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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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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디어선셋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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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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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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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화. 염병 1

DUMMY

<염병> 시사회 날은 서울의 한파 기록을 30년 만에 갈아치운 날이었다.

명석은 외출을 앞두고 습관처럼 이력서를 몇몇 회사에 제출한 뒤 뜨뜻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쉬고 있었다.


지난주에 면접을 보았던 진상전자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명석은 한번 전화해서 결과를 물어볼까 고민이 되었다. 합격을 했으면 당연히 연락을 주었겠지만 혹시 다른 무슨 사정이 있나 싶기도 해서였다.

리퍼제품이긴 했지만 자기네 가습기를 선물로 줄 정도면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명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진상전자 총무팀장의 명함을 찾았다.


띠리리리.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지난 주에 연구개발직 보조업무 면접 본 오명석이라고 합니다.”

- 아. 네.

총무팀장의 목소리가 어쩐지 달갑지가 않게 들렸다.


“연락이 없으셔서... 결과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 아. 어쩌죠. 오명석 씨 마음에 들어서 내가 채용하는 걸로 결제 올렸는데 지금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충원 자체를 안 하기로 되어 버렸네요.

“아. 팀장님, 아쉽네요. 잘 알겠습니다.”

- 그래요. 좋은 회사 가서 능력 펼치시고, 인연이 되면 또 보자고요.

“네.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쇼.”


총무팀장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그래도 면접관의 심사를 통과한 것이니 일단 안심이었다.

회사 내부 사정은 면접 전에 조율했으면 먼 걸음 안 했을 텐데... 싶으면서도 그래서 실제 면접 기회를 얻는 게 어디냐며 정신승리를 해보았다.


‘어휴. 연봉 1800만원 짜리 보조업무에 합격해도 갈지 말지 고민했겠지. 차라리 잘 됐다. 앞으로 너무 먼 곳은 원서 넣지 말아야지.’


명석은 좋게 좋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취업 못하면 눈을 더 낮추거나 알바하고 살면 되니까.


코톡.

명석의 휴대폰에 코코넛톡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 명석아, 오늘 공 감독님 영화 시사회 초대받았지? 올 거지?


오랜만에 지연이 보낸 메시지였다.

항상 너무 바쁜 지연의 스케줄로 친구들과 일부러 약속을 잡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명석과 단 둘이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자나 파파라치, 팬들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었다. 지연은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 했다.


때때로 재희까지 껴서 지연의 집에 모이기는 했지만 그 마저도 최근에는 뜸해졌었다. 그래도 만나서 학창시절 이야기로 수다를 떨 때는 톱스타가 아닌, 서당동 산골 아랫집 살던 지연이었다.


- 하이. 바쁘게 잘 지내지? 나 당연히 가지. 오랜만에 유헤라 배우님 얼굴 뵐 수 있는 거야?

- 응. 그런데 앞뒤로 스케줄이 있어서 겨우 시간 냈거든. 영화 보고 공 감독님한테 인사하고 바로 가야할 것 같아 ㅠㅠ

- 헐. 아쉽네.

- 응 미안. 혹시 너한테 인사 못 하더라도 이해해줘...

- 그래. 바빠도 건강 챙기면서 일해라.

- 웅. 땡큐 ^^


지연이는 그대로인데 자기가 괜한 거리감을 느끼는 건가, 명석은 코코넛톡으로 대화를 나눌 때는 어쩔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



“명석이 덕분에 좋은 영화 공짜로 보네? 시사회는 처음 가봐. 넌 가본 적 있어?”

“나도 오늘이 처음이야. 요즘은 영화도 제대로 못 봤지 뭐.”

“우리 영화 끝나고 맛있는 거 먹자. 내가 쏠게.”

“어쭈. 신재희 많이 컸다.”

“영화는 네가 보여주는 거니까 식사는 당연히 내가 사야지. 호호호.”


여전히 한 동네에 사는 명석과 재희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시사회가 열리는 영화관에 함께 들어갔다. 영화도 보고 지연이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재희는 아예 하루 연차를 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도착하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염병> 대형 포스터에 명석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댔다. 푸른 수용복을 입은 주인공이 마스크를 쓰고 수갑을 찬 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명석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도소에 침투한 의문의 바이러스

염병 걸린 사나이의 똘기충만 탈주극

1월 28일 대개봉


‘휴우. 완전 내 모습이네. 그러고 보니 진짜 영화를 찍었었다. 내가.’


과거로 돌아온 지 어느덧 5~6년이 흐르자 명석은 때때로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현실에 잘 적응하고 살았다.

그러다 포스터 속 자신을 마주하자 명석은 만감이 교차했다. 억울한 옥살이와 탈주 경험이 현재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긴 했지만 다시 떠올리거나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아니었다.


“명석아,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

“아... 아니야.”

“나 오늘 완전 계탔나봐. 내가 박시준 팬이잖아. 영화에서 남주인공이래. 드디어 실물을 영접하는 건가.”

“박시준?”

“응. 요즘 완전 핫해. 지연이만큼. 호호호.”


재희가 평소 좋아하는 배우를 만난다고 잔뜩 기대하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풀었다.


“함께 사진 찍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무리겠지?”

“모르지 뭐. 일단 포스터 배경으로 찍어줄게.”

“오 좋은 생각이다.”


대형 포스터를 배경으로 재희가 수줍은 미소를 보이자 명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상영관 입구에는 행사의 시작을 알리듯 사람들이 제법 몰려있었다. 영화 포스터와 협찬사들 로고가 인쇄된 대형 입간판이 세워지고 진행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바닥에 레드카펫까지 깔아지자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던 포토월이 완성되었다.


곧이어 시사회에 초대받은 셀럽들이 속속 포토월에 멈춰 섰다. 영화배우, 가수, 개그맨 등 TV에서 자주 보던 연예인들이 한명 한명 사진기자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 중에는 지연이도 있었다.


지연은 고급스런 카멜색 코트에 명품백을 들고 카메라 플래시를 한 몸에 받았다. 익숙한 듯 기자들을 향해 다양한 방향으로 몸을 틀며 해사하게 웃었다. 쇼핑몰 모델 경력으로 다져진 자연스러운 몸짓이었다.


포토월에 서있던 지연은 군중 속에서 명석과 재희를 발견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진심에서 우러나온 밝은 웃음과 반가운 손짓을 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더 커졌다. 곧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지연은 상영관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공현석 감독을 필두로 주조연 배우들이 단체로 포토월에 섰다. 탈주범을 연기한 박시준과 남배우들이 우르르 서있고 여성 신예배우가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저 여자배우가 혜린이 역을 맡은 걸까? 장난기 있으면서도 섹시해 보이는 게 혜린이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명석의 시선이 여배우를 쫓았다. 곧 시끌벅적한 소리가 잦아들고 사람들이 하나둘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명석과 재희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 정말 추운 날인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를 만들고 처음 공개하는... 그것도 업계 관계자들과 기자님들 앞에서 선보이는 이 자리가 항상 떨립니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재미있게 보시고 상영 후에 말씀 나누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공현석 감독이 무대 앞에 홀로 서서 시사회에 초대한 관객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오랜만에 만난 공 감독은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해보였다. 영화 작업이 어려웠을까, 살이 조금 빠진 것 빼고는 명석이 처음 만났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영화관의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의 화면이 밝아졌다.



***



영화는 장소를 알 수 없는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이 시험관을 만지며 골똘히 연구를 하더니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한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중 연구원은 피곤한 얼굴로 기침을 해댄다. 연구원의 입에서 튄 침방울들이 멀리까지 퍼지는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되었다.


‘바이러스 시작은 대략 내가 쓴 대로 만들었네. 중국은 아닌 거 같고 미국인가?’


며칠 후 그 연구원은 사망하고 비슷한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폭증했다는 외국 뉴스 화면이 흐른다.


화면이 바뀌고 교도소에 무표정한 표정의 재소자가 천마스크를 쓰고 혼거실에 앉아 있었다. 주인공 박시준이 연기한 명식의 첫 등장이었다. 사연 많아 보이는 깊은 눈에는 짙은 우울감이 배어있었다.


‘드디어 오명석의 등장이구나. 아흑. 우울했던 빵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잘 죽었었다. 오명석.’


“아니 코로나인지 뭔지... 걸리면 치료 시설로 옮길 수 있는 건가? 차라리 걸리는 게 나은 거 아녀?”


다른 재소자들은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있었다. 복역 중인 전직 국무총리, 대기업 총수는 지병 치료를 이유로 하나, 둘 교도소를 빠져나간다. 그들의 얼굴에는 일반 수용자와 달리 구하기 어렵다는 방역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혼거실에서 마스크 착용이 불량했던 동료 재소자들이 하나 둘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니 결국 명식도 확진되어 격리실로 이동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세상의 모습으로 내용이 옮겨갔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고 체온을 확인하는 변화된 일상들. 명석이 설명해준 바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조직적으로 은폐되던 교도소 집단 감염 사태가 정의로운 기자의 취재로 밝혀지게 된다. 법무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되고 더 이상의 감염 방지를 위해 대책이 마련된다. 명식을 비롯한 확진된 재소자들은 호송 버스를 타고 별도 격리 시설로 이동하게 되었다.


명석은 속이 울렁거렸다. 영화는 중간중간 회상을 오가며 명식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사건까지 다루었다. 명석이 상원에게 당한 것보다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모습에 명석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폭우 속 명식이 산 속을 열심히 달리는 모습에 명석은 눈물을 흘렸다. 옆자리에 앉은 재희가 센스 있게 티슈를 건넸다. 박시준의 열연에 재희도 감동받았는지 티슈로 눈가를 훔쳐내고 있었다. 명석은 체면이고 뭐고 집어 던지고 눈이 벌게지도록 울었다.


마을회관을 전전하다 서울에 올라와 멀리서 아버지를 훔쳐보는 모습에 명석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영화 속 명식의 아버지는 푸근한 인상의 중견 배우가 맡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아들의 무죄를 끝까지 믿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영화가 신파로 흐르려는 순간, 뇌물 수수로 파면당한 전직 경찰이 교도소장의 개인적 사주를 받아 명식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추적의 고삐가 당겨오는 동안 명식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위험을 피하게 된다.


‘오피스텔에서 나를 검거한 사람들이 정말 전직 경찰이었을까? 그런 일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보였어...’


명석은 도주 기간 끼워지지 않은 빈 퍼즐 조각을 영화에서 찾는 기분이었다.


명식과 민희의 짧고 강렬한 로맨스가 나왔다. 젊은 연인의 평범한 사랑과 달리 둘의 사랑엔 음울함과 어두움이 묻어났다.


혜린과 나의 사랑도 저랬을까?, 명석은 영화를 보며 자신의 지난 인생을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벼랑 끝 절절한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남들이 보기엔 밑바닥 인생들의 대책 없는 일탈이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혜린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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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영웅의 탄생 1 +2 22.01.04 1,366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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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싱글벙글 반품 접수 +2 21.12.30 1,433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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