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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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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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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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 2

DUMMY

주문 영창이 끝나자 펜던트에 새겨진 마법진과 동일한 마법진이 그의 발 밑에도 나타났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나오는 강한 노란색 섬광이 류운을 감쌌다.


노란색 섬광 때문에 류운은 주위를 살펴볼 수 없었다.

순간 덜컹하는 느낌이 들었다.

류운은 마치 롤러코스터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질주할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마법진에서 나오는 섬광이 사라지고, 그의 발 밑에 있던 마법진도 사라졌다.

노란색으로 빛나던 펜던트의 마법진도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류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대리석 위에 새겨진 마법진 위에 서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노란색의 모래로 뒤덮인 평원이 눈에 들어왔다. 간혹 바람이 불어 모래바람을 만들었다.


그는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어···..”


류운은 망연자실하게 서있었다.


“이게 아닌데?”


류운은 난감했다.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생각했더니, 어딘지도 모르는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모래바람 너머로 거대한 탑이 우뚝 서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는 탑이라니, 도통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류운은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거대한 모래평원만이 눈에 들어올 뿐, 다른 마땅한 건축물은 보이지 않았다.


발밑을 자세히 보니 대리석 바닥이 탑까지 쭈욱 이어져 있었다.

류운은 대리석 바닥을 따라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아 그는 탑의 입구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탑의 웅장함에 기가 막혔다.

커다란 정문 입구는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전의 모습처럼 보였다.


문을 지나자 커다란 로비가 나왔고, 그 곳에는 커다란 접수용 책상이 놓여 있었다. 마치 호텔의 체크인 데스크를 연상케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한 젊은 여성이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며, 아주 단정한 단발머리에 정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반듯하게 서 있었다.


‘사람이다!!’


류운은 반가운 마음에 여성이 서있는 접수대 쪽으로 달려갔다.


“저 실례합니다.”

류운은 여성의 앞에 도착하자 마자 말부터 꺼냈다.


“어서 오십시오. 겔림의 용사여. 겔림의 탑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여성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류운은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일단은 무시하기로 했다.


“저..여기는 어디죠?”


여성이 대답했다.

“이곳은 겔림의 탑입니다. 환영합니다. 겔림의 용사여.”

부드럽지만 감정이 석이지 않은 말투였다.


“겔림의 탑이요? 그럼 이곳은 어디죠? 여기 혹시 필리파에서 먼 곳인가요?”

“이곳은 겔림의 탑입니다. 환영합니다. 겔림의 용사여.”


“저는 겔림의 용사가 아니에요. 그냥 이 곳에서 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은데요.”

“이 곳을 나가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당신이 온 길을 따라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탑의 꼭대기까지 오른 뒤에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뒤로 돌아나가는 것은 안된다. 탑의 밖으로 나갈 수는 있겠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렇다면 탑 정상에 있는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게이트가 있어요?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 게이트죠?”

“게이트는 겔림의 던전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겔림의 던전이라뇨?”

“···”

“혹시 웨스트 던전은요?”

“웨스트 던전은 겔림의 던전이 아닙니다.”

“필리파 던전은요?”

“필리파 던전은 겔림의 던전이 아닙니다.”

“혹시 수원 던전은요?”

“수원 던전은 겔림의 던전이 아닙니다.”

“그럼 게이트로 갈 수 있는 던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게이트는 겔림의 던전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화가 겉도는 것 같았다.


“여기가 겔림의 탑이라고 했죠? 그럼 겔림의 탑은 어디에 있죠?”

“겔림의 탑은 겔림의 마지막 던전인 디저트리아 던전 안에 있습니다.”

“디저트리아 던전은 어디에 있죠?”

“디저트리아 던전은 디저트리아에 있습니다.”


디저트리아는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그럼 이 던전의 출구는 어디있죠?”

“디저트리아 던전에는 3개의 출구가 있습니다. 탑을 나가서 정면으로 200Km거리, 탑의 오른쪽으로 250Km거리, 탑의 왼쪽으로 250Km거리에 출구가 하나씩 있습니다.”

“그럼 출구로 나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나요?”

“모든 출구는 현재 봉쇄된 상태입니다.”

“출구는 왜 봉쇄됐죠?”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도움이 안되네’라고 류운은 생각했다.


류운은 잠시 대화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안내원은 다시 류운에게 인사했다.


“············어서오십시오. 겔림의 용사여. 겔림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까부터 안내인이 말할 때마다 “겔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겔림은 지구, “플레인”, “킬리아”와 같이 평행세계 중 하나이다. 역사에 따르면 “킬리아번”은 그의 세계 “킬리아”를 정복하고, “벨로다인”과 “겔림”을 정복한 뒤 파괴했다고 한다.


저 안내인이 말하는 “겔림”이 과연 “킬리아번”에게 멸망당한 평행세계를 가리키는 말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겔림에 와 있는 것일까?

완전히 다른 세상에 혼자서?


류운은 잠시 고개를 흔들어 불안한 마음을 날려버렸다. 류운은 그의 조부가 직접 준 펜던트를 통해 이곳에 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섯 영웅중 한 명이며, 류운의 친조부인 그가, 아무 생각없이 류운을 위험에 빠트렸을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메시지에는 분명 이렇게 써있었다.

“만약 힘이 필요하다면 펜던트를 사용해보거라.”


‘혹시 할아버지는 나에게 강해지고 싶다면 이 탑의 꼭대기까지 가보라고 하시는 것은 아닐까?’


탑의 끝까지 정복하고 나면 게이트를 통해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은 탑을 오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류운은 정보를 더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탑을 오르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안내인은 다소곳이 손을 모은 뒤에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올려 오른쪽 구석의 문을 가리켰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류운은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뇨.”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녀의 언행이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그녀가 이 곳을 지키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여기에 다른 사람은 없나요?”

“없습니다.”
“당신은 누구시죠?”

“저는 폴라, 자율 행동 골렘 A-0813입니다. 이 탑의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아···이런. 사람이 아니었구나. 어쩐지 말하는게 인공적인 기분이 들더라니···. 그나저나 자율 행동 골렘이라니. 도대체 겔림의 마도기술은 얼마나 발전한거야. 그런 세계가 멸망했다니, 킬리아번은 그걸 뛰어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이 탑은 뭘 위한 탑이죠?”

“이 탑은 겔림의 탑입니다. 겔림의 용사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는 곳입니다.”

“실력을 확인한다니요. 어떻게요?”

“총 10개의 층이 존재하며 각 층마다 다른 시련이 주어집니다.

총 10개의 층을 모두 정복한 용사에게는 특전으로 부상이 주어집니다.”

“부상은 뭐지요?”

“총 10개의 층을 모두 정복한 용사에게만 주어집니다.”


특전은 아무래도 지금으로서는 공개되는 정보가 아닌 듯 싶다.


“만약 중간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탑을 오르는 도중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층의 중간에서는 포기가 불가능하고, 층의 시작과 끝에서만 포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포기를 원하시면 탑의 시작이나 끝 지점에서 저를 부르시면 됩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류운은 '이 골렘 성격 급하네. 왜 자꾸 도전하라고 보채는거야.’라고 생각했다.

“아뇨”


“알겠습니다.”

안내원 골렘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냥 탑의 정상에 있는 게이트만 이용할 수는 없나요?”

“탑의 정상에 있는 게이트는 10층까지의 시련을 모두 통과한 용사에게만 사용 권한이 주어집니다.”


“첫번째 층에는 어떤 시련이 있죠?”

“첫번째 층에 도전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아뇨.”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골렘은 내가 정말 도전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혹시 이 곳에 먹을 것이 있나요?”

“식사는 각 층의 끝에 도달하면 제공됩니다.”

“각 층을 클리어하는데 시간 제한이 있어요?”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지금 도전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류운은 질문을 멈추고 잠시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정말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모험가들은 마나가 없는 곳에서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플레인의 모험가든 지구의 모험가든 지구의 던전 바깥에서는 대부분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지구의 대기에는 마나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구의 던전들은 플레인에서 만들어진 던전으로 그 안에는 플레인의 마나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지구에 있는 던전이라 할지라도 모험가들은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플레인의 대기에는 마나가 가득해서 지구나 플레인의 모험가 모두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평행세계인 “벨로다인”에서 온 엘프의 경우에는 플레인의 마나가 자신들의 고향과는 다르기 때문에 약 50%정도의 힘만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겔림은?’


류운은 도전하기 전에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나 쓸 수 있는지 시험해 봐야 했다. 류운은 뒤로 물러나 손끝에 마나를 모아 압축해보았다. 아무런 문제없이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손끝에 모인 마나를 대검으로 이동시켜 스킬 “검기강화”를 발동시켰다. 역시 문제없이 스킬이 발동되었다.


‘지구의 모험가들은 플레인의 마나가 있는 곳에서는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지구인이 가진 마력은 플레인의 마나와 호환이 되는 것이다.

그처럼 겔림의 마나와도 호환이 되는 것일까?’


어쨋든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으면, 도전해볼만 하다. ‘정 안되면 그때가서 포기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그러다가 류운은 문득 뭔가 생각이 난 듯이 스마트폰을 급하게 꺼내 들었다.

여전히 통화권 이탈이었다.

그는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는 류운에게 안내원 골렘이 물었다.

“어서오십시오. 겔림의 용사여. 겔림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류운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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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르바이트 1 21.11.01 93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6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1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7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2 2 11쪽
18 퀘스트 실습 3 21.10.22 10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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