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동규 성공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와천아재
작품등록일 :
2021.09.20 21:04
최근연재일 :
2022.02.25 09:19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2,409
추천수 :
2,413
글자수 :
288,062

작성
22.02.16 09:10
조회
809
추천
33
글자
11쪽

56화 별이 빛나는 밤에 (2)

DUMMY

사장님 차를 운전할 때,

진희씨를 만나던 날이면 뒤 좌석에서 들려오는 옷 자락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몸이 뜨거워지며 귀를 쫑긋 했었다.

촌놈 동규에게도 이런 순간이 가까이 온 듯 했다.



“오늘은 지난번보다 미연씨가 두 배만큼 예쁘고 좋아요. 그래도 되지요?”


미연 씨가 환하게 웃으며 이런 말은 연애 박사들이나 하는 작업멘트라고 볼을 꼬집었다. 세 번째 만에 손목에 이어서 볼까지 예고도 없는 스킨십이었다.


동규는 연애 박사는커녕 연애 ‘연’자도 모른다고 내숭을 떨었다.


그러나 동규는 어렸을 적 또래를 만나면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슴도 서리를 했을 때처럼 두근두근 뛰었다. 담벼락에 기대서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느라 얼음이 되기도 했었다.




밤이 긴 겨울철이면 조무래기들은 작은 방이나 골방에 꾸역꾸역 모였다.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아침이면 고추가 막대기처럼 서는 얘기를 했다.

친구는 아프도록 누르고 꼬집어도 죽지 않는다고 고통을 얘기했다.

어머니가 얼마 후 찐 고구마를 가지고 오셨다. 왜 방문을 잠그고 노느냐고 한 마디 했다. 어머니는 우리들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장죽에 잎 담배를 꾹꾹 눌러 맛나게 피는 담배 피우는 연습을 했고 주막에서 아저씨들이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마시고 '캬' 소리를 내며 김치 안주를 손으로 집어 먹는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같은 반 친구 미애 가시나 얘기를 했다.

미애는 공부를 잘했다.

여자 친구는 얼굴이 예뻐도 공부를 못하면 좋아하지 않았다.

얼굴이 못 생기고 쪼그매도 공부를 잘해야만 조무래기들한테 인기가 있었다.



“야! 우리 미애한테 좋아한다고 연애편지 써 볼까?”

“그래, 좋아 우리 한번 써 보자. 동규 네가 글씨 예쁘게 쓰니까 멋지게 써 봐?”



"보고 싶은 미애 씨! 사랑하는 미애 씨! 뭐라고 처음을 시작해야 하지?"


모든 말이 서툴고 어설퍼서 딱 마음에 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벌써 공책을 세 장째 박박 찢어버렸다.

어머니와 선생님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큰일이었다.


“야. 나한테만 시키지 말고 니들도 뭐라고 써야 할지 생각 좀 해봐."


“그냥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그냥 그렇게 그냥 한 줄만 써?”


“지난번 기말고사 시험 잘 봤느냐고 물어 보고.”


“야 인마. 연애편지에 시험 본 얘기는 왜 쓰냐?”


공부라면 꼴찌 수준, 한글마저도 더듬더듬 읽는 한중이가 마땅찮다는 듯 끼어 들었다.



이런 촌놈 조무래기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돈 벌어서 출세하겠다’고 무작정 야간 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그리고 나쁜 형들한테 붙잡혀서 넝마주이 지하실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곳에서 깡통에 밥 얻어먹는 거지 생활을 8~9개월 쯤 했을까?

북한군이 38선 철책을 넘듯 죽을 각오로 새벽녘 연철이와 도망을 쳤다.


그리고 전선 공장, 비누 공장, 모피 공장, 장군 운전병까지....

지지리도 파란만장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주변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퍼즐 조각처럼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서울 사람이 되어간다 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을 시작한 지어느덧 4년째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껏 퇴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주식회사라는 이유 또는 사장이 공장 사람들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입 소문 덕에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 몇 사람이 기다린다고 했다.


동규는 나이도 어리고 공장 운영 경험 역시 전무 했다.

그럼에도 이 만큼이나 공장을 운영 할 수 있었던 것은 근 10년 동안 사장님을 모시고 다니는 운전 업무 중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식사하는 것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꼼꼼하게 일기를 썼다.


코트를 팔 때는 비위를 맞추는 겸손을 배웠고 거래처 손님을 만나면 자신을 낮추는 '을' 의 정신을 잊지 않았다. 그래야만 장차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 공부였다.

성공이란 것은 어느 한순간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듯 열심히 사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었다. 교실에서 배운 것이 총알이 없는 빈 총 이었다면 삶의 터전에서 배운 사회생활은 총알이 장전 된, 연습이 아닌 실전이었다.


동규는 비록 학벌이 짧아 책으로 배우는 지식은 부족했지만 사장님을 모시고

현장을 다니며 경험으로 배우는 지혜를 터득했다.


진실한 사람과 사기꾼 가치 없는 것과 가치 있는 것을 골라내는 보배 눈을

익혔다.




촌 놈에게 설날은 최고의 명절이었다.

촌 놈은 이날이 되어야만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1년 한번 세배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헤어져서 지냈던 형제자매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부산으로 돈 벌러 간 조무래기 친구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대 명절 설 날을 보름쯤 남긴 어느 날!

추운 날씨 탓인지 몸이 으스스 자꾸만 움츠러 들었다.

장부를 맡고 있는 세무사에게서 전년도 결산을 마쳤다는 전화가 왔다.


월급 액수나 근무 기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났지만 지난해도 흑자 운영으로 공장 사람들 개개인에게 지급해야 될 배당금이 정해졌다고 했다.

자그마치 3~4개월 분 급여에 해당되는 큰 돈이라고 했다.


전년도 보다 증가 된 금액이었다.

설날 전에 배당금을 받게 된 공장 사람들의 좋아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여러분! 올해도 3~4개월 치 배당금을 설날 전에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공장 사람들이 작업을 하다 말고 기쁨의 환호성을 울렸다.

우리 사장님 최고라고 목청을 높였다.

연철이네 부부도 기쁜 나머지 어쩔 줄을 모르고 동규를 끌어안았다.


동규 공장은 첫 단추를 잘 채운 탓에 강석씨가 운영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탄탄대로였다. 공장을 시작한 지 4년 남짓 그 동안 계속된 흑자 운영으로 이제는 누구한테도 빌린 대여금은 없었다. 동규네 공장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다.


동규 역시도 촌 놈으로서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때마다 재테크 상식이 전무한 부모님은,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

“땅에 묻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황소가 일만 생각하는 것처럼 무지한 부모님은 땅만 생각했다.


동규는 오늘도 사장님 소개로 알게 된 부동산 업자와 땅을 보러 나왔다.


“저희 부모님은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무조건 땅만 사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희 어머니는 문맹(文盲)이시거든요. 부모님 뜻대로 무조건 땅만 사야 하는지 아니면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해서요.”


“예, 그러나 결국 돈은 우직한 사람한테로 갑니다. 우직한 황소가 힘이 가장 센 것처럼 말입니다. 건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일반 것과 사거리 목 좋은 것은 가격이 몇 곱 차이가 나지만 나중 가치 면에서는 투자 금액보다 훨씬 큰 차이가 나거든요.”


“싼 것은 비지떡이다 그 말이지요?”


“대신 땅은 달라요. 특히 아파트나 집 지을 땅은 물이 가까이 있으면 좋고. 기왕에 개발된 작은 것은 상권 등을 따져서 사야겠지만 부모님처럼 투자 개념으로 땅에 묻는 것이라면 지도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야 합니다.”


“지도를 가지고 다니며 땅을 사요?”


“네. 예를 들어 도시구획선 내 100평 값으로 도시구역 외 땅 1,000평을 살 수 가 있거든요. 현재 도시구획선은 어디까지인데 만약 5년 혹은 10년 후 도시 구역이 확장된다면 어디까지 늘어날지 지도를 보고 살펴야 하거든요. 개발구역 내와 밖은 가격이 하늘과 땅입니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땅을 사야 제대로 된 투자를 했다고 할 수가 있어요. 가령 헐값으로 산 땅이 5년 후 10년 후에 개발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쓰레기장이 금싸라기 땅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저희 부모님 생각처럼 땅에 묻는 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는 그 말이지요?”


“당연한 얘기지요. 시골에서 다들 못 살겠다고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고 있잖아요. 지금은 쓰레기장이나 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땅을 몇 천 평 몇 만평 샀다고 칩시다. 5년 후 10년 후에 그 곳이 개발된다면 몇 배로 뛸지?”


“만약 그 때까지도 안 뛰고 그대로 있다면요?”


“그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땅 부자 소리는 듣지 않소. 옛날엔 땅이 많아야 하늘이 내린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다니까요?”


“알겠어요. 사장님 말씀을 듣다 보면 묘하게 빠져들어요. 저도 장차는 흙이나 냇가 물을 가까이 하면서 살아야 좋다는 얘기를 수 없이 듣기는 해요.”


동규는 오늘도 미사리 쪽 비닐하우스 땅을 수천 평 샀다.

땅 부자였다.



동규는 이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동차 구입 계약과 조금 더 큰 공장 이전을 위하여 외근을 나왔다. 그래선 지 작은 기쁨도 크게 웃어주는 미연 씨가 생각났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연 씨에게 전화를 했다.


“미연 씨! 잘 지내셨지요? 눈 내릴 것 같은 날씨라서 전화 했어요.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많아선 지 미연 씨가 보고 싶더라고요.”


ㅡ동규 씨! 어디예요? 내가 택시 타고 갈게요. 나도 보고 싶은데 여자가 너무 매달린다고 흉 볼까 봐 꾹 참고 있었어요.


“그럼 누가 더 많이 보고 싶었는지 우리 내기 할까요?”


ㅡ좋아요. 다섯 시에 명동에서 만나요.



명동은 예나 지금이나 젊은 사람들 거리였다.

공장에서 조각 가죽으로 패션 코트를 만들어 미연씨에게 입혀 활보했던 거리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거리였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도 되는 듯 서로를 구경했다.


눈썹이 검고 콧날이 오똑한 잘 생긴 남자가 약간은 기운 듯 조금 못 생긴 여성과 나란히 걸으면 사람들은 아마 돈이 많은 여성일거라 수근거렸고,


콜라 병처럼 늘씬한 개미 허리 가슴 빵빵한 여성이 키 작고 볼품없는 남자와 손잡고 걸으면 분명 수완 좋고 머리 좋은, 출세한 놈 일거라고 부러움을 샀다.

돈 많은 것과 잘난 것은 대우가 달랐다.


명동은 유행의 문화의 척도의 거리이기도 했다.

멋의 도시 프랑스를 다녀 온 콧대 높은 여성이 치마 단을 올리고 명동 거리에 나타났다. 그러면 다른 여성들도 따라서 콧대 높은 여성처럼 치마 단을 올리고 명동에 나타났다.


늘씬한 여성의 하이힐 굽이 높으면 키 작은 여성도 따라서 굽 높은 구두를 신었다.

명동거리는 우리나라 최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거리였다.


그래서,


미연 씨가 멋스럽게 걸치고 활보했던, 버리다시피 한 조각 가죽으로 만든 '연(延)'코트가 유행을 선도하며 인기를 끌었는지 모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촌놈 동규 성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후기 +2 22.02.25 251 0 -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입니다. 21.12.01 1,696 0 -
60 60화 한번 촌놈은 끝까지 촌놈 (完) +19 22.02.25 882 37 12쪽
59 59화 촌놈도 반쪽은 서울사람 +7 22.02.23 755 28 12쪽
58 58화 호랭이 나온다는 고향집 +2 22.02.21 737 31 10쪽
57 57화 별이 빛나는 밤에 (3) +2 22.02.18 792 29 11쪽
» 56화 별이 빛나는 밤에 (2) +3 22.02.16 810 33 11쪽
55 55화 별이 빛나는 밤에 (1) +1 22.02.14 821 32 11쪽
54 54화 사막 물 장수 +3 22.02.11 905 35 11쪽
53 53화 흙 속의 진주 +2 22.02.09 885 29 10쪽
52 52화 봄바람 +3 22.02.07 897 33 13쪽
51 51화 동규가 쏘아올린 작은 공 +2 22.02.04 904 33 10쪽
50 50화 좋은 사람들 +4 22.02.02 893 30 11쪽
49 49화 동규, 사장님 되다 +2 22.01.31 948 29 11쪽
48 48화 첫 걸음은 절반의 성공 +3 22.01.28 911 28 9쪽
47 47화 파란색 하늘이 열렸다. +2 22.01.26 919 25 10쪽
46 46화 부모님 마음 +2 22.01.24 929 24 11쪽
45 45화 황소와 송아지 +2 22.01.21 956 30 11쪽
44 44화 끊임없는 갈등 +2 22.01.19 968 31 11쪽
43 43화 저절로 배워지는 것들 +2 22.01.17 1,031 29 11쪽
42 42화 사장님 여자 +3 22.01.14 1,042 28 11쪽
41 41화 성 접대 +2 22.01.12 1,129 30 11쪽
40 40화 골프 접대 +4 22.01.10 1,061 34 11쪽
39 39화 갈등 +2 22.01.07 1,084 30 13쪽
38 38화 사내 탁구 대회 +2 22.01.05 1,059 29 11쪽
37 37화 사모님 +2 22.01.03 1,135 33 12쪽
36 36화 동규 맘 어머니 맘 +3 21.12.31 1,112 26 9쪽
35 35화 예사롭지 않은 꿈 +2 21.12.29 1,137 34 11쪽
34 34화 고무신으로 메기 잡는 일 +3 21.12.27 1,177 33 10쪽
33 33화 손쉬운 장사 +2 21.12.24 1,193 3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