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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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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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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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분서주 3

DUMMY

회색의 부유 물체가 소멸함과 동시에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쾅—


그 소리때문인지, 저택도 크게 흔들렸다.


쾅-쾅-쾅-쾅-쾅


그리고 소리가 점점 더 빨라지며, 저택은 크게 요동쳤다.


이러다가 저택 자체가 싸그리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류운과 리지가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집중하는 동안, 어느샌가 그들의 주변에 회색 부유 물체가 모여들었다.

회색의 부유 물체들은 벽 뒤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오고 있었다.


복도의 벽에는 세로 줄 무늬의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틈을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벽에 있는 세로 줄무늬는 벽의 틈을 가리기 위한 의도적인 장식같았다.


류운은 대검을 꺼내 벽사이의 틈에 찔러 넣었다. 검의 끝이 약간 틈사이로 들어가기는 했으나, 더이상 밀어 넣을 수가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비밀의 통로를 여는 스위치가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것을 찾고 있을 틈이 없었다.


[검기강화]

류운은 스킬을 발동했다.


[검기강화]는 검사라면 누구나 쓰는 기초 스킬로, 마나를 흘려보내 검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나의 양과 질, 압축의 정도에 따라, 검을 둘러싼 검기를 날카롭게하는 것도, 혹은 검을 몇배나 두껍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 세기와 형태는 모두 다르다.


류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강하게 검을 만든 뒤,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검을 망치처럼 이용하는 것 같았다.


그 동안 리지는 계속 영창을 하고 있었다.

어느 새 회색의 부유 물체들이 가득 모여들어 류운과 리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회색의 부유 물체들은 그들의 몸에 검은 구멍을 만들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리지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긴 영창을 계속 하고 있었다.


영창이 끝나자 리지의 손에서 커다란 빛의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수많은 빛의 구슬이 나와 아름답게 선을 그리며 회색의 부유 물체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 마법은 [디바인 플레어]로 [디바인 라이트]의 광역 마법 버전이다.

일단 발사하면 수많은 빛의 구슬이 각자 어둠 속성의 마력을 찾아 공격한다.


[디바인 플레어]는 빛속성 공격마법중에서도 고급에 속하는 마법으로 보통은 C급 이상의 모험가는 되어야 쓸 수 있는 마법이다. 류운조차도 리지가 [디바인 플레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디바인 플레어를 맞은 회색의 부유 물체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더니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나를 모두 소진한 리지는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건물을 울리는 쾅쾅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류운이 간신히 벽을 다 뜯어내자, 지하로 가는 긴 계단이 나왔다.


류운은 리지에게 달려가 마나 회복 포션을 먹였다. 그러자, 리지가 인상을 쓰면서 일어났다.

“너 무리하는거 아냐?”

“지금은 무리라도 해야죠. 무서워서 못견디겠어요.”

“네 마법이 통하는데도?”

“그거랑은 다르죠.”

“빛속성 마법이 통한다면 유령이 아닌거 아냐?”

“글쎄요. 그렇다면 좋겠지만···확신은 없잖아요?”


류운은 리지를 부축했다. 그녀는 아직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긴 계단을 보고 리지에게 물었다.


“여기서 기다릴래?”

“절대로 싫어요.”


이렇게까지 단호한 리지를 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


류운과 리지는 같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숨겨진 계단이라고는 하나, 상당히 잘 정돈 되어 있었다. 심지어 계단의 옆쪽에는 은은한 LED 불이 들어와서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주었다.


계단의 끝에는 커다란 철제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카드를 댈 수 있는 패널이 나와있었다.

그 안쪽에서는 쿵쿵 거리는 크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확실히 그 소리와 진동의 근원지는 그 문의 뒤 같았다. 류운은 문을 부술까, 돌아갈까 망설이고 있었다.

철제 문은 두꺼워 보였고, 쉽게 부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류운은 문을 부수는데 마나를 너무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리지가 주머니에서 카드를 3개 꺼내더니 하나씩 문 옆에 대보았다.

카드에는 “키울로 랩”이라는 글씨와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다 2번째 카드에서 문이 확 열렸다.

놀라서 쳐다보는 류운에게 리지가 말했다.


“이거 오후에 2층의 서재에서 찾은 거예요. 무슨 실마리가 될까 해서 챙겼는데, 잘 됐네요.”

“오케이. 너 100점”

“피-.”


문이 열리니 다시 긴 복도가 쭉 이어졌다.

류운과 리지가 천천히 복도를 따라 가자, 곧 양쪽이 유리로 된 벽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는 여러종류의 실험기계와 의자들이 복잡하게 나열해 있었다.


계속해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저택을 흔드는 진동이 이어졌다.

복도를 계속 따라 가자, 다시 두꺼운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철문은 누군가가 두드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거세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분명 소리의 근원지는 저 철문 너머였다.

류운도 리지도 이제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저 철문 너머에서 거칠게 두드리는 존재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어제는 분명 집 밖으로 나가자 진동도 소리도 곧 멈췄다. 혹시 저 존재는 집안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일까?


리지가 류운을 바라보고는, 두꺼운 철문 옆에 있는 패널을 가리켰다. 어쩌면 리지가 가져 온 카드 중 하나가 저 철문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선배, 설마···”

“응?”

“열 생각은 아니죠?”

“음. 아니지. 우리의 임무는 원인을 조사하는 것이지, 해결하는 게 아니잖아. 물론 해결할 경우 추가 보수가 있기는 하지만, 굳이 첫 퀘스트에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다행이에요. 선배가 사리분별할 줄 알아서.”

“야. 너. 나를 뭘로 보고···.너 감점 100점.”

“채점이 너무 엄격한거 아니에요?”


류운과 리지는 계속해서 부서질듯이 흔들리는 철문을 뒤로 하고, 저택을 나가 있기로 했다.

계속해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다시 돌아 나가던 도중 유리벽 건너에서 다른 연구실과는 다른 배치의 방을 발견했다.

기계가 많지않고 책상이 늘어선 사무실에 가까운 방이었다.

한쪽 책상에는 많은 서류가 쌓여있었다.


류운은 어떤 연구시설인지, 무슨 연구가 진행 됐었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될만한 자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류운은 리지가 가져온 카드키를 빌려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상한 수식들과 난해한 언어가 늘어서 있을 뿐이었다.

류운은 역시 나머지 조사는 저택의 관리팀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은 F급 모험자로서 F급 퀘스트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류운과 리지는 계단을 다시 올라, 복도를 따라 나와서, 정문 현관을 통해 저택 밖으로 나갔다.

흔들거림과 문을 때리는 소리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었다.

저러다 저 문이 부서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류운과 리지는 어제처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30분이 넘도록 그 문을 때리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 철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나보네.”

“그러게요. 어제는 집 밖으로 나오니까 금방 그만 뒀잖아요.”

“그러게, 어제랑 다른게 뭐지?”

“회색 유령들이요.”


리지가 침울한 표정으로 답했다.


“유령들 아니잖아. 아무리 봐도 연구실에서 만든 무언가 같은데. 어쨋든, 확실히 그게 다르네. 오늘은 그 회색 유령들이 없으니까.”

“제가 잘못한건가요?”


리지는 디바인 플레어를 날려서 회색 물체들을 소멸시킨 것을 후회하는 듯 했다.


“아니, 그 상황에서는 별수 없었잖아. 그 상황에서는 나도 그 유령들이 저 쿵쾅거리는 소리와 흔들림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쾅————————-


지금까지 난 소리중 가장 큰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잠시 조용해 졌다.

류운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그는 문 너머의 존재가 지쳐서 문을 때리는 것을 그만두었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하지만 불안함을 이길 수 없었다.

류운은 저택 쪽을 응시하면서 그의 대검을 꺼내 들었다.

리지도 같은 생각인지,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잠시 주변이 아주 고요했다.

간혹 숲에서 들리는 새울움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류운은 긴장한 모습으로 한참을 입구쪽을 노려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리지야, 탐색 마법 쓸 수 있겠어?”

“네, 쓸 수는 있는데···”

“왜?”

“제 탐색마법은 사정범위가 그리 크지 않아서요.”

“얼마나 되는데?”

“대략 20미터요.”

“그럼 집쪽으로 더 가까이 가야겠네?”

“네.”


류운은 아주 천천히 저택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지도 천천히 그를 뒤따라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느꼈는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급속영창을 시전했다.


“라이트 볼”


작은 전구같은 불빛이 리지의 손끝에 생성됐다.

리지가 그 불빛을 가볍게 던지자, 불빛은 천천히 날아서 저택의 정문 현관을 비추었다.

불빛이 비치자, 그곳에는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체는 높이와 폭은 7-80센티미터 정도였고, 길이는 1미터 50정도 됐었다.

아주 검었고, 껍질이 없는 달팽이와 같은 형태였다.

그리고 정말 달팽이처럼 천천히 꿈틀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리지의 라이트 볼이 없을 때는 그저 어둠에 가려져 무언가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더구나 이동하는 소리도 거의 없어서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류운은 반사적으로 손으로 리지를 막아섰다.

그리고 몸을 움직여 리지의 대각선 앞으로 나왔다.

사소한 움직이지만, 전사가 앞에, 법사가 뒤에 위치하는 전형적인 포메이션이다.

리지는 어느덧 호흡이 잘 맞아가는 류운이 고마웠다.


검은 물체는 서서히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류운과 리지는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축구 경기장만큼 큰 저택의 앞뜰 정원은 도망칠 공간이 충분했다.


류운은 뒤로 물러나면서, 머리속으로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망치는게 올바른 선택이겠지만, 수단이 없다.

저택은 숲으로 둘러쌓여 있고, 이 저택에 올 때는 의뢰인 회사의 차를 타고 왔다.

맞서 싸우자니 적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류운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검은 물체를 응시했다.


마치 민달팽이와 같던 물체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그 뒤를 따라오던 다른 민달팽이 같은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는 2개의 검은 물체가 서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3개의 검은 물체는 모두 몸을 겹쳤다.

그러자 그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검은 물체는 4미터쯤의 키가 되자, 커다란 몸이 갈라지더니 팔과 다리가 됐다.

뒤로는 리지의 라이트 볼이 조명처럼 불을 비추고 있었다.

검은 물체의 그림자가 길다랗게 늘어져 류운과 리지를 덮었다.


머리는 없고, 커다란 검은 몸에 길다란 팔다리가 달린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한 괴생명체가 천천히 류운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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