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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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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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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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보육원에서 전생을 만나다 1

DUMMY

“어... 준서 친구예요.”

“아. 준서? 실장님 자제분인가?”

“아 네... 둘째아들이요. 김준서.”

“그렇구나. 한국에 잘 없는 걸로 아는데 아직까지 연락하는 걸 보면 엄청 친한 사이인가보네요.”

“네... 뭐. 어릴 때부터 알아서요. 이제 뭐 하면 되나요?”


알지도 못하는 둘째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해서 명석은 봉사활동에 대해 물었다.

“잠시 만요.”

박 과장은 가장 먼저 도착한 3명의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비서님들, 안녕하세요? 저희가 방방마다 청소하면 될까요?”

“네 그러시죠. 저희는 강당이랑 주변 청소할게요.”

“네.”


명석에게 돌아온 박 과장은 명석을 데리고 시설로 향했다.

“바쁘니까 가면서 말 할게요. 우리는 돌아다니면서 방방마다 청소하고 만나는 아이들한테 살갑게 대해주면 돼요. 내가 청소기 돌릴 테니 명석 군이 걸레질 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원래는 아주머니랑 내가 한 조였는데 오늘은 아주머니가 닭백숙을 끓이실 거라.”

“와. 봉사 프로그램이 굉장히 알차네요. 청소에 음식까지.”

“그만큼 일 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예전엔 애들 공부도 좀 봐주고 했다나 봐요.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좀 어렵고.”

“자주 봉사하시나 봐요?”

“네. 분기마다 오는 거 같아요. 황 실장님 남편 분이 국회의원이시잖아요. 이 동네가 지역구라 지역구 관리차원에서 자주 찾아와요. 그림이 좀 되니까.”

박 과장이 목소리를 낮춰 오드리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먼저 도착해서 같이 봉사하는 분들은 의원님 비서들이고요. 매번 이런 식으로 봉사활동 했어요.”

명석은 박 과장의 배경 설명을 들으며 시설 여기저기를 눈으로 살펴보았다.


5개 층으로 이루어진 보육시설은 각 층마다 또래 아이들이 거주하는 방이 2개 씩 있었다. 방에서 끼리끼리 노는 아이, 도서실이나 놀이실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있었다.


두 사람은 아동들이 지내는 방에 들어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깨끗이 청소를 했다.

낯선 방문자를 경계의 눈으로 보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명석에게 관심을 표했다.


“앗. 처음 보는 아저씨다. 아저씨는 누구예요?”

“나 아저씨 아닌데.”

“꺄르르르. 아저씬데 아저씨가 아니래.”

“이 녀석이. 아저씨 아니래두.”


명석은 밝은 웃음으로 아이들과 가벼운 대화도 곧잘 나누었다. 처음 만난 원아들과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명석을 보며 박 과장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노동의 힘듦보다 어색한 분위기가 더 어려워서 봉사 활동이 꺼려졌던 그였기에 명석의 활달함이 고맙게 생각되었다.



***



명석은 청소를 마치고 홀로 시설 1층에 전시되어 있는 행복원의 연혁과 현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동들에게 가정과 같은 편안함과 행복을 주겠다는 미션을 내건 행복원에는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이 거쳐 간 것으로 보였다.


시간이 좀 지난 듯 빛바랜 사진들에는 행복원을 둥지 삼았던 원아들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명석은 강당에서 붉은 옷을 입고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아이들이 담긴 사진을 미소를 띠며 보았다. 행복원의 이름과는 달리 행복해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다. 왠지 그런 아이들에게 시선이 더 갔다.


명석은 그 중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소녀에게 눈길이 머물렀다.

‘혜린이가 어렸다면 이런 모습일까? 묘하게 닮았어. 혜린이도 보육시설에서 살았었다고 했었는데...’


명석이 만난 혜린은 서른다섯의 성숙한 여인이었다. 동거하며 보았던 옛 사진에는 혜린의 이십대 초중반의 모습도 있었다.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기억의 파편을 눈앞의 사진과 겹쳐보니 혜린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 소녀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붉은 악마 옷에 응원봉을 들고 있지만 어딘가 심드렁하게 표정이 없는 모습이었다.


“뭐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설립 취지랑 사진이 흥미로워서 좀 보고 있었어요.”

“오늘 처음 오신 봉사자 같은데...”

“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황인정 실장님 소개로 오늘 봉사활동 온 오명석이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떻습니까? 직접 원아들을 보시니 참 밝지요? 아이들 표정에는 거짓이 없으니까요. 보육원에 산다는 편견을 지우고 보면 다 똑같습니다.”

행복원 원장은 시설에 대한 사명감 못지않게 자부심도 대단해 보였다.


“네. 원장님과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같아요.”

“아이고. 별말씀을요.”

“그런데... 원장님... 혹시 이 아이 이름이 뭔가요?”

명석이 사진 속 여자 아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뜬금없는 질문을 하자 원장이 명석의 옆에 바짝 다가와 사진을 보았다.


“이 사진은 2002 월드컵 때 강당에서 저희 원생들과 선생님들, 후원자 분들과 응원하며 축구 본 거예요. 그 때 축구 열기 참 대단했죠. 원생들이 남녀 할 거 없이 운동장에서 공을 찼으니까요.”

원장은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사진의 배경을 잔뜩 늘어놓으며 혼자 2002년의 추억에 잠겼다.


‘딴 소리는... 누군지 기억 못 하는 거 아냐? 하긴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사는 데 8년 전 살았던 아이를 기억하지 못 할 수도 있지.’


“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겠네요.”

더 이상 물어봐야 답도 못 얻을 것 같아 명석은 질문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네. 그랬었죠. 올해 밴쿠버 올림픽도 다 같이 열심히 응원했죠.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 딸 때 다들 울고불고 했다니까요.”

원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한 참 하더니 잠시 후 보자며 사무실로 가버렸다.


‘에휴 나도 참. 이제 와서 혜린이면 어쩔 거고 아니면 어쩔 거냐. 신경 끄자.’

명석이 돌아서 다른 곳을 둘러보려는데 계단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이 지긋한 선생님이 명석에게 다가왔다.


“저기... 혜린이를 아세요?”


‘헉. 이 아이가 내가 아는 혜린이가 맞다는 말이야?’

명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눈을 크게 떴다.


“네... 예전에 알바하던 곳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요즘은 소식이 끊겼지만요...”

최대한 태연한 척 하며 대답을 했지만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잠깐 저랑 말씀 좀 하시지요.”

인자한 얼굴의 선생님은 명석을 야외 쉼터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파라솔이 펼쳐진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만나셨을 때 혜린이가 잘 지내던가요?”

선생님의 질문에 명석은 뭐라 답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룸살롱에서 잘 지냈다고 말할 순 없잖아. 게다가 지금의 혜린은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


“네. 그럭저럭 지냈지요.”

명석은 상대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아리송한 답을 내놓았다.


“당시에 같이 지내던 친구한테는 연락을 종종 했다던데. 전해 듣기론 여기에서 나가고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은 행복원을 제 발로 뛰쳐나간 혜린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명석도 마찬가지였다.

‘혜린이 보육원에서 지내다 중간에 나가서 그렇게 되었던 거구나...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의 자신보다 몇 살은 더 어린 나이였을 때 혜린은 아무 준비 없이 세상에 내쳐졌을 것이다. 명석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옛 연인에 대한 불쌍함과 안타까움, 그리움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제가 봤을 때는 아주 행복하다고 할 순 없지만... 씩씩하게 잘 지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지낼 거예요.”

“네. 그러길 바랄 뿐이죠.”

명석의 대답에 선생님은 오랜 시름을 조금은 덜어낸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혜린이가 봉사자 분께 저희 행복원 이야기를 했었나 봐요. 그러니 사진을 보시고 혜린이를 물어보셨겠죠?”

“아... 네. 지나가는 말로 몇 번 한 게 다였지만요.”

“혹시 다시 보시게 되면 제가...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 전해주세요. 인정순이라고 하면 알 거예요.”

“네... 저도 연락이 끊겼지만 만나게 되면 전하겠습니다. 선생님.”


‘적어도 나와 지낼 때는 행복했으니까... 헤어질 때 많이 놀라게 했지만. 갑자기 혜린이에게 미안해지네.’


혜린에 대한 공통된 감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따스한 미소를 보냈다.


“아이고. 인 선생님. 한 참 찾았어요. 행사 시작해요. 어서 가시죠.”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쉼터로 뛰어와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인 선생과 명석은 함께 건물 지하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갔다. 구수한 닭백숙 냄새가 코끝에 맴돌며 허기를 자극했다.

아이들도 하나 둘 방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특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잘재잘 수다를 풀어놓았다. 한 쪽 테이블에는 봉사자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사모님, 먼저 가셔서 음식 받으시죠. 제가 갖다드리려 해도 늘 거절하셔서. 흐흐흐.”

“아이들 먼저 받고 저희는 천천히 먹을게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힘든 일 하셨으니 봉사자 먼저 드시죠.”

“그럼 저희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이들 먼저 먹이시죠.”

“아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님이 선생님들에게 지시하자 아이들이 배식대로 우르르 줄을 서서 닭백숙을 건네받았다.

아이들이 음식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자 원장이 테이블 마다 돌아다니며 맛있게 먹으라고 덕담을 건넸다.


“사모님, 이제 식사하시지요. 봉사자 분들도 함께요.”

“네. 그러지요.”

오드리를 선두로 하여 원장과 봉사자들이 차례로 음식을 받아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늘 날도 더운데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약소하긴 하지만 백숙 드시고 힘내시죠. 원장님도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오드리가 봉사자들을 챙기며 다정한 말을 건넸다. 멀리 앉은 명석을 향해서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와 국물이 아주 제대롭니다. 여사님 음식 솜씨는 정말 최고에요. 최고.”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머릿수건에 앞치마를 두르고 함께 식사를 하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얼굴이 벌겠다. 불 앞에 오래 서 있어서인지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했다.


“양을 넉넉하게 준비하라고 했어요. 아이들 먹고 더 먹도록 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시설 종사자와 봉사자들 사이에 정겨운 대화가 오고가는 와중이었다.


“아하하하. 일이 많아서 좀 늦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식당 안에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들어왔다.

원장은 중년 남성의 방문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입구로 달려 나갔다.

명석은 갑작스런 소란에 고개를 들어 입구를 쳐다보았다.


‘앗 저 아저씨는!’

명석은 그 남성이 누군지 알아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어루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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