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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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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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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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DUMMY

연극 공연을 앞둔 양준태 연출은 공연에 필요한 스텝을 구하지 못해 괴로워했다.


나희는 양준태 연출과 술 마시며 힘들어하는 양준태를 위로해줬다.


그렇게 술잔이 오가며 서서히 취해 갔고 술에 취한 나희는 양준태에게 자기가 공연을 도와주겠다며 약속했다.


사실 나희의 기억 속에 없는 이야기다.


술이 깬 다음날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소민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다.


하필 그날 양준태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한 게 죄라면 죄다.


그렇게 시작한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은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나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공연 남자 주인공으로 민규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를 매일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좁다좁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시작됐고, 평균 관객 두세 명이던 공연은 친구 하윤의 관람과 함께 흥행하게 됐다.


거기에 결혼을 앞두고 있던 펜싱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영웅 오선희까지 공연 관람하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나희는 공연 수익에 25%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양준태가 내민 서류 봉투 안의 돈은 나희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커피 잔이 비어갈 때까지 나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양준태는 나희의 고민을 알아차리지 못 하는지 앞으로 공연 구상을 쉬지 않고 말했다.


나희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서류 봉투에 시선을 보내며 오만원권 돈 다발을 떠올렸다.



***



하윤의 오피스텔 거실 벽에 걸려 있는 LED 전자 시계가 11시 20분을 알려주고 있었다.


거실 안은 주황색 무드 등이 켜져 있고 하윤은 투명 의자에 앉아 창밖에 비치는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다.


한강 건너편에 보이는 불 켜진 여의도 빌딩과 라이트 켠 채 달리는 자동차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하윤은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쇼 프로 고정 출연에 매일 저녁 9시 뉴스 일기예보 촬영 스케줄과 곧 온라인 게임 광고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거액의 출연료를 제시한 SM제약 기업 이미지 광고 계약을 마무리했다.


방송국에서는 하윤의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다.


하윤이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9시 뉴스에 광고가 밀려들어왔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있는 하윤의 부모님은 밀려오는 스케줄에 버거워하는 하윤을 위로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다.


하윤은 2년 만에 부모님을 만나는 것이다.


쉬는 날이었던 오늘, 하윤은 조은 광고 에이전시에 계약서 관련 미팅하고 변호사를 만나 계약서 내용을 확인했다.


변호사는 계약서 내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광로라는 게 모델의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를 일으킬 경우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약금 문제는 조은 에이전시 박선영 팀장도 방송국 PD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앞으로는 행동을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고 돌려서 말하는 것이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나와 온라인 게임 광고를 촬영을 위해 액션스쿨에 들러 CF감독님과 무술감독님을 만나 콘티 내용을 전달받았다.


광고 속에서 하윤은 여전사 캐릭터를 맡아 하늘을 날아다녀야 한다.


와이어 액션을 준비해야 해서 무술감독님의 지도를 받아 난생처음 와이어를 탔다.


5층 높이의 액션스쿨 천장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며 자세를 취했다.


너무 높이 올라가 아찔했지만 최선을 다 했다.


무술 감독님은 와이어 액션을 처음 하는 하윤에게 혹시 몰라 대역을 구하고 있었는데 대역은 필요 없겠다며 칭찬해줬다.


콘티를 보며 하윤의 자세를 유심히 보던 감독님도 만족하는 표정 지었다.


촬영 전까지 액션스쿨에 들러 와이어 액션을 연습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캐나다에 계시는 부모님과 통화했고 통화가 끝나자 지금, 이 시간이 되었다.


거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는 밤 1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바쁜 하루가 지나갔다.


지쳐 앉아 있던 하윤은 창밖을 보며 진호를 생각했다.


진호와 연락 안한지 3주가 지났다.


진호도 더 이상 하윤에게 전화하거나 카톡을 보내지 않는다.


바쁜 일상 속에 하윤의 마음에서 진호는 자연스럽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렇게 끝내는 게 맞는지 고민이 들었다.


하윤은 나희를 통해 진호의 근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진호는 그동안 나희가 살고 있는 1층에 내려와 아침과 저녁을 먹었는데 안내려온지 꽤 됐다고 했다.


2층에 올라가면 거실 불을 켜지 않고 방에만 있다고 했다.


진호는 나희와 소민과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 민준이 1층에 놀러 와도 내려오지 않고 2층에 틀어박혀 있다고 했다.


나희는 애써 진호의 상황을 전달하며 하윤이 진호에게 연락하기를 바랬다.


하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나희에게 전화를 했고 나희는 그때마다 진호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하윤은 진호와 나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창밖을 내려다보던 하윤은 진호와 더 이상 연인 사이로 지내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호와 연인 사이를 정리하더라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하윤은 다음 쉬는 날 진호를 만나 연인 사이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지금 바로 잠을 청해도 5시간 정도 잠을 잘 수 있다.


하윤은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샤워하기 위해 거실을 지나 화장실로 향했다.



***



민준의 빨간색 BMW M5 승용차가 소민의 애견 미용실 앞에 정차하자, 소민이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민준의 승용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정장을 입은 민준은 뒷좌석 위에 올려져 있는 빨간 장미 꽃다발을 소민에게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짠! 소민아 생일 축하해.”


깜짝 놀란 소민은 빨간 장미 꽃다발에 코를 묻으며 대답했다.


“어머 이뻐라. 고마워 민주나.”


민준은 몸을 일으켜 조수석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소민에게 안전벨트를 채워 줬다.


민준은 매너 있는 남자다.


“소민아. 내가 오늘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했어. 자, 출발합니다.”


소민은 기대에 찬 얼굴로 민준을 바라봤고, 민준은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다.


빨간색 BMW M5 승용차가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대학로 원형 로터리를 돌아 강남을 향해 달려갔다.



***



고요한 분위기 속 기상청 지진화산국 사무실 책상에 진호가 앉아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한반도 지각 상황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상황판 아래 그래프의 움직임을 보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는다.


진호의 한숨 소리가 거슬리는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작고 통통한 강팀장이 머리를 올려 파티션 너머에 있는 진호를 바라봤다.


강팀장은 금색 안경테를 만지며 요즘 부쩍 한숨이 늘고 야근 날도 아닌데 다른 팀원을 대신해 야근하는 진호를 미심쩍게 바라봤다.


“오진호 연구원 괜찮아?”


진호는 고개를 돌려 파티션 위로 얼굴을 반쯤 올리고 있는 강팀장을 보며 말했다.


“네? 뭐가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야. 일해.”


진호의 시선에서 강팀장의 얼굴이 사라졌다.


진호는 강팀장 자리를 보며 힘없이 대답했다.


“네.”


이번 주가 지나면 하윤과 연락 안한지 한 달이 된다.


사실 젊은 남녀가 사귀다가 한달 동안 연락이 안 된다는 건 이별이라고 봐야 한다고 진호의 깊은 고민에 대한 답을 네이트 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려 줬다.


진호에게 연애 상담해주던 민준이 소민과 사귀면서 고민 상담에 소홀해지자, 진호는 네이트 판 이라는 곳에 고민 상담 글을 올렸다.


익명이 보장되고 아무리 연애 박사라지만 민준 한 명의 의견을 듣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호는 3주 전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여자 친구 하윤의 가슴 아픈 첫사랑 상대가 나희라는 걸 확신했다.


그날 함께 술을 마신 하윤은 술에 취해 1층 나희 방에서 나희와 잠을 자고 있었다.


진호는 알몸 상태임을 잊은 채 1층 나희 방으로 달려가 나희 방문을 힘껏 열었다.


침대 위에 이불은 파도처럼 펄럭거리고 있었고 가녀린 나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호는 순간 이불 속을 상상했다. 나희와 하윤이 이불 속에서···.


참을 수 없었던 진호는 괴성을 지르며 이불을 끌어당겼고, 이불 속에서 강아지 마루를 끌어안고 장난치던 나희가 놀란 눈으로 진호를 바라봤다.


그 순간 1층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하윤이 나희 방안에 알몸으로 서 있는 진호의 뒷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비명 소리에 소민의 방문이 열렸고 소민의 방에서 친구 민준과 소민이 고개를 내밀고 진호를 바라봤다.


진호가 알몸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 건 나희였다.


정신이 번쩍 든 진호는 2층을 향해 달렸고, 나희의 방에서 하윤이 서 있는 화장실 앞을 지나 소민의 방문 앞을 지날 때쯤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거실위에 알몸인 상태로 클 대자를 하고 누워 있자 나희가 이불을 던져 몸을 가려 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도나희가 고마웠던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너무 놀란 하윤은 비명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소민과 민준은 엄지를 치켜들어줬다.


이 사건으로 하윤은 진호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진호는 이 상황을 잘 각색해 네이트 판에 올렸고, 바로 베스트 톡이 됐다.


헐 미친. 여친 앞에서 나체로 달리다가 넘어졌다구요?


뭘 묻냐. 끝나다고 봐야지.


글쓴이 바보예요?


신고 안 당한 게 다행입니다.


여친 불쌍해.


대부분 이런 글들이 베스트 댓글이었다.


알아요 안다구요. 저 미친놈 맞고요. 바보 맞아요. 그런데 진짜 이별인가요?


진호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제는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하윤과의 추억을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한숨만 나온다.


“오진호 연구원 왜 자꾸 한숨을 쉬냐. 너 진짜 무슨 일 없어?”


옆자리 강팀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진호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파티션 위에 얼굴을 삐쭉 내밀고 있어야 할 강팀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환청인가? 생각하는데.


어깨 위로 강팀장의 통통한 팔이 떡하니 올라왔다.


“야. 너 무슨 일 있지?”


진호는 순간 움찔하며 놀랬다.


“아. 아니요. 없는데요.”


“야. 말해 봐. 편하게 말해 봐. 뭐야? 주식이야? 코인이야?”


‘생각 하는 거 하고는.’ 강팀장은 주식과 코인으로 큰돈을 날린 상태였다.


진호가 대답이 없자, 강팀장은 이어서 말했다.


“야. 너도 알잖아. 주식은 마이너스 70% 코인은 상폐됐다. 나보다 더 심각하냐? 내 주위에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 본 적이 없어. 진호 너 나보다 심각해?”


진호를 바라보며 말하는 강팀장의 표정은 자기보다 심각하길 바라는 얼굴이었다.


무언가 위로받고 싶은 심정 같았다.


“저는 팀장님보다 더 심각하거든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무덤덤하게 진호가 말하자, 강팀장은 동지를 만난 듯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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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해외 출장 관계로 휴재 안내 합니다. 22.05.27 59 0 -
129 에필로그 - 인천 공항에서 +2 22.07.21 90 1 4쪽
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58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40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43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3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48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51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36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63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52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50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43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41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62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48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47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52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44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45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49 2 11쪽
»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46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53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42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56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57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63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49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5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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