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탈주범의 운빨 회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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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
작품등록일 :
2021.10.08 14:01
최근연재일 :
2022.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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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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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5화. 내조의 여왕, 디너의 여왕

DUMMY

기주 말대로 시연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명석은 모질게 거절은 하지 못하고 일단 방학동안은 학원과 알바로 더 이상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약을 쳤다. 곧 개강하니 날 잡아서 보든지 하자고 여운을 남겨 놨다.


한 번 더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 시연과의 관계를 진전시킬지는 그 후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명석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이게 연애 고수들이나 한다는 어장 관리, 희망 고문이 되고 있었다.



***



어느새 8월 영어학원 수업도 중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드리는 수업에 계속 나오지 않았다.

9월부터는 명석은 학교 수업 때문에 더 이상 영어 학원을 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드리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도 어차피 이별인 셈이었다.


명석은 오드리에게 전화 한 번, 문자 한번 보낸 이후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냥 사정이 있겠거니, 그래도 부자 사모님이니 어디서 잘 사시겠지 하고 잊으려 했다.

떼인 알바비는 얻어먹은 호텔 식사비에 재떨이 의원이 자신을 과거로 보내준 값과 퉁 치기로 혼자 마음먹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크게 손해 보는 계산도 아니었다.


어른들은 이렇게 말없이 연락을 끊기도 하는구나, 이 정도로 명석은 오드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오드리가 명석의 앞에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


학원 수업을 마치고 학원 밖을 빠져나온 명석은 건물 앞에 주차 중인 익숙한 차를 발견했다.

검은 벤츠. 오드리의 차였다!

운전석의 창문이 부드럽게 내려가며 오드리가 명석을 쳐다봤다.

“명석아.”

“오드리 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너무 궁금했어요.”

명석이 운전석 창에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일단 타요. 가면서 얘기하자.”


명석은 군말 없이 벤츠 조수석에 올라탔다.

학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오다가다 우연히 명석을 발견한 게 아니라 작정하고 명석을 기다린 것 같았다. 왜 사라졌었고, 왜 지금 나타난 것일까?

벤츠는 복잡한 이면도로를 빠져나와 강남대로에 진입했다.


“시간 괜찮지? 차 한 잔 정도.”

옆에서 본 오드리의 모습이 어딘가 수척하고 기운이 없어보였다.

“네. 괜찮아요. 그동안 바쁘셨어요? 학원도 계속 안 나오시고 걱정했어요.”

“연락 못해서 미안. 알바 페이도 못 주고.”

걱정했다는 말에 오드리는 코끝이 시큰하게 느껴졌다.


“알바비는... 괜찮아요. 이렇게 다시 뵈어서 반가워요. 수강생들이 다들 궁금해 했거든요. 제이미도 그렇고.”

“휴. 그랬구나. 그럼 갑자기 일이 바빠졌다고 전해줘. 아마 종강 때까지도 못 갈 거 같아.”

“네. 그럴게요...”


“그런데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음. 생각 중이야. 복잡한 곳은 별론데. 아, 조금 더 가면 내 친구가 하는 퓨전 레스토랑이 있어. 거기로 가는 게 좋겠다.”


신논현역을 지나 후미진 골목에 진입한 벤츠는 주택과 상가의 경계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섰다.


벽에 붙은 작은 간판에 ‘디너의 여왕’이라는 상호가 보였다. 적당히 아담한 크기의 매장은 콘크리트가 노출된 인테리어임에도 간접 조명과 이국적 소품들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1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라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매장 앞에 차를 대자 안에 있던 여성이 두 사람을 맞았다.

“일찍 잘 왔네. 주차 자리 잘 안 나는데.”

“잘 지냈지? 갑자기 너네 음식이 생각나서 왔어.”

“같이 오신 분은 누구?”

“응 나 영어학원 다니는데 같은 반 학생이야.”

“안녕하세요? 오명석입니다.”

“안녕하세요? 너 영어 학원도 다녀? 멋지게 사네.”

“멋지긴.”


디너의 여왕 사장은 두 사람을 창가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주방 안쪽에서 한 남성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오드리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더운데 주방에서 고생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요리해드릴게요.”

“평소처럼만 하셔도 너무 맛있어요.”

오드리가 친절한 미소를 띠며 정감 있게 말했다.


“둘이 부부야.”

오드리가 몸을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명석에게 알려주었다.


“알바비도 늦게 주고 연락도 못해서... 사과의 의미로 맛있는 음식 살게.”

오드리가 생각난 김에 핸드백에서 흰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 행복원에서 고마웠어.”

“감사합니다.”

명석은 봉투를 받고 두께를 가늠해본 다음 책가방에 잘 넣었다.


“학생들끼리 무슨 돈 거래야?”

레몬 띄운 물을 내온 사장이 웃으며 물어보았다.

“응. 명석이가 애들 아빠 행사할 때 일을 도와줘서 알바비 주는 거야.”

“하여튼 넌 내조도 알뜰살뜰 잘 한다. 내조의 여왕 알아줘야 돼. 다들 아는 걸 준형 아빠만 모른다니까. 참내.”

오드리의 설명에 친구는 사정을 알만하다는 듯 이해하는 표정이었다.


메뉴판 두 개를 챙겨 온 친구는 오드리 옆자리에 앉으며 명석에게 관심을 보였다.

“학생. 알바 관심 있어요?”

“아. 저요?”

“응. 여기 자기밖에 학생 더 있어? 호호호.”

“아. 지금 알바를 하고 있긴 한데. 곧 개강이라...”

“레스토랑에 직원 필요해?”

오드리가 친구에게 물었다.


“응. 이렇게 외진데서 장사해도 입소문이 나서 가게가 잘 되거든. 좀 더 크게 일을 벌이고 싶은데 믿고 일 시킬 사람이 별로 없네.”

“안 그래도 너희 가게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뜨더라. 여기 조명이 좋아서 소개팅 명소라나. 호호호.”

“저녁 장사는 거의 소개팅 아니면 연인들이 와. 소개팅은 딱 보면 알거든. 어색하고 쭈뼛쭈뼛하는 모습이. 어떤 남자는 여자만 바꿔서 매주 오기도 해. 아, 학생도 소개팅 있으면 한번 와봐. 하우스 와인 서비스로 줄게.”

“근데 언니가 같이 일했었잖아? 이제 다른 일 하신대?”

“아휴. 말도 마. 가족이랑은 일하지 말아야지. 언니랑 대판 해서...”


명석은 두 사람의 대화를 집중해서 들으며 여기 알바자리가 어떨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사장님이 오드리의 친한 친구로 보이니 믿을만할 것 같았고, 남편 분 인상도 푸근하니 성격이 좋아보였다. 지금은 크지 않은 업장이지만 사장 말대로라면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급여도 최저시급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순간 재희가 떠올랐다. 짠내폭발, 성실근면 신재희를 추천하면 어떨까. 시급 4천원 짜리로 매일 5시간, 주 7일 일해 봤자 손에 쥐는 건 60만원 남짓이다. 그 돈으론 앞으로 독립해서 살기는 어려울 텐데... 어차피 다른 일을 알아봐야할 거면 여기도 괜찮겠다 싶었다.


“사장님, 혹시 제 친구를 추천해도 될까요?”

“친구? 일 잘하는 친구 있어?”

“아. 저랑 지금 같이 알바 하는 친구인데 엄청 성실하고 착해요.”

명석의 말에 사장은 관심이 가는 눈치였다.


“그 친구는 개강하고 학교는 어쩔 건데?”

“걘 대학교 안 다니고. 재수 준비도 안 하는 거 봐서는 계속 일할 생각인 거 같아요.”

“아. 그렇구나. 괜찮네.”

“스무 살이고 여자에요. 싹싹하고 예의바르고 속도 깊구요.”

“호호호. 일단 한번 오라고 해봐.”


사장은 계산대 테이블로 걸어가더니 명함을 가지고 와 명석에게 건넸다.


디너의 여왕 사장 이영은

010-2165-3XXX


“친구한테 전화하라고 해요. 점심시간 전이나 후에 한가할 때 약속 잡게.”

“감사합니다.”

명석은 두 손으로 명함을 공손히 받아 지갑에 잘 넣었다.

“참고로 우린 일요일에 가게 쉬어. 알바 해봐서 알지만 그게 엄청난 장점이야. 호호호.”

“와. 그러네요.”

일요일 휴무라는 말에 명석은 더 생각할 것 없이 재희보고 당장 면접을 보라고 해야겠다 마음을 굳혔다.


“나 주방에 들어가서 재료 준비 좀 하고 있을게. 메뉴 고르면 알려줘.”

“응. 그래.”


“명석이는 친구도 잘 챙기네. 알바 자리까지 소개해주고.”

“별말씀을요. 오드리 님이 좋은 친구를 두셔서 면접 자리도 추천하게 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메뉴 봐 봐요. 내 친구네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다 맛있어. 그래서 입맛 없으면 여기 오게 돼.”

“퓨전 레스토랑은 처음인데 오드리 님이 추천해주시는 거 먹을 게요.”


뭐 그리 처음인 게 많은 건지, 명석은 호텔 뷔페에 브런치에 퓨전 요리까지... 이번 방학만 해도 새로운 음식을 많이도 맛 보았다. 역시 회귀하길 잘 했다니까, 명석은 새삼 기분이 좋았다.


“그래요. 명석이는 뭐든지 잘 먹으니까. 호호호. 그럼 타이커리와 소프트 크랩 먹어봐요. 샐러드는 치킨 샐러드 시키고. 나는 크림해산물 스파게티로 주문해야지.”

“네. 좋아요.”

“커피는 음식 먹고 여기서 마시면 되겠다. 여기 커피 머신도 엄청 좋은 거라고 하더라고. 바리스타가 한 번 평가해봐.”

“저 사실 무자격 바리스타라...”

“푸호호호.”


주문을 하고 난 오드리는 처음 차에서 본 모습보다 활기가 느껴졌다.

“아까는 얼굴이 어두워서 살짝 걱정했어요. 아프셨던 건 아니죠?”

“응. 그건 아니야... 집에 복잡한 문제가 있었어.”

“아 그러셨군요. 뭔지는 모르지만 잘 해결되셨길 바랄게요.”

“후유... 해결될 일인지 모르겠다.”

오드리의 얼굴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남편과의 사이가 더 안 좋아졌나, 명석은 짐작만 할뿐이었다.


“화랑 일도 바쁘셨어요? 아! 박 과장님도, 이모님도 잘 계시죠?”

“둘 다 잘 있지. 명석은 역시 여기저기 잘 챙겨. 그래서 사람들이 명석이를 좋아하나봐.”

“헤헤헤. 과찬이십니다.”

“화랑은... 사실 내가 설립한 거야. 대표는 시누이가 맡고 있지만. 그래서 일은 눈치 보지 않고 조절하면서 할 수 있어. 박 과장이 살뜰히 챙기기도 하고.”

“우와. 진짜 생각보다 더 능력자셨네요. 대단하세요.”


이영은 사장이 테이블에 치킨 샐러드를 내놓으며,

“이제 화랑 일은 네가 다 하라니까? 뭐 하러 피곤하게 시누이를 상전으로 모시며 일하냐? 너도 너다.”라고 한소리를 했다.

“응. 그러려고.”

오드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오잉? 정말이야?”

“응.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

“아이고 궁금해죽겠네. 어서 오세요.”

이 사장은 점심 손님이 하나 둘 오자 혼자 홀을 서빙 하느라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어서 들어요. 맛있을 거야.”

“네.”

명석은 오드리의 개인 접시에 샐러드를 올려 담고 자신의 접시에도 먹을 만큼 덜었다.


“가을에도 행복원 봉사는 하시는 건가요?”

“...아니. 나는 안 할 거야.”


남편의 정치활동의 일부인 지역 봉사활동에 참가하지 않는다니 명석은 그 연유가 궁금해졌다.


“네. 왜 안하시는 건지 여쭤 봐도 되나요?”

“응. 내가 이혼을 결심했거든.”


켁켁켁.

명석은 순간 목구멍에 치킨의 튀김옷이 걸려 기침을 하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오드리가 왜 자신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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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마지막 수업 +4 21.12.13 1,921 43 11쪽
58 58화. 영혼 탈곡 청문회 +2 21.12.10 2,027 43 11쪽
57 57화. 두근두근 면접 +2 21.12.09 1,986 41 11쪽
56 56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1 21.12.08 1,973 38 12쪽
» 55화. 내조의 여왕, 디너의 여왕 +3 21.12.07 2,026 42 11쪽
54 54화. 브런치 소개팅 +2 21.12.06 1,989 40 12쪽
53 53화. 지연의 사과 +2 21.12.03 2,046 41 12쪽
52 52화. 사라진 오드리 +2 21.12.02 1,987 43 11쪽
51 51화. 임금체불은 처음이라 +2 21.12.01 2,031 42 11쪽
50 50화. 보육원에서 전생을 만나다 2 +2 21.11.30 2,036 40 11쪽
49 49화. 보육원에서 전생을 만나다 1 +2 21.11.29 2,088 40 11쪽
48 48화. 휴가의 시작 +3 21.11.26 2,077 39 12쪽
47 47화. 짠내 폭발 +2 21.11.25 2,089 40 11쪽
46 46화. 재희의 외출 +3 21.11.24 2,119 42 12쪽
45 45화. 내가 이 구역의 오지라퍼다 +2 21.11.23 2,139 45 11쪽
44 44화. 오드리와의 점심 식사 +2 21.11.22 2,195 44 11쪽
43 43화. 재희 이야기 +2 21.11.19 2,241 43 11쪽
42 42화. 한 여름 밤의 꿈 +3 21.11.18 2,272 39 12쪽
41 41화. 윤상현 대표 +2 21.11.17 2,309 39 12쪽
40 40화. 오드리와의 독대 +2 21.11.16 2,350 40 12쪽
39 39화. Dream +2 21.11.15 2,375 40 12쪽
38 38화. 계약합시다 +3 21.11.13 2,420 43 11쪽
37 37화. 낮에는 코너, 밤에는 바리스타 +2 21.11.12 2,458 44 12쪽
36 36화. 하이, 헬로우! 난 코너라고 해 +3 21.11.11 2,495 45 12쪽
35 35화. 바리스타 준비하는데 왜 감방 생각이 자꾸 나냐 +2 21.11.10 2,547 43 12쪽
34 34화. 알바를 구하자 +2 21.11.09 2,581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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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이번 생은 잘 살아보고 싶다 +3 21.11.07 2,781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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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탈주 2 (부제: 잡부에서 기둥서방으로) +2 21.11.05 2,799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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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진정성 있는 사과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 +2 21.10.26 3,477 57 12쪽
19 19화. 합의를 위한 밑그림 +3 21.10.25 3,469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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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협상은 배짱이다 1 +2 21.10.23 3,451 63 12쪽
16 16화. 얻어맞기 좋은 날 2 +2 21.10.22 3,437 58 12쪽
15 15화. 얻어맞기 좋은 날 1 +2 21.10.21 3,445 55 12쪽
14 14화. 살인을 피하는 법 2 +2 21.10.20 3,466 58 11쪽
13 13화. 살인을 피하는 법 1 +2 21.10.19 3,493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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