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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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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디어선셋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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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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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0화. 저... 라면 좀 끓여주세요

DUMMY

“꽃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꽃집이야 늘 바쁘고 그렇죠 뭐. 왜요?”

“술 마시고 싶다고 하셔서 뭔 일인가 해서요.”

“그냥 그런 날이 있잖아요.”


명석과 혜린이 분위기 좋은 호프집에 마주 앉아 주문을 마치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냥 그런 날에 절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헤헤헤.”


명석이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혜린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 주문한 오뎅탕과 골뱅이무침이 나왔다. 혜린이 좋아하는 안주인지 지난번과 같은 메뉴였다.


“전에 연말 꽃 선물 보낸 거요. 엄청 예뻤어요. 잘 만들어주셔서 저희가 일하기 수월하네요. 촌스럽다는 둥, 감각이 떨어진다는 둥 원래 별소리를 다하거든요.”

“이사장님이 직원들 많이 힘들게 하나 봐요. 그래도 명석 씨가 서글서글하게 잘 하셔서 혼 많이 안 나실 거 같아요.”

“혜린 씨가 저를 아주 잘 봐주셨네요. 근데 자주 혼나요. 아직도 눈치가 좀 없나 봐요.”


이사장을 대할 때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비위를 잘 맞추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이사장의 마음에 안 들 때도 많았다.

모든 행동이 그녀의 마음에 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의 영역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일을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명석이 소주병의 뚜껑을 열어 혜린의 빈 잔을 채웠다.

“혜린 씨가 알려줘서 이제 병 바닥 팔꿈치로 안 쳐요. 흐흐흐. 웃기죠?”


짠.

“명석 씨는 왜 여자 친구 안 사귀어요? 인기 있을 거 같은데.”

혜린이 첫 잔을 쭉 들이킨 후 명석에게 물었다.


명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 여자 친구 없다고 한 적 없는데요?”라고 말하자 혜린이 당황하며 들었던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네? 그럼 왜 저랑?”

“여친 없다고 한 적 없는데, 없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아. 그 뜻이었어요?”


명석의 실없는 농담에 혜린이 고개를 돌리며 “풉”하고 웃었다.


“학생일 때는 돈이 쪼들려서 여유가 없었고요... 취직하고 나서는 마음에 여유가 없네요. 한동안 회사 일로 긴장되고 적응하느라 신경을 썼더니 여자 친구 사귈 정신이 없었거든요.”

“아. 그러셨구나.”

“혜린 씨는요? 왜 남자친구 안 만나세요?”

“저야말로 남자친구 없다고 한 적 없거든요. 피.”


혜린은 좀 전의 명석의 말을 따라하며 토라진 척을 했다.


“어떤 남자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음. 질문이 좀 촌스러운가요?”


혜린이 소주를 따라주자 명석이 두 손으로 잔을 들어 받았다.


“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아. 정국이. BTS 정국이가 이상형이겠네요. 근데 그건 너무 현실성이 없으니까 눈을 좀 낮추시는 게 어때요?”

“푸호호. 그럴까요?”

“그럼요. 세상에 정국이 같은 애는 정국이 밖에 없어요. 크크큭.”


뜨끈한 오뎅탕을 혜린의 대접에 덜어주며 명석이 웃긴 생각이 떠올랐는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아는 친구가 저보고 정국이보다 잘 생겼다고 했었는데... 혜린 씨한테 돌 맞으려나요? 푸헤헤헤.”


‘그 아는 친구가 혜린이었다고 말하면 기절하겠지? 크크크. 술 마시니까 주둥이가 제어가 안 되네. 참.’


명석의 농담에 혜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술에 취해서였는지, BTS 팬으로서 불쾌함의 표시였는지 명석은 알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농담이 지나쳤나보네요.”

“저 BTS 좋아하긴 하는데 그렇게 덕후는 아니에요. 음악이랑 퍼포먼스가 멋져서 팬이긴 하지만요.”


명석이 유머러스하게 사과하자 혜린이 오히려 미안해하는 기색이었다.


“저도 사는 게 바빠서 연애할 정신이 없었어요. 꺽.”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이 계속 채워졌다. 혜린의 볼이 점점 발그레해졌다. 명석도 혜린과 보조를 맞추다보니 속도감 있게 술을 마시게 되었다.


“저는요. 아직 비행기를 못 타봤거든요. 끄억. 내년에는... 제주도라도 가볼라고요.”

“호호호. 요즘 세상에 비행기도 못 타봤어요? 심하다.”

“한심하다고요?”

“아니요, 아니요. 심하다고 농담한 거였는데... 죄송해요.”

“제 귀가 영 맛이 갔나보네요. 크흐흐흐.”


명석이 자존심이 상한 듯 입을 삐쭉이자 혜린이 동생을 보듯 귀여워하는 눈치였다.

혜린은 빈 소주병을 흔들어 명석에게 더 주문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우리 이미 많이 마신 거 같은데. 더 시키는 건 좀...”

“에이. 내가 비밀 알려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여기요. 소주 한 병이요.”


혜린의 ‘비밀’이라는 말에 명석은 지체 없이 술을 더 주문했다. 사이좋게 서로의 술잔에 술을 부었다.


“비밀이 뭐예요?”

명석은 풀려버린 눈의 초점을 맞추려 애쓰며 질문을 했다.


“캬아. 사실 저도 비행기 아직 못 타봤어요. 푸호호.”

“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명석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그 실망한 표정은? 나한테는 엄청난 비밀인데.”

“그럴 수도 있죠. 뭐. 꽃꽂이 배우고 꽃집에서 쉬지 못하고 일했으면 여행 가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것도 그렇고. 저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맞아. 예전에도 그랬었지. 밖에서 데이트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집에서 쉬는 걸 제일 좋아했었어.’


명석은 혜린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여행을 많이 안 해봐서 좋아하는 지 안 좋아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보고 싶은 곳은 있어요.”

“거기가 어디예요?”

“궁금해요?”

“네.”

“라스베이거스요.”

“유명한 도시네요. 카지노로 유명하잖아요. 영화에도 많이 나오고.”

“도박은 잘 모르겠고요. 거기에 벨라지오 호텔이라고 있는데 거기 가보고 싶어요.”

“벨... 라지오?”


반문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나직한 말을 읊조리는 혜린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방금 전까지 술에 취해 흐릿하게 풀어졌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예전에 벨라지오 주점에서 아주 잠깐, 진짜 잠깐 일한 적이 있는데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게 라스베이거스 호텔 이름이더라고요. 그 이후로 거기에 한 번은 가보고 싶어졌어요.”


그랬다. 탈주 후 도망자 신세였을 때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곳, 혜린을 만나고 사랑에 빠졌던 곳.


좋은 추억만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기억은 퇴색되고 미화되었다. 명석은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고 벨라지오 호텔을 구경하는 게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벨라지오 호텔에 대한 환상이 생긴 건, 영어학원에서 제이미에게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였던 것 같다.

인공 호수에 자리 잡은 벨라지오 분수대가 호텔의 특징이자 라스베이거스의 명소라고 하니 환상을 품을 만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벨라지오는 원래 이탈리아의 도시였고, 벨라지오 호텔은 이탈리아의 벨라지오에 있는 코모 호수 휴양 시설을 콘셉트로 지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유지나 사장이 따온 이름은 이탈리아의 고즈넉한 휴양 도시가 아니라 환락과 퇴폐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이름이었을 것이라 명석은 확신했다.


“명석 씨가 궁금해 하는 곳이라 그런지 저도 관심이 가네요...”


안주도 바닥을 드러내고 술도 더 이상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은 잔뜩 취했다.


혜린이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명석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려다 시간이 많이 늦어 문자를 남겼다.

혜린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가면 아마 많이 늦을 것 같았다.


“혜린 씨. 집 앞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혼자 가시면 위험해요.”


이미 한번 집 앞까지 간 적이 있는지라 혜린도 거부감 없이 택시에 함께 탔다. 취기에 졸음까지 쏟아지는지 혜린은 명석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 샴푸향인지 꽃향기인지 알 수 없는 좋은 향에 명석은 가슴이 뛰었다.


오래지 않아 택시가 데자뷰 오피스텔 앞에서 멈춰 섰다. 혜린은 명석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명석은 혜린의 집 호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905호 앞에 혜린을 데리고 가자 혜린은 정신을 가다듬고 도어락을 열었다.


“안녕히 계...”

“저... 라면 좀 끓여주세요.”


작별 인사를 하려는 명석을 향해 혜린이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뭐지? 벨라지오 주점에서 있었던 일이 재연되려는 것일까? 라면 먹고 가라는 것은... 유혹의 메시지 아닌가?’


단번에 술이 확 깨는 말에 명석이 어리둥절한 채 생각을 정리하느라 머뭇거렸다.


‘그런데 라면 먹고 갈래, 도 아니고 라면 끓여달라는 건 뭐냐?’


명석은 벨라지오 주점에서 혜린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날이 떠올랐다.


- 너 라면 잘 끓인다면서? 라면 좀 끓여줘. 해장 좀 하자.


아무도 없는 벨라지오 주점에서 두 사람은 묘한 눈빛을 나누며 후루룩 쩝쩝 라면만 삼켰었다. 그러다 혜린의 유혹으로 라면은 채 먹지 못하고 둘은 한 몸이 되었었다.


명석은 혜린의 집에 신발을 벗고 들어섰다. 작은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아늑한 원룸이었다. 이전에 함께 살았던 집보다 작고 살림살이도 더 적은 느낌이었다.


‘설마하니 나한테 라면 끓이라고 하겠어? 자기 집인데.’ 하고 생각한 명석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갔다.


냄비와 라면을 꺼내놓고 혜린이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같이 살 때 생각나네. 일 다녀와서 힘들다고 씻지도 않고 저렇게 누워 기운을 차리곤 했는데.’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에 명석은 군말 없이 라면 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끓어오른 물에 스프와 면을 넣어 조리법에 적힌 시간대로 끓였다.

휴대폰의 타이머로 설정한 4분이 흐르자 알람이 울렸다. 그 소리에 혜린이 정신을 차리고 부엌으로 와 그릇과 수저를 챙겼다.


“해장을 라면으로 하시나 봐요.”

“네. 맛있어 보인다. 고마워요.”


후루룩. 쩝쩝.

라면 배는 따로 있는 것인지, 술과 안주가 목 끝까지 찬 줄 알았는데 라면이 술술 잘도 들어갔다.


혜린은 그릇에 담긴 면을 조금 건져 먹더니 숟가락으로 국물만 홀짝홀짝 마셨다. 곧 그마저도 그만두고 팔짱을 낀 채 라면을 먹고 있는 명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명석은 혜린의 그 눈빛을 기억해냈다. 기억대로라면 혜린이 명석의 옆자리로 와서 볼을 쓰다듬고 키스를 할 것이었다.

힐끗 옆을 쳐다 본 명석은 식탁이 2인용이라 옆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라. 옆에 자리가 없네.’


그때였다. 스타킹을 신은 혜린의 발끝이 조심스럽게 명석의 발목을 시작으로 바지 속 정강이를 쓰다듬었다. 살의 느낌이 날 듯 말 듯한 스타킹의 감촉이 맨살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명석이 침을 꼴깍 넘기는 사이 혜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윗옷의 단추를 풀었다.


명석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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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성씨네 설날 풍경 +3 22.01.27 1,043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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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저... 라면 좀 끓여주세요 +2 22.01.25 1,109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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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눈치 테스트 +3 22.01.11 1,221 30 12쪽
79 79화. 성하나 이사장 +2 22.01.10 1,247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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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영웅의 탄생 2 +2 22.01.05 1,340 39 11쪽
75 75화. 영웅의 탄생 1 +2 22.01.04 1,366 36 12쪽
74 74화. 정국아 2 +2 22.01.03 1,366 36 12쪽
73 73화. 정국아 1 +4 21.12.31 1,417 34 11쪽
72 72화. 싱글벙글 반품 접수 +2 21.12.30 1,433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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