 함께 허리를 부여잡으며 상체를 일으키던 박영수, 다리를 휘감고 있던 가느다란 선들을 신경질적으로 뜯어내며 던지고 있었다.


“중요한 순간에! 으미 허리야. 이건 또 뭐야?”


넘어지면서 소매에 넣어둔 부싯돌에 허리를 찍힌 것이었다.


“으미 아픈거. 지랄 낫다고 이런 걸 안 버리고 있었어? 으미 허리야.”


몇 조각으로 부서진 부싯돌, 바닥에 힘껏 던졌고 허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키던 순간이었다.


치이이익~!


선에 불이 붙었다.


가느다란 선, 사람 키보다 훌쩍 넘게 둥그렇게 말려있었고, 박영수의 발을 붙잡았던 선, 도화선이었다.


둥그렇게 말아 있던 도화선에 부싯돌이 튕겨지며 불이 붙어버린 것이었다.


끄기에는 쉽지 않은 굵기다.


화포에 사용하는 도화선, 한번 붙으면 잘라내지 않고서는 여간해선 끄기 힘들다.


동그래진 박영수의 두 눈, 주변을 살폈다.


끈다는 건 불가능한 상황, 마침 포를 씌울 검은색 천막이 눈에 들어왔고 도화선위를 덮어버린 박영수였다.


몸을 돌렸고, 팔뚝만한 두께의 대나무 두 개를 집어 들었고 남강으로 몸을 던졌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겼고, 바들바들 떨면서 목숨 줄 같은 대나무를 사타구니에 끼고 개구리 마냥 헤엄치고 있을 무렵, 진주성 남쪽 중간 촉석루를 지날 때쯤 다시 터져 나오며 하늘을 밝게 비추던 폭탄들이었고 흘러나오는 풍악소리와 함께 경계병에 의해 물속에서 건져졌다.


엿새째다.


지독히도 두들겨 댔다.


어린아이를 잡아다가 성문 앞에서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기까지도 했다. 가까스로 성벽에 기어 올라가 백병전도 펼친 적이 있었지만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못해본 공격은 있을지언정 안해 본 공격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총 동원해서 공격했다.


더 이상 펼칠 작전이 없었다.


탄약고가 텅 비어져 있어서 더 이상의 조총의 화력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굳게 닫힌 성문, 틈이 보이지 않게 쌓아 올린 성벽,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고 이가 갈렸다.


목숨을 잃은 수하들만 일만이 넘었다.


보고를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이었다.


마주해야 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표독스러운 눈빛이 떠올랐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공격이다.


시체를 쌓아 올려 동료들을 밟고 올라서서라도 성안으로 진입해야했다.


밟고 또 밟아 댔다.


얼마가 더 죽어나갈지는 모르지만 무조건 공격이다.


올라가라, 무조건 올라가라.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어딘지 구슬프게 우는 괴상한 이명소리가 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한편, 진주성 내부.


지칠 법도 한데 집요한 새끼들이다.


셋째 날 까지는 그래도 잠은 재워줬는데 그 이후로는 계속된 파상공격이었다.


바지런을 떨고 있는 듯 보이지만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그저 습관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는 수하들이었다.


백성들을 또 어떤가.


퀭해진 눈, 누더기가 된 헤어진 옷들, 거무튀튀한 손끝에 찌든 때들, 흐트러진 머리카락, 어느 하나 온전한 이가 없었다.


“쏴라~!”


피슝~! 피슝~! 피슝~!


잠시 주춤되는 조총소리에 김시민의 신호가 떨어졌다.


지칠 법도 한데 궁사들의 동작이 군더더기가 없었다.


왜놈들을 막아내야겠다는 의지가 곁들여져 있는 눈빛이었다.


이틀 전이다.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치던 아이, 팔이 잘린 아이. 다리가 잘린 아이, 산채로 불에 타들어가며 고통에 비명을 질러대던 아이.


성벽 맨 위에서 이를 지켜봐야 했던 궁사들이었다.


눈물이 울컥 터져 나왔다.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아이들을 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힘이 없었고, 능력이 없었다.


미안했다.


흐르는 눈물이 뺨을 타로 흘러내렸지만 누구하나도 훔쳐내거나 눈을 돌리지 않았고 아이들을 눈에 담았다.


아이들만큼은 건들지 말아야 했었다.


지금 비록 무거운 돌덩어리가 눈꺼풀에 매달려 괴롭히고 있었고, 바닥에 잠시나마 누워서 쉬라고 몸뚱아리가 쿵쾅거리며 울어대고 있지만 눈 속에 담겨 있는 아이가 아른거려 집중해야 했고 힘을 내야 했다.


손가락이 부르터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못해낸다면 저승에서 아이들을 볼 면목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겨내야 했고 한 놈이라도 더 죽여서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에 보답이라도 해야 했다.


성벽에 기어코 올라온 왜놈이 얼굴을 삐쭉 내밀다 도끼한방 맞고 뒤로 나가떨어지고 있었고, 조총을 들이민 왜놈들 코앞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죽은 왜놈들은 그냥 내던지지 않았다.


팔 하나 다리 하나쯤 잘라내고는 성벽에 기어오르는 왜놈에게 던져졌다.


다시 수신호를 하던 김시민이었다.


휘익~! 휘익~!

퍼어엉~! 쉬쉬시식~!


얼마 남지 않은 비격진천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공지입니다. 21.10.20 72 0 -
공지 참고하고 읽어 주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21.09.18 140 0 -
48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7) 21.10.20 77 3 10쪽
47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6) 21.10.19 48 1 11쪽
46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5) 21.10.18 48 1 12쪽
45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4) 21.10.16 58 1 12쪽
44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3) 21.10.15 56 1 12쪽
43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2) 21.10.14 54 1 12쪽
42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 21.10.13 64 1 13쪽
41 제 7 장 운명(6) 21.10.13 66 2 12쪽
40 제 7 장 운명(5) 21.10.12 59 2 12쪽
39 제 7 장 운명(4) 21.10.12 59 3 12쪽
38 제 7 장 운명(3) 21.10.11 68 2 12쪽
37 제 7 장 운명(2) +1 21.10.11 62 3 12쪽
36 제 7 장 운명 21.10.08 68 2 12쪽
» 제 6 장 진주성(5) 21.10.08 69 2 12쪽
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5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31 제 6 장 진주성 21.10.06 84 1 12쪽
30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4) 21.10.05 91 3 12쪽
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3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6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5 2 12쪽
24 제 4장 단기필마(3) 21.10.01 84 2 12쪽
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0 2 12쪽
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0 2 12쪽
21 제3장 귀신을 보는자(9) 21.09.30 8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