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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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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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8,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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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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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DUMMY

국가대표 펜싱 선수 오선희의 결혼식은 비공개로 조용히 치러졌다.


넓은 예식장의 원형 테이블은 지정석으로 의자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나희가 생각했던 만큼 많은 하객과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았다.


신랑 신부가 각자 초대한 사람들의 참석 여부를 확인해 자리를 정해 놓은 것 같았다.


길게 뻗은 버진로드 양옆으로 다양한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하얀색 신부 드레스를 입은 오선희는 아름다웠다.


씨름 선수 출신의 신랑은 늠름한 자세로 오선희를 영원히 지켜 줄 것 같았다.


나희는 원형 테이블에 앉아 축가 순서를 기다렸고, 나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소민은 부케 받을 생각에 부케 던지는 순서를 기다렸다.


나희 테이블에는 소민과 얼마 전부터 사귀기 시작한 민준이 소민의 옆에 딱 붙어 앉아 있었다.


어제 집에서 과음했는데 상태는 멀쩡했다.


나희 테이블 바로 앞에는 하윤과 쇼 프로 PD, 출연한 게스트들이 앉아 있다.


그곳 테이블은 모두 연예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 안에 하윤이 제일 눈에 띄었다.


하윤은 나희와 눈 마주치며 미소를 보였다.


나희도 하윤에게 미소로 답했다.


나희는 진호가 애타게 하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하윤은 진호에게 연락하지 않고 있다.


예식 시작 전 하윤을 만나면 돌려서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하윤은 예식이 시작되고 연예인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와 테이블에 앉았다.


나희는 진호를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아 좀 잘하지 신경 쓰이게.’


나희는 하윤에게 전화 왔을 때에도 묻고 싶었지만 애도 아니고 성인들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며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진호의 상태가 심각했다.


어제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갔는데 진호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희가 말을 건네도, 소민과 민준이 말을 해도 진호는 동상처럼 움직임 없이 천장만 바라봤다.


저러다 진짜 정신병원에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


진호는 옅은 잠이 든 나희의 방문을 열었다.


나희는 눈은 감겨져 있었지만 귀는 열려 있는 상태였다.


진호는 한참 동안 방안을 보다가 방문을 닫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었던 것이다.


아침 일찍 2층에 있던 진호가 1층에 내려올 거로 생각했는데 진호는 예식장에 출발할 때까지 1층에 내려오지 않았다.


집을 나오던 나희는 진호가 걱정되어 2층을 올려다봤다.


2층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불빛도 없었다.


하윤 때문에 고민하던 진호는 새벽 아니 아침이 다 되어서 잠든 것 같았다.


나희는 예식이 끝나고 하윤에게 진호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윤을 바라보던 나희는 진행 요원의 안내를 따라 피아노가 있는 앞쪽으로 걸어갔다.


하윤의 시선은 축가를 부르기 위해 몸을 낮추고 걸어가는 나희를 따라갔다.


나희는 베이지색 더블 자켓 바지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윤은 정장을 입은 나희의 모습은 처음 봤다.


키가 크고 날씬한 나희는 정장이 너무 잘 어울렸다.


짧은 커트 머리는 왁스를 발라 뒤로 넘겼다.


하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PD와 연예인들도 나희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희는 자기 매력을 너무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희가 흰색 그랜드 피아노에 앉자, 하윤은 소민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민의 옆에는 진호의 친구 민준이 앉아 있었다.


하윤은 아직 진호에게 연락해야 할지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소민과 민준이 하윤과 눈을 마주쳤다. 하윤은 두 사람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소민은 엄지를 들어 보여줬고, 민준은 입술로 무언가를 말했다.


하윤은 눈을 집중해 민준의 입술을 바라봤다.


민준의 입술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하윤씨 진호 연락 좀 해 봐요.’


민준이 하윤에게 집중하는 시선을 느낀 소민은 민준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민준은 바로 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오선희를 바라봤다.


결혼식은 사회자만 있고 주례 없이 신랑 신부 편지 낭독했다.


편지에는 그동안 만나면서 있었던 일 그때마다의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신랑 신부는 서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고된 훈련과 바쁜 경기 일정속에서 사랑을 피웠던 두 사람은 드디어 결혼으로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선희는 눈물을 닦아내며 축가를 부르기 위해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나희를 바라봤다.


나희는 화려한 조명 아래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선희를 보고 있었다.


‘고마워 나희야’


‘선희야 너무 아름답다’


두 사람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사회자가 축가 순서를 알리자, 신랑 신부와 모든 하객들의 시선이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나희에게 집중했다.


하윤도 나희를 보고 있었다.


나희는 피아노 건반에 양손을 올리고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예식장 안에 피아노 연주와 함께 김동률의 ‘기적’ 노래가 시작됐다.


허스키하면서 중성적인 나희의 노랫소리가 예식장 안에 울려 퍼졌다.


매력적인 나희의 노랫소리에 하윤과 함께 앉아 있던 쇼 프로 PD와 연예인들은 한목소리로 나희를 무명가수로 착각하며 말했다.


“와 노래 잘한다.”


“가수인가? 못 본 얼굴인데?”


“신인 가수 같은데요. 원래 오늘 축가를 유명가수가 부르기로 했다는데. 선희씨가 갑자기 거절했다고 하던데요.”


쇼 프로 PD의 말에 다른 연예인들은 놀라워했다.


“진짜요?”


“그렇구나. 저 가수도 노래는 잘하네.”


하윤은 말없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일행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오선희는 유명 가수의 축가를 갑자기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희의 공연을 보러 갔다.


하윤의 시선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오선희에게로 이동했다.


선희는 축가를 부르는 나희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신랑이 당황할 정도였다.


하윤은 선희가 지금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선희는 함께 운동했던 나희를 좋아했던 것이다.


자신처럼 여고시절 첫사랑이 나희였던 것이다.


나희는 그런 선희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친구로 생각했을 것이다.


축가를 부르는 나희는 중학교 시절 운동을 마치고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선희가 이어폰을 건네며 들려줬던 기적 노래를 떠올렸다.


그날 선희는 노래를 들려주며 말했다. 자신의 마음과 똑같아서 너무 놀랐다고.


나희는 선희가 자신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 알았다.


언젠가부터 선희는 나희를 대하는 게 달랐다.


선희는 나희를 이성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희는 또래 아이들을 보며 흔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희는 선희와 오랜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나희는 2층에 사는 공부만하는 어리버리 오징어(오진호)를 좋아하고 있었다.


아니 오징어에게 푹 빠져 있었다.


선희는 노래를 들려주었고, 나희는 진호에게 ‘오징어 지금 당장 전화해’ 문자 보냈다.


선희가 진지한 말을 꺼내려던 찰나 진호에게 전화가 왔다.


다행이었다.


때마침 진호는 학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나희는 선희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진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선희에게 말했다.


“너 결혼식에 꼭 이 노래 축가로 불러 줄게 약속.”


나희는 선희와 약속하고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선희야 니 마음 알아. 하지만 나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중학교 시절 나희는 이렇게 선희의 마음을 피했다.


선희는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나희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희만 보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선희는 지금 자기만을 사랑해주는 남자와 결혼식을 하고 있다.


이제 남자 친구에서 남편이 된다.


선희는 분명 남자 친구를 사랑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감정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노래하던 나희가 한 번씩 선희를 바라볼 때마다 선희는 심장이 울렁거렸다.


아직 나희에게 가지고 있던 첫사랑의 마음이 남아서였다.


선희가 나희를 보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신랑이 선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선희야 사랑해.”


신랑은 선희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선희는 남편이 될 남자 친구의 눈을 보며 정신 차렸다.


“응. 나도. 사랑해.”


선희는 오늘 지금, 이 순간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첫사랑을 떠나보내야 했다.


남몰래 숨겨 왔던 그 첫사랑 도나희를.


신랑은 선희의 볼에 입맞춤했다.


선희는 살며시 눈감았다.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감미로운 입맞춤이었다.


축가를 부르던 나희는 입맞춤하는 선희와 신랑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선희는 눈을 뜨고 나희와 눈을 마주쳤다.


나희는 부럽다는 표정으로 윙크했다.


선희도 나희를 향해 살며시 윙크했다.


‘도나희 너는 매력적이고 좋은 친구야.’


소민은 부케 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민준은 예리한 눈빛으로 소민 옆에 앉아 나희와 선희 그리고 하윤을 번갈아 바라봤다.


진호는 친구 민준에게 하윤의 첫사랑이 도나희 같다고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듣고 ‘진호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 말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호의 예리한 분석을 듣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민준은 하윤이 출연했던 쇼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진호가 말했던 하윤의 첫사랑은 펜싱 했고, 펜싱선수 출신이었는데 대회에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호는 부산에서 열리는 펜싱대회에 나갔던 나희가 사라졌던 일을 말해줬다.


그리고 소민이와 함께 사라졌으니까 확인해 보라는 말도 해줬다.


민준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자 친구 소민에게 펜싱 이야기를 꺼냈다.


소민은 자기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소민의 부모님이 도곡동 집에 살고 있는 것도 진호에게 들었다.


민준은 소민에게 부모님이 도곡동 사시냐고 물었었다.


소민은 “응.” 짧게 답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민준이 도곡동 사는데 말이다.


부모님 이야기와 집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아 묻지 않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생각했다.


민준은 어제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술에 취한 소민에게 부산 펜싱 대회 이야기를 꺼냈다.


소민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웃었다.


민준은 소민의 반응에 왜 이러지? 하는데, 웃음을 멈춘 소민은 나희와 함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놀았다고 말했다.


그 일 이후 나희와 함께 펜싱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하윤이가 나희 때문에 진호한테 연락 안 하는 것 같아?”


이건 또 뭔 소리지? 진호의 예상이 맞는 건가? 소민이가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알코올 기운이 올라왔던 민준의 몸에서 알코올 기운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민준은 술에 취한 척 눈을 내리깔며 은근슬쩍 물었다.


“어? 하윤이가 왜 나희 때문에 진호랑 연락을 안 해? 그게 무슨 말이야?”


민준의 질문에 소민은 말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소민에게 향하자, 얼굴이 벌게진 소민은 민준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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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5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2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2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3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3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3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4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6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6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0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5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6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3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5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1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3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5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5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2 2 11쪽
»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1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1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39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7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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