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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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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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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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7화. 짠내 폭발

DUMMY

명석은 녹초가 되어 박 사장에게 인사하고 카페를 퇴근했다. 일하는 동안 재희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궁금해서 연락해보고 싶었지만 문자 한 통 보낼 틈이 나지 않았다.


‘신재희. 무슨 일인지 물어나 봐야겠다.’

서당역으로 걸어가며 명석은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재희에게 전화를 하려다 늦은 시간인 것을 깨달았다.


- 야. 너 무슨 일이길래 말도 없이 카페 안 나온거?


전화 대신 문자를 보내고 정차 중인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교통카드를 찍고 앉을 자리를 살펴보는데 버스 뒤쪽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지연과 눈이 마주쳤다.

지연은 놀란 티를 감추며 창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명석은 저벅저벅 걸어 지연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어떻게 잘 지냈냐?”

“......”

“아직도 화 안 풀렸어?”

“하아.”

“화 풀릴 때까지 때리는 거 어때?”

“허참.”

지연은 기가 차는지 한숨에 이어 핀잔을 주는 소리를 냈다. 명석은 지연의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렸다.


“야. 유치하게 이러지 마. 정말.”

지연은 팔을 빼내고는 명석을 쏘아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명석은 지연을 만난 김에 궁금하던 질문을 풀어놓았다.


“너 윤 대표랑 다시 연락한 건 아니지?”

“야. 네가 그날 그렇게 깽판 쳤는데 다시 통화할 수 있겠니? 어휴. 참.”

대답을 하면서도 지연은 그날의 일이 어이가 없었다. 가시 돋친 말이지만 지연의 대답을 들으니 명석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윤 대표와 엮이는 일은 다시는 없겠군. 다행이다.’


“혹시 그날 내가 난리 부려서 너한테 전화해서 따질 수도 있고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 궁금해서.”

“그래도 할 말 없지 뭐.”


짧은 침묵이 흐른 후, 지연이 작심한 듯 명석에게 지난 번 난동에 대해 따져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을 들었길래 그 난리를 친 거야?”

“아... 그게... 소속 연예인들을 많이 괴롭힌...”

“고작 그거야? 에휴.”

“야. 고작 그거라니. 그거 심각한 건데.”

“내가 그 바닥에서 일하려는데 그 정도 각오도 안 했을까봐?”


‘그 각오라는 게 네가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 아휴 답답해. 말도 못하고 원.’


할 말이 없어진 명석은 괜히 말을 돌렸다.


“쇼핑몰 촬영하고 들어가는 거야? 많이 늦었네?”

지연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피죽도 못 먹은 거 같다. 좀 잘 챙겨 먹어.”

“알아서 해.”

지연의 차가운 대꾸에 다정하게 걱정하던 명석의 말문이 막혔다. 아무래도 지연의 마음이 풀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명석은 민망해져서 괜히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재희가 보낸 문자가 수신되어 있었다.


- 엄마 만나고 들어가는 길이야 ㅠㅠ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명석아.


‘얘는 엄마 만났다면서 왜 눈물 표시냐. 이야기가 잘 안 됐나? 복잡하다 복잡해.’

명석은 카페일로 몸도 피곤한데 퇴근길에 부딪친 차지연, 신재희 일로 머리까지 복잡해졌다.


마을버스는 대로변을 지나 좁은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남선초등학교가 보이자 명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 벨을 눌렀다.


“나 먼저 내릴게. 조만간 다시 좀 보자.”

“어? 여기서 내려?”

명석이 내릴 곳은 몇 정거장 다음인데, 지연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볼일이 좀 있어서. 조심히 들어가라.”


버스 뒷문이 열리자 명석이 재빠르게 내리고는 길가에서 창가에 앉은 지연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는 재희가 내렸던 정류장인데... 둘이 만나기로 했나? 혹시 사귀나?’

둘이 사귀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생각하면서도 지연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질투심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이런 경우 명석은 항상 지연을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다.

지연은 명석을 향해 아직 남아있는 화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질투심 사이에서 혼란스러운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떨쳤다.



***



버스에서 내린 명석은 재희네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재희네 집 앞에서 재희를 만나고 가야겠다고 생각한건 순전히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다행이 지난주에 맥주 한 잔을 하고 재희를 데려다 주어서 집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25분이었다.

2층 재희네 거실은 재희를 기다리는 듯 아직 환한 조명이 밝히고 있었다.


‘많이 늦었는데... 엄마를 어디서 만났길래 아직도 오는 중이래? 지방에 갔다 왔나?’


명석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서 수상해 보이지 않으려 스트레칭과 뜀뛰기로 찌뿌둥한 몸을 풀었다. 그러다 이내 피곤해져서 빌라 앞 화단에 털썩 쪼그리고 앉아 쩍쩍 하품을 해댔다.


명석은 휴대폰을 꺼내 재희에게 어디쯤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마음을 돌려 휴대폰을 닫았다.

엄마를 만났다면... 왠지 재희의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자정이 넘자 재희네 집에서 새어나오던 불빛이 모두 꺼졌다. 명석은 내일 이야기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골목 끝에서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는 재희가 보였다.


재희는 크로스백의 줄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발끝만 보며 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오늘따라 더 쪼그맣고 불쌍하게 보이네.’

명석은 ‘야, 신재희.’라고 크게 외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재희는 바닥만 보고 걷느라 명석이 집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빌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야 신재희. 땅에 떨어진 돈이라도 찾냐? 내가 오다가 이미 다 주웠다.”

“아, 명석아. 여긴?”

오는 길에 한 바탕 울었는지 재희가 빨간 눈을 크게 뜨며 명석을 불렀다.


“알바 끝나고 궁금해서 와봤다. 엄마 만났다면서 얼굴이 그게 뭐냐?”

“내 얼굴이 왜?”

“금방이라도 울 거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

명석의 말에 재희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화단에 걸터앉았다.


“오늘 많이 힘들었지? 미리 문자 보낼 정신이 없었어. 미안.”

“별 게 다 미안하다. 야, 사정 있으면 알바 못 나올 수도 있는 거지. 그래도 사장님한테는 말 했더라? 크크큭.”

“아. 말씀 드려야지. 걱정 안 하시지.”

“너 설마... 말 안 하면 내가 급똥 싸서 못 온다고 말 할까봐 그런 거 아니냐?”

“푸흡흡흡.”

그제야 재희의 표정이 조금 풀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엄마... 얼마 만에 만난거야? 잘 사시는 거 같아?”

“엄청 엄청 오랜만에 봤지. 아빠 장례식에도 안 왔었으니까. 가난하게 잘 사는 거 같아.”

“풉. 뭔 말이 그러냐? 가난하게 잘 산다니...”

심각한 대화 중에 재희가 개그를 치나 싶어서 명석은 작게 웃으며 재희를 보았다. 재희는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게. 말이 좀 이상하네. 근데 가난한데 가족들이랑 잘 사시는 거 같더라고.”

“뭐 여유 있게 잘 사시면 좋겠지만 그거라도 어디냐. 그래서 집 나간다고 말한 거야?”

“으... 응. 혼자 살 생각하니까 답이 안 나와서... 엄마한테 돈 좀 부탁하려고.”

“잘 했다.”

“당장은 어렵고 마련해보시겠대.”

“그래도 마련해주신다니 기다려봐. 거절당한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풀이 죽어있냐.”

“맞아. 나 잘 한 거지?”

“잘 했어. 그리고 새 엄마한테도 방 구할 거니까 돈 해달라고 해. 흔쾌히는 아니어도 주시기는 할 거야.”

명석은 혹시라도 2층에서 자고 있을 새엄마가 엿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 그래야 할까?”

“나중에 집 보러 다니면 알거다. 한 푼이 아쉬워. 땡길 수 있을 때 다 땡기라고.”

재희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꼬르륵.

적막 속에 누군가의 뱃속에서 허기를 알리는 소리가 났다.

명석은 자신의 뱃속인가 싶어 배를 문질러 보는데 배고픈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재희는 못 들은 척 가만히 쭈그려 앉아 있기만 했다.


‘재희 녀석. 엄마 만나면서 저녁도 같이 못 먹은 거야? 어휴. 지지리 짠내 폭발이다. 증말.’


“야. 나 좀 출출한데, 너 늦은 김에 조금 더 이따 들어가도 되냐?”

“어... 그런데 왜?”

“왜긴 왜야. 요 앞 편의점 가서 컵라면 하나 때리려고 그러지. 가자. 소고기는 못 사줘도 소고기맛 라면은 사줄게.”


‘아 내가 저녁을 아직 안 먹었지.’

명석의 말에 재희는 그제야 식사를 거른 것을 깨달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다는 생각에 점심도 거른 상태였다.

혹시나 같이 늦은 저녁이라도 먹을까 싶었는데... 엄마는 뭐에 쫓기는지 커피 한 잔이 채 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희가 명석의 뒤를 따라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명석은 평소 즐겨먹는 푸라면 컵라면을 고른 후 함께 먹을 김치, 계란, 김밥, 생수를 바구니에 담았다. 재희가 작은 튀김 우동을 고르자, 명석은 재희가 고른 컵라면을 진열대에 다시 두고 큰 컵라면으로 바꾸었다.


“나 이걸로도 충분한데...”

“그거 먹고 배 차겠냐? 남기면 내가 먹을 테니까 큰 거 잡숴.”

“그... 래”


“너도 하나 할래?”

명석이 냉장고를 열고 캔 맥주를 하나 담으며 재희에게 물었다.

“응 좋아. 너랑 같은 걸로 하나.”


“오늘 내가 사니까 다음엔 네가 사라.”

계산대 위에 물건들을 올려놓고 명석이 지갑에서 만원 한 장을 꺼냈다.


“아니야. 집 앞까지 왔는데 내가 살게.”

“아냐. 이걸로 땡치는 건 안 되지. 다음에 이자 쳐서 더 맛있는 거 사라고.”

“이것도 사고, 다음에도 살게.”

“야. 그렇게 덮어놓고 쓰다보면 거지꼴 된다. 아직 수중에 받은 돈도 없으면서.”


덥수룩한 머리의 편의점 알바생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더니 명석이 내미는 돈을 받아 계산을 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근데 이런 거 좀 산다고 설마 거지 되겠니? 후후후.”

“야.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거야.”

“으... 응?”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명석이 말한 속담에 자신이 모르는 다른 뜻이 있나 재희는 곰곰이 생각했다.


“티끌 모아 티끌이지만 잘 모아봐.”

“응. 그래.”


두 사람은 편의점 밖에 마련된 테이블에 음식을 풀어놓고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렸다. 컵라면을 안주삼아 차가운 맥주를 마시니 하루의 고단함이 씻겨지는 기분이었다. 재희도 아까보다는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외롭고 힘들 때 명석이 옆에 있지 않았더라면... 재희는 생각만 해도 괴로워졌다. 명석의 존재가 재희는 눈물 나게 고마웠다.


“김치랑 같이 팍팍 먹어라.”

명석의 말에 재희가 허겁지겁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뜨뜻한 국물이 들어가자 엄마를 만나고 꼬인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국물까지 싹 비운 후에 맥주를 홀짝이며 재희가 명석을 불렀다.

“명석아.”

“왜?”

“있잖아. 부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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