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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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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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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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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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운명(5)

DUMMY

서걱! 서걱!


노함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피는 끓고 있고 생각은 이미 눈앞에 왜놈들 목을 자르고 있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뒷방 늙은이가 되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된다.


저 앞에 백발에 촌로가 왜놈의 심장에 낫질을 하지 않는가.


굽혔던 허리를 폈고 다시 힘을 내며 달려 나가던 노함, 바닥에 기다란 창을 들었고 재빠른 동작으로 아군의 심장을 노리던 왜놈의 면상에 박아 넣자 뒤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거봐라,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거칠어진 호흡에 다시 무릎위에 손을 올려놓고 주변을 살피던 노함이었다.


다시 몸을 일으키던 노함의 시야에 들어온 두 사람, 몸을 웅크리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씨팔!”


순간 욕설이 터져 나온 노함이었다.


눈치를 보던 한 놈이 노함의 시선이 마주치자 앞선 놈을 툭하고 건들며 몸을 일으켜 전장으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공격! 공격이다. 저쪽으로~!”


노함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주변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유리해 질대로 유리해 지자 기어 나오며 명령을 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에 죽일 듯 노려보는 노함의 시선을 피하며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상주목사 김해다.


끝까지 비겁한 새끼다.


쥐새끼보다 못 한 놈, 박영수도 저 정도는 아니다.


조선말이 갑자기 위대해 보였다.


쥐새끼도 말도 해대고 있으니 말이다.


넌 여기까지다.


이 전투 끝나면 각오하고 있어라.


무수가 안 나서면 직접 나서서 저 주둥아리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테다.


노함의 시선에 자꾸 뒤를 돌아보던 김해가 전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참 많이도 모아 놓았다.


그렇게 집요하게 약탈을 해댔으니 저럴 만도 했다.


각 창고마다 수북이 쌓인 곡식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식자재들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며 관리가 잘되어있었다.


비단, 솜, 각종 무기류들과 가축들, 이 모든 것들이 전부 상주성 인근에서 약탈한 물건들이다.


횃불을 들고 전장에서 참여한 백성들이 속속 성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대원들에 의해 숨어 있던 잔당들이 거의 죽임을 당한 상황이었다.


미처 수레에 싣지 못한 물건들을 불을 지르려 하던 놈들은 무수의 성난 월도에 의해 제거가 된 상황에서 말에 올라탄 무수가 대원들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저 앞에 노함어르신이 계신다. 거기까지가 오늘의 마지막이다. 승전보는 저놈들 모조리 죽인 다음이다.”


와~! 와~!


의병들이 먼저 소리를 쳐대자, 백성들이 따라 팔을 번쩍 들며 소리치고 있었다.


“의병과 관군들은 들어라~! 남아 있는 놈들 모조리 찾아내서 죽여라~! 한 놈도 빠짐없이 조선의 강인한 쓴맛을 보여주란 말이다! 분명히 아직 남아서 우릴 보고 있을 것이다. 찾아내라~! 내 친구, 동료,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무조건~! 무조건~! 말이다~!”


“성을 탈환했다. 성은 탈환했단 말이다! 잔당을 찾는다! 백성들은 따르라~!”


구호처럼 퍼져 나가는 승전보를 외쳐대고 있었다.


용기 있는 의병들이 몸을 날리며 구석구석을 찾아 가자 말의 기수를 돌리던 무수다.


“간다.”


하얀 눈보라를 일으키며 말을 달린 무수 뒤를 대원들이 따르고 있었다.


한없이 내리기만 할 것 같던 눈발도 멈춘 상황 있었다.


등을 보이며 달리고 있던 왜놈들이다.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활을 쏘아대며 도망가는 왜놈들을 죽이며 따라가는 무수일행이었다.


수레를 버리며 뛰었고, 말을 타며 동료들을 밀쳐내며 달렸고,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여의치 않은 놈들은 죽을힘을 다해 달려 나가며 뿔뿔이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살아야 했다.


몸을 숨기고 죽지 않고 있으면 분명히 구하러 올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 아니면 찾으러 라도 가야 했다.


도망가는 왜놈의 뒤는 발자국이 짙게 흔적을 남기고 있었고, 그 뒤로는 여지없이 날카로운 화살이 그들을 찾아가고 있었다.

멈칫 하던 놈들이었다.


앞선 상황을 모르는 왜놈들이다.


갑자기 멈춰진 행렬에 앞뒤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전장 하늘위로 수없이 날아드는 화살에 짙은 붉은 색의 핏물을 하얀 눈 위에 뿌려대고 있었다.


피슈슛, 피슈슈숫.


으악~! 으악~!


놈들의 더 이상 도망을 못가고 있는 상태에서 연신 들려오는 비명소리였다.


뭉쳐있던 왜놈들 코앞까지 따라 붙은 무수였다.


휘이익~!

털썩~!


말에서 뛰어내린 무수가 설피를 신고는 월도를 움켜쥐었다.


미끈거리며 휘청대던 말위보다는 바닥에 설피를 신고 싸운다는 판단이었다.


무수의 행동을 지켜보던 대원들이 행동을 같이하고 있었다.


월도를 돌려보았다.


스우웅, 스우웅.


성큼성큼 거리며 앞으로 발을 내딛던 무수, 발악을 하던 왜놈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스컹~! 스컹~!


왜도를 들어 월도를 막아보려 했던 왜놈의 몸이 반쯤 갈리자 기괴한 모양으로 몸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 몸이 굳어 버린 왜놈이 오줌을 지리는지 하얀 김이 바지에서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전의 상실이다.


이번엔 아래에서 위로 올려 진 월도에 의해 팔 하나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고통도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비명소리 조차 길게 이어 하지 못하고 편곤이 수박을 터트리고 있었다.


무수일행에 출연과 함께 잔인한 살육의 현장을 지켜보던 왜놈들 몇이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고 무릎을 꿇고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항복이다.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대원 일부가 천천히 시위를 놓고 있었다.


스컹~! 스컹~!


순간 당황한 대원이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평소의 알고 있던 대장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잔인하고 냉철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정을 품고 있는 대장님이다.


무기를 버린 자에게 자비를 주었고 항복한 사람들은 털끝하나 건들지 않았던 대장님이었다.


두 손이 들려 있었고 무릎이 꿀려 있었다.


명백한 항복이다.


그런데 항복을 하고 있는, 무방비 상태에 있는 왜놈들을 무참히 죽여 나가고 있던 무수였다.


퍼어억! 퍼엉!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담이에 편곤이 돌아가고 있었다.


저 곰 같이 생긴 놈이 웅담을 씹어 먹고는 미쳤나 싶었다.


하나가 미쳤으면 말릴 생각을 해야지 같이 미치면 안 되는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쾌속의 회전에 그냥 터져나가고 있던 왜놈들이었다.


귀신에 씐 게 분명했다.


활을 놓고 달려 나가려 했을 때였다.


춘호의 활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었고, 아리와 칠수가 무수와 담이 뒤에서 손을 거들고 있었다.


그 뒤에 손세용과 최윤이 놈들의 목을 하나씩 잘라내고는 한곳에 몰아 놓고 있었다.


툭~!


누군가 어깨를 건드렸고 말을 이었다.


“놀랄 것 없어, 미친 거 아니니까. 넌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된다. 우린 강요 따윈 하지 않아. 그리고···.”


어깨를 잡아 누르던 박영수였다.


“엎드려~~!”


박영수의 갑자기 내지르는 커다란 목소리에 놈들의 시체를 방패삼아 몸을 숨기던 대원들이었다.


쉬이익~!

퍼어엉~~~~~!


비격진천뢰다.


하얀 눈보라와 시체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우두두둑.


검붉은 덩어리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던 대원들이 다시 시작했다. 일방적인 살육을 말이다.


항복을 하던, 저항을 하던 가리지 않았다.


모조리 베어 나갔다.


아니 무참히 짓밟고 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팔, 다리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살아있는 왜놈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고는 눈을 후벼 팠고, 비명소리에 목을 반쯤 갈랐다. 심지어 내장을 손으로 끄집어내며 생살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맛보게 하자 옆 사람이 놀라며 기절까지도 했다.


다르다.


평소와 다른 표정과 눈빛들이었다.


무섭다.


소름끼치게 무섭고,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부르르 떨게 만드는 장면에 인간이 저렇게 잔인할 수 있나 싶었다.


전진이 계속되었다.


멀리서 노함이 연신 고함을 질러대며 왜놈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앞뒤로 합공을 당하던 왜놈들이 결국 칼을 버리고 투항하기 시작했고, 무릎을 꿇어 대고 있었다.


안 된다.


더는 안 되는 거다.


무슨 연유인줄은 모르지만 더 이상은 살인마일 뿐이었다.


말려야 했다.


“말려라~! 대장님을 말리란 말이다~!”


목이 터져라 말리며 아리를 뒤에서 안았다.


대원들이 달려들었고, 칠수와 영수, 그리고 춘호, 손세용의 행동이 막혔다.


담이를 뒤에서 안아든 두세 명의 대원들이 편곤에 의해 터져 나가는 핏물을 뒤집어쓰며 막아 대고 있었고, 월도에 의해 등까지 뚫려 있는 왜놈을 마지막으로 무수의 동작이 멈춰졌다.


“대장님~!”


“대장~!”


월도의 손잡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반쯤 풀린 눈, 어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오고 있었다.


노함이 걸어왔고, 무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대충은 짐작이 갔다.


누군가의 죽음을 본거고, 복수의 피가 끓고 있을 거다.


전투 중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무수 넌 안 된다.


너 만큼은 그러면 안 된다.


이성을 잃어버린다면 나머지 대원들의 목숨조차 보장할 수 없다.


지휘관이 정신 줄을 놓아버리면 대원들도 정신 줄을 놓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수십 년간의 전장에서의 생활이 말해줄 뿐이었다.


저벅, 저벅.


무수의 코앞까지 다가온 노함이었다.


눈이 풀려있었다.


눈동자에 비친 노함이 반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짝~! 짝~!


손을 올렸고, 다시 반대쪽 손이 올라갔다.


얼굴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한 번씩 돌아갔고 다시 제자리에 놓던 무수였다.


“정장군! 정기룡~! 무수~! 야! 이 새끼야~!”


무수의 이름을 강하게 불렀고 손이 한 대 더 들어갔다.


몸이 휘청 거릴 정도로 크게 휘어졌다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한참이 걸렸고, 이를 지켜보던 노함이 다시 어깨를 한껏 뒤로 젖혔다.


휘익~!


턱!


노함의 손을 잡아든 무수였다.


“됐습니다. 어르신.”


눈동자가 돌아왔고 잡아 쥔 손을 천천히 내려놓던 무수였다.






성을 탈환했다.


전쟁이 일어났고 대승도 몇 차례 있었지만 성을 탈환한건 조선 전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민(民), 관(官), 군(軍),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나서서 이룬 업적이었다.


숨기에 급급했고, 도망가기 바빴던 그들이 자신의 걷어붙인 손에 의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가 아닌 우리고 모두다. 똘똘 뭉친다면 할 수 있었고 몸소 체험한 것이었다.


성안 경내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얼싸안고 울부짖어대며 기쁨을 함께 하고 있었다.


포로로 잡혀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찾아 울어대고 있었고, 살아있음에 고마워했고 만남에 기뻐하며 또 한 번 울어대고 있었다.


정기룡을 외쳐대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 외치는 게 아니다.


불연 듯 나타나서 모두를 독려했고 뭉치게 했다.


성을 탈환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 했던 백성들이 몇 차례 보여준 전투에서 신뢰감을 심어 주었고 믿게 만들었다.


해보자는 의지를 심어주었고, 지금은 그 결과물의 한복판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언제나 맨 앞에서 등을 보이던 저사람, 믿음이 생겼고 기대고 싶었고 의지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 사람이라면 우리를 더 이상 굶게 만들지 않을 것이고, 도망 다니지 않게 만들 것 같았다.


목이 터져라 외치며 환호하던 백성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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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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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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