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가.
그 물건을 잃어버렸을 당시에는 그것이 없어진 탓에,
미쳐버릴 것 같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계속되다.
시간이 지나게 되면, 머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다시 삶을 살게 해준다.
이건 사람에게도 통하는 하나의 진리와도 같은 공식이라고
지금껏 난 믿어왔고,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진리는 항상 변한다.
뭐.. 인간이 만들어냈으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도 내 전 남자친구의 죽음을 잊지 못했다.
그 누구보다 밝았던 그가.
그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중시하던 그가.
그 어떤 이들 보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했던 그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내 머리 속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자살 원인이 나에게 있을 지..
아니 그의 자살 원인은 나였다.
그가 죽기 얼마 전 그의 안색이 나빠서 그에게 물어서.
분명히 그의 부모님의 건강이 위독 하시다는 걸 알았고.
나는 그 사실을 듣고 나서도 한 귀로 흘려 보내면서,
그에게 나와 더 시간을 보낼 것을 요구 했다.
나한테는 그 밖에 없다는 말을 하면서, 그를 붙잡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그와 같이 있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면서 말이다.
그 결과 내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님이 죽고 나서,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부모님의 장례식이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내 잘못을 뉘우쳤고.
나는 그때부터.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 내 감정을 숨기.. 아니 감정이라는 거 자체를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감정을 제거하는 일은 어려웠고, 나는 그냥 가면을 쓰고 살기로 결심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가면을, 아닐 때는 본래 얼굴을 들어내며.
나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가기로 했다.
"되게 오래간만이야~!"
그렇게 살아가던 나에게 어떤 바보가 찾아왔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