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동규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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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천아재
작품등록일 :
2021.09.20 21:04
최근연재일 :
2022.02.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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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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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화 촌놈도 반쪽은 서울사람

DUMMY

저녁 늦은 시간이 돼서야 두 사람은 미연 씨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 온 종일 차를 탄 셈이었다.


“오늘 저희 집 마당에서 먹은 김밥 정말 맛있었습니다. 미연 씨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차가 있으니 이렇게 바래다 드릴 수 있고 좋네요.”


미연 씨는 감사하다는 인사에 별일 아니라는 듯 화재를 돌려 버렸다.


“긴 시간 운전하느라고 힘들었겠어요?”

“고생은 미연 씨가 했지요. 호랭이 나온다는 산골짜기를 다녀오느라. 고향 마을 보고 온 것 따져 묻진 않을게요. 대신 미연 씨가 우리 고향 마을을 보고서도 초대하고 싶다거나 저희 부모님이랑 사는 집에 와 보고 싶다면 언제라도 그렇게 할게요.”


“정말이지요? 그럼 엄마한테 동규씨 다음 주말에 우리 집 오기로 했다고 말

해요?”

“알겠어요.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을 보고 와서도 미연 씨가 장래까지 생각 집에 초대하는 것이라면 달려가야지요. 부모님이 사시는 우리 집에도 가고.”



동규는 미연씨 집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사장님, 오랜만이여요? 잘 계셨지요? 사모님도 안녕하시고요?

요즘엔 바깥으로만 도느라 자주 못 들렸어요.”


“괜찮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지? 그렇지 않아도 진주 부사장님과 엊그제 운동했는데 동규 너 칭찬을 어찌나 하시던지. 십년씩이나 반듯하게

잘 가르쳤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시더라. 내 기분까지 좋아

졌으니까.”


“과찬이세요. 그리고 실제로도 사장님께 하나부터 열 까지 배웠으니 다 사장님

덕 이고요.”

“거래처 여기저기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동규 네 칭찬을 많이 하

더라. 나이도 젊은 사람이 겸손하며 신의를 무겁게 안다고.”


“저야, 맨 주먹이니 겸손이나 신의 같은 거라도 있어야 거래처 사람들이 상대 하고 만나 주겠지요. 다 사장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뒤에 큰 당산나무처럼 떡 버티고 계시잖아요.”


“사장 되더니 요즘은 말 하는 것까지 늘었구나. 참 그리고 아직은 네가 총각이라고 했더니 두어 사람이 중매 하겠다고 하던데 여자 한번 만나 볼래?”


“아니여요. 사장님, 지난번 사장님께서 다리 놔준 미연 씨 요즘에도 만나고

있어요. 엊그저께는 고향 마을도 갔다 오고, 다음 주말은 미연 씨 부모님이 사는 집에 가기로 했어요.”


“거참 잘 되었구나. 나는 네가 별다른 얘기가 없어서 서로가 안 맞나 했지 뭐냐.”


“조금은 부끄럽기도 해서 일일이 다 말씀 드리지 않았어요. 지난번 조각 가죽으로 만든 코트도 미연 씨가 입고 명동을 몇 바퀴씩 돌며 패션쇼를 했거든요.

이름 역시 미연씨 이름자를 따서 '연(延)'코트라고 지은거고요.”


“동규 너는 정말로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을 아는 사람이야. 그 집 딸이 몸이나 인물이 빼어나다고 하더니만 벌써 그런 일까지 있었구나?”


“예, 막상 패션 코트는 만들었는데 비싼 모델은 엄두가 안 나고 명동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어필을 해야겠고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염치

불고 부탁을 했어요.”


“허허, 돈 안 들이고 자연스럽고 거기다 이름까지 '연(延)'코트라 지었다니 그것 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어디 있겠냐? 그러니 네가 사막에서 물 장수 할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


“너무나 좋게 만 봐 주시는 거고요. 다음 주말 미연 씨 집에 가기로 했는데

뭘 사서 가야 할지? 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부모님께 물어 보는 것 보다는 서울 사람 사장님께 물어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야, 그런 것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네가 이 만큼 반듯한데 기 죽을 필요도 없고, 그냥 소고기 떠서 가면 된다. 네 방식대로 하면 돼.”


“아, 그렇게 소고기만 떠서 가면 돼요?"

"부모님이 젊다면 꽃을 좋아하겠지만

미연씨 부모님이 우리 나이니 꽃 보다는 고기를 좋아 하겠지.”


“알겠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할게요."

"그 집 딸만 둘 인데 은근히 알 부자고, 아마

큰 사위도 사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꽤나 크게 하는가 보더라.”


“예 사장님, 시험 보러 가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넘치지 않게 하고 올게요.”

“그래 부담 갖지 말고 갔다 와서 보자.”

“예,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동규 됩니다.”

“어서 와요. 지난 주말은 미연이랑 고향 집에도 갔다 왔다면서요?”

“예, 도회지 보다는 산골짜기라서 바람도 쐴 겸 함께 다녀왔습니다.”


동규는 소고기와 꽃다발 두 가지를 샀다.


“무엇을 좋아 하시는지 몰라서 제 맘대로 골라 봤습니다.”

“그냥 오지, 우리야 받아서 좋기는 하지만 이 비싼 것을 사 왔어요.”


미연 씨 어머니가 아버지에 이어서 거들었다.


“예, 저는 나이만 먹었지 일만 하느라고 모든 것이 서투릅니다. 가르쳐 주시면 잘 따르겠습니다.”


“미연이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정직하고 순박한 사람이라고 하더니 진짜로

정직해 보여서 좋네요. 부모님과 형제는요?”


“네, 제가 서울 올라오던 다음 해 서울로 이사 오셔서 이런저런 잡일을 하시고

남동생만 둘 있습니다.”

“우리 미연 이는 막내, 둘째딸예요. 좀 버릇이 없기는 하지만 지 앞가림은 충분히 하고.”


“예, 부족한 것만 있는 저한테는 미연 씨가 넘쳐서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서로 부담 갖지 말고 만나보자고 해서 만나고 있습니다.”


“고향이 그렇게 시골이라면서요?”

“예, 하루 오전 오후 버스가 두 번만 다니는 산간벽지입니다.”

“부모님도 모두 서울에 사신다니 고향 갈 일은 별로 없겠네요?”

“예,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가지만 순간 순간 마다 생각은 납니다.”


“엄마, 동규씨 이젠 그만 말 시켜요. 술도 마실 줄 모르는데 벌써 얼굴이

빨게 졌잖아요.”


“알았다. 나중에 언니 형부랑도 함께 만나 보거라.”

“알았어요. 동규씨 가요. 제 방은 2층 이예요.”



동규는 고등학생이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듯 미연 씨 부모님과의 첫 대면이

끝났다.




동규 공장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다른 업체에선 가죽 품귀현상으로 잔업을 줄이거나 공장 문을 닫는 등 에로가

많았다. 그러나 동규 공장은 보세구역에서 나오는 조각 가죽을 이용, 패션 코트를 만드는 바람에 오히려 공장을 확장, 2개월 후 이전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사장님과 홍콩, 일본의 패션 도시를 다녀오기도 했다.

오랜만에 공장 사람들과 나란히 앉았다.


“사장님 연애 한다는 소문 있던데 저희들 국수는 언제 먹을 수 있나요?”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제 개인적인 얘기보다는 회사 얘기 할게요. 며칠을 비웠는데도 제가 있을 때와 같이 물 흐르듯 공장이 잘 돌아갔습니다.

실장님이나 과장님, 아니 이렇게 말씀을 드리자면 끝이 없겠네요. 우리 공장

모든 분 너무나 고생 많이 하고 계십니다.”



공장 사람들은 외국을 다녀 온 젊은 사장이 무슨 말을 할까 관심이 쏠렸다.


“출장 중 일본 어느 회사를 갔는데 사훈(社訓)을 보고 아주 인상적이었습 니다. 이 회사 벽에 걸린 사훈이,


[사우(社友)들이여 아이디어를 내자.

아이디어가 없으면 땀을 내자.

아이디어도 땀도 없으면 사표를 내자.]


제가 없어도 물 흐르듯 돌아가는 우리 회사와는 당장 상관없는 얘기지만 항상

이런 마음으로 근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될 때는 누구나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되는 것에만 안주하다가는 금방 밀려 나갑니다. 달리던 자전거가 서면 쓰러지듯 우리 가족 모두가 앞을 향해 가는 일 이라면 그 것이 무슨 일이라도 좋으니 노력해 달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예, 저희들은 염려 마시고 사장님 청춘 사업도 걱정하세요. 빨리 장가도

드시고요.”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걱정 안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 단추를 잘 채운 탓인지?

동규 공장은 사장이 없어도 될 만큼 운영이 순조로웠다.


모피 공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원자재인 가죽을 사오는 일인데 보세구역 에서 조각 가죽을 대체하는 바람에 완판 가죽은 삼분지 일이면 충분했다.

경쟁 업체와 비교 이만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동규는 지나가 버린 지난 시간을 스스로 돌이켜보았다.

순간 순간 했던 결정들이 나름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역 병 따까리나 하는 방위 병은 싫다고 군에 자원 입대한 일!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장군 운전병이 되었던 일!

제대를 해서도 운전을 잘 한다는 이유로 사장님 차 그라나다를 운전하게 되었다.

사모님께 얼마간 양심에 찔리는 일은 있었지만, 그리고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입을 무겁게 다문 일은 결과적으로 사장님을 오랜 시간 모시며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생각보다 빨리 공장을 차리는 일 이기도 했다.

강석씨가 하다가 망하다시피 한 공장을 맡아서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하는 길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저녁이면 구로동 보세구역에서 살다시피 하며 최고 기술력을 확보했다.


비싼 코트 답게 디자인이나 바느질 상태가 최고 상품이어야만 동종 업체와의 경쟁에서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자재인 가죽이 부족 잔업을 줄이고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동규는 오히려 보세구역 조각 가죽을 이용,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패션 '연(延)'코트를 만들었다.


이 일은 가죽 부족과 젊은 사람들도 패션 밍크코트를 선호하는 두 가지 이득을 한방에 해결하는 묘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잘 된 다고 한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지난달에는 사장님과 홍콩 등 일본의 패션 거리를 보고 왔다.

다른 나라 사람들 패션 문화도 공부해야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동규는 이쯤 했으면 돈 벌어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절반쯤은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공장 생활하던 시절 밤이면 남산에 올라가 수 없이 많은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집은 어딜까? 때론 막막했었는데 어머니 얘기를 쫓아서 이제는 여기저기 땅도 많이 사 두었다.


촌 놈이, 직원 수십 명을 거느린 사장이 되어 있었다.

허나 동규는 이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요즘은 다른 뭔가에 꽂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멍 때리는 시간으로 다음을 위한 도움 닦기를 하는 시간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사월 초파일이면 가까운 절을 찾았다.

그리고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길거리마다 이름을 쓴 등을 달았다.

빈곤한 살림이었지만 쌀과 돈을 아깝지 않게 시주 하며 온 마음으로 빌었다.


자신은 어렵더라도 자식이 잘 되기 만을 바랬다.

이런 어머니였지만 동규가 하는 일을 크게 호응하지는 않으셨다.


밍크를 도살, 그 가죽으로 코트를 만들어 입는 살생은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 하셨다.

더구나 어느 해 범상치 않는 탁발승이 찾아와서 경자생 아들을 묻고, 동규 역시 어느 날 새벽 꾼 꿈에서 백발 노인이 나타나 지금 하는 일은 좋지 않으며 땅이나 냇가 물과 관련된 일로 밥그릇을 채워야만 한다는 얘기를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계셨다.


어머니는 생명이 있는 것에서 빼앗는 것은 죄라고 생각했다.

횟집 수족관에 든 물고기를 보고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요놈 조놈 달라고

하는 것은 죄를 쌓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탓일까?

어머니는 동규를 만날 때마다 기분 나쁘지 않게 잔소리를 했다.

동규는 천상 어머니 아들이었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어머니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도 밍크를 도살 후 가죽으로 코트를 만드는 일이 어쩌면 죄를 짓는 일은 아닐까? 잡념의 순간이 많아졌다.

수만 가지 직업 중 도살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다.



동규는 오늘도 공장은 연철이나 재단실장에게 맡기고 밖으로만 돌았다.

이제 밍크공장은 동규가 없어도 얼마든지 잘 돌아갔다.


오늘도 지도와 나침반, 긴 줄자를 챙겨 땅을 보러 다녔다.


이름 있는 풍수가 좌청룡 우백호를 찾으며 좋은 ‘묘 자리’를 찾듯 동규도 물과 산이 낀 가치 있는 땅을 찾기 위하여 수 없이 발품을 팔고 다녔다.

사육 밍크이긴 했으나 도살 후 그 가죽으로 코트를 만든다는 것은 인간이 동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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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한번 촌놈은 끝까지 촌놈 (完) +19 22.02.25 882 37 12쪽
» 59화 촌놈도 반쪽은 서울사람 +7 22.02.23 755 28 12쪽
58 58화 호랭이 나온다는 고향집 +2 22.02.21 737 31 10쪽
57 57화 별이 빛나는 밤에 (3) +2 22.02.18 792 29 11쪽
56 56화 별이 빛나는 밤에 (2) +3 22.02.16 809 33 11쪽
55 55화 별이 빛나는 밤에 (1) +1 22.02.14 821 32 11쪽
54 54화 사막 물 장수 +3 22.02.11 905 35 11쪽
53 53화 흙 속의 진주 +2 22.02.09 885 29 10쪽
52 52화 봄바람 +3 22.02.07 897 33 13쪽
51 51화 동규가 쏘아올린 작은 공 +2 22.02.04 904 33 10쪽
50 50화 좋은 사람들 +4 22.02.02 893 30 11쪽
49 49화 동규, 사장님 되다 +2 22.01.31 948 29 11쪽
48 48화 첫 걸음은 절반의 성공 +3 22.01.28 911 28 9쪽
47 47화 파란색 하늘이 열렸다. +2 22.01.26 919 25 10쪽
46 46화 부모님 마음 +2 22.01.24 929 24 11쪽
45 45화 황소와 송아지 +2 22.01.21 956 30 11쪽
44 44화 끊임없는 갈등 +2 22.01.19 968 31 11쪽
43 43화 저절로 배워지는 것들 +2 22.01.17 1,031 29 11쪽
42 42화 사장님 여자 +3 22.01.14 1,042 28 11쪽
41 41화 성 접대 +2 22.01.12 1,129 30 11쪽
40 40화 골프 접대 +4 22.01.10 1,061 34 11쪽
39 39화 갈등 +2 22.01.07 1,084 30 13쪽
38 38화 사내 탁구 대회 +2 22.01.05 1,059 29 11쪽
37 37화 사모님 +2 22.01.03 1,135 33 12쪽
36 36화 동규 맘 어머니 맘 +3 21.12.31 1,112 26 9쪽
35 35화 예사롭지 않은 꿈 +2 21.12.29 1,137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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