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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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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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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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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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DUMMY

마포 경찰서 형사1과 사무실에 진호가 수갑을 찬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근육질의 30대 초반의 형사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형사는 험악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진호에게 친절하게 질문했다.


진호의 기본 신상을 묻고는.


“와~ 기상청 지진 분석관 이세요? 아니 알만하신 분이 왜 그러셨어요? 얼마 전에도 지진 일어났잖아요? 무섭더라구요. 앞으로는 괜찮겠죠?”


30대 형사는 지구대 경찰들과 달리 진호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을 빨리 부르라고 진호에게 알려 준 것이다.


진호는 형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앞으로도 한반도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진 대처법을 숙지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 그래요. 저도 알아 둬야겠네요. 오피스텔에는 왜 가셨어요? 그 막아선 차에 여자 연예인이 타고 있다고 하던데···.”


형사는 말을 멈추고 앞에 앉아 있는 진호를 힐끗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


“딱 보니까 스토커 그런 건 아니신거 같고. 그 여자 연예인하고는 아는 사이세요? 뭐, 팬클럽 그런 활동하시는 거예요? 지구대 조사에서는 이 질문에 대답을 안 하셨던데···. 이유라도 있어요?”


그랬다. 진호는 하윤의 차를 막아선 이유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지구대 경찰들은 진호에게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서까지 와서 말하지 않는다면 앞에 앉아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형사도 분명 진호에게 호통을 칠 것이다.


말하지 않는다는 건 공권력을 무시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거와 마찬가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윤과의 관계를 솔직하게 말한다면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하윤에게 피해가 갈 것이 뻔했다.


지구대에서 흥분한 상태로 하윤의 말을 했다가 몰래 촬영했던 20대 연인들처럼 누군가가 소문을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호는 형사과 사무실 안을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사무실 안쪽에는 우락부락해 보이는 형사들 몇 명이 각자 책상에 앉아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형사과 입구 정수기 옆 긴 의자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재평)가 다리를 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헐렁한 양복 차림의 재평은 진호가 형사과에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 똑같은 자세로 졸고 있다.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아무래도 집을 잘못 찾아온 듯 보였다.


진호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재평에게 시선이 꽂혀 있자 형사는 말했다.


“왜 그래요? 저기, 저분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요. 아니요. 모르는 사람인데요.”


진호는 시선을 거두며 말하자 형사는 친절하게 그 남자의 신분을 알려 줬다.


“기자예요, 사회부 기자. 원래는 밖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 형사들하고 다들 친해서···.”


“아···.”


기자라는 말에 진호는 하윤의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솔직하게 하윤과의 관계를 이야기해야 할지 형사도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말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


생각한 시간을 벌고 싶었던 진호는 때마침 목이 타들어갔다.


“형사님. 죄송합니다.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아! 그래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키보드를 두드리던 형사는 재평이 앉아 있는 긴 의자 옆 정수기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형사가 일회용 컵에 물을 받아 진호에게 물을 건네는 시간은 1분, 진호가 물을 받아 최대한 천천히 마시면 30초, 1분 30초 안에 생각해야 한다.


뭐라고 해야지? 솔직하게 말할까? 그건 안 된다. 하필 기자가 있을게 뭐람.


아님 믿지 않겠지만 우연? 앗! 우연은 안 된다. 오피스텔 경비원들은 차를 세워두고 있던 진호를 수상하게 생각해 세 번이나 찾아왔다.


그럼···.


형사가 일회용 컵에 물을 받아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호의 심장이 조여 왔다.


고민하던 자칭 진호의 명석한 두뇌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


형사가 물을 건네자, 진호는 밝은 미소로 받아 들어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대답보다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호가 물컵의 물을 다 비워가자, 형사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다시 물었다.


“오피스텔 주차장에는 왜 가신 거예요? 경비원들에게는 지진분석 하신다고 했다던데···.”


“어. 그게. 그러니까···.”


진호가 입을 떼려는 순간 형사과 출입문이 열리며 나희, 소민, 민준이 들어왔다.


“야! 진호야!”


민준이 진호를 부르자.


형사과 형사들은 일제히 입구에서 진호를 향해 걸어가는 세 사람을 바라봤고, 출입문 옆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잠들어 있던 재평도 한쪽 눈을 올리며 세 사람을 보고 관심 없는 듯 다시 눈 감았다.


진호는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누구세요?”


30대 형사는 진호에게 다가오는 세 사람에게 물었고 나희가 진호 뒤에 서며 대답했다.


“여기 앉아 있는 오진호씨 보호자입니다.”


나희 옆에 소민과 민준이 다가와 앉아 있는 진호 뒤에 병풍처럼 섰다.


진호는 나희의 말이 불편한 듯 눈을 좁혀 실눈을 만들어 뒤에 서 있는 나희를 째려봤다.


나희는 진호의 시선을 무시한 채 30대 형사를 보며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30대 형사는 나희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혹시 그 정의로운 보호자분 맞아요? 오진호씨 수갑 채우신분?”


“넵. 접니다.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나희가 진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당당하게 대답하자, 형사과 형사들은 피식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구대 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형사과에 들아 오자. 형사과 형사들 모두 의아해했다.


초범이고 도주 우려가 없는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워왔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홍익 지구대 경찰은 보호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수갑을 채우게 됐다고 말했고 형사들은 그 보호자의 정체가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정의로운 보호자는 바로 도나희였다.


진호는 어깨 위에 붙어 있는 나희의 불편한 손을 떼어 내기 위해 몸서리를 쳤지만 나희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꾹 누르며 진호의 어깨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수갑을 차고 있는 진호는 더 이상 힘쓸 수 없어 나희의 행동에 체념했다.


“보호자 분들은 저쪽 의자에 앉아 계시고 오진호씨는 질문에 대답하세요.”


30대 형사는 사회부 기자인 재평이 앉아 졸고 있는 긴 의자 보며 말했다.


나희는 진호의 어깨를 ‘툭툭’ 두 번 내려치고 형사과 출입문 옆에 있는 의자로 몸을 움직였고 소민과 민준도 나희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때 형사과 문이 열리면서 깔끔한 양복차림에 안경을 쓴 젊은 남자가 손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영업사원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는 얇은 안경테를 들었다 놓으며 말했다.


“저기, 이민준씨가 누굽니까?”


의자로 걸어 가던 민준은 자기를 찾고 있는 젊은 남자의 정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민준은 홍익 지구대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진호의 상황을 설명했고 엄마는 변호사에게 연락하겠다며 민준을 안심시켜 줬다.


역시 우리 엄마 최고.


민준은 걸음을 멈추고 깔끔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젊은 남자는 손을 내밀어 민준에게 악수를 청하며 형사 앞에 앉아 조사받는 진호를 보며 말했다.


“네. 어머님 연락 받고 왔습니다. 이경호 변호삽니다. 피의자로 온 분이 저분인가요?”


민준은 이경호 변호사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네. 제 친군데요. 제가 엄마한테 전화할 때만 해도 쟤가 억울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상황이 조금 변해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민준의 말을 듣던 이경호 변호사는 미간에 주름잡으며 되물었다.


“상황이 변해요?”


민준은 ‘친구 저 새끼가 여자 친구 아버지를 여자 친구 과거 첫사랑으로 오해해서 여기 잡혀 왔습니다’ 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네···. 그래도 일단 오셨으니까. 합의나 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경호 변호사는 대충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사받고 있는 진호를 향해 걸어갔다.


민준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형사과 출입문 옆에 있는 긴 의자에 시선을 보냈다.


나희와 소민은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반대편 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깡마른 40대 중반의 이재평 기자를 스캔하며 바라봤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희와 소민은 의자 끝에 앉아 있는 재평의 목에 걸려 있는 신분증에 시선을 집중했다.


신분증에는 ‘대한일보 사회부 기자 이재평’ 이 쓰여 있었다.


나희는 고개를 갸웃하고 소민을 보며 물었다.


“우리 고등학교 때 펜싱부 이재평 코치님은 아니겠지?”


나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소민과 함께 펜싱부였다.


부산에서 열린 펜싱 대회에서 친구 오선희를 괴롭히던 3학년 선배들과 싸우고 소민과 함께 숙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3일 후 나희와 소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에 나타났다.


그 일 이후 나희와 소민은 펜싱부를 그만뒀고 이재평 코치도 책임을 지고 학교를 떠났다.


그 후로 이재평 코치에 대한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나희는 사고를 친 자기 때문에 이재평 코치까지 처벌을 받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소민은 잠들어 있는 재평을 스캔하며 대답했다.


“설마. 기자는 아무나하니. 그리고 그 코치님 그때만 해도 나이가 많았잖아.”


“생긴 게 좀···. 비슷하지 않아?”


나희는 재평을 보며 이재평 코치인지 아닌지 진실을 찾고 있었다.


“아니야. 키가 저 아저씨보다 컸잖아. 머리 숱도 저렇게 많지 않았어. 이재평 코치님은 지금쯤이면 아마 대머리가 됐을 걸.”


“아···. 그렇겠다.”


나희는 머리 숱에서 급 동의했다.


민준은 고개를 돌려 진호를 조사하던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경호 변호사를 보며 긴 의자를 향해 옆으로 걸어갔다.


앞을 보지 않고 걸어가던 민준은 누군가의 배에 부딪혀 멈춰 섰다.


민준이 부딪힌 사람은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인 것 같다. 똥 배가 다행히 충격을 흡수해줬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사과의 말과 동시에 부딪힌 사람을 바라보던 민준의 몸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동상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민준은 천만다행으로 눈은 깜박거릴 수 있었다.


민준은 앞에 서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고 이 시간에 왜 이분이 여기에 오셨을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이건 꿈이야. 마른침을 삼키며 굳어 버린 입을 서서히 벌리며 말했다.


“회, 회, 회장님 안녕하세요? 회장님께서 이 시간에 경찰서에는 무슨 일로···.”


허리를 굽혀야 하는데 굳어 버린 허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SM제약 연구원인 민준의 눈앞에 배를 내밀고 나타난 중년의 남자는 다름 아닌 SM제약 회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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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5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2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2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3 1 11쪽
»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4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3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4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6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6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0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5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6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3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5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1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3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5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5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2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1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1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1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7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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