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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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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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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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1화. 임금체불은 처음이라

DUMMY

“오늘 멀리까지 와주고 열심히 일 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잘 마쳤네요.”

“아녜요. 김 의원님 말씀처럼 책에서도 못 배운 좋은 경험했습니다. 제가 시사, 정치에 무심해서 몰라 뵈었는데, 아마 신문이나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오시는 훌륭한 분 같았어요.”


김 의원을 향한 약간의 비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드리는 할 말을 이었다.

“페이를 줘야하는데 여긴 보는 눈들이 있으니... 계좌 번호 알려줄래요? 오늘 중 이체해줄게요.”

“아. 괜찮습니다. 천천히 주시지요.”


함께 일한 봉사자들은 화랑 직원, 가사도우미, 국회의원실 비서로 오드리 말대로 다 어디선가 월급을 받으며 근무 시간에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명석은 봉사활동 취지고 나발이고 알바비를 거절할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오드리에게 인사치레로 할 수 있는 대답의 최대치는 ‘천천히 달라’는 것이었다.


아마 계좌번호를 외우고 있었다면 말했을지도 모른다. 명석은 본인 명의로 금융 거래를 할 일이 많지 않아 아직 계좌번호를 외우지 못했다.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봉사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번 봉사가 김정재 의원의 의정 활동의 일환인 것 같아 순수한 마음이 없어진 것이었다. 오드리가 봉사활동을 왜 싫어 했는 지 알 것 같았다. 남편 때문이겠지.


“그럼 학원에서 줄게요. 근데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수업에 못 갈 거 같은데. 다음 월요일에 꼭 줄게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아 그리고. 오늘 이렇게 남편 일로 봉사활동 한 걸 알바 인원을 동원했다고 말이 나오면 좀 곤란해질 수도 있어서... 오늘일은 비밀로 해줘요.”

“아 그렇겠네요. 입 조심하겠습니다.”


명석은 말을 마치며 입을 지퍼로 잠그는 시늉을 했다. 김 의원이 곤란해지는 건 상관없지만 그럼 오드리도 괴로워질 테니까.


‘비밀이라. 오드리는 내가 여기저기 떠벌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나보네. 아님 사람을 잘 믿는 스타일인가? 아님 내가 떠들어봤자 대수롭지 않아서? 에이 모르겠다. 집에나 가자.’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었는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것이 화장실에서 큰일 보고나서 휴지가 없는 것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과거의 혜린을 만난 것과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회의원이 오드리의 남편인 것이 과연 우연의 결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윤상현 대표를 새로운 삶에서 만난 것만으로도 황당할 따름이었는데...


‘그래. 따지고 보면 재떨이 맞고 과거로 온 게 제일 황당하다.’

명석은 재떨이를 생각할 때마다 요상하게 지끈거리는 이마를 살살 어루만졌다.


“황 실장님, 이제 출발할까요?”

두 사람을 보고 건물 입구에서 박도희 과장이 외쳤다.

“그러죠.”

오드리와 명석은 행복원 사무실에 들어가 원장님과 직원들에게 인사한 후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명석 군. 가는 길에 데려다 주면 좋은데 오늘은 좀...”

곤란한 표정의 오드리를 보니 한 차에 박 과장, 가사 도우미와 명석이 함께 타는 것이 어딘가 불편한 것 같았다.

오드리의 의중을 빠르게 읽은 명석은 “아. 저는 왔던 길로 가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금방이던데요.”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학생. 가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내리든 하면 되지. 나도 얻어 타는 입장이지만. 호호호.”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도우미 이모의 권유에 명석이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혼자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평역까지도 거리가 좀 되는데. 우리는 청담쪽으로 갈 거니까 근처 편한 역에서 내려요.”

함께 봉사하며 은근한 호감을 느낀 박 과장도 명석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그럼 가다가 서울역 쯤에서 내려줄게. 같이 가요.”

이쯤 되니 오드리도 명석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박도희 과장이 운전하는 차량에 오드리, 도우미 아주머니, 명석까지 올라탔다.

명석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도 복잡하고 자신이 까불며 떠들어봐야 오드리가 불편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실장님, 명석 씨랑 같이 일하는데 일을 엄청 꼼꼼하게 잘 하더라고요.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저희 봉사할 때 고정 멤버하면 안 되나요?”

“과장님, 칭찬 감사합니다.”

박 과장의 칭찬에 명석이 빠르게 감사 인사를 했다. 오드리의 표정에 만족한 미소가 퍼졌다.


“뺀질대게 생겼는데 그리 일을 잘 한다꼬? 워메. 달리 보이네. 학생.”

조수석에 앉은 도우미 이모가 뒤돌아 입을 삐쭉 내밀며 명석을 유심히 보았다.


“이모님, 저 뺀질이 아니에요. 하하하.”

“뺀질 뺀질 잘 생겼단 말이여. 안 그려? 박 과장.”

“호호호.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뭐 인정.”

“감사합니다. 근데 그럼 박 과장님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는데요?”

“다음 봉사 때 알려줄게요. 푸호호호.”


“박 과장이 명석 군이 꽤나 마음에 드나봐? 별일이네.”

“마음에 들어도 스무 살은 좀...”

“호호호.”

별달리 예민한 이야기 없이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역이었다.


“박 과장님, 저는 여기서 내릴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뵙겠습니다. 그리고 이모님, 오드... 아니 실장님도 오늘 봉사활동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요. 잘 가요.”

“명석 군. 오늘 고생했고 다음에 얘기합시다.”

“넵.”


명석은 대로를 가득 채운 차량 사이로 금세 사라지는 박 과장의 차량을 잠시 바라보다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



봉사 활동을 하고 열흘쯤이 흘렀다.


명석은 기대하던 아버지와의 남이섬 여행을 즐겁게 다녀왔다. ‘우와’ 할 정도로 특별하고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여행이라는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 했다.


대지를 녹일 듯한 8월의 더위가 무시무시했지만 명석과 아버지의 여행을 향한 열정은 꺾지 못했다. 아침고요수목원과 남이섬, 청평자연휴양림에 두물머리까지. 아버지가 모는 1톤 트럭을 타고 여기저기 잘도 다녔다.


아버지는 특히 우연히 들른 가평 산속의 카페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경치 끝내준다.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시니 꿀이네 꿀.”

“아부지. 다음엔 꼭 여자 친구랑 오소서. 제발.”

“녀석.”


가는 곳, 먹는 것 마다 아버지가 감탄에 감탄을 연발해서 명석은 ‘나중에 더 좋은 데로 꼭 여행을 가야지’하고 다짐을 했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일상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영어학원과 운전면허 학원, 일상다반사 알바로 알차고 바쁘게 보낸 나날들이었다.


특이한 게 있다면 오드리가 학원에 며칠 째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명석에게 결석을 미리 알려준 봉사 다음날은 물론이고 그 다음 주에도 쭉 학원을 나오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바쁜 일이 있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제이미도 결석이 계속되자 오드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Audrey is absent again today. Do you know what happened to her? Anyone keep in touch with Audrey?"


제이미의 질문에 수강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명석을 향했다. 수강생들이 보기에 평소 오드리와 대화도 많이 하고 가장 친하게 보였던 학생이 명석이었다.


“No, no. I don't have her phone..."

명석은 말을 하다 보니 봉사활동을 앞두고 스타커피에서 받았던 오드리의 명함이 생각났다.


‘아 연락처가 있었지...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했는데. 내가 전화를 해볼까?’

결석한 이유가 궁금해서 전화를 할까, 생각하다 전화로 안부를 물을 사이가 되는 지 고민이 되긴 했다.


오드리의 차를 두어 번 얻어 타봤고, 명석이 어디 사는지도 알았다. 자신을 고용하기도 했었고, 식사를 같이 한 게 두 번 이었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비밀도 털어놓은 사이 아니던가.


명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할 때, 상욱이 자신의 생각을 쿨하게 말했다.

“I'm sure she is on summer vacation. Or she can go to her sons who live in the States."

사정을 잘 모르는 수강생들에게 오드리가 여름휴가나 아들을 만나러 미국으로 떠났을 거라는 상욱의 추론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That makes sense."

그 말에 모두들 성실한 학생이었던 오드리의 무단결석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단 한 명, 명석만 빼고.


‘나한테 휴가 간다는 말도, 미국 아들네 간다는 말도 없었는데? 뭐, 나한테 꼭 말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갈 계획이 있었으면 그래도 말 했을 거 같은데...’


명석은 오드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행복원에서 일한 알바비를 아직까지 받지 못한 게 생각이 났다.


‘내가 쓸데없이...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알바비는 괜찮다는 말을 해서는... 돈 안 줘도 된다고 착각을 하고 계신가? 그것도 아닐 텐데.’


노동 착취는 당한 적이 있어도 임금 체불은 처음 겪는 일이라 생각해보니 명석은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알바비를 받지 않는다 해도 명석은 억울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이미 다 소화되어서 피와 살로 간 호텔 뷔페 식사만으로도 알바비는 충분했다.


태평양 같이 넓은 마음으로 짱구를 굴려보면, 오드리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배려심 깊고 마음씨 착하며 때로는 명석을 안쓰러워했던 오드리가 연락도 없는 게 영 이상했다.


수업이 끝난 명석은 집으로 가기위해 강남 역을 향해 걸음을 걸었다. 혹시 오드리의 차가 옆의 차도를 지나가지는 않을까 해서 옆을 유심히 보았다. 오드리 차는 지나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명석은 냉장고에 있는 반찬에 도시락 김을 꺼내 점심을 먹으며 내내 고민을 했다. 전화를 해볼까 말까, 전화가 그러면 문자를 보내볼까?


‘아이 이 아지매가 진짜 신경 쓰이게 하네. 왜 내 돈 떼먹고 학원 안 나오냐고. 아, 어디 아픈가? 아프면 안 되는데.’


마치 썸타는 이성 친구에게 연락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청춘처럼 머리를 한 참 굴리던 명석은 휴대폰을 들고 가방 속의 지갑을 꺼냈다. 지갑 한 구석에 오드리가 줬던 세련된 디자인의 명함이 있었다.


미랑갤러리 황인정 실장

010-4369-19XX


‘전화해서 안부 묻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 수강생 대표로 전화했다고 하지 뭐. 왜 학원 안 나오시는지 물어보자.’


명석은 휴대폰을 열고 오드리의 휴대폰 번호를 하나하나 눌렀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은 통화 연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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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굿바이 2015년 +2 22.01.24 1,233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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